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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비정규직 4년제와 임금피크제가 합쳐지면



시장자유주의 속에서 나타난 정책과 제도 변화는 거의 전부 불평등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철폐되었으며 정부는 전력을 다해 노동조합과 대립했다. 소득세율표는 평준화되었다. 자본이익, 유산, 배당이익 같은 부유층의 주된 소득 원천에 대한 과세는 부유층에게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사의 CEO에게 더 큰 연봉을 안겨주기에 바빴다‧‧‧상층권까지 치솟은 CEO 연봉은 다른 최고경영자들의 연봉과 전문지식의 보수를 순차적으로 크게 늘렸다. 평범한 일반 노동자들의 급료가 정체되거나 심지어 삭감되는 바로 그 순간에 말이다.


                                                                 ㅡ 존 퀴긴의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에서 인용




박근혜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민간기업까지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기업을 위해 온갖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을 시장자유주의의 천국인 사이판으로 만들 모양입니다. 비정규직을 4년으로 늘리는 ‘장그래 양산법’에다 임금피크제를 더하면 이 땅의 임금근로자들은 저임금 비정규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임금근로자 평균 근속기간이 5.5년에 불과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장그래 양산법’은 기업의 핵심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최대의 실정인 비정규직법의 2년도 악용하는 것이 기업일진데, 4년이면 아웃소싱과 파견까지 더해서 전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세계화로 전 지구적 시장이 형성되고, 기업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먹거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뿐입니다. 생산성 향상이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장그래 양산법’은 시장자유주의 정부가 기업의 수익을 늘려줄 수 있는 최상의 법안 중 하나입니다.



메르스 대란 때문에 국민의 관심이 각자도생에 가있는 지금,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민간부분까지 확대적용 하겠다는 것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정부는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호봉제에 따라 고액연봉자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임금을 깎아 청년 고용에 사용하겠다고 합니다.





헌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이 5.5년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년까지 가는 정규직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상시적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중도퇴직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임금근로자 중에서 60세 정년(사오정, 삼팔선, 이태백 등이 현실)까지 갈 수 있는 비율은 더욱 줄어듭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사람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고, 기업에게 신규직원을 채용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부담도 아닙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는 인건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면 가만 나눠도 망하는 것이 자유시장체제의 제1원리입니다. 투자자나 금융권을 상대로 폰지사기를 칠 수 있다면 조금은 버티겠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 교활한 것은 재벌과 대기업 등의 더욱 교활한 것은 재벌과 대기업 등의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은 1년 단위(2년도 줄어들고 있다)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고경영자가 상상을 불허하는 연봉을 가져가는 액수는 오너 일족이 가져가는 것보다는 작지만 대주주를 위한 배당 이익과 직원의 평균연봉과 비교할 때 도둑질이라고 할 만큼 과도한 데도 이에 대한 제한은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70년대 중반까지는 최고경영자나 오너 일족이 가져가는 것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설사 고액을 가져간다고 해도 고소득자에 대한 70~90%대의 세금이 일반적이어서 부의 불평등을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세율은 계속 떨어졌고 현재는 30~4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법인세와 상속세, 자본이익, 배당이득 등의 과세도 반 이상 떨어졌습니다(재정 부족의 실제 이유). 





대처(박근혜)와 레이건(이명박)이 영국과 미국에서 최고지도자에 오르면서 신자유주의 정부는 재벌과 대기업과 손잡고 상위 1%에게 돈을 몰아주는 데만 몰두했지, 하위 99%를 위한 복지체계와 사회안전망까지 축소하는데 혈안이 됐습니다. 그 결과가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의 고착화와 압축성장의 폐해인 각종 위험의 증가와 하층민으로의 전가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정규직 4년제를 통해 아래로부터 인건비를 (최대한도로) 줄이고, 임금피크제 확대로 고액연봉자(뭐가 고액의 기준인가? 얼마의 연봉부터 고액인가? 설사 이들이 고액을 받는다 해도 뭐가 문제인가? 그들은 한 회사에서 20~30년을 일해 온 충성스런 근로자다)라고 질타받는 위로부터의 인건비도 줄이고, 사측이 그들을 파견직으로 다시 써먹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목표입니다.



최저임금 인상도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에서 장그래 양산법과 피크타임제까지 확대적용하면 대한민국이 1대 99사회로 달려가는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공무원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며, 종국에는 모든 임금근로자들에게 회복불가능한 피해가 주어질 것입니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까지 더해지면 신자유주의 천국은 완벽해집니다. 



이 땅의 임금근로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면 피해는 모든 자영업자까지 퍼지고, 내수경제의 초장기침체로 이어집니다.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이 세계 최상에 속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은 OECD가입국 중에서 최하에 속하는 것까지 더하면 왜 우리가 시장자유주의(신자유주의 우파) 정부와 싸워야 하는지 명확해집니다.



세월호참사도, 메르스 대란도, 위안부협상도 정부의 잘못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인데, 우리는 정부의 잘못을 응징할 방법이 없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와 국가와는 별개인데, 국가의 행정을 5년 맡을 뿐은 대통령과 정부가 국가의 근간이자 주인인 국민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요? 대통령과 정부는 기업과 부자들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도록 감시, 통제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