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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예능의 신자유주의 키워드, 남자와 경쟁



이명박근혜 7년 동안 지상파3사에서 내놓은 예능 중 대박을 터뜨린 것들을 살펴보면 두 개의 키워드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남자고 나머지는 경쟁입니다. 자본주의가 극대화된 신자유주의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데 하나는 남성 중심적 세계관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의 극대화입니다.






보수정부라는 특징보다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특징을 공유하는 이명박근혜의 7년 동안 지상파3사의 예능은 인식의 신자유주의화를 이끌어간 기간이기도 합니다. ‘1박2일’ ‘남자의 자격’ ‘백년손님, 자기야’ ‘아빠, 어디가’ ‘진짜사나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삼시세끼’ ‘아빠를 부탁해’에 이르기까지 남자라는 키워드가 대박을 터뜨린 예능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7년 동안의 지상파3사의 예능에서 여자들이 메인이 된 프로는 성공한 것이 전무합니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통해 끝없이 되풀이되는 막장 드라마를 빼면, 여자가 메인이 된 예능 프로는 씨가 말라버렸습니다. 케이블의 예능 수준에서 먹고사는 ‘무한걸즈’와 시즌2로 종영된 ‘청춘불패’, tvn의 ‘꽃보다 누나’를 빼면 단 하나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중 하나가 왜 남자냐 하면, 노동유연화를 통해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려면 여성의 사회진출이 낮은 수준에서 지속적이고 대량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남자는 인건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투쟁에 나서지만, 여자는 투쟁에 나서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이렇게 여성의 인건비가 떨어지면, 최후에 이르러서는 ‘정규직 과보호론’이 등장하게 됩니다. 정규직 비율은 남자가 높고,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집니다(남성 중심적 세계관의 결과). ‘정규직 과보호론’의 핵심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라, ‘정규직 과보호론’의 최종 목표는 남자의 인건비를 여자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지상파3사의 예능은 시청자의 인식에 아무런 저항도 일으키지 않은 채 다가갈 수 있는 최적의 산물입니다. 지난 7년 동안 예능을 지배한 단어가 남자였다는 것에서, 그런 예능이 꾸준히 시청률을 올렸다는 점에서 우리의 의식이 아주 조금씩 신자유주의적 체제와 가치에 적합하게 바뀌어갔습니다.



그러면 경쟁이란 키워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슈퍼스타K’의 성공에서 시작된 경쟁이란 키워드는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불후의 명곡’ ‘K팝스타’ ‘런닝맨’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순위경쟁 예능프로의 대박행진은 시청자의 의식에 경쟁이란 단어가 익숙하게 자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모토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에 있습니다. 나머지 모토는 모두 다 이것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무한경쟁을 통해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이 오디션과 경연 예능을 통해 10대의 의식에까지 완벽하게 안착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폭주는 전 연령대에서 가능해졌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왜곡해 신자유주의의 원형을 제공한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은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사회진화의 법칙이라고 못 박아 버립니다. 그는 환경에 적응하는 집단적 협력의 산물인 적자생존에서, 적자의 뜻을 승자로 바꿔버림으로써 진화의 핵심을 경쟁과 승리로 왜곡해버렸습니다.



헌데 남자와 여자의 육체적 차이가 생존의 역할을 구별하고 결정하던 시절부터 남자는 경쟁에 익숙한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반면에 여자는 경쟁보다는 협력과 관계를 중시하는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자연히 신자유주의가 확장되면서 남자 중심의 경쟁은 격화일로를 달려왔습니다.





인류가 종말을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몰린 것도 ‘남자 중심 구조와 무한경쟁의 조합’ 때문인데, 이런 남성 중심의 무한경쟁은 무조건 승자독식으로 이어집니다. 이에 대한 반감을 최소화하려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오락적 요소를 극대화한 예능을 통해 시정자의 의식에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스며들도록 만드는 것이 최상입니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큼 경쟁을 당연시여기는 나라도 없습니다. 개인이 아닌 기업에 비중을 두는 나라도 없습니다. 남자가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비율로 고위직을 차지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나라가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입니다.



이명박의 방송장악으로부터 본격화된 예능 프로의 남자와 경쟁이란 키워드는 수없이 많은 시청자의 의식을 신자유주의에 최적화된 상태로 만들어갔습니다. 대한민국만큼 경쟁을 당연시 여기는 국민도 없고, 국가의 모든 분야가 신자유주의에 지배당한 나라도 없습니다.





박근혜 3년차,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상파3사와 케이블방송을 통해 새로운 경쟁 프로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제2, 제3의 <국제시장>도 나올 것입니다. 현 집권세력은 이렇게 국민 의식에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며, 그런 가운데 다음 정부와 미래세대가 책임져야 할 부채의 크기는 늘어날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