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세상에서의 모든 활동은 그 배후에 어마어마한 양의 디지털(전자) 흔적을 남깁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던 데이터 정장장치(서버)에는 우리의 활동이 전자화된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어디를 주로 방문하고, 어떤 것을 보고 사는지 모든 것이 기록됩니다.





이런 기록들을 축적해 데이터마이닝(분류화, 차별화, 파일화 등)을 거치면 개인의 이념적 성향과 기호, 취향만이 아니라 소득 수준, 소비 여력, 소비 패턴 및 주기까지 개별화된 상세자료들이 나옵니다. 우리가 무심코 머물렀다 간 것들까지 낱낱이 분석되기 때문에 우리의 욕망까지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발전하면 파리저가 말한 ‘필터 버블(인터넷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분석하여 필터링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친애하는 빅브라더》에서 인용)’에 이릅니다. 



우리가 똑같은 단어를 가지고 구글 검색을 해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집에서 PC와 노트북으로 검색해도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이는 같은 사람이 PC를 썼을 때와 노트북을 썼을 때 각기 다른 디지털 흔적, 즉 다른 정보를 찾고 다른 활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검색어가 똑같더라도 PC의 디지털 흔적과 노트북의 디지털 흔적에 따라 차별화되고 범주화된 검색 결과가 나옵니다. 





아마존이나 예스24에서 책을 구입할 때 추천목록과 선호목록이 제시되는 것도 ‘필터 버블’의 한 형태입니다. 이런 방식의 마케팅은 거의 전 분야에 퍼져서 이제는 일상처럼 받아들입니다. 나와 누군가의 개인정보가 축적된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파리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개인화된 필터는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에 의해 스스로 선전이 주입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자동 프로파간다를 제공한다. 그것은 우리를 미지의 어두운 영역에 도사린 위험을 의식하지 못하도록 놔둔 채 익숙한 사물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증폭시킨다.



이런 추천목록과 선호목록을 바우만은 ‘범주화된 욕구’라고 했는데, 우리는 이것 때문에 충동구매나 처음의 욕구보다 더 많은 것들을 구매하게 됩니다.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필터 버블)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는 최적의 주기까지 분석해 추천과 선호목록을 제시합니다.





이런 범주화는 소비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결제금액에 따라 소비자의 등급을 매겨 불량소비자들을 걸러내는 데도(역마케팅) 사용됩니다. 아이쇼핑을 많이 하는 사람, 소득 대비 실제 쇼핑을 많이 하는 사람, 소비 여력이 바닥난 사람, 승진했거나 보너스를 받은 사람 등등, 온갖 정보를 가공해 소비자를 나눕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 모든 것들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담당자(직원)의 수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막대한 포인트 적립기금이 조성됩니다. 기술 발전으로 직원수가 줄어들지만 소비자의 혜택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자리 감소는 이슈화되지 않습니다. 신문이나 TV광고처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은 손실비용이 막대하지만, 매일같이 갱신돼 갈수록 고도화되는 타겟마케팅은 손실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축적된 정보가 많을수록, 그래서 구매확률을 높일수록 마케팅비용은 줄어듭니다.



즉, 거대통신사나 카드회사 등에서 제공하는 막대한 포인트 적립금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긴 전자기록(빅데이터)을 활용하는 대가로 나온 것입니다. 이들은 우리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고, 자신의 마케팅 비용으로 차용해서 이윤을 극대화합니다. 부의 축적이 이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직원수의 감소에 따른 인건비와 복지비용 등이 줄어들고, 마케팅 비용 감소로 이익이 늘어납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막대한 포인트 적립금은 무한대로 쌓이는 우리의 전자기록을 인공지능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거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서 나옵니다. 우리는 소비를 하면서도 사업자에게 마케팅비용까지 지불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필터 버블’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포인트를 사용했기에 개인적으로 볼 때 이익이 늘어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비가 늘어난 것(반대로 얘기하면 적금이 줄어든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초기 프로그램 구축비용만 있으면, 포인트 적립금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습니다. 서버비용은 컴퓨터 클라우딩 기법(소비자 PC의 저장장치를 활용할 경우에는 서버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일종의 지적사기라 할 수 있다)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의 이익은 끝없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노동부터 소비까지 생존의 사이클이 한 바퀴 돌 때마다 부의 양극화는 커져가고 불평등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악화됩니다. 



막대한 포인트 적립금 배후에 숨어있는 것이 감시사회의 본질입니다. ‘필터 버블’을 수용한다는 것은 차별되고 범주화되는 우리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하고, 타겟마케팅에 걸려들어 필요 없는 소비나 과소비를 하게 되면 기술을 독점하는 자나 집단에 대한 자발적 복종(디지털 노예)의 단계까지 이른 것을 말합니다. 매년 임금이 인상돼도 소비의 양이 늘어나면 늘 부족함에 시달리게 됩니다(만족의 결핍)



특히 추천목록과 선호목록은 자신의 과거와 타인의 선택에서 배제되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더욱 무섭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철학이나 신념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도 타인과의 거리를 고려하기 마련입니다. 내 취향을 분석한 추천목록과 비슷한 타자의 취향을 분석한 선호목록은 선택의 자유를 축소시켜버립니다(인간의 변덕 때문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추세에서 뒤쳐지는 느낌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인류의 문명이 디지털기술과 첨단기기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그에 따라 위험을 등지고 사는 위험사회로 접어든지 오래됐기 때문에 감시사회를 피할 순 없습니다. 이 때문에 위험사회의 동반자처럼 등장하기 마련인 감시사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르모트와 비슷한 삶을 살게 됩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기술의 편리함에 빠져버리면 극소수에게 이익이 독점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본질).



우리가 어느 선까지 감시사회(소비의 극대화가 목표)를 허락할지는 집단적 의사가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선택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특히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조세정의에 이르면 정치적 선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촛불혁명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 많은 토론이 필요하며, 기술 발전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에 천착해야 합니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프의 철학이 정치적 구호로 그치지 않게 하려면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미래상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인간을 초라하게 만드는 기술에 열광할수록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절대로 도래하지 않습니다. 기술전체주의의 전 단계인 감시사회는 수명 증가에 따른 1인가구의 증가와 타자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수록 더욱 극성합니다. 



개인정보 제공과 포인트 적립금, 그리고 감시사회… 행복하신지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뉴론♥ 2015.04.22 06:48 신고

    잘 모르던 부분인데 새롭게 알아가네요 애드센스가 업데이트 되서 요즘 머리가 아프네요

    • 늙은도령 2015.04.22 17:36 신고

      저든 아예 그대로 사용합니다.
      뭐, 돈이 덜 되더라도 더 이상 신경쓰기가 싫어서요.

  2. 耽讀 2015.04.22 08:20 신고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이제는 사생활도 없고, 비밀도 없습니다.
    권력은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4.22 17:37 신고

      정말 디지털 감시사회는 위험수위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전자적 기록이 쌓이면 기존의 업체들만 득이 됩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5.04.22 08:42 신고

    저도 어떨때는 깜짝 깜짝 놀랍니다

    발가벗겨진 기분을 가끔 느끼기도 합니다

    • 늙은도령 2015.04.22 17:38 신고

      네, 이제는 되돌리기에는 힘들 정도로 감시체제가 확립됐습니다.
      향후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정말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4. 머무는바람 2015.04.22 12:24 신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인데 정보 감사드립니다.

    • 늙은도령 2015.04.22 17:43 신고

      디지털 사회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제가 통신사업을 할 때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들이 지금 와서 생각하면 빅브라더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5. 루비™ 2015.04.22 12:51 신고

    오오...제가 전혀 모르고 있던 부분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네요.
    너무 감사드리며.....오후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

  6. 나비오 2015.04.22 17:24 신고

    지금 자판을 치면서도 사실 많이 불안해요
    어디까지 들여다 보는 것인지.... 말이죠 ㅠ

    • 늙은도령 2015.04.22 17:46 신고

      전자기록은 파기하지 않은 한 영원히 남습니다.
      우리의 변덕까지 분석해낼 수 있다면 그때는 절대 감시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7. 에쏘 2015.04.22 18:07

    좋은글 감사드려요- 저도 그랬지만 감시사회라는 인식 자체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듯 해요.. 맞춤형 광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 늙은도령 2015.04.22 21:28 신고

      네, 제가 사업할 때 매일같이 생각하던 것이었지요.
      지금 구글이 하고 있는 일을 구글보다 1~2년 정도 먼저 생각하고 사업화를 진행했는데 최근에 들어 현실이 됐습니다.
      감시사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8. 참교육 2015.04.22 20:32 신고

    무서운 세상입니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런 것을 전혀 모르고삽니다.
    무식하면 용감한 것인가요?...ㅋ

    • 늙은도령 2015.04.22 21:28 신고

      그래서 제 같은 사람들이 글을 씁니다.
      님이 교육에 대해 글을 쓰는 것처럼 말입니다.

  9. 하시루켄 2015.04.22 23:10 신고

    영화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사람의 생활이 모조리 컴퓨터에 의해 지배당하는 내용의 영화가 있었는데 그영화가 떠오르네요.
    요즘에는 어디에 접속만 하면 개인정보가 줄줄 새나간다고 하니 겁도 나지만 그렇다고 인터넷 없이 살기는 또 힘들어 졌으니... 참 난감합니다.

    • 늙은도령 2015.04.22 23:14 신고

      그렇기 때문에 기록을 지울 수 있거나, 수집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이 제정돼야 합니다.
      또한 불법적인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사용하면 징벌적 과징금을 물릴 수 있어야 합니다.
      감시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디까지 감시를 허용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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