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구인·구직 정보업체 ’커리어캐스트’가 선정한 ’10대 몰락 직종’ 발표했습니다. 커리어캐스트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고용전망 자료를 토대로 2012∼2022년 사이 우체부의 고용하락률이 모든 직종 가운데 가장 높은 28%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메일, 소셜네트워크 등의 발달 때문에 미래의 고용상에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를 피해갈 수 없는 직종을 선정한 것입니다.


                                                                     닐 포스트만의 저서


우체부에 이어 농부(19%), 검침원(19%), 신문기자(13%), 여행사 직원(12%)이 선정됐습니다. 그 다음으로 고용전망이 나쁜 직업으로는 벌목공(9%), 항공기 승무원(7%), 천공기술자(6%), 인쇄공(5%), 세무업무원(4%)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항공기 승무원은 항공사별 저가 경쟁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승무원 고용이 줄어드는 것이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세무업무원은 각 기업이 자동 세무프로그램을 통해 세무 업무를 처리하려는 추세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커리어캐스트에 따르면 급격히 발달하는 과학기술 때문에 많은 직종의 고용전망이 바뀔 것이며, 선정된 10대 업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커리어캐스트는 수학·통계 관련 부문과 통신·항공기정비·전자 관련 기술자, 웹개발자 등이 새롭게 부상할 것이라고 했지만 사라지는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최근의 고용없는 성장이 이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 여겼던 과학기술의 발전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어느 순간일 수도 있다.



미국의 사회·언론·교육학자인 닐 포스트만은 《테크노폴리》에서 과학기술이 인류와 사회에서 빼앗아간 것을 비관적으로 바라본 프로이트의 언급을 인용했습니다. 프로이트의 언급이 항상 진실은 아니지만 고삐 풀린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세상이 우리의 기대와 다를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애초에 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철도가 없었다면 내 아이는 고향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화를 사용할  일도 없을 것이다. 만일 대양을 횡단하는 선박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친구는 항해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며 자연히 마음 졸이며 그의 소식을 전보로 전해 들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유아 사망률의 감소가 그 비율만큼 출산을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더구나 우리의 삶이 고통스럽고 기쁨이 없으며 비참하기 그지없어 오직 죽음만을 바라고 산다면 오래 산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갖는가? 


                                        


이런 현상이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필연적인 과정이라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마르크스는 지배계층의 이익이 지배적인 체제를 구축한다고 했지만, 폴라니는 인간이 원하기만 한다면 스스로 지배적인 체제를 결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극소수에게 부와 권력이 독점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보다 내 자신의 편리함을 중시한다면 타인의 불행과는 상관없이 과학기술 발전의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유토피아ㅡ경향신문에서 인용



닐 포스트만은 《테크노폴리》에서 이런 선택이 가능해지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이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자신이 연구하는 것의 결과에 대해 가치 판단을 거부한 채 기업과 자본의 탐욕에 종속되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과 사회가 어떻게 변질됐는지 말해줍니다.   



걷잡을 수 없는 기술의 발전은 우리 인간성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까지 파괴시킬지도 모른다. 기술은 도덕적 기반을 상실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정신적 과정들과 사회적 관계들을 뿌리채 흔들어놓았다. 


                       

하지만 1940~1950년대부터 질서자유주의(사회적 시장경제)를 고수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인터넷으로 발급할 수 있는 각종 서류들과 카드 발급 같은 것들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용자의 편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해당 일자리의 유지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공존과 상생의 지혜를 발휘한 것입니다. 독일 국민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삶의 편리함보다 근로자의 일자리, 즉 소득 보존을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한 것입니다. 



                                                            언제까지 바다 속에 방치할 것인가?



신자유주의가 가장 발달했고, 정보통신 인프라가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른 대한민국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이용자와 소비자의 편리함만 최고의 가치인양 포장하지만, 그것은 내 편의를 위해 누군가의 직업을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 놈의 빨리빨리와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고용없는 성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도 어떤 가치를 더 중시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또한 보수 세력들이 절대적 체제인양 떠들어대는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도) 기술주의문화아 테크노폴리에서는 각기 큰 차이가 있다. 사실 테크노폴리에서의 자유민주주의란 발터 벤야민이 '상품자본주의'라고 불렀던 것과 유사하다...현재 존재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사상체계에 충분한 도덕적 실체를 제공하여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할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제가 평등이 답이다ㅡ경제성장과 행복지수에서 자세히 다루었던 것처럼 대한민국이 1인당 GDP가 늘어나 부유한 나라에 진입하더라도 소득불평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행복지수는 결코 높아지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초래하는 변화를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구온난화와 토지의 사막화, 대규모 토지 오염, 전방위적 생태계 파괴, 수질 오염에 따른 물부족 사태, 90% 이상의 종이 멸종된 생물다양성의 파괴, 만성질환과 정신질환의 폭발적 증가, 전체 인류의 반이 하루 2달러 이하의 절대빈곤층인 이유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사회적 합의 없이 모든 분야에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지구의 탄생 이래 6번째 종말을 걱정해야 할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지배적 체제를 결정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는 주장은 그 자체로 가치편향적인 주장입니다.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가치를 판단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인류의 공존과 상생을 위해, 정의와 평화, 박애와 관용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용없는 성장, 1%에게 부와 권력, 기회가 독점되는 것이 과학기술 발전이 보장하는 테크노폴리(과학기술지상주의)라면 우리는 과감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을 도구화하고 서열화하며 노동은 물론 일상의 삶까지 착취하는 과학기술의 유토피아라면 우리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회적 문제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길로 가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매우 느리고 조금은 더 힘들지라도.     


  1. 여강여호 2014.07.16 16:38 신고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성장이 마치 복지의 선결조건인 것처럼 떠들지만
    이미 현실에서는 실패한 정책임이 판명된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권력은 여전히 짧은 기간의 고성장을 기억하고 있는 세대와 언론을 이용한 전방위적인 왜곡에 판단이 흐려진 젊은 세대에게 성장이 복지라는 거짓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종국에는 그들의 통치 편리성만 추구하고 있는 형세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사회적 문제가 적은 길로 가는 정책이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결국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2. 참교육 2014.07.16 22:08

    근대화, 성장제일주의... 효율과 경쟁, 신자유주의... 소비가 미덕이라는 성장 이데올로기시대는 이제 마감해야 합니다.
    성장 뒤에는 양극화문제와 부존자원의 한계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시장지향적인 정부는 성장이 미덕이라는 논리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