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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마힌드라 회장의 협박, 티볼리 그리고 이효리



쌍용차의 티볼리 출시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마힌드라 그룹 회장이 티볼리가 많이 팔려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 2009년 해고자들이 복직할 수 있을 것이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쉽게 말해서 해고자들의 복직을 원하면 쌍용차가 흑자(?)로 전환할 만큼 티볼리를 많이 사라는 뜻입니다.





통계를 보면 2,646명이 정리해고 된 2009년에 3만5000여 대의 판매량을 보였던 쌍용차의 총 판매량은 2014년 약 14만대까지 늘었습니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판매량 증가 때문에 회사는 빠르게 정상화됐지만, 흑자 전환을 이유로 해고자들의 복직은 늦어지기만 했습니다.



무려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정리해고의 후유증을 안타까워한 국민과 언론의 관심, 슈퍼스타 이효리 덕분에 최고의 무료 광고 효과를 누렸음에도 마힌드라 회장은 ‘너희들이 티볼리를 사주지 않으면 해고자의 복직은 없다!’며 한국 소비자들을 재차 협박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아베 내각의 엔저 정책 때문에 수출과 내수시장에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2014년에 이어 2015년의 전망도 좋지 않은 가운데, 이효리의 무료 광고 제안도 거절한 채 해고노동자들을 포로로 내세운 마힌드라 회장의 발언은 비열함을 넘어 다국적기업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소형 SUV인 티볼리는 무료 광고 효과 덕분에 현대차의 아반떼와 투싼, 기아차의 신형 스포티지와 K5, 르노삼성의 SM5 노바, 한국GM의 신형 쉐보레 스파크, 아오디의 소형 해치백 A3 스포트백과 S3, 볼보의 V40 크로스컨트리 등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음에도 비열한 판매 전략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필자의 이번 글은 전적으로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복직과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한 것이지만, 티볼리의 판매를 돕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될 수 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마힌드라 회장이 노린 것이기에 주인을 잃은 26짝의 신발이 더욱 가슴을 저미어 옵니다.



마힌드라 그룹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한 인도의 대표적 석학 스피박을 비롯해 노엄 촘스키와 슬라예보 지젝 같은 세계적 석학과 국제노동기구, 인권단체와 행동가들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쌍용차 경영진들은 티볼리를 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에는 대선 후에 쌍용차 정리해고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포함돼 있음을 상기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요. 표를 얻기 위해서 쏟아낸 공약 중 실천한 것이 거의 없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에게 공약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보다 못한 일일 것입니다. 



기자회견을 연초에 딱 한 번만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체불명의 경제라는 단어를 42차례라 반복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정조사는커녕 영하 십도를 훌쩍 넘은 고공에서 목숨을 걸고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를 끌어내리지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것도 박 대통령에게는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일지 누가 알겠습니까?  





박근혜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앞세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장그래 방지법(비정규직 대책)이 제9, 제10의 쌍용차 해고자들을 양산할 수 있음을 알기에, 이승과 저승 어디에서도 주인을 찾을 수 없는 26짝의 신발과 엄동설한 속 70m 상공에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2명의 해고자가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