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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썰전, 국정원 과거사에 대한 박형준의 궤변과 유시민의 일침


최근에 들어 썰전의 시청률이 반토막 난 것은 전원책의 자리에 박형준이 투입된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 책임 소재는 분명해 보입니다. 정치예능을 표방한 썰전의 성공은 유시민의 등장으로 본격화됐지만, 전원책의 좌충우돌도 한몫했다는 것을 반토막 난 시청률이 말해줍니다. 조근조근하게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스타일의 박형준은 성공한 정치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낸 유시민의 장점마저도 갉아먹고 있어서 썰전의 고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의 적폐청산이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시기에 MB의 핵심참모였던 박형준을 전원책의 후임자로 선택한 것은 썰전 특유의 유쾌·상쾌·통쾌함을 죽이는 것으로 작용했습니다. 썰전을 최고의 정치예능으로 끌어올린 유시민의 입장에서도 파트너인 박형준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시청자가 만족할 만큼의 '썰'을 털어내기가 녹녹치 않아 보였습니다. 국정원 댓글사건을 다룬 오늘의 썰전 후반부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명박의 범죄를 물타기하기 위해 박형준이 (이명박근혜의 공범자들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황당무계한 논리와 똑같이) 국정원의 적폐를 조사할 것이면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때의 국정원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을 때, 유시민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그의 궤변을 봉쇄할 수 있었습니다. 유시민이 했던 워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의혹 중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까?'라는 단 하나의 질문이 박형준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궤변을 늘어놓을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과 정치검찰을 앞세워 노무현을 죽일 수 있는 것이라면 해운대 백사장의 모래알 숫자도 헤아릴 정도로 파헤쳤는데,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선정한 13가지 의혹에 준하는 것들이 남아있었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를 위해 온갖 범죄를 저질렀던 국정원을 과거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국정원장의 독대도 받지 않았던 노통이 국정원을 동원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고 국민을 사찰했다는 것이 가당키나 합니까? 



국민을 선동과 조작, 동원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들이야 그런 방식으로 통치를 해왔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파렴치한 물타기를 시도할 수 있겠지만, 참여정부의 핵심이었던 유시민에게는 그런 물타기가 통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의자가 바늘방석과 다름없었을 박형준의 입장에서는 노무현을 물고늘어지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겠지만, 그런 노통이었다면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은 채 고난의 길로 들어서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박형준이 이명박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방어적 자세로 일관한 것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오늘의 궤변처럼 노골적인 물타기가 계속된다면 썰전의 시청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MB정부 때의 불법과 적폐들을 수없이 다루게 될 터인데, 이명박의 흑기사 역할을 포기할 수 없는 박형준은 공격의 위치에 서있는 유시민의 역할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률 하락을 만회할 방법을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박형준이 투입된 이후에 김구라의 역할마저 애매해졌다는 점에서 썰전의 하향세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썰전은 '독한 혀들의 전쟁'이라는 모토가 예능적 요소와 어우어질 때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박형준의 교체나 그에 준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유시민의 대중적 인기를 고려할 때 최근 몇 주 동안의 낮은 시청률은 썰전의 미래가 결코 밝지만 않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대한민국 보수의 수준을 고려할 때, 유시민의 상대를 구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시민의 장점마저 죽이는 방향으로 간다면 썰전의 시청율은 같은 날 방송되는 '판도라'에도 밀리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탁석산 박사가 투입된 이후 판도라의 재미도 줄어들고 있지만,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썰전의 하향세가 그보다 빠르다는 점에서 썰전의 위기를 재확인한 오늘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