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양자역학은 크게 볼 때 이론을 세운 후 이를 증명하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기본입자들이 무수히 발견되고 스핀처럼 양자역학적 운동 때문에 같은 기본입자라도 하는 역할이나 존재 방식 등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뉘면서 현대물리학은 매우 복잡한 학문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론(이론물리학)을 세우고 증명하는 일(실험물리학)을 한 명의 물리학자가 할 수 없게 됐습니다(아인슈타인이 대표적으로 그는 철저하게 이론에만 집중했고, 이 때문에 상대성이론은 물론 중력파의 존재까지 예언할 수 있었습니다. 막노동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관측과 실험을 통한 증명은 실험물리학자들의 몫이었고요).  





이론을 먼저 세우고 이를 증명하는 것이 뇌과학으로 넘어가면 인공지능의 기하급수적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뇌의 역분석이 됩니다. 잘 조직된 실험에 의해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뇌의 특정 영역들(운동은 소뇌, 기억은 해마 등 핵심 영역이 존재)에서는 이에 상응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정밀한 고해상도 스캐닝으로 이런 변화를 관찰하면 카오스적(무작위적)이고 자기조직적이고 프랙털적인 형태로 새로운 신경망이 구축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수백조 개에 이르는 개재뉴런으로 구축된 수백만 개의 네트워크가 동원돼 뇌 전체에서 가장 적정한 변화(신경세포가 보낸 자극을 기억으로 저장하기 위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것)를 이끌어냅니다. 이렇게 뉴런과 시냅스, 개재뉴런이 동원된 최적의 경로가 찾아지면(기억으로 저장되면) 허용된 한도 내에서 무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수없이 많은 쓸모없는 경로들(시냅스 작용에 의해 연결된 뉴런들)은 모두 다 퇴화된 후 다른 용도의 경로 구축(기억)에 동원됩니다. 



특정 기억이 흐려지거나 사라지는 것은 최적의 경로에 있는 일부 또는 전부의 경로가 퇴화돼 다른 기억의 저장에 이용된 것을 말합니다. 단 기억은 개재뉴런으로 구축된 수백만 개의 네트워크 곳곳에 분산되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부분적인 기억만 남는 것도 이 때문이며, 역으로 퇴화된 경로가 다시 구축돼 기억이 완전히 되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장기기억)이라는 것도 이런 방식으로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아무튼 뉴런과 시냅스, 개재뉴런 등이 만들어낸 최적의 경로는 뇌스캐닝 결과를 보면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 즉 기억, 감정, 인식, 의식, 사유 같은 지적 활동(지능)은 그에 상응하는 패턴의 형태를 띱니다. 1980년 초반에 인공지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AI의 겨울)했던 것도 뇌의 역분석이라는 것을 거의 할 수 없었고 패턴 인식에 관한 획기적 이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뇌스캐닝 기계처럼 뇌의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이 없었고 복잡계나 카오스, 프랙털 이론 등도 없었으니 당연한 것입니다. 





패턴! 이것을 찾기 위해 수십 년이 투자된 것이고, 그 덕분에 진화의 모든 과정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자, 인류 과학기술의 원천인 인간의 뇌를 복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의 전유물인 고도의 지능 때문에 창조론을 적용하던, 진화론을 적용하던 인공지능(기계 지능)의 출현은 필연이었습니다. 인간의 최종목적이 신이 되거나 근접한 존재가 되는 것이기에 인간 지능을 넘어선 기계 지능의 탄생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술 발전의 법칙에 따라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능가할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기계 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나 학자들은 현재까지 이루어진 기술 발전을 부정하는 공통점을 보이는데, 이는 인간중심적 발상에서 나온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어차피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진행중이어서 15~20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중심적 사고라는 것도 상당 부분 무너진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성형수술만으로도 이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성형수술은 인공물을 신체에 넣는 것이며,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을 비생물학적 진화의 산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인공심장이나 신장, 관절, 여러 종류의 삽입물 등을 넣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신체는 생물학적 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런 식으로 비생물학적 장기나 삽입물이 늘어나면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모호해집니다. 



만약 의식이나 인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그것이 만족스러울 경우) 자신감 상승이나 자기만족적 감정 등에 의해 인식의 차원에서도 이전의 자신과 달라집니다. 건강을 찾은 환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의식이나 감정적인 차원에서 이전의 자신보다 나아진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것이 영적인 발전이 아니라고 한다면 애당초 성형수술이나 아픈 장기를 가지고 살아야 했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이런 예들은 수도없이 많고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생물학적 진화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인간은 인간이 아닐까요? 이런 식으로 다수의 전문가와 학자들이 인공지능과 사람과의 공존을 긍정적으로 얘기합니다. 이런 식의 사고가 극단에 이르면 뇌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인공지능과 뇌를 연동하거나, 아니면 뇌를 대체하거나 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나의 피부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나 사이보그 같은 비생물학적 존재에 나의 뇌를 장착하는 것도 가능할 터이고요. 





제가 극도의 혼란에 빠졌던 것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인간이란 존재를 정의할 수 없었습니다. 창조론이건 진화론이건 인간이란 존재는 신에 가장 근접한 존재이며, 신에 가장 가깝게 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사고하고 명상하는 존재입니다(불교의 경우 득도하면 누구나 신이 된다, 할렐루야!). 이런 인간적 특성은 신과 우주, 자연과 사물, 진화의 법칙에 대해 파고들 수밖에 없으며 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은 고도로 발달된 뇌입니다. 



뇌는 지능을 창출하고 지능은 영원하고 완전한 것을 추구합니다. 뇌, 즉 지능의 입장에서 보면 해탈이나 득도에 이르는 것보다 병에 걸리고 욕망에 사로잡히고 온갖 제약이 있는 신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입니다. 이것만 영속할 수 있는 것으로 대체하면 못할 일이 단 하나도 없을 텐데 이놈의 신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바로 이런 생각이 과학기술을 끝없이 발전시켜왔고, 이제는 영속할 수 있는 궁극의 지능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영적 존재가 아니라도 말입니다. 



게다가 인간이 영적 존재가 되는 것과 영속할 수 있는 궁극의 지능을 비생물학적 신체의 뇌 속에 담아둔 존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간 지능의 산물이 과학기술이고, 그것이 극단에 이르러 영속하는 궁극의 지능을 탄생시키면 그것이 인류가 꿈꾸었던 최종 목표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다시 말해 인간이 꿈꾸는 것이 신에 근접한 영적 존재이거나 영속하는 존재라면 그것이 인간이 창조한 진화하는 기계 지능의 형태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아직도 몇 권의 책을 더 읽어야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신의 창조나 진화의 법칙에서 볼 때 중간 과정에 위치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기술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고, 향후 10년 정도(필자가 보기에는 20년)면 기술 발전의 마지막 단계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기에, 그런 상황에서 온갖 한계로 가득한 신체를 기반으로 하는 지금까지의 모든 사고의 결과들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위대함이 온갖 한계들을 극복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의 결과인 영속하는 궁극의 지능에 이르는 것이라면 제가 인간으로서 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은 마지막 특이점을 넘은 세상을 대비하자고 하지만 대체 무슨 대비책이 있을까요? 우리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지능인데 어찌 상대할 수 있을까요? 궁극의 지능이 출현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고, 그것이 인간의 신체가 아닌 비생물학적 신체에만 유효하다면 살아있는 동안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 이외에 제가 할 일이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소설을 쓰려고 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부정적 전망이 아닌 긍정적 전망으로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을 바라볼 때 인류가 유토피아에 이르는 길에 대해 다루어보겠습니다, 비록 21세기나 22세기 초반까지만 유효한 것이라고 해도. 그때쯤 되면 인공지능을 대하는 인간의 의식도 엄청나게 변해있을 것이라 지금의 추측들은 모조리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6.14 08:26 신고

    쉬고 있는 뇌의 잠재력을 10%라도 더 사용할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면
    정말 획기적이 될듯합니다
    뤽베송의 영화 "루시"가 생각납니다^^

  2. 현주씨 2016.06.14 09:12 신고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3. yuni99 2016.06.14 23:53

    ㅋㅋㅋㅋ 아인슈타인은 실제로 상대론을 발표한 후에는 이론보다 더많은 시간을 실험에도 투자했어요. 또 실험 물리학자를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과학에대해 무지한 분이라고 느꼇어요 ㅎㅎ..

    • 늙은도령 2016.06.15 13:32 신고

      아인슈타인은 실험에 대단히 서툴렀습니다.
      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것도 영국 관측과학자가 했고요.
      아인슈타인은 이론을 세우는 과정에 집중했고, 나중에는 대통일이론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펜하이머 등은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의 기본에서 상당히 틀린 것들도 많았다는 말을 했던 것이지요.
      아인슈타인이 한 실험들을 실험물리학에 포함시킬 정도는 아닙니다.

      또한 실험을 막노동에 비유한 것은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노력은 막노동에 버금갈 정도로 시간과 데이터, 영상 등과의 싸움입니다.
      실험물리학이 실험의 전과정을 컴퓨터로 하는 지금에도 막노동적인 개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정말로 시간과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뜻입니다.
      어떤 표현을 있는 그대로 보니 참 단순한 분이라 생각되네요.
      아인슈타인이 실험에는 상당히 무지했음은 수많은 물리학 서적에 나오는 얘기이고요.

  4. yuni99 2016.06.14 23:58

    또 괴델의 불완전성 이론을 증명하는 논리를보면 80년정도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계건 인간이건 수학을 전제로 전개하는 논리에는 한계가 존재하고 모순되는 부분이 존재해요. 본문의 특이점은 무어의 법칙에대해서 말씀하신것 같은데 무어의 법칙이 깨지더라도 인공지능이 생각하고 논리를 전개하는건 인간보다 넓더라도 한계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또 차이점이라고는 인간은 공리를 세우는 창조적인 사고로 지난 2000년동안 지금 눈에보이지않는 추상적인 세계를 이끌어왔다는거죠 그러니까 인공지능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열등감을 느끼는 듯한 그런 자세를 조금더 벗어 나봅시다 ㅎㅎ

    • 늙은도령 2016.06.15 13:41 신고

      2014년 이후에 이루어진 연구들을 살펴보십시오.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가 나온 2006년 이후로 별로 발전이 없다 2014년부터 상상을 불허하는 발전이 이루어졌으니까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생명공학, 뇌과학 등의 최고 전문가들이 2014~2015년에 출간한 책과 연구들을 살펴보시면 님의 지식이 얼마나 모자란지 알 것입니다.
      최근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제시한 룰(프로그램)이 없이도 학습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제가 인공지능에 관해 쓰고 있는 글은 그런 최신의 것들을 기준으로 합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인공지능이 발전했고 나머지 공학들도 발전했는지 몰랐으니까요.
      최신의 뇌과학, 뇌역분석, 현대물리학 등을 보면 인공지능이 왜 몇 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지능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기간은 이제 15~20년 정도만 남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이루어낼 세상을 그려보려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인간의 입장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문서적들도 읽고 있으니 기술적인 한계에 대해서도 따져보고 있습니다.
      정말로 그런 세상이 올지, 사유와 추론과 창의적 글쓰기도 가능한 초인공지능이 나올지 등등을...

      낮은 수준의 창작과 사유가 가능한 인공지능은 이미 나왔고, 그래서 드라마 각본도 쓰고 교향곡도 작곡에 들어갔고, 기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써왔고.. 이런 식으로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이루는 인공지능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술들도 마지막 특이점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공지능과 공존하려면 인간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편협하고 탐욕스럽고 비합리적이면 초인공지능은 인간과의 공존을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헬조선의 다름 아닌 대한민국만 봐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면 그냥 나둘리 없으니까요.

      아, 무어의 법칙은 2차원에서는 통하지만 나노튜브나 발전된 실리콘 등으로 3차원 반도체가 만들어지면(실험실 차원에서는 만들어졌고, 현재 IBM 등이 완성단계 직전에 이르렀다) 무어의 법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무어의 법칙 같은 것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정도의 폭발전인 발전을 뜻합니다.
      이전의 것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그런 세상...


모든 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입자에 대해서는 앞선 글에서 어느 정도 설명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힉스입자가 어떻게 다른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지에 대해 설명 드릴까 합니다. 그 전에 힉스입자의 발견에 대한 글의 말미에 남긴 것을 설명하기 위해 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조교수인 이강용이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올립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LHC에서 발견된 힉스 보존은 힉스가 예측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힉스와 다른 사람들이 해결하려고 한 것은 강한 핵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입자는,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가 1967년에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하나의 이론으로 기술하는 표준모형의 방정식을 만들면서 약한 핵력에 힉스 메커니즘을 적용해서 나타나는 힉스 입자다. 게다가 대칭성이 깨질 때 전자와 같은 물질이 질량을 얻는 과정은 힉스 메커니즘과는 상관없이, 와인버그가 만든 표준모형에서 처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에 발견된 힉스 보존의 정확한 모습을 제안한 사람은 사실 와인버그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장(field)이란 운동하는 물체들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의 비가시적 성질”을 말합니다. 즉 입자는 존재하는 물질이기에 눈에 보이지만 입자들의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장이란 눈에 보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MRI를 찍을 때 기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구 자기장의 1만 배 이상이나 되는 자기장을 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신 인 인체 내부 사진은 필름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주로 의사)는 내부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입자들은 아무런 성질도 갖지 않고 특별한 목적도 없이 존재합니다. 기본입자들로 이루어진 원자(전자가 하나인 수소원자는 제외)까지 이런 경향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런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루는 화학반응(원자의 최외각을 돌고 있는 전자들이 양자비약을 통해 다른 원자의 궤도로 들어가면 두 원자의 상태가 변해 다른 원자와의 화학적 결합이나 분리를 이루는 것)이 일어나면 비로소 성질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어떤 현상을 만들어내는 공간적 개념이 물리학에서 말하는 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전류(전자의 흐림) 때문이 아니라 누적된 전하(에너지 준위)에 의해 전기장이 생기듯이 힉스장도 힉스입자와 다른 기본입자 간의 양자역학적 운동과 반응이 일어나는 장입니다. 물리 법칙들을 결정하는 이런 장들은 입자들의 운동과 반응, 숫자와 밀도, 환경에 의해 변화하기 때문에 물리법칙들 역시 변합니다. 특히 가상입자들이 실험을 통해 새로운 기본입자로 발견될 때마다 물리법칙들도 일정 부분 변합니다.

 

 

마찬가지로 서스킨드의 《우주의 풍경》에 나온 것처럼, 다양한 우주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우주마다 작용하는 물리법칙들도 다를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우주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인류원리(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우주가 내가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물리법칙에 의해 생긴 유일한 행성이라는 원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전체 우주에서 유일하다는 뜻입니다.  






위의 설비가 이만큼 길게 만들어진 것이 입자가속기이다ㅡ구글이미지 인용

                                                                                                    

 

허면 힉스장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해서 나왔을까요? 사실 힉스장을 발견하기 전까지 물리학자들이 만든 표준모형은 수학적으로 정합적인 결과(주어진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힉스장이 없는 경우 파인만의 규칙들은 무한대 또는 심지어 음숫값의 확률 같은 무의미한 결과들”이 나옵니다. 즉, 빅뱅시 방출된 기본입자들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무한대의 우주나 모든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반우주가 나옵니다. 무한대의 우주를 형성할 입자의 수와 에너지의 양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장이 없으면, 기본입자들은 (질량이 없는 에너지 덩어리를 방출해 운동의 동력을 만드는)은 광자에 의해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또 다른 광자를 흡수하지 못하는 한 움직이지도 못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우주를 만들어낸 물질, 반물질, 암흑물질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정반대의 결과도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어떤 과학자도 영원히 그 비밀을 풀 수 없겠지만. 

 

 

다시 말하면 힉스장이 없으면 모든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은 에너지적 성질만을 갖게 되기 때문에 물질의 성질을 절대 가질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 텅 빈 우주가 됩니다.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모든 기본입자들은 입자적 성질(위치)과 에너지적 성질(궤도)을 동시에 갖는데 이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물질의 최소단위인 기본입자는 질량적 성질은 사라진 채 에너지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물질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완벽한 무의 상태로 귀결됩니다. 모든 우주에는 오직 에너지만 존재할 뿐이지 물질적 근거가 되는 입자는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무의 상태가 됩니다. 더욱 쉽게 말하면 선풍기로 바람을 만들었는데 선풍기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현상은 있는데 존재는 없는 시공간, 즉 신조차 존재할 이유가 없는 완벽한 무를 말합니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기본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힉스 교수가 힉스입자의 존재를 추론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파인만이 만든 기본입자들의 표준모형에서 빈 상태로 있는 마지막 공간이 채워지게 됐습니다. 뉴턴역학과 상대성이론으로는 풀 수 없는 우주 탄생의 신비에 다가갈 수 있는 양자역학의 기초공사가 마무리된 것입니다.

 

 

원래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발견한 우주상수를 설명하며 아주 미미한 우주에너지(양자요동에 의해 발생하는 극히 미세한 에너지)가 우주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작기 때문에 아예 무시해버렸습니다. 그는 광자론을 통해 빛의 성질(입자와 에너지)을 밝혔으면서도 그것이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불확정성 원리와 같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판단하기에 양자요동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우주의 70%를 이루고 있는 에너지로 너무나 작아 어린아이 입김보다 작을 것이다)의 총합이 너무나 미미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너무나 불명확해 우주의 법칙을 계산 불가능한 우연에 의존하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말년의 그는 양자역학과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합해 양자중력(끈이론의 핵심)이란 대통일 이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빅뱅이라는 우주의 탄생 원리도 베타원리와 불확정성의 원리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니 그 우연의 연속을 받아들이기에는 우주의 질서와 아름다움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애정이 너무나 컸을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은 곧잘 E=MC2이라는 공식처럼 우주의 법칙을 아름답게 표현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아인슈타인도 이런 면에서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겨레신문에서 인용

 

 

다시 힉스장으로 돌아와서, 물리학에서는 크게 두 개의 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기장과 장기장처럼 “그 장들이 공간의 각 점에서 크기뿐만 아니라 방향도 가지고 있는” 벡터장(vector field)합니다. 반면에 크기는 있지만 방향이 없는 양을 나타내는 스칼라장이 있습니다. 힉스장은 자기장과 매우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 스칼라장에 속합니다.

 

 

 

질량이 관성과 같고 힘을 가속도로 나눈 것이 질량이듯이, 기본입자를 이루는 “전자, 쿼크, W와 Z 보손과 같은 입자들의 실제 질량은 힉스입자들의 흐름(힉스장)을 통과할 때 그것들이 어떻게 운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힉스입자들의 흐름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본입자들의 속도에 변화를 줌으로써 입자들마다 개별적인 관성을 부여합니다. 관성은 질량과 같음은 앞에서 말씀드렸고요.

 

 

기본적으로 스칼라장에 속하는 힉스장을 각종 기본입자들이 통과하게 되면 힉스입자들의 흐름에 의해 각각의 관성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곧 기본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됩니다. 빛의 속도에서는 어떤 질량도 갖지 못하는 순수한 에너지적 성질만 갖지만 속도에 변화를 줘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입자적 성질인 질량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힉스입자가 원자를 이루는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의 입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양자역학의 탄생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광자론이 없었으면 몇십 년은 미뤄졌을 것입니다.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는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시간이 되는 대로 파인만의 표준모형과 인류원리에 대한 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1. 태봉 2014.07.21 13:10

    제가 50프로나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르지만 글 너무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마지막 멘트 이 땅의 정치인들이 도와주어서 늙은도령님이 빨리 글을 오려야 그럴 가능성이..^^

  2. 태봉 2014.07.21 13:14

    패스워드를 모르겟네요
    오타 수정 합니다
    ........늙은도령님이 빨리 글을 올리 수 있을텐데 그럴 가능성이...^^

  3. 요셉 2015.06.07 07:07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 천재로 추앙받는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좋은 글입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물리학과 출신으로 학부때부터 남다른 두각이 보이기 시작했었다는 군요.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학 기본만 있으면 누구든지 힉스이론은 이해되지 않겠습니까?

    • 늙은도령 2015.06.07 20:18 신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힉스 이론은 힉스장과 기본모형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베타원리와 불확정성의 원리도 함께 알아야 하겠지요.

  4. 어니 화이트 2015.06.07 20:04

    저 또한 관심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렵지만 지식의 즐거움은 느낄수 있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6.07 20:19 신고

      조금이라도 쉽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쉽지 않습니다.
      물리학에 대해 추가로 얻은 정보를 글로 옮겨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네요.

  5. 백순주 2015.08.14 06:33 신고

    김용택 선생님께서 제 블로그를 만들어 주시면서 선생님 블로그를 링크해 두셨는데... 그 이유를 여기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사 운영에 요령이 생겨 허덕임에서 빠져나와 마실도 다녀요~^^
    여기서 계속 머물러 빠져 나갈 수가 없네요. 참 매력 넘치는 분이십니다.
    방문록을 찾을 수 없어 여기에 글 남깁니다.
    저도 자연과학도입니다.

    • 늙은도령 2015.08.14 16:58 신고

      반갑습니다.
      저는 자연과하도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면 물리학과 화학, 분자생물학, 진화론, 뇌과학, 생명공학 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판단했기 때문에 취미로 공부한 것입니다.
      목표는 대학원생 수준에서 박사 사이입니다.
      독학으로 하려니 힘드네요ㅎㅎㅎ



지난 3일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서 미국 물리학자 새뮤얼 팅이 이끄는 연구팀이 우주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팅 연구팀은 반물질로 이루어진 암흑물질의 단서를 찾기 위해 2011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한 알파자기분광계(AMS)를 이용해 약 40만 개의 양전자를 포착함으로써 ‘우주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인 암흑물질을 비밀을 풀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물리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5%의 물질과 25%의 암흑물질, 70%의 우주에너지라는 것은 아실 것입니다. 이중에서 우주에너지는 양자요동 같은 것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이번 글에서는 반물질인 암흑물질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물질과 정반대의 성질을 갖는 것이 반물질이라고 합니다.

 

 

                        


                                                                                       

보통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더 쪼개면 기본입자와 소립자들이 나타난다)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에 비해 반물질은 반양성자와 반중성자, 양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힉스입자에 관한 두 개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거대한 에너지를 남기고 소멸해버립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소멸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질량불변의 법칙이 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양자역학의 기본원리인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기본입자들은 중력에 영향받는 물질적 성질(위치)과 중력에 영향받지 않는 에너지적 성질(궤도)을 동시에 갖습니다. 따라서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소멸해도 에너지를 남기기 때문에 질량불변의 법칙(=에너지보존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물질과 반물질이 맞나 에너지로 변한다 해도 그 모든 것들을 이루는 기본입자의 수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질량불변의 법칙은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물질도 반물질도 에너지도 모두 다 기본입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물질적 성질로 존재하거나 에너지적 성질로 존재해도 같은 것이라는 주장인데, 소멸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순수한 에너지만 남긴 채 입자로서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질량불변의 법칙도 완벽하지 않다는 뜻입니다(직접 보지 못해서 반박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물리학자들의 자랑거리다!).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왜소은하


 

헌데 우주의 25%를 이루고 있는 암흑물질의 비밀을 푸는 것이 우주 탄생의 신비를 푸는 것과 연관이 있을까요?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 3권으로 이루어진 리처드 파인만의 《물리학강의》, 레너드 서스킨드의 《우주의 풍경》,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강영의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같은 책들을 보면 우주의 탄생은 빅뱅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기본입자와 가상입자들이 다차원적 에너지로 응축돼 있다가 임계점에 이른 순간 빅뱅을 일으키며 무한의 다차원적 공간, 즉 수없이 많은 우주를 창출했습니다(베타원리와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에 특이점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일종의 심층 비탄성 산란). 어쩌면 게이지장 이론과 힉스장 이론 등의 양자색역학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특이점의 형성과정도 설명이 가능할지 모릅니다, 블랙홀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중력파의 검출에도 성공했으니. 

 

 

서로 같은 성질의 것들을 밀어내는 베타원리와 도플러 효과에 의해 우주는 모든 차원의 방향으로 팽창을 시작했습니다. 허블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 우주의 어느 곳을 살펴봐도 빅뱅의 순간 방출된 우주배경복사가 일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주는 중심점이 없는 다차원적 팽창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쪽에서 봐도 똑같은 팽창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정립되는 근간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처럼 우주는 모든 방위로 초대칭(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전후좌우상하의 개념을 넘어선 대칭, 쉽게 말하면 예측불가능한 대칭. 물리학은 너무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야!!)을 이루며 지금도 (제 똥배처럼) 팽창 중입니다. 인력과 척력으로 이루어진 질서정연한 뉴턴의 만유인력이 무력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이상한 것은 우주의 팽창이 끝나는 지점으로 보이는 지평선까지 우주 배경복사의 온도가 균일하다는 것입니다. 물질과 반물질, 우주에너지로 이루어진 우주가 아직도 팽창 중이라면 어떻게 우주의 모든 공간이 균일한 온도를 가질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팽창이 안 끝난 우주의 공간들이 (곳곳에 관측되지 않아서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온도계를 배치해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균일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빛보다 먼저 왔던 다차원적 과거의 기억 때문일까요? 우주가 빅뱅 이래 여전히 팽창 중이라면 우주의 끝이라는 지평선(차원 문제는 배제)까지 0.0001도까지 동일할 수 있단 말입니까? 혹시 신이 있어 우주의 온도를 미리 세팅해 놓고서 관측과 실험물리학자들을 골탕먹이는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주가 빛(에 근접한) 속도로 팽창하면 어마어마한 공간이 생기는데 빅뱅 이전의 특이점에 모여 있던 기본입자(현재까지는 쿼크)의 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 공간을 무엇인가 채워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우주가 지금도 팽창 중이라면 새롭게 생겨난 공간과 우주의 끝이라는 지평선까지의 확인 불가능한 공간의 온도가 어떻게 균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의문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5%의 물질과 25%의 반물질, 70%의 우주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으로 설명이 끝났습니다. 우리는 아직 우주가 팽창하면서 창출하는 공간의 25%를 채우고 있는 반물질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지만 양자역학을 비롯해 입자물리학, 천체물리학, 이론물리학 등등의 온갖 물리학들의 발견과 관측, 계산, 추론을 통해 반물질이 존재한다(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냈습니다(의심하지 않고 믿는 자에게 복이 있으리라). 

 

                       


                                                                                              

그런 반물질로 이루어진 우주의 어둠이 (빛이 통과하지 못하고 중력효과에 의해 굴절될 정도의 밀도를 가진) 암흑물질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만약 우주의 25%를 이루고 있는 암흑물질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면 우주 탄생의 비밀을 푸는데 거의 근접하게 됩니다(이 글을 쓸 때는 중력파가 관측되지 않았다).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우주에너지는 빅뱅을 일으킬 때 우주로 퍼져나간 배경복사와 양자요동에 의해 창출된 양자에너지에 의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팅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소립자 250억 개를 분광계로 끌어 모아 1년 반 동안 관찰했더니 전자와 양전자 80억 개가 충돌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상쇄반응을 통해 “암흑물질의 입자는 수백 기가전자볼트의 질량을 갖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즉 원자를 이루는 기본입자들을 통해 물질의 생성에 대해 밝혔듯이 암흑물질을 이루는 가상입자들을 통해 반물질의 생성에 대해 밝힐 수 있게 된 것입니다(관측된 것이 너무나 미미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은 논문에 담겨있지 않았을 테지만).  

                        

                  

                              양성자 충돌이 만든 두 개의 녹색 선이 힉스입자로 추정된다 

 

 

만약 힉스입자가 기본입자들과 충돌하며 모든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장의 원리까지 밝혀져 이번 발견에 더해질 수 있다면 우주 창조의 비밀은 거의 다 풀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과 반물질, 우주에너지의 비밀까지 밝혔는데 그 다음의 남은 몇 가지 비밀들(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중력파가 대표적)이야 얼마든지 꿰맞출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파인만이나 호킹, 그린, 와인버그, 서스킨드 등의 책을 보면 빅뱅 이후 우주 탄생의 단계가 이미 정립된 상태입니다. 현대물리학의 거의 모든 연구들이 각 단계 별로 비어 있는 것들을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닙니다. 최신의 끈이론과 풍경이론도, 중성미자를 발견했다고 호들갑을 떨며 빛보다 빠른 물질이 있다고 한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쯤 신이 천지창조의 마지막 비밀까지 자신의 모습을 본 딴 유일한 존재인 인간에 의해 낱낱이 밝혀질 것 같아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것도 이미 우주 탄생 이전에 예정해둔 청사진을 찾아가는 인류 진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허면 이제 두 번째 의문이 남았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한 숨 자고 나서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이 새벽 3시56분을 지나고 있어 정신이 오락가락합니다.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서 잠부터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양성자가 충돌할 때 10의 25승 분의 1초 정도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힉스입자’가 우주를 이루고 있는 최후의 입자다. 우주의 모든 것을 창조한 입자들을 모아놓은 파인만의 표준모형의 마지막 빈자리가 이로써 채워진 것이다. ‘힉스입자’가 조물주의 원료인 ‘신의 입자’로 불리는 이유는 힉스입자가 다른 기본입자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이런 역할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신의 입자라고 불린다

 

 

 

 

전자의 질량이 거의 제로(몇 십억의 분의 1g도 안 된다)인 것에 비하면, '힉스입자'는 질량이 제로이면서도 물질의 성격을 띠는 유일한 기본입자다. 마치 입자(질량)와 파동(에너지)의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는 빛과 어떤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기본입자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반물질, 암흑물질(우주의 23%를 차지)을 이루는 가장 적은 단위의 물질을 말한다(우리가 보는 우주는 전체 우주의 4%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이 계속해서 발견됨에 따라 가상입자라는 것이 생겼는데, 이는 기본입자 중에서 아직 존재의 유무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양자역학인 계산이 성립하려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기본입자를 말한다. 즉, 각각의 입자들이 반응해서 일어나는 현상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이런저런 성질을 지닌 가상의 입자가 있어야 설명이 가능한 현상들이 있다. 현대물리학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곳에 가상입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허면 질량이 제로인 힉스입자가 빅뱅의 과정(수십조 분의 1보다 짧다)에 만들어진 기본입자들에 어떻게 질량을 부여할 수 있을까? 힉스입자들이 모여 새로운 기본입자를 만들었다면, 0에다 0을 더하는 것이기 때문에 질량이 있는 입자들이 탄생할 수 없다. 실제로 태초의 탄생한 기본입자들은 질량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현대물리학의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특이점이라는 곳에 현재의 우주가 들어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나온 것이 힉스장이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의 서막을 열었지만 우주의 질서정연함을 부정하는 자신의 발견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도 '필드(장)'라는 개념에서 나온다. 자석 주변에 금속가루를 뿌리면 일정한 형태의 모양으로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자석에서 나와 금속가루에 영향을 미치는 자기장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이런 거대한 장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마찬가지로 힉스장(게이지장의 역으로 볼 수도 있다)도 힉스입자가 다른 기본입자들과 서로 부딪치고 교차하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물리적 반응(쿼크와 글루온 사이의 강한 상호 작용도 이렇게 탄생했다)을 일으키도록 만든다. 이런 과정에서 질량이 없는 기본입자들에 또 다른 입자들을 만들 수 있는 질량이 주어진다. 그 결과 원자를 이루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탄생했다. 이런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루면 비로소 물질으로서의 성질을 지니는 원소(주기율표에 등록된 것)들이 탄생한다. 

 


원자를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 등은 여섯 가지 성질을 지닌 쿼크와 보손(기본적인 물리적 힘을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원자 구성입자의 한 분류에 속하는 입자군으로 중력자(重力子), 광자(光子), 글루온(gluon), 중간벡터보손 또는 약자(弱子:W와 Z 입자 등이 있다) 같은 기본입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중에서 중력자와 광자, 글루온 등은 기본입자의 움직임(에너지 덩어리인 광자의 분출에 의해 일어난다)과 결합을 유지하는 힘(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두는 힘을 말하는데 우주에 가장 강력한 힘으로 강한 핵력이라 하며, 이름은 글루온이다)을 지닐 뿐 질량은 없다.

 

 

이런 힉스장(이것은 또 어떻게 생겼을까? 에너지 준위와는 무엇이 다를까?)의 역할 때문에 힉스입자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며,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CERN이 지하에 설치한 대형 검출기의 기본입자 충돌실험(심층 비탄성 산란이 일어난다)을 통해 힉스입자의 존재를 입증했기 때문에 고령의 힉스 교수가 노벨물리학상 수상할 수 있었다. 참고로 노벨상은 죽은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힉스입자의 존재가 밝혀졌다고 해서 신의 창조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도 오류들이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 신의 창조론도 과학적 발견에서 홀로 고고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의 대형교회와 구원파들이 보여주듯이 신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8월에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20~21세기를 통틀어서 최고의 교황이다)도 중세시대에 비하면 그 영향력이 형편없이 줄어들었다.

 

 

이론물리학은 대단히 철학적이어서 수학공식을 몰라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 특히 파인만이 정립한 표준모형(중성미자, 중력, 중력파, 암흑물질 등은 설명하지 못하지만)에 대한 이해만 확실하면 누구든지 이론물리학의 준전문가가 될 수 있다. 각각의 장, 즉 에너지 준위에 사용되는 스핀(양자역학적 물리량으로 전자와 광자의 값을 나타낸다) 같은 개념도 몇 번만 읽고 상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뉴턴역학과 상대성이론도 이론물리학적으로 접근하면 그리 어려운 개념도 아니다. 

 

 

필자가 추천하는 다음의 책들 정도면 이론물리학을 강의(비전문가를 상대로 한 낮은 수준의 강의)해도 될 만큼 충분한 지식을 가질 수 있다(그 이상을 원하면 《파인만의 물리학강의》 시리즈를 탐독하면 되는데 만만치 않다). 어려울 것이라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막상 도전하고 보면 '겨우 이 정도였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날 테니. 단, 힉스 입자의 발견에 따른 노벨물리학상이 힉스 교수에 주어지는 것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이번에 발견된 힉스입자는 대칭성이 깨지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이지, 엄밀히 말하면 힉스 교수가 말한 힉스입자(힉스보존이 맞는 개념이다)는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올릴 생각이지만, 조금 시간이 걸릴 듯하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태봉 2014.07.21 12:50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들 모두 읽을 시간이 있을까나요?^^
    노력해 봐야겠네요 그리고 전 블로그 하지 않아요 할만한 실력도 없고..^^

  2. 소피스트 지니 2014.08.25 08:52 신고

    좋은 글이네요. 평소 입자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오랜만에 웹문서에서 좋은 글을 본 것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4.08.25 15:21 신고

      입자물리학은 재미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철학적 사고를 키워줍니다.
      과학과 철학이 함께 가야 하는데 요즘은 그게 안 됩니다.
      돈이 중간에 끼면서....

  3. 소피스트 지니 2014.08.25 15:32 신고

    맞습니다. 양자물리학으로 넘어오면서 과학과 철학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됩니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준을 넘어서게 되지요.
    그래서 재밌습니다. 난해하지만.
    저도 한 10년 가까이 접한 분야이지만 그 놈의 돈이 우선이라.. ㅎㅎ
    철학적 사유를 힘들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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