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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오늘의 류현진이라면 사이영상도 가능하다



월드컵의 결승전과 겹치는 바람에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햇지만 류현진이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그 동안 10승 도전에 세 번이나 실패했고, 직전의 등판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악의 피칭을 했기 때문에 오늘의 등판은 류현진에게 WBC 결승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경기였다. LA 다저스의 감독인 매킹리도 류현진이 이번 등판에도 좋지 못한 피칭을 하면 그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류현진의 분발을 독려했다.


                                                 제3선발로 너무 럭셔리한 류현진ㅡOSEN에서 인용


 

헌데 브라질월드컵 결승전과 대부분의 시간이 겹친 샌디에고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류현진은 생애 최고의 피칭을 보이며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류현진이 프로에 데뷰한 이래 그가 등판한 경기의 거의 대부분을 시청했던 필자가 보기에 오늘의 류현진은 프로 데뷔 이래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야구대표팀의 주전투수로 올림픽 우승을 결정 짓던 경기보다 오늘의 류현진의 피칭이 더욱 뛰어났다. 



특히 류현진이 자유자재로 던진 커터(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의 위력은 직구에 버금가는 구속인 88~90마일을 기록했고, 중계화면에 찍힌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93마일에 이른 것도 있었다. 왼손투수로서 95마일에 이르는 직구도 보여줬고, 커브도 낙차가 컸고 낮게 제구된 것과 서클 체인지업도 좋았지만, 신형무기인 커터의 위력은 전성기의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류현진이 6회까지 10개의 삼진을 잡으며 무실점으로 샌디에고 타선을 꽁꽁 묶을 수 있었던 것도 무시무시한 커터의 위력 때문이었다. 한화 시절 구대성으로부터 서클 체인지업을 전수받자마자 실전에서 사용할 만큼 야구 아이큐가 탁월한 류현진이 오늘의 커터를 장착하기까지 얼마의 준비가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정도의 커터를 꾸준히 던질 수 있다면 류현진의 사이영상 수상도 이룰 수 없는 꿈만은 아니다. 


                                                         마리아노 리베로ㅡ다음이미지에서 인용



양키스의 뒷문을 20년 동안이나 틀어막을 수 있었던 마리아노 리베로는 95마일에 이르는 커터의 달인이었지만, 그의 커터는 류현진의 커터와 각도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리베로의 커터는 직구에서 공 한 두 개 정도의 변화를 일으긴다. 이는 큰 거 한 방을 피하면서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데 적합하다. 



류현진의 커터는 리베로의 커터보다 느리지만 각도의 변화가 훨씬 크고 예리하다. 이 때문에 리베로의 커터에 비해 속도 면에서 뒤지는 것을 만회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최근에 들어 장타 허용율이 높아지던 것도 오늘의 커터라면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승패뿐만 아니라 투수의 능력을 나타내는 방어율 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류현진의 직구구속이 평균 92~93마일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오늘 같은 커터를 계속해서 던질 수 있다면 류현진의 사이영상 도전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소한 오늘의 투구만 놓고 보면 류현진은 리그 최고의 왼손투수인 커쇼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투수였다. 샌디에고의 타선이 무력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고 해도 오늘의 커터는 어떤 팀이라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력을 보여줬다. 



전반기 시즌을 마무리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류현진이 1회부터 전력투구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지만, 제구력을 갖춘 직구와 낮게 제구되는 커브와 특유의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에 오늘의 커터까지 더해졌으니 후반기의 승수사냥은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 커쇼-그레인키-류현진의 삼각편대가 지금 같은 컨디션만 유지할 수 있다면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 



류현진이 생애 최고의 피칭으로 10승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