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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한국정치의 고질병을 보여준 JTBC 밤샘토론



‘성완종 사태, 진실은?’이란 제목으로 진행된 오늘의 JTBC 밤샘토론은 한국 정치가 왜 형편없는 수준에 이르렀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진영논리를 고려한다고 해도 토론자들의 논리적 일관성은 상당히 부족했고, 특히 검사 출신들이 한국정치를 망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보여줬다.





여당에게 불리한 토론주제라 검사 출신을 내보냈겠지만, 리틀 홍준표를 보는 듯한 정준길은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토론 내내 논리적 일관성도 보여주지 못했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발언들은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나 이해도 담겨있지 않아서 교언영색에 가까웠다.



검사란 기본적으로 범죄(혐의가 있는)자를 다루는 전문 직종에 속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들을 심문해서 자백(시인)을 받아 내거나 혐의를 최대한 확정하는 것이다. 혐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고 해도 치열한 공방전이 이루어지는 법정다툼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검사는 피의자를 다루는 노하우가 쌓이고, 전문가로서의 능력이 커진다.



하지만 인간의 경험이란 양면성을 지닌다. 전문성의 강화는 사고의 틀을 특정체계에 고정시키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보면 타 분야나 세상 전체를 보는 시각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유치하거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아무리 검사의 경험이 많아도 그것들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경험은 전문성의 강화(사고의 경직성)를 불러오는 반면에 사고의 유연성을 제한한다. 전문성이 강할수록 세상을 보는 시각이 극도로 좁아지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성의 강화는 일상의 언행에서도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저 사람 검사 같아’라는 말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사는 또한 만나는 사람의 대부분이 범죄자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혐의가 확실할수록 대통령의 가족이나 재벌오너, 현역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다. 이런 직업상의 특성 때문에 검사는 상대적 우월감에 빠지기 쉽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홍준표처럼 성공한 검사거나, 큰 사건을 다룬 경험이 많을수록 ‘내가 옳다’는 독단적 사고가 강화되는 경우가 매우 높다. 또한 누구도 얻기 힘든 정보를 축적했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력도 커진다(언론인 출신이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부패와 비리가 만연된 한국에서 검사 출신들이 정치세계로 진입하는데 유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국회가 입법기관이라고 해서 검사 출신이 많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 검사 출신이 많다. 여기에 검사 출신 변호사(판사 출신도 있다)까지 더하면 국회의원의 구성이 법조인 출신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정치의 본질에서 갈수록 멀어진다. 



법조인 출신 중 인권변호사 경력이 있는 정치인이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것은 정치·경제·사회적인 약자들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군상들의 삶을 이해하는 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체제의 정치인인 이런 경험이 매우 유효하고 중요하다. 정치의 첫 번째 역할이 빈곤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하에서 정치란 선악을 구별하는 것도, 유무죄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수없이 많은 개인과 집단, 계층과 계급 간의 이해의 충돌과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일종의 가치체계인 이데올로기가 개입되는 것도 이 때문이며, 정치인들이 자신이 대의하는 집단과 계층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의 왜곡은 특정 직업군과 계층의 비율이 높을수록 심해진다. 한국정치가 고학력의 엘리트 비율이 높으면서도 국민 전체의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편중현상 때문이다. 국민 대부분이 노동자인데 국회의원 중에서 노동자 출신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고, 청년과 여성, 장애인을 대표하는 의원도 너무나 부족하다.



다당제가 구축되던, 아니면 다양한 의원들이 진출해 국회 내에서 다원적 가치가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가 모르는 경험들을 공유하며 가능하면 국민 전체의 복리를 늘리는 방향의 토론이 가능하게 할려면 국회의원 신분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 



검사 출신의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지 않는 한, 그 빈자리에 다양한 출신들이 들어오지 않는 한 한국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무하다. 지난 70년이 이를 증명했기에 앞으로도 달라질 이유가 없다. 범죄자를 상대해온 검사 출신 정치인의 토론이 형편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