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국정동력을 상실한 박근혜 정부가 조기레임덕에서 벗어나려면 단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통일은 대박’이라는 구호의 실현에 다가가는 것이다. 나머지는 극도의 공안정국을 조성해 새누리당을 친박이 접수하고 정권재창출의 기반을 확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중에서 후자는 성공가능성도 높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물론 보수언론과 서초당(법원이 있다)의 도움을 받아가며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것은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전면전의 위기에서도 황교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극도의 공안정국을 조성하는데 성공했다고 해서 친박이 새누리당을 접수할 가능성이 너무 낮고 위험부담도 너무 크다. 총선에서 공천권을 최대한 확보하고, 새정연과 문재인을 최대한 압박하는 선에서 황교안표 공안정국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국 박근혜가 강력한 국정동력을 회복하려면 전면전 직전에서 이루어진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 일이 너무 커져 합의에 이르는 것이 매우 힘들 것은 알지만, 박근혜의 입장에선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러시아와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공사에 대해 확답을 받아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탈출구가 없는 경제위기(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면 대대적인 남북경협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을 만족시키고 극우세력의 반발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합의가 나와야만 국정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 DMZ 지뢰폭발 사건 때부터 유엔사가 직접 상황관리에 나선 현재, 박근혜 입장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확실한 합의를 받아내야 그 다음이 있다. 



만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오늘 안에 일정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다면 월요일은 한국증시부터 시작해 경제 몰락에 준하는 충격파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 양측의 비이성적 과열(특히 국방부의 대응이 비이성적이고 형편없었고 의문투성이였다)이 너무 컸기에 전 세계는 이번 회담을 주시하고 있다.



문제는 그 대가로 북한에게 넘겨줘야 할 목록들이다. DMZ 지뢰도발에서 대북확성기 재개, 로켓포 발사와 대응사격까지 남북협력과 공존을 위해 양측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하면, 전면전 직전까지 이른 비이성적 과열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바라는 바다.



최악의 가뭄에 직면한 북한의 식량부족을 남한이 해결해주는 것에 더해 금전적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다. 김정일과 노무현이 정당회담에서 합의한 10.4공동선언의 이행이나 5.24조치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밖에도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구들을 내놓을 수 있다. 





필자가 보는 최대의 난제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협상 용이라고 해도)을 받아내기 위해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는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것이다. 김정은이 올해를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의 해로 삼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정권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김정은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은 김일성에 버금가는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이다.



이것을 넘어 주한미군까지 철수하면 핵개발을 포기할 용의도 있다고 제안할 수도 있다. 무력도발과 천암함 침몰에 대한 사과 요구에 맞서 남북공동조사를 역으로 제안했을 수도 있다. 이것들은 미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10월에 방미하는 박근혜에게 오바마를 만났을 때 북한의 대화의지를 전해달라고 했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강한 의지를 표명해야 미국 정부도 북한과의 일괄타협(리비아와 이란 식의 해결)에 나서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고, 오바마 외교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질 수도 있다. 남북한의 여론을 감안할 때 이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남북 고위급회담이 길어지는 이유는 이런 것들이 아니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DMZ 지뢰폭발과 로켓포의 발사의 진실과 책임 여부를 따지는 것으로 회담이 길어졌고, 양측 지도자의 재가를 거쳐 2차 회담을 진행할 리 없다. 국내에서도 박근혜에게 제대로 된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전히 문고리 3인방을 거쳐야 하는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과 박근혜가 회담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남북 고위급회담의 내용이 파격적일 가능성도 높다. 





회담 결과 발표에 무엇이 포함될지 예상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실제적으로 양측이 합의한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중요하다. 박근혜와 김정은이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타는 영광이 주어진다고 해도 이런 상생과 공존의 합의를 통해 평화통일로 가는 확고한 초석이 놓여 진다면, 두 눈 질끈 감고 받아들일 수 있다.  



중국 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2008년의 월가 발 금융 대붕괴보다 더 큰 파장(더블 딥, 디스플레이션)을 불러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념적 지향은 중요하지 않다. 국민과 미래세대의 존엄한 삶과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박근혜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면 양보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필자가 매일같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사회경제적 약자와 미래세대의 행복한 삶이다. 그들이 인간답게 살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인들 양보하지 못할 것인가? 올해 말부터 본격화될 대공황의 공격에서 사회경제적 약자와 미래세대가 최대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번 회담에서 최대한으로 끌어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유독 많이 생각나는 한 주다. 상당수 국민들까지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두렵지만, 그런 경험적 판단은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에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블랙스완》에서 말한 것처럼, 천 일을 잘 살았던 칠면조가 천 하루째 날에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 남북한의 현실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백순주 2015.08.24 05:05 신고

    글을 쓰는 이유...사회경제적 약자와 미래세대의 행복한 삶이시군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따뜻함입니다. 머리와 가슴이 함께 움직이는 곳에서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선생님의 격려가...

    • 늙은도령 2015.08.24 05:16 신고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인간은 가슴과 머리 모두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 이성적이면서도 따뜻한 관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공격적이 된 세상이지만 성공만이 유일한 가치가 아님을, 그래서 느림과 다름의 미학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인류는 진정으로 진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2. 바람 언덕 2015.08.24 08:28 신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치상황...
    그 속에서도 정치권과 이 나라의 기득권은 챙길 건 다 챙기고 있습니다.
    언제나 죽어나는 건 서민들 뿐이지요...
    ㅠㅠ

    • 늙은도령 2015.08.24 16:09 신고

      네, 애국심을 강요받아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서민들이지요.
      저는 종편 등의 선동으로 우리 국민들의 보복심리가 커진 것을 우려합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5.08.24 08:46 신고

    이번 회담에서 얼마나 양보하고 또 얼마나 얻을것인지
    보겠습니다
    지금의 외교력 수준을...

    • 늙은도령 2015.08.24 16:10 신고

      지금은 남북한이 양보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무조건 끝입니다.
      경제위기가 숨겨지고 있지만, 그것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4. 95년생 2015.08.24 23:24

    잘 읽었습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서 지금 이런 상황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고
    왜 회담이 길어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여기저기 떠도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인데
    글을 읽고 많이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늙은도령 2015.08.24 23:28 신고

      현대의 전쟁은 과거의 전쟁과 다릅니다.
      전면전이 일어나면 모두가 공멸합니다.
      특히 전쟁을 경험한 어른들은 대단히 불안해 합니다.
      전쟁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그 참혹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전쟁불사를 외치는 자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빚이 늘어나고 있다. 유대인의 전유물과 다름없었던 신용창출(금융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악덕 고리대금업)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 자본주의라면,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이란 미증유의 거품을 형성한 후 빅뱅의 순간처럼 폭발하기 마련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식적인 빚만 120조 달러(13경원)에 이른다. 어느 나라나 지하경제가 있는 것처럼, 공식적인 빚보다 큰 비공식적인 빚까지 합치면 300조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 전 세계의 자산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구온난화와 토지의 사막화, 각종 환경오염 등을 감안하면 지구적 차원의 자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미증유의 빚을 청산할 방법이 없다.





결국 2008년의 금융 대붕괴를 능가하는 경제 대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지금의 세상이란 지난 250년(특히 지난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폭주에 폭주를 거듭해왔기 때문에, 그 탄력에 관성적으로 달려가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거듭해온 폭주의 속도가 높을수록, 브레이크 능력이 떨어질수록 참사의 범위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처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몰락처럼, 중국과 인도도 이런 대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은 선진국들이 누려온 파티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인류 전체가 종말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지만,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인 저소득층이 대참사의 주된 피해자가 될 것은 분명하다.



소위 비대칭적 종말이라고 하는 것이 이를 말한다. 한국처럼 빠른 성장에 매몰돼 사회적 안전망이 형편없는 나라일수록 비대칭적 종말의 범위는 커질 수밖에 없다. 폭주해온 속도가 워낙 높아서 어떤 브레이크도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주리조트 붕괴사고와 세월호 참사 및 빈발하는 싱크홀, 메르스 대란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변희재가 배후에 있다는 기사도 있었지만, 세월호 유족과 시민들이 단식을 벌이고 있는 장소에서 짐승보다 못한 짓을 벌였던 소위 일베충이라 하는 자들도 이런 비대칭적 종말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들은 지금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는지도 모르고, 똥 같은 놈들의 광기어린 정치놀음에 쓰레기처럼 이용되고 있다.



어차피 인생을 일회용 물품처럼 살아가는 자들이니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할 필요도 없다. 세상에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함께 갈 수 없는 자들이 있기 마련인데, 똥 같은 놈의 궤변에 놀아나는 똥파리와 일본모기 같은 더러운 벌레들까지 신경써줄 여력이 없다. 때로는 비대칭적 종말의 힘을 빌어서라도 이 세상에서 쓸어내야 할 것들이 있다.



세상이 종말에 가까워 오면, 개개인이 의식하지 못해도 사회 곳곳에서 병리적 현상들이 속출하기 마련이다. 대형 사고는 직접적인 피해이기 때문에 눈에 확 띠지만, 소리 소문없이 퍼져가는 병리적 현상들은 막상 자신의 삶을 좀먹을 때가 돼서야 깨달을 수 있다. 국가를 이루는 체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체제도 그 생명이 다할 때까지 돌아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상대하는 제1야당이 자체의 문제로 지랄 염병을 떠는 것도 종말적 병리현상들이 정치의 영역까지 퍼졌음을 보여준다. 언론들은 진실은커녕 사실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방송은 종말의 현상들을 오락으로 포장해내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집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지식인을 대체하고, 성직자들이 정치모리배 행세를 서슴지 않는다.



철학의 죽음은 도덕이나 양심, 정의와 관용의 종말보다 더욱 비참하게 이루어져 부활의 여지도 남아 있지 않다. 세상 곳곳이 사이비들로 넘쳐나고, 달콤한 거짓말이 부패한 진실처럼 행세한다. 2014~15년의 한국이란 지옥이 종말 보다 먼저 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이자, 악마의 교본이다. 차라리 비대칭적 종말을 환영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 스스로 세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지구적 차원의 교정 작업에 미래를 맡길 수밖에 없다. 희망에 대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그리하여 체념의 극단까지 떨어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희망의 단초라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천국에 우리 스스로 이를 수 없다면, 지옥을 깨워서라도 천국을 움직이게 할 수밖에 없다. 역의 역이 정이라면, 부정의 변증법도 하나의 방법이다.





똥 같은 자들의 핏빛 광기와 똥파리와 일본모기 같은 벌레들의 행진에 구역질나는 영광이 있으라. 역한 그들의 냄새가 세상의 모든 곳에 퍼져 지옥을 움직이게 만들라. 예수는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야 영원한 생명과 지극한 사랑을 이룰 수 있었고, 부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나서야 억겁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무한한 자비를 이룰 수 있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야 날개를 펴고, 어둠이 깊어야 새벽이 온다. 아직 더 떨어져야 할 나락이 남았다면, 바닥에 이를 때까지 추락하기를. 그리고 바닥까지 떨어진 이후에는 오직 푸르고 투명한 비상만이 남아 있기를. 부패하고 더럽고 역한 모든 것들은 바닥에 털어버린 채. 소각해야 할 쓰레기들은 지옥에 남겨놓은 채.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중용투자자 2014.09.15 10:19

    경제거품이 사라져도 결국 타격을 입는 것은 99%의 서민이겠지요.
    극소수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될지라도 후손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을 믿습니다. ^^

    • 늙은도령 2014.09.15 15:23 신고

      변희재와 일베충들의 행태는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에 큰 타격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와 상관없이 새정연은 바닥까지 추락해야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극심한 혼란과 분열로 무정부적 상태에 이른 대한민국의 문제들은 보수우파의 경험과 단절의 삼중적인 모순에서 발생하고 있다. 첫 번째로 경험의 관점에서 보면, 극단적인 혼란과 분열은 해방 이후 권위주의와 군부독재 시절에 이룩한 압축성장과 자본주의의 전성시대ㅡ이것도 최근의 연구를 통해 빚의 확대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ㅡ에 대한 구보수의 일방적인 향수가 IMF 환란을 극복해낸 민주정부 10년의 가치들을 부정하면서 발생한다.



또한 IMF 환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신보수와 구보수 간의 정치경제적 권력투쟁이 경험상의 차이를 드러내며 또 다른 형태의 혼란과 분열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모두는 4.19운동과 광주민주화항쟁 및 6.10항쟁으로 이어져온 민주주의의 결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IMF 환란을 극복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모두 다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구글이미지에서 인용



하지만 산업화 세력과 신자유주의자로 나뉘는 이들의 근본적인 경험의 차이는 바우만이 말한 중후장대한 ‘무거운 경제’와 경박단소한 ‘가벼운 경제’와의 차이이기도 하며, 동시에 이승만과 박정희로 대표되는 식민지근대화론과 권위주의적 독재에 대한 구보수의 긍정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민주화 세대의 신보수의 차이이기도 하다.



이들은 민주정부 10년 동안 무섭게 성장한 진보좌파의 세력화에는 공통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구보수는 참여정부의 4대개혁입법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반감을 가진 반면 신보수는 이에 대해 조금은 유연한 편이다. 구보수와 신보수의 차이 중에 나이나 세대를 들먹이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구글이미지 인용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 내에서도 이들의 경험적 차이는 다양한 정책과 지향점에서 갈등과 혼란을 야기시켰고, 주류와 비주류라는 위치 변동만 있었을 뿐, 이들의 갈등과 혼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족벌언론들도 이런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기도 하고, 그들에게 불리할 때는 맹수처럼 달려들기도 한다.



헌데 경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단절이다. 구보수나 신보수나 할 것 없이 2008년 미국의 금융 대붕괴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인 경제 대침체로 이어지며, 자본주의체제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자 공통의 경험이 뿌리 채 흔들리는 단절에 직면했다. 그들은 근대이성이 현대성을 이루며 확고해진 무한한 진보와 결과의 낙관론에 노예들이었다.



그들은 세계화의 긍정성을 찰떡같이 믿었지만, 신자유주의 40년의 현실이 극도의 불평등과 지구온난화라는 종말적 현상들로 귀결되자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었다. 부수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주가 돼 자신들까지 종말의 위험에 처하게 할지는 몰랐다. 작금의 상황이란 그들이라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들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그들이 찰떡같이 믿어온 것들이 뿌리부터 무너지는 것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행태를 결정해온 기회주의자들이 단 하나의 탈출구도 주어지지 않을 때 경험하는 공황상태와 거의 동일하다. 그들은 지금까지 주장해온 것들을 밀고 나가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자니 어마어마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들은 후자를 택했고,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며 갈 데까지 가보자는 자포자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처럼.



이 두 권의 책은 연달아 읽으면 현대 정치에 대한 이해를 늘릴 수 있다.



헤겔의 변증법과 뉴턴의 만류인력에 의해 기존 질서와 체제는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해야 하고, 다윈의 진화론과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에 의해 적자생존의 법칙들이 유효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이란 두 개의 축이 모두 다 무너지고 있다. 정치권력이란 보잘 것 없이 찌그러들었고, 초국적기업과 거대 언론의 도움 없이는 현재의 지위도 유지하기 힘들 정도다. 집권을 위해서라면 좌파 특유의 정책도 복사해서 사용해야 한다.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과 세월호 참사에 이어, 끊이지 않는 대형 사고들과 GOP 총기난사사건과 각종 폭력사건들이 속출하고, 건축물 붕괴와 초미세먼지의 습격 및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과 동공처럼 난개발의 후유증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자, 이들은 현대성의 단절이 가하는 전방위적 압박과 습격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현재의 무정부 상태는 여기에 기인한다. 단순히 세월호 참사 때문만이 아니다. 



구보수건, 신보수건 경험과 단절의 이중적인 모순에서 발생하는 인지부조화에 단기적인 반응밖에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해도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일사분란한 질서의 효력이란 과거의 경험에서나 존재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한국의 우파들이 제왕적 대통령과 과반수 이상의 의원들을 확보한 상태에서도 국정 동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를 비즈니스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치가 비즈니스화 됨에 따라 정부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민영화됐기 때문에 정치 본연의 기능이 상실됨을 깨닫지 못했다. 이런 권력의 민영화는 자신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사적독점 집단과 거대 언론의 도움 없이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보수우파들이 느끼는 정치권력의 무력함은 자신이 자기 무덤 판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또한 이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진보좌파의 가치와 정책들을 피상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끌어다 쓰는 바람에, 선거에서는 승리했을지언정 정작 자신의 정체성이 파괴되고, 갈수록 무력해지는 정치권력의 헤게모니 때문에 실패한 자들이 돼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보수우파는 더 이상 스스로의 논리나 가치로 서있을 수 없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로 변질됐고, 국가의 공권력을 빼면 사적독점의 집단들과 거대 언론의 도움없이는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기 힘들어졌다.



                                                                       구글이미지에서 인용



이들은 작금의 혼란과 분열을 일소하기 위해 권위주의 독재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초국적기업과 거대 자본 및 족벌언론도 이런 퇴행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방임 시장경제란 국가의 혼란이 크고, 사회적 불안이 클수록 최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어느 나라나 공통적인 현상으로, 신자유주의에 내포된 필연적인 과정이며, 바로 여기서 세 번째 모순이 발생한다.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국가인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혼란과 갈등으로 국민이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유령이 다시 살아나는 것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우파의 해석이 온갖 논리적 모순과 오류에 빠져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TV토론에 나오는 보수우파의 패널들을 보면 시정잡배보다 못한 자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분명 우파의 위기이자 정체성의 붕괴가 분명한 시기이며, 개입주의와 자유방임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한국판 시장경제의 위기이기도 하다. 더 이상은 기회주의적인 땜질식 처방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며, 장기적으로 집권세력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지금보다 더 큰 불법들을 동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국민들에게 극도의 불만을 불러일으키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혁명의 기운으로 폭발할 때 보수우파가 설 수 있을 자리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은 승리했고 집권했지만 그것이 불안할 정도가 된 것이다. 승자의 역설, 그것이 한국의 보수우파가 처한 정신적 아노미현상이자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의 핵심이다. 문제는 한국의 진보좌파도 비슷한 위기와 모순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다음 글ㅡ언제 올릴지 알 수 없지만ㅡ에서는 거의 전멸의 수준에 이른 한국의 진보좌파의 위기와 해체를 다루면서, 그들의 무능력과 조급함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못지않게 참여민주주의의 위기와 퇴행 및 축소가 심각할 정도로 악화됐다는 사실을 다루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완벽한 민주주의에서 무정부적 자유주의(미국식 신자유주의)로 퇴행한 미국에서의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완벽하게 제시했던 프랑스혁명이 전체주의의 한 형태인 공포정치로 변질된 과정과 이유에 대한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   

  1. 참교육 2014.08.22 07:40 신고

    새누리를 비롯한 우리나라 보수란느 사람들.... 그 사람들은 이해관계로 방황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친일 혹은 수구 기득권세력이 아니겠습니까?
    보수의 청체성을 찾는다는 것 부터가 웃기는 일입니다.

    • 늙은도령 2014.08.22 17:54 신고

      새누리당에 있는 자들이 보수우파의 본 모습을 갖추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보수우파들은 합리적인 분들이 많아요.
      저와 이념적으로 많은 토론을 해도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새누리당에 합리적 보수우파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새누리당 내에 있는 악질 친일 부역자 후손들을 걸러내야 합니다.
      그러면 진보좌파도 새롭게 구축될 것입니다.
      지금의 진보좌파는 너무 공부도 부족하고 미래 비전도 제시 못하니 그들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2. 새 날 2014.08.22 10:58 신고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3. 태봉 2014.08.22 14:49

    공부 잘 하고 갑니다^^

  4. 영감 2014.08.27 13:48

    세상이 평평하다는 말이 있죠.
    세계 경제가 개방되어서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프리카에도 있고 남미, 아시아 어디든지 있어요.
    그래서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불가능한 상상의 이념이 되었는데도 우리 민족은 순진한 모양입니다.
    국가가 적정한 통제를 통해 소수의 경제집중을 막아야 하는데
    다국적 거대기업을 제어할 수 없으니 신자유주의를 거부할 수 없고요.
    친일 부역자를 걸러내려고 하면 더욱 발광하게 되고 서민들만 힘들어질거예요.
    아쉽지만 면죄부를 주고 잊어버리는게 낫습니다.
    나쁜 기억을 계속 가지고 있다보면 정신병이 되는 것이고 우리가 피폐해집니다.
    늙은도령님께서 쓰신 것처럼 신자유주의 경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수 진보 모두의 과제일 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4.08.27 14:37 신고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은 중요합니다.
      허나 완벽한 체제는 없는데 체제를 타락시키는 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악질적인 자들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중 0.01%밖에 안 됩니다.
      헌데 그들이 우리나라의 핵심부에 있어요.
      그들이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냥 조용히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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