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와 남북한의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공동체 구축을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은 민주적인 방식으로의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서, 남한이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목표 중 최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레드라인에 근접한 상황에서 장밋빛 미래만 말하는 통일(아무리 포장해도 흡수통일의 형태가 된다)보다는, 남북한의 합의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제시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에 공을 던졌습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은, 필자가 며칠 전 썼던 "북한의 ICBM 발사,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글과 똑같은 접근(필자가 뒷걸음 치다 쥐를 잡은 격)이라는 점에서 현실의 엄중함에 기반한 실용적인 지혜(제가 아닌 문 대통령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되찾아온 이상,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과 합의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6.15선언과 10.4선언)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민주정부 10년에 비해 현재의 상황이 많이 변했다 해도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한반도의 상황이 많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운전자도 민주정부 10년처럼 대한민국의 수중으로 들어왔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제제는 그들의 방식대로 진행되겠지만, 중국이 이에 협조하지 않는 한 운전자가 네비게이션의 경로를 새로 탐색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하루라도 빨리 복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대한민국의 입장과 생각을 진정성 있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도 동의를 이끌어내 체제를 보장할 것이며,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공동체를 지향할 것이며, 이를 위해 언제라도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한 것도 실현가능한 최대치를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포괄적 제안과 함께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평창올림픽 참가 등을 제안함으로써 신뢰 회복을 위한 미시적 접근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미국 상하원 지도자들과의 만남, 시진핑과의 짧은 만남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서두른 것 때문에, 이에 대한 국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특히 문재인 지지층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G20에서 성명 채택 이상의 것들을 얻기는 힘들 것입니다.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드 배치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나오기까지의 1년 정도인데, 그 안에 북한의 응답을 받아낸다는 것이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은 물론, 주한미군 철수와 사드 배치 무효화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미국과 우리 내부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북미의 종전협상을 넘어 수교(북일 수교 포함)까지 이른다 해도 주한미군 철수로 상징되는 한미동맹의 약화를 보수진영과 수구세력들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폐기와 미사일 개발을 불가역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그에 대한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패권전략을 중단할 가능성이 전무하고, 호시탐탐 한반도 재진입을 노리는 일본의 야욕과 러시아의 돌출행위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과 중국, 북한과 일본이 유로존처럼, 아니 유로존보다 한 단계 높은 경제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다면 모를까, 북한과의 항구적인 평화체제와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까지 협상의 테이블에 올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작동불능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미시적 차원의 결과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민주당이 북한과의 항구적인 평화체제와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공동체 구축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채 3년 후의 총선에서 전체 의석수의 2/3를 확보할 수 있다면 상징적 차원의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중단)까지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평화란 없지만, 북한과 미국,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그 근처까지라도 가려면 포괄적 협상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80~90% 정도는 돼야 합니다. 



북한의 ICBM 발사와 갑자기 빨라진 사드 배치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북한을 한시라도 빨리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현재의 시점에서는 더욱 강화된 대북제제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G20의 폐막에 맞춰 발표될 공동성명에 강력한 경고 이상의 것들이 포함되면 북한과의 협상은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중동을 필두로 한 기득권언론과 야당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고 물고늘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요. 





사드 배치 찬반에 대한 국내의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면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력에 상당한 숨통을 틔워줄 테지만, 이를 위해 북한과의 평화협상 체결 전까지 한시적인 사드 배치를 결정한다면, 한미FTA협상과 이라크파병으로 지지층의 대거 이탈을 경험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에 따라 다음 수순을 예측할 수 있겠지만, 이번 만큼 힘겨운 다자외교의 데뷔전도 없을 듯합니다. 



마음 같아선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내지르고 싶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갈렸으며, 북한과 미국, 중국과 일본 등 어느 한 나라도 만만치 않아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당장 해체해도 모자랄 국민의당까지 '추미애 대표의 세련되지 못했지만 더 큰 목표가 있어 보이는 머리자르기 발언'을 핑계로 '국회일정 거부'라는 파렴치한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문재인 대통령의 근심거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7.07.08 08:26 신고

    북한이 쉽게 답을 보내 오지 않겠지만 평화를 위한 제안에
    적극 화답하기를 기대합니다
    평화적인 공존 노력을 적극 지지하는 바입니다

    • 늙은도령 2017.07.08 15:48 신고

      그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래야 적폐청산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2. 둘리토비 2017.07.09 20:16 신고

    뉴스를 분별해서 보고 있습니다
    각종 넘치는 이슈들이 정말 사람 피곤하게 하죠

    저 베를린 선언이 더욱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면 좋겠습니다


매년 7월 4일이면, 즉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면 어김없이 발작을 일으키는 북한이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본토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993km를 날아간 ICBM(미국과 러시아는 반 정도만 날아갔다고 하지만)이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는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은 여기에 고도화된 핵탄두를 탑재하면 미국 본토를 방사능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면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릴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글로벌 금융위기)을 끄느라 북한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던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라는 '북한 개무시'로 한반도를 완전히 방치했던 것에 비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는 것으로 탄핵의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 트럼프의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오마바 8년의 '전략적 인내'와 이명박근혜 9년의 적대적 공생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처지도 계산에 넣은 것이 분명하고요. 



박근혜 정부가 싸놓은 최악의 똥덩어리인 사드 배치에 대한 국내의 찬반여론도 고려한 것이 분명합니다. 사드 배치 문제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푸는 운전대를 되찾아온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최대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 없으니까요. 만에 하나 문재인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한 창의적인 해법이라도 나온다면 북한의 입장은 '대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니 두려웠을 것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관해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점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국내의 여론은 물론, 사드 배치에 관한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의 셈법에 무한대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몸값이 한껏 올라가는 것에 비해 이해당사국들이 합의점을 찾는데 더욱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레버리지로 동북아의 패권을 다투는 한,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판단일 가능성도 높고요. 남북한이 상대와의 통일을 절대과제로 두고 있는 한에서는 영구적인 체제 보장이 허구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남한은 북한에 대해, 북한은 남한에 대해 상대적 우위(흡수통일을 지향한다)를 갖기 위한 노력을 멈출 가능성이 없다면,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의 번영이란 어차피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요. 





ICBM 발사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국제사회가 북한을 완전히 고사시키는데 합의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북한의 선택이 제2의 한국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100%이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의 ICBM 발사는 G20 정상회담에서 국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의 제한을 가한 것은 확실합니다. 



수없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욕먹을 말이지만, 필자는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포괄적 합의에 이르려면 북한을 통일의 대상에서 공동 번영의 대상으로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을 절대과제로 두는 한에서는 상대에 대한 압도적인 우위나, 그에 준하는 어떤 일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평화체제 구축이 통일로 가는 필요불가결한 과정이라면 국방에 들어가는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도 없고요.



민주적인 방식으로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이 최선의 미래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핵심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과 미국을 포괄적 합의에 이르는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는 남북한의 군사력이 강해지는 것을 반길 이유가 없고요. 통일 이후의 대한민국이 미국과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정도의 대국화로 가는 것도 두려울 테고요. 통일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넘칠 만큼 많은데, 해결의 방식이란 극도로 제한돼 있습니다.



저는 통일을 목표할 수 있는 궁극의 가치로 두되, 보다 현실적인 접근방법(평화체제 구축과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공동체 구성)을 고려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영원히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런 다음에 남북한이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 번영에 합의할 수 있다면, 우리가 꿈꾸는 평화통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7.07.05 21:31 신고

    이적찬양고무죄만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참겠습나다 다만 자주국방을 노래처럼 부르던 대한민국 개망신입니다.

    • 늙은도령 2017.07.05 22:51 신고

      미국이 마시일 발사거리를 제한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ICBM을 개발했을 것입니다.
      ICBM은 대한한 기술이 아닙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50년대에 개발했으니까요.
      북한의 그리 대단한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2. 과유불급 2017.07.06 07:13

    북한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법은 미안하고
    서글픈 말이지만 없다고 봅니다. 단지 평화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것이 없다는 개인적 바램입니다.한반도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은 강대국에겐 포기할 수 없는 군사적 경제적 이권이 걸려있으니

    • 늙은도령 2017.07.06 16:26 신고

      통일에 집착하다 보니까 너무 많은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통일에 대한 열망을 내면화하되, 보다 현실적인 방안들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북한과 남한의 분단은 너무 오랫동안 유지되어서 그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고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7.07.06 08:30 신고

    고양이도 쥐를 쫒을때 도망갈 구멍을 남겨 놓고
    쥐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고양이를 공격하는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7.07.07 06:13 신고

      일단은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번영의 경제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외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4. 추노 2017.07.06 10:25

    우리 민족이 분단의 땅에서 살게 된 것이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듯이 통일이라는 것 또한 우리의 의지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 실정입니다.
    아직도 외세의 영향력 아래에 머물러있는 현실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실을 바르게 직시하는 깨어있는 시민이 필요합니다.
    일제침탈 후 지금까지 이 땅에선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그 누구도 지지 않았기에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 밖에 없는 단초가 되어 버렸고,
    정치와 경제, 언론과 사법 등에 만연한 부정부폐와 거기에 기생하는 적폐는 과거사의 미정리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을 무시한체 통일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이러한 논리는 대한민국에 대한 주변국들이 이제껏 우려먹었던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분단된 국가이며 휴전국이라는 논리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조롱당해야 할까요?
    서로를 적대시 하기만 한다면 통일은 요원해질 뿐입니다. 이또한 주변국들이 바라는 것이고요.
    촛불이 이룬 새로운 정부에 희망을 두는 것은 적폐청산입니다.
    꼬인 실타래를 풀지 않고서는 새옷을 짤 수 없기 때문이며, 가슴한켠의 멍울을 풀지 않고서는 정의를 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늙은도령 2017.07.06 16:27 신고

      내부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적폐청산이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이 기회에 썩은 것들을 최대한 도려내야 합니다.

  5. 그노시스 2017.07.06 11:37

    동의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