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란 미국 하버드대학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주창한 개념으로, 실물자산을 소유하는 대신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는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를 의미한다. 협력적 소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사용한 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 특정인이 소유한 물건을 타인에게 재분배하는 방식, 실물이 아닌 시간·기술·자금·재능 등을 공유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제공자 입장에서는 잉여 자원을 활용해 수익 발생과 사회적 기여를 실현할 수 있다(양희동 교수의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과 향후 전망」에서 인용).
위에서 인용한 ‘공유경제’의 창시자로 알려진 로렌스 레식 교수가 지난 11일 미국의 노동절인 9월의 첫째 월요일까지 100만 달러가 모금되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함이 아니라 썩어빠진 미국의 정치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한다고 밝혔습니다.
레식 교수는 자신이 당선되더라도 정치자금 제도 개선, 투표일의 국가공휴일 지정, 금융개혁, 당파적인 게리멘더링(특정 후보나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 혁파 등이 담긴 '시민평등법(Citizens Equality Act)'이 입법‧관철되면 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2일에는 미국 상원의원 중 유일한 사회주의자로 알려진 버니 샌더스(무소속, 버몬트)가 뉴햄프셔 주에 위치한 프랭클린피어스대학과 보스턴글로브 신문이 ‘민주당 대선후보의 적합성’을 묻는 공동 여론조사에서 37%를 얻은 힐러리를 누르고 1위(44%)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방대한 자료를 담은 《나 홀로 볼링》과 《평등이 답이다》 등을 보면 뉴햄프셔(미국의 대선은 여기서 시작된다)와 버몬트 주는 미국 51개주에서 가장 평등하고, 사회적 자본과 행복지수가 상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최고의 주들로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의 전통이 강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성남시의 이재명처럼,샌더스 돌풍의 진원지가 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진보 성향의 법학자인 레식의 대선 출마 선언과 19세기 미국의 중서부를 휩쓸었던 사회주의(9개주를 석권했던 인민당이 대표했다)의 전통을 상당 부분 이어받은 샌더스의 초반돌풍은 미국 주류백인의 벽을 넘어야 하지만, 2008년의 금융붕괴가 1929년의 대공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바라는 미국민의 열망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1030세대들이 ‘헬조선’을 외치는 불평등과 차별의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되려면 레식과 샌더스 같은 대선후보가 나와야 합니다. 청년할당(부분적인 기본소득제)을 실시하겠다고 하는 등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또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재벌과 조중동문으로 대표되는 한국 주류 기득권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진보좌파의 가치인 사회경제적 평등(부의 재분배로 이루어지며, 부자에 대한 누진증세가 이를 실현한다)에 기반한 정치적 자유가 가장 필요한 시점에서 이명박과 박근혜를 연속해서 선택했습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못하는 우경화된 나라에서 다음과 같은 레식의 출사표는 국정원의 사찰을 받고, 국가보안법에 걸려 구속되거나 추방될지 모릅니다, 이재명이 수구세력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당하는 것처럼.
레식과 샌더스가 러닝메이트가 돼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미국이 달라질 것이고, 미국이 달라지면 세계는 지금보다 100배는 평화로워지고, 세계경제는 극적으로 살아날 것이며, 공존의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공유경제와 사회민주주의가 합쳐지면 모든 불평등과 불행의 근원인 자유방임 시장경제(아담 스미스가 말한 자기조정 시장)를 인류역사에서 퇴출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 나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참가를 결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음을 선언한다...나는 다른 종류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하고 싶다...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무척이나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 출마하고 싶다. 그걸 이루면 나는 사임할 것이며, 선출된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체제가 문제가 될 때 우리에겐 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그런 순간에 처해 있다. 그 어떤 의미로도 오늘날의 미국에는 대의 민주주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미국 정부가 자기들의 것이 아니라고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큼 더 엄청난 사실은 없다. 엘리자베스 워렌의 표현을 빌자면, '체제가 조작되어 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의 민주주의에 있어 근본적인 도전은 이 조작된 체제를 고칠 방법을 찾는 것이다...모든 사람들, 혹은 적어도 '체제가 조작되어 있다'고 믿는 82%의 미국인들에게는 이 모든 놀랍도록 좋은 개혁들은 우리가 체제의 조작을 해제하고 나서야 가능하다는 사실이 자명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를 거쳐 살아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를 믿을 이유이다... 이것은 시민의 평등이다. 우리 모두가 대의 민주주의에서 가진 권리가 평등하게 대표되게 하는 것이다. 그 권리는 오늘날의 미국에서는 침해되어 왔다. 아주 뻔뻔스럽게 말이다. 캠페인 모금 방식에서, 가난하고 과로하는 사람들이 투표할 평등한 자유를 부정 당하는 방식에서, 미국 유권자 전체가 그들의 시각이 대표되지 못하도록 정치적으로 재단된 선거구로 나뉘어 잊혀져가는 방식에서, 우리는 정치인들이 우리를 속여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이행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 책무는 바로 평등한 시민이다. 그리고 시민 평등을 요구할 권한을 만들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우리는 그 어떤 진정한 변화도 가능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체제는 조작되어 있다. 조작을 풀기 전까지 합리적인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조작 해제를 여러 이슈 중 하나로 다루는 캠페인은 근본적인 개혁에 필요한 권한 확보를 이룰 수 없다. 이 아이디어가 터무니없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옳다...우리의 목표는 이 경선의 중심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도덕적 이슈를 놓는 것이다. 그 이슈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평등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드디어 우리가 약속받은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시민들이 평등한 사회, 아무도 모든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진실을 주장해야 할 필요를 상상할 수도 없는 사회 말이다. 그 진실은 모든 시민들의 삶은 다른 누구의 삶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우리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다. 정치인들이 용납한 부패를 없앨 수 있는 힘을 모은다면, 미국의 위대함은 정부에도 반영될 것이다. 한때는 그랬다. 우리가 마침내 평등한 시민들이 되면, 다시 그렇게 될 것이다(로렌스 레식의 대선출만 선언문 중에서).
《평등이 답이다》ㅡ경제성장과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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