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정부는 각종 증세조치를 내놓고 있다. 담뱃값 인상(2000원 인상 때 세수가 가장 많이 는는데 그 액수는 5조2,000억원 정도에 이른다)과 주민세, 자동차세, 건보료 인상 등 증세조치의 내용들이 서민의 쌈짓돈과 근로자의 유리지갑을 털어가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 당사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제규모 10위권의 대한민국은 조세정의와 복지, 소득불평등에 관한 한 후진국에 속한다. 이런 병폐들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거쳐 이명박과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보수정부들이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밀어붙여 고착화된 것들이다. 여기에 청년실업 및 노인빈곤까지 더하면 대한민국은 최악의 국가에 속한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에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각종 증세조치들은 서민과 근로자의 부담을 늘려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범국민적 논란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지지층 이탈을 불러올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와 자동차세, 건보료 인상 등을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연이어 터뜨리는 것은 박영선 대표의 이해할 수 없는 뻘짓과 국정원 댓글사건 판결과 어우려져 국민적 관심을 독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추석연휴에 들어가기 전에 뜨겁게 타올랐던 이슈들이 공론의 장에서 사라졌다.
만일 국민적 반발과 정치적 논란이 거셀 수밖에 없는 담뱃값 인상과 연이은 서민증세 발표에,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바라는 유족과 국민의 열망을 물타기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논란에 따른 지지층 이탈과 정치적 입지의 축소는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정치적이고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핫이슈들의 홍수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동력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있다. 지금도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투쟁을 벌이고,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데도 제도권 방송에서는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들이 일제히 사라져버렸다.
방송뉴스의 본질적 특성이 즉시성과 단편성에 있다고 해도, 이병헌을 둘러싼 질퍽한 논란과 빅뱅의 막내 승리의 교통사고(사고 몇 시간만에 블랙박스 영상까지 방송을 탔다)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보도들을 밀어낼 만큼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다. 추석연휴 기간 동안 정부와 정치권 및 방송들이 어떤 짬짜미라도 한 것이 아닌지 말도 안 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수많은 국민의 요구와 투쟁들이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터져 나온 온갖 이슈들로 해서 종적을 감춰버렸다. 추석민심은 세월호 특별법에 가장 많이 쏠려 있었고, 여야의 재협의를 촉구하는 여론의 비중도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방송에서 세월호는 증발했다.
그렇게 이 땅의 양심과 도덕, 공감과 정의의 가치들도 함께 사라졌다. 이제는 세월호 유족들의 슬픔을 함께 하기도 힘이 들만큼 지배세력의 일방 폭주가 가히 파시즘적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사람사는 세상의 얘기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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