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폭발과 나선  

  

 

다윈은 생존과 존재를 위한 투쟁(생존경쟁)을 가장 강조했지만, 존재와 생존이 하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 목적이란 바로 번식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수컷의 장식이 정적인 암컷의 선호도의 영향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하지만, 피셔는 암컷의 선호가 수컷의 장식과 보조를 같이하며 진화한다고 생각했다. 

 

 

수컷은 암컷에 대해 매력적으로 보일 때 많은 것을 얻는다. 반면 암컷의 경우에는 확실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수컷에 대해 매력적으로 보여도 그다지 이득이 없다.

 

 

유전자자 몸 안에 있어도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암컷의 선호에 관해서는 유전자는 비록 암컷의 몸에서만 발현하지만 수컷의 몸에도 들어 있다. 따라서 수컷의 꼬리에 작용하는 유전자는 비록 암컷의 몸에서 발현되지 않아도 암컷의 몸 속에 들어 있다...수컷이든 암컷이든 모든 개체는 수컷에게 특정 성질을 가지게 한 유전자와 암컷에게 그와 완전히 똑 같은 성질을 가지게 한 유전자 양쪽을 모두 가질 가능성이 높다. 즉 수컷의 성질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암컷에게 그 성질을 좋아하게 만드는 유전자는 개체군 속에 제멋대로 뒤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한데 연대해 있는 경향이 있다...교미가 가능한 여섯 마리의 수컷 중에서 단 한 마리의 수컷만이 큰 하렘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사회에서는 다수파에 속하는 암컷들이 좋아하는 방향을 추종해야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에너지나 비행 효율과 같은 실용적인 비용을 능가하고 남을 정도로 크다.

 

 

그렇다면 최초에 다수파 암컷들에게 그런 선호도가 발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암컷의 대다수가 실용적인 최적값보다 짧거나, 또는 실용상의 최적값과 일치하는 길이의 꼬리를 좋아하게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이 실용성과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에 대한 답은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실제로 많은 종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수컷이 긴 꼬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선택될 때, 긴 꼬리에 관여하는 유전자만이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그 강한 연대 때문에 긴 꼬리를 좋아하는 유전자도 함께 선택된다. 다시 말해 암컷이 특정 길이의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택하게 만드는 유전자는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유전자의) 복제를 선택하는 점이다. 이것은 자기 강화 과정의 본질적 요소이다. 한마디로 자동적으로 그들 자신을 유지시키는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 이 힘은 진화를 같은 방향으로 지속시키는 경향을 낳는다.

 

 

근연 개체에 대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유전자가 자연선택에서 유리하게 되고, 그 이유는 오직 그것과 완전히 동일한 유전자의 복제가 그 개체의 몸에 존재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혈연관계라는 것은 유전자가 다른 개체의 몸에 있는 자신의 복제를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단지 우연히 자신의 복제를 돕는 효과를 가지는 유전자가 어쩔 수 없이 개체군 가운데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가질 뿐이다.

 

 

선택의 불일치가 0이라는 것은 두 종류의 서로 대립하는 선택이 완전히 상쇄되어 진화적 변화가 멈추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계를 평형 상태라고 말한다.) 분명 선택의 불일치가 클수록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실용 선택의 인력에 저항해서 암컷이 행사하는 진화적 인력이 강해진다. 여기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특정 시점의 선택의 불일치의 절대값이 아니라 선택의 불일치가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한다는 사실이다...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점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따라서 세대 교체에 따라 불일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조건에서 개체군은 가장 가까운 평형점에 낙착할 것이다.(부의 피드백)

 

 

가령 그 결과가 행운이든 불행이든, 우연한 사건을 통해 수컷의 수가 어떤 주기성을 띠고 임의적으로 변동하면서 그 시스템이 자주 교란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실용 선택과 성 선택의 결합을 통해 개체군은 수많은 평형점 중에서 가장 가까운 한 점으로 반드시 복귀할 것이다. 어쩌면 그 점은 이전과 동일한 평형점이 아니라 평형점을 나타내는 직선에서 조금 위쪽이거나 또는 조금 아래쪽에 위치한 다른 점일 것이다. 따라서 개체군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평형점의 직선을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현실에서는 직선이 한 점으로 축소되는 편이 경제적이다.

 

 

여러 가지 경향, 특히 실용적인 기술에서 나타나는 경향들은 경박한 유행과는 달리 거의 가치 판단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없이 개선으로 인정된다...인간 생활에는, 뚜렷한 경향을 나타내면서, 어떠한 명백한 의미에서도 그 경향이 개선과 연결되지 않는 측면이 많이 있다.

 

 

6억년 이전의 과거를 알려주는 화석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극히 적다. 화석 기록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백은 실제로 오직 한 세대에서 일어난 돌발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대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돌연변이, 즉 큰 효과를 가지는 돌연변이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일어났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진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돌연변이가 특정한 종의 유전자 풀에 결합되어 있는지, 아니면 그 역으로 자연선택을 통해 항상 제거되는지의 여부이다.

대돌연변이의 잘 알려진 예로는 초파리의 촉각지가 있다. 이것은 DNA의 복사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며 실제의 돌연변이다.

 

 

어떤 식으로든 큰 폭의 조정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상의 질이 향상될 가능성이 극히 작지만, 현미경 제작자나 사용자가 의도한 최소의 조정폭보다 미세한 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개선될 확률은 거의 정확하게 2분의 1임은 거의 확실하다.

이제 움직임이 작으면 작을수록 향상이 이루어질 확률이 2분의 1이 되는 한편의 극단에 가까워지고, 움직임이 크면 클수록 향상이 이루어질 확률이 0이 되는 또 한편의 극단적인 경우에 가까워진다.

 

 

이 가정은 현미경이 비유에서 맡은 역할에서 비롯된다. 임의의 조정을 거치기 전의 현미경은 돌연변이를 일으킨 동물을 나타낸다. 또한 임의의 조정을 거치기 전의 현미경은 돌연변이를 일으킨 동물의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은 정상적인 부모를 나타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점차 그 정도가 커지는 돌연변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돌연변이가 커짐에 따라 점점 이익이 적어지는 점에 도달하며, 반대로 계속 그 크기가 감소하는 돌연변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점차 돌연변이가 유리해질 수 있는 확률이 50퍼센트가 되는 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 그것들이 진화적 변화의 토대가 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 돌연변이가 어느 정도  가에 대한 논의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실제로 발생하는 돌연변이 중 일부는 확실히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더군다나 그 중 일부는 어떤 의미에서  돌연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진화 과정에 결합되었다는 것이 그 답이다.

 

 

도약 진화에 대한 반론으로써 복잡성 논의 DC8 개량형의 대돌연변이에 적용될 수 없는 이유는 거기에 관계되는 변화의 성질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전혀 대돌연변이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순진하게도 최종 산물인 성체만을 관찰하는 경우에만 대돌연변이로 보일 뿐이다. 배 발생의 과정을 살펴보면 배에 대한 명령에서 나타나는 아주 작은 변화가 성체가 되었을 때 외견상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미소돌연변이에 불과하다. 단속평형설은 가끔 도약 진화와 혼동을 일으킨다.

 

 

종의 기원이라는 문제에 대한 다윈의 답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말하자면, 한 종이 다른 종에서 유래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생명의 계보를 나타내는 나무는 계속 가지를 뻗어 나가는 나무이다. 이 말은 복수의 현생 종을 추적해 들어가면 단일한 선조 종에 닿게 됨을 뜻한다.

 

 

단일한 선조를 가진다고 생각되는 어떤 종의 구성원들은 모두 서로 교잡이 가능하다. 어쨌든 많은 사람에게 단일 종이라는 표현의 의미는 바로 그런 것이기에 종 분화가 어려운 문제처럼 보인다. 자연선택의 영향이든 우연의 영향이든 두 대륙의 동물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제 더 이상 두 종이 서로 분리해서 완전히 다른 종이 되는 과정에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한두 마리의 뒤쥐가 산맥 너머 저지에 도착...시간이 경과하면서 한쪽 개체군의 유전적 조성에서 발생한 변화는 번식을 통해 그 개체군 전체에 퍼져 나가지만 다른 개체군에게는 확산되지 않는다. 그러한 변화 중 일부는 자연선택에 따라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어떤 원인에 의해 유전적 변화가 일어났든 그러한 변화는 번식을 통해 각각의 개체군 내부로 확산되고 두 개체군 사이에서는 절대 확산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두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분화되어 간다. 즉 점차 서로 다른 종이 되어 가는 것이다...몇몇은 그들의 선조 종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와 사촌의 자손들과 만난다면 그 유전적 구성이 완전히 분화된 상태여서 교잡이 불가능...잡종도 불임이 된다...자연선택은 양쪽 중 어느 한쪽의 개체가 상대의 종 또는 품종과 잡종을 만들려는 편애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에 상응하는 벌을 준다. 이것으로 자연선택은 산맥이라는 우연성의 개입과 함께 시작된 생식 격리의 과정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종 분화는 완성된다. 이제 한때 같은 종이었던 두 종이 존재하고 이 두 종은 서로 교잡하지 않고 같은 지역에 공존할 수 있게 되었다.

 

 

선조 중에서 자손 종으로의 이행이 급작스럽고 변덕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단지 우리가 어떤 한 장소에서 나온 일련의 화석들을 관찰할 때 진화상의 모든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진행 중인 사건, 다른 지역으로부터 새로운 종이 도래하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다윈은 화석의 불완전성 때문에 고민했지만, 일반적으로 진화는 우리가 대부분의 화석을 발견하는 곳과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그의 이론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점진설의 주장은 각각의 세대가 이전 세대와 약간의 차이만을 가진다는 것이다...실제로 그들이나 그 밖의 단속론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결국 다윈의 주장이라고 가정되는 진화 속도가 일정하다는 신념이다...단속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급격한 진화도 지질학적인 기준으로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수만 년이나 수십만 년이 걸린다.

 

단속평형론자들은 진화에 있어서의 도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진화의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단속론자들의 신념을 가장 정확하게 특징짓는다면 점진주의적이지만, 긴 기간의 평형 상태(진화적인 정체)가 빠르고 단계적인 변화들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단속된다.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물론 종래에 간과되었던 현상인 긴 정체기이다. 이 긴 정체기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설명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다윈 『종의 기원』제4판의 구절  많은 종은 일단 형성된 다음에는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종이 변화하는 기간은 연수로 측정하기에는 무척 긴 기간이지만, 그 종이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기간에 비한다면 무척 짧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점진설 내에서도 (점진적인) 진화의 속도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다양한 신념을 구분할 수 있다.

 

 

선택적 육종을 수 세대에 걸쳐 진행시킬 경우, 이용 가능한 유전적 변이를 모두 써 버리게 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변이가 바닥이 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날 대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우리가 선택적 육종을 할 때 항상 최초의 저항을 받는다는 사실은, 그 계통이 야생 상태에서 아무런 변화 없이 수 세대 동안 존속되어 왔다면,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방향으로 향한 자연선택압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종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그 상태(야생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개체가 변화하는 개체보다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단속론자가 다른 다윈주의 학파와 다른 점은 오직 한 가지, 즉 정체기를 적극적인 힘을 가진 무엇으로, 단순한 진화적 변화의 결여가 아니라 진화적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저항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어쩌면 이 사실이야말로 그들이 범한 오류의 핵심일 것이다...신의 창조는 도약이 최대한으로 이루어진 극단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영혼이 없는 점토에서 완전한 형태의 인간으로의 궁극적인 비약이다...다윈의 관점에서는,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론의 핵심은 복잡한 적응의 존재를 기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결사적으로 다윈주의를 믿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진화 그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부류는 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흔히 정치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인해 다윈주의가 가지는 메커니즘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경우이다. 그 중에는 자연선택이라는 사고방식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냉혹하고 비정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자연선택을 임의성과 혼동한 나머지 자신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더 나아가 다윈주의를 인종차별주의와 그 밖의 동의할 수 없는 부대 의미들을 내포한 사회다윈주의와 혼동하는 사람도 있다.

 

 

세 번째 부류에는, 대중매체라고 그들 스스로 부르는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포함된다. 어쩌면 기자들은 신문 잡지의 좋은 기삿거리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이론이 무너지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다윈주의는 이미 오래 전에 확립되어 체제가 정비된 이론이기 때문에 저널리스트들에게는 군침 도는 먹이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평판 높은 학자가 현재의 다윈주의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비판의 암시를 토해 놓으면, 결과적으로 그 사실은 열심히 과장되어 완전히 균형을 잃을 만큼 부풀려지게 마련이다...과학자가 현재의 다윈주의의 미묘한 의미에 대해 품고 있는 약간의 의혹을 조심스럽게 속삭이면, 원래 자신이 한 말이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이 왜곡되어 열심히 기다리고 있던 확성기에 의해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수밖에 없다.

 

 

6  생명 탄생의 기적 

 

 

기적은 그것이 어쨌든 일어난 사건이라면 단지 엄청난 우연과의 조우일 뿐이다. 사건들은 칼로 두부 자르듯 자연스러운 사건과 초자연적인 기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무한한 시간 또는 무한한 경우의 수가 주어진다면 어떤 일인들 불가능하랴?

 

 

창조주는 아마 매일매일 일어나는 진화 과정을 통제하지 않을 것이다. 창조주가 호랑이나 염소를 설계하거나 나무를 만들지는 않지만, 태초의 복제 기구와 복제자, DNA와 단백질을 만들어 놓았고, 그 결과 누적적인 자연선택이 일어나 모든 진화 과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은 자가당착에 빠지는, 근거가 박약한 주장이다.

 

 

DNA와 단백질은 모두 부분이 동시에 존재할 때에만 지탱할 수 있는 안정되고 우아한 아치의 두 기둥이다. 따라서 최게 어떤 받침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것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해야 하지, 그러지 않고 그것들이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생겨났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그 받침대는 초보적인 형태의 누적적인 자연선택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하며, 그것의 성질은 추측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그 받침대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어떤 복제자를 기초로 한 것이어야 한다.

 

 

케언스스미스는 최초의 복제자가 진흙이나 점토에서 발견되는 무기물의 결정들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결정들은 거의 대부분 흠이 있다. 그리고 일단 흠이 생기면 그 위에 새로 생기는 층에도 그 형태가 그대로 복사된다...결정 속 원자 수준에서 생긴 흠은 레이저 디스크 표면에 만들어진 흠보다 훨씬 작다. 따라서 결정은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점토와 다른 광물 결정들이 하는 역할은 지구상에 최초로 출현한 저급한 수준의 복제자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어느 순간에 고급 수준 DNA로 만들어진다. DNA가 복제될 때 복제 효소와 같은 정교한 기구가 필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시에 그 결정에는 흠이 생긴다. 그것들 중 어떤 것은 결정이 자라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층에서 복제된다. 결정이 자란 후에 몇 개의 조각으로 부러지면 그것들은 새로운 씨를 뿌리는 셈이다. 그리고 각각의 조각들은 부모 결정이 갖고 있는 흠의 형태를 그대로 물려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원시 지구에서 복제, 증식, 유전, 돌연변이를 보여 주는 광물 결정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복제자가 자신의 복제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성질인 위력이라는 요소가 부족하다. (248~258p 참조)  

 

 

지구에서 스스로를 복제하는 미생물을 탄생시킨 몇 가지 혹은 대다수의 비생물적인 화학 반응과 과정이 지구 역사의 초기에 점토 광물의 표면이나 다른 무기 분자의 표면에 아주 근접한 곳에서 일어났다.(D.M.앤더슨)...케언스스미스는 점토 결정 복제자가 초기에 사용한 것이 단백질이나 당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RNA 같은 핵산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RNA 같은 분자들은 음의 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점토 입자를 끌어 모아 곁을 둘러싸게 만드는 성질이 있다. RNA나 그와 비슷한 분자들이 스스로를 복제하는 분자가 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광물 결정,  유전자 RNA(또는 비슷한 물질)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RNA가 스스로 복제되도록 만들었다.  RNA의 자기 복제 능력은 RNA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RNA는 자기 복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일단 새로운 자기 복제 분자가 탄생하자 새로운 종류의 누적적인 자연선택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복제자는 본래 찬조 출연자였지만 원래의 결정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나자 그 역할을 넘겨 받게 되었다. 그들은 진화를 계속했다. 그래서 결국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DNA 암호를 완성하였다. 원래의 광물 복제자는 닳아빠진 주형처럼 버려졌다. 그리고 오늘날의 생물은 단일한 유전 체계와 단일한 생화학을 바탕으로 비교적 최근의 조상에서 진화해 나왔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는 현대의 상황이 또다시 새로운 종류의 복제자로 넘어가는 문턱에 있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DNA 복제자는 자신을 위해 생존 기계(자기를 담고 있는 생물의 신체)를 만들었다. 그 장비의 일부로 신체는 컴퓨터, 즉 뇌를 진화시켰다. 뇌는 언어와 문화적 전통이라는 수단으로 다른 뇌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그러나 문화적 전통이라는 그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종류의 복제자가 생겨날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새로운 복제자는 DNA가 아니고 점토 결정도 아니다. 그것은 뇌와 뇌를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건, 예컨대 책이나 컴퓨터 같은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정보의 패턴들이다.

 

 

하지만 뇌, , 컴퓨터가 존재하면 이 새로운 복제자들은 뇌에서 뇌로, 뇌에서 책으로, 책에서 뇌로, 뇌에서 컴퓨터로, 컴퓨터에서 컴퓨터로서 번식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유전자와 구별하기 (meme)’이라 불렀다. 그것들은 번식하면서 변화할 수 있다. 즉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돌연변이 밈은 아마 내가 여기서 복제자의 위력이라고 부르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번식에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복제자의 영향력 아래 이루어지는 진화(밈의 진화)는 현재 유아기에 머물러 있다. 문화의 진화라고 부르는 현상은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문화의 진화는 여러 면에서 DNA에 기초를 둔 진화보다 빠르다. 이것 때문에 또 다른 넘겨 받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새로운 종류의 복제자가 주도권을 넘겨 받기 시작했다면 그것들은 장차 그들의 부모인 DNA(그리고 케언스스미스가 옳다면, 조부모인 점토를) 저 뒤편으로 밀쳐 버릴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는 컴퓨터가 선두에 설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마치 우리의 눈이 전자기파의 어떤 영역만을 볼 수 있게 진화한 것처럼 우리의 뇌는 자연선택을 통해 어떤 범위에 해당하는 위험과 확률만을 계산할 수 있게 진화하였다. 즉 인간의 생활에 유용한 범위에 들어가는 확률만을 마음 속에서 계산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우리의 주관적인 판단은 훨씬 더 큰 폭으로 빗나갈지 모른다. 우리의 뇌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사건들에 관해 사고하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경험하는 사건, 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경험하는 사건들에 관해서만 사고하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우리의 뇌가 대중매체가 발달한 환경에서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생명의 기원에 관한 어떤 이론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여서, 가능성에 관한 우리의 주관적인 판단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라면, 그것은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우주에 지구 말고는 생명이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바라는 이론은 우리의 제한된, 지구에 한정된, 몇 십 년에 한정된 상상력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종류의 이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케언스스미스의 이론이나 원시 수프 이론은 모두 너무 가능성이 커서 틀리는 쪽에 속하는 것 같다! 말하는 김에 고백한다면, 계산을 할 때 너무나 많은 곳에서 불확실한 숫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만약 어떤 화학자가 생명의 자연 발생 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7  건설적인 진화

 

 

 

자연선택은 무언가를 제거하기만 할지도 모르지만 돌연변이는 무언가를 부가할 수 있다.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을 결합하는 방법 중에는 오랜 지질학적 시간 동안 삭제보다 부가를 많이 함으로써 복잡성의 구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주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서로 적응한 유전자형이고 다른 하나는 군비 확장 경쟁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표면적으로는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공진화(계통적으로 관계없는 여러 생물이 서로 연관되며 진화하는 것) 서로에게 환경이 되는 유전자라는 측면에서 하나로 결합된다.

 

 

우선 서로 적응한 유전자형...유전자가 특정한 효과를 가지는 것은 거기에 이미 유전자가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을 이다...유전자가 가지는 특정한 효과는 그 유전자의 본질적인 성질은 아니다. 그것은 배아 발생 중 특정한 장소 및 시간에 일어나는 발생 과정의 성질이며 그 발생 과정 자체의 상세한 내용은 유전자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각각의 유전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환경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각 유전자가 만나는 다른 모든 유전자이다...대부분의 유전자는 그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는 개체의 세포들 속에서 만난다. 각각의 유전자는 몸 속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다른 유전자의 집단과 얼마나 성공적으로 협동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선택된다...개별 원자들의 집합이라는 관점에서 한 유전자의 특정한 복제품은 개체를 구성하는 특정한 시점에 1개의 세포 속에 위치해야만 한다. 그러나 어떤 유전자의 복제품에 불과한 그 원자들의 집합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겨우 수개월의 단위로 측정될 수 있는 평균 수명을 가질 뿐이다.

 

 

(그래서) 유전자는 분산되어 존재한다. 공간적으로 여러 개체에 퍼져 있고, 시간적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있다...성공한 유전자는 다른 몸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른 유전자가 제공한 환경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전자일 것이다...특정 동물에서 중요한 사실은 양쪽 경로(동일한 결과를 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화학 반응)를 동시에 이용하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다. 중복이 이루어질 경우 화학 반응에 혼란이 야기되어 효율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어떤 유전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란 그 집단 가운데 이미 다수를 점하는 유전자, 즉 몸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은 다른 유전자다...유전자 집단이 일체가 되어 어떤 문제를 협동해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유전자 자신이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는 오직 유전자 풀 속에서 생존하는 데 성공하거나 실패할 뿐이다. 진화하는 것은 유전자의 이다. 소수파보다 다수파가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수파 팀이 절대 치환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절대 바뀌지 않는다면 진화는 브레이크가 걸려 정지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그 속에 일종의 내재된 관성이 있다는 뜻이다.

 

 

진화적 시간을 거쳐 그 유전자들(그들 자신도 선조의 복제이다)은 서로 자연선택을 하는 환경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특정한 계통이 일단 풀보다 고기를 잘 처리하는 유전자 팀을 구축하기 시작하면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자기) 강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생물의 초기 진화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사건의 하나는 그러한 협동사업에 참여하는 유전자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종의 DNA 운영 체계가 몹시 오래된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디스크 파일을 갖춘 컴퓨터와 흡사하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 그 증거는 인트론(유전자 중 엑손 사이에 위치하여 그 유전자의 최종 산물로 발현되지 않는 염기 서열) 엑손(진핵 생물의 mRNA 정보 배열을 가리킴)이라는 흥미로운 유전자 형태에서 찾을 수 있다. 연속적으로 얽히는 DNA 문자열의 한 소절인 1의 유전자는 한 곳에 모두 저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염색체를 따라 발견되는 암호 문자를 읽는다면( 운영 체제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과 마찬가지 일을 한다면) 엑손이라 불리는 의미 있는 단편이 인트론이라 불리는 무의미한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능적인 의미에서의 유전자는 실제로 의미 없는 인트론을 통해 나뉘어 있는 일련의 단편(엑손)들로 분할되어 있다. 단백질로 번역하는 공식 운영 체계를 통해 판독되기 시작할 때에만 실제로 액손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1개의 완전한 유전자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증거는 염색체에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지만 상당한 의미를 가진 낡은 유전자 문자열이 흩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어떤 동물의 경우 실제로는 전체 유전자의 상당 부분이 한번도 읽힌 적이 없다. 이러한 유전자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거나 낡은 화석 유전자이다.

 

 

때로 문자열의 화석은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최소한 화석의 일부, 또는 오래된 인트론의 일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떤 종의 유전적 용량은 유전자 중복을 통해 증가할 수 있다. 현존하는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낡은 화석 복제의 재이용은 유전적 용량을 증가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즉 파일이 같은 디스크의 다른 위치나 혹은 다른 디스크로 복제되는 것과 같이 유전자가 염색체상의 넓게 분산된 위치에 복제되는 것이다.(286~287p의 글로빈 유전자에 대한 설명)

 

 

종 내에서 유전자 중복이 진화에서 협동하는 유전자의 숫자가 증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보다 훨씬 희귀하고 중요한 사건은 다른 종, 특히 극단적으로 유연관계가 먼 다른 종류들의 유전자들이 우연히 혼합되는 경우이다.

 

 

사람들을 구성하고 있는 10조 개의 세포는 수십 세대에 걸친 분열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 세포들은 약 210가지의 서로 다른 종류로 분류된다.(분류하는 방법이야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같은 유전자 집합으로 만들어지지만 세포의 종류에 따라 유전자 집합의 다른 부분에서 스위치가 켜진다. 간세포와 뇌 세포가 다르고, 뼈 세포와 근육 세포가 다른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군비 확장 경재은 개체가 살아 있는 동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화적 시간 척도에서 진행된다. 내가 군비 화장 경쟁에 가장 큰 중요성을 부여하는 이유는 진화에 진보성을 끼워 넣어 온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군비 확장 경쟁이기 때문이다...작은 (그래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진화 단계를 통해서는 설계를 개선할 수 없다는 뜻이다...누적적인 자연선택은 동물들을 기후 조건에 훌륭하게 적응하게 만들 뿐 아니라 먹이가 되는 초식 동물들을 포식자보다 빠른 속도로 적응하게 만든다. 따라서 진화가 장기적인 기후 변동을 뒤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먹이가 되는 생물의 진화적 변화는 포식자의 습성이나 무기의 장기적 변화를 뒤따르게 된다. 물론 그 역도 성립한다...한쪽이 조금 개선되면 다른 한편도 조금 개선된다. 그리고 다른 한 편이 조금 더 개선되면 한편도 조금 더 개선된다. 이 과정은 수십만 년이라는 시간 척도에서 악의에 찬 나선을 그려 간다.

 

 

의미 있는 개선이 확인될 수 있는 시간 척도는 어떤 경우든 한 세대와 그 이전 세대를 비교해 식별할 수 있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 더욱이 그 개선은 전혀 연속적이지 않다. 그것은 군비 확장 경쟁이라는 개념에서 나타나는 개선의 방향처럼 항상 분명한 진보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며, 정체하거나 심지어는 역행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군비 확장 경쟁의 이미지로 묘사될 수 있는 진보적 개선은 비록 간헐적이기는 하지만 계속 이루어진다. 다른 영향이 가감된 알짜 진보 속도가 너무 느려서 어떤 사람의 일생이나 유사 이래의 모든 시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개선은 계속된다.

 

 

두 번째 내가 천적이라 부르는 관계가 치타와 가젤의 이야기에서 설정한 둘로 이뤄진 단순한 관계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천적 관계에서도 군비 확장 경쟁은 이루어진다.) 군비 확장 경쟁 개념의 핵심은, 군비 확장 경쟁에 관계하는 양자가 각자의 관점에서 개선을 하고 동시에 상대편이 군비 확장 경쟁에서 벌이는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나무들은 정확히 같은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수관부의 높이에서 서로 경쟁을 벌이겠지만, 이전에 비해 훨씬 낮은 성장 비용만을 지불하고도 수관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삼림 전체의 경제도 이익을 높을 수 있고, 나무들 하나하나도 모두 이익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연선택은 전체의 경제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 자연선택에는 카르텔이나 협상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숲의 수목이 세대가 바뀌면서 점차 커지는 것은 군비 확장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군비 확장 경쟁의 어느 단계에서도 키가 커지는 현상 자체에는 아무런 내적 이익도 없다. 어느 단계에서나 나무의 키가 커지는 유일한 목적은 인접하는 나무보다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IQ100이 인간 전체의 IQ의 평균값을 의미하듯이, EQ1은 예를 들면 그 크기의 포유류의 EQ값의 평균값을 뜻한다...측정된 EQ는 필경, 어느 동물이 크건 작건 간에, 그 몸을 일상적으로 움직이는데 꼭 필요하며 그 이상으로는 줄일 수 없는 최소한의 능력 이상으로, 머릿속에 어느 정도의 계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그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원숭이는 평균보다 훨씬 높고, 유인원(특히 우리 인간)은 현저하게 높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차이가 생활 방식과 약간의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실제 상황은 이보다 더 복잡하며, 대사 속도와 같은 다른 변수가 훨씬 더 중요한 요소로 생각되고 있다. 

 

 

유전자의 진화는 두 가지 귀결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어느 유전자가 유리해지면 그것은 그 유전자가 협동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다른 유전자와 협동하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전적인 것은 아니지만, 동종 내의 유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 이유는 동일한 종 내의 유전자는 세포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항상 협동이 선호되는 것은 아니다. 지질학적 규모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대립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유전자들이 조우할 때도 있다. 이것은 특히, 물론 거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종 사이의 유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다른 종의 개체들 사이에서는 교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종과는 유전자가 섞일 수 없다는 것이 요점이다...이 군비 확장 경쟁은 영구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가령 그 이상 개선된다면 해당 동물 개체에 있어서 경제적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에 안정화된다.

 

 

4  진화의 갈림길

 

  

밝기, 포식자와의 거리, 망막 중심부로부터 영상이 맺힌 지점까지의 거리, 그 밖의 유사한 변수들에서 중요한 점은 그것들이 모두 연속 변수라는 것이다. 그것들은 완전히 보이지 않는 극단에서부터 완전히 보이는 극단까지 변화한다. 그러나 연속 변수가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진화를 추동한다. 

 

 

바늘 구멍 사진기는 뚜렷한 영상을 만든다. 구멍이 작을수록 영상은 더 선명해진다.(그렇지만 어두워진다.) 구멍이 크면 영상은 밝아진다.(그러나 흐려진다.)

 

 

폭탄먼지벌레가 적에게 화상을 입힐 정도로 뜨거운 과산화수소와 하이드로퀴논의 혼합물을 뿜어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산화수소와 하이드로퀴논은 촉매가 첨가되지 않는 한 반응하지 않는다. 폭탄먼지벌레가 하는 일은 혼합물에 촉매를 첨가하는 일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진화하는 초기 단계에서 과산화수소와 다양한 종류의 퀴논들은 모두 생체화학 반응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것이었다. 폭탄먼지벌레의 조상은 이미 존재하는 화합물을 방어 무기라는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진화는 가끔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이렇게 말했다.

작은 개조가 수없이 거듭되는 것으로도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어떤 복잡한 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된다면 나의 이론은 붕괴될 것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팬터의 엄지에서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는 완벽한 형태를 갖춘 기관보다는 불완전한 기관이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진화는 결코 깨끗한 제도지 위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진화는 이미 무언가 있는 데서 출발한다.

 

 

일단 어떤 설계가 진화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훌륭한 것이라면 똑 같은 설계 원칙은 동물계의 다른 영역에서, 다른 출발점에서 다른 진화 경로를 거쳐 재차 진화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는 뛰어난 설계를 보여 주는 실제의 예를 기술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그것은 바로 반향위치 결정법이다...최근 몇 억년 사이에 최소한 두 종류의 박쥐와 두 종류의 새, 이빨고래 그리고 보잘것없지만 다른 여러 종류의 포유류들이 모두 독자적으로 반향위치 결정기술이라는 귀결점에 도달했다. 지금은 멸종된 다른 어떤 동물(혹시 익수룡이 아닐까?)도 이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매미는 13년 변종과 17년 변종이 있다. 14. 15. 16년 변종은 없다. 13 17은 소수라는 공통점밖에 없다. 가령 14년 주기를 가졌다면 7년 주기의 기생충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기발한 생각이다. 13년과 17년이 무엇이 특별한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들에는 틀림없이 특별한 어떤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세 종류의 매미들이 각기 독자적으로 그 주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주머니늑대를 골치거리로 여겼다. 그러나 주머니늑대에게 사람들이 훨씬 더 큰 골치거리였다. 이제 주머니늑대는 멸종되고 없다. 대신 그만큼 인간들이 있을 뿐이다.

 

 

정보 저장기술 발달에 기본적인 요건은 많은 수의 기억 장소를 가진 저장 매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각각의 장소는 어떤 불연속적인 수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현재의 인공적인 세계에 만연된 디지털 정보 저장기술의 핵심이다...레이저 디스크는 일련의 작은 점에 정보를 저장하며, 그 점들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이다. 중간 상태의 점이란 없다. 이것이 디지털 방식의 특징이다. 기본 요소가 어떤 한 상태에 있거나 아니면 완전히 다른 상태에 있다. 중간 또는 타협이란 없다. 유전자의 기본 저장기술은 디지털 방식이다.

 

 

자손은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 유전자를 받을 때, 그것들을 구분된 입자의 형태로 받는다. 각각의 입자에 관해 말하자면 자손은 그것을 물려받든가 물려받지 못하든가 둘 중 하나다...물론 유전 단위들이 한 몸 안에 있을 때 마치 잉크가 물에 섞이는 것과 같은 현상을 나타내는 일이 종종 있다. 키가 큰 사람이 키가 작은 사람과 결혼했을 경우, 또는 흑인이 백인과 결혼했을 경우 그들의 자손은 중간형을 띤다. 그러나 잉크가 물에 섞이는 것과 비슷해 보이는 이러한 현상은 단지 겉보기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는 각각 작은 효과를 나타내는 많은 수의 유전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이다. 입자들 각각은 분리된 채로 남아 있으며 다음 세대로 그대로 이어진다...물감을 섞는 것과 같은 유전을 전제로 하면 세대가 거듭됨에 따라 다양성은 감소하고 획일성이 증가할 것이다. 결국 자연선택이 작용할 만한 다양성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다양성은 보존된다. 선택이 작용할 수 있는 다양성의 풀(pool)이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전자기술에 널리 사용되는 불연속적인 디지털 방식의 정보 저장기술에서 각각의 저장장소는 단지 두 가지 상태만을 나타낼 수 있다. 편의상 그것들을 0 1로 표현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그것은 높고 낮음, 위와 아래, 켜짐과 꺼짐 등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두 상태가 엄격히 구분된다는 것이고, 그것들이 배열되어 있는 형태가 어떤 내용을 담은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살아 있는 세포들 속에 들어 있는 주요 저장매체는 전기적인 재료가 아니라 화학적인 재료이다.

 

 

여기에는 어떤 분자들은 무한한 길이의 긴 사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중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용된다. 중합체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중합체 사슬을 구성하는 단위분자에 이질성이 생기면 그 중합체는 이론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슬을 구성하는 단위 분자가 두 종류라면 그것들을 각각 0 1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술이 충분히 길다는 요건만 갖추면, 곧바로 중합체는 어떤 종류의, 얼만한 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세포가 사용하는 특별한 중합체를 폴리뉴클레오티드라 부른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각각 DNA RNA라고 부른다.

 

 

두 종류는 모두 네 종류의 뉴클레어티드로 이루어진 이질적인 사슬이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DNA RNA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세포는 1 0의 두 가지 상태만 가지고 정보를 저장하는 대신에 A,T,C,G로 표현할 수 있는 네 가지 상태를 사용한다. 원론적으로 인간의 전자기술에서 사용하는 2진법의 정보 저장기술과 살아 있는 세포가 사용하는 4진법의 정보 저장기술에는 큰 차이점이 없다.

 

 

놀라운 것은 그 엄청난 유전 정보 중 극히 적은 분량만이 실제로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가령 인간의 세포는 그 중 1퍼센트만을 실제로 사용한다. 어림잡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 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DNA의 알파벳을 사람들이 읽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꿈 같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글자는 너무 작아서 신약 성경 1,000만 권이 핀의 머리에서 한꺼번에 춤을 출 수 있을 정도이다.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어떤 염색체의 정확한 물리적 위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염색체는 액체 속에 떠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위치가 변한다...모든 인간은 같은 형태의 DNA 주소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소가 같다고 해서 내용까지도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생긴 것이다.

 

 

구성원 전체의 DNA가 같은 주소 체계로 되어 있는 집단을 종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세포에서 23개의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만들어질 때, 정자는 같은 주소를 가진 2개의 장소 중 어느 하나만을 갖게 된다. 정자가 그 중 어느 것을 가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난자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정자와 난자의 주소 체계는 같은 종이면 모두 같지만 저장된 내용이라는 면에서는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무시해도 좋을 극소수의 예외가 있기 하지만 말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되면 다시 46개의 염색체 모두가 갖추어진다. 그리고 이 46개의 염색체는 발생 중에 있는 배의 모든 세포 속에서 복제된다.

 

 

같은 종에 속하는 개체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선택적으로 살아남고 번식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발전된 생존 지침이 그 종의 유전자 집합에 씌어진다. 진화는 세대가 거듭됨에 따라 DNA의 각 저장 장소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내용들 중 어떤 것이 득세하는가 하는, 유전자의 빈도 변화에서 비롯된다. 말할 것도 없이 모든 내용들은 어느 때건 개체의 몸 속에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진화에서 중요한 것은 집단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대립 유전자들의 빈도 변화이다. DNA의 주소 체계는 그대로 보존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저장 장소에 들어 있는 내용들의 통계적인 수치가 변화하는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 주소 체계 자체도 변화한다...전체 코드가 가끔 완전히 다른 염색체로 복사될 수도 있다. 염색체의 어떤 부분의 DNA 내용이 멀리 떨어진 다른 부분의 내용과 완전히 똑같은 경우가 발견되었다.        

 

 

DNA 글자 4개가 배열된 상태가 어떤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가령 눈의 색깔을 나타낸다든가 아니면 특정한 행동을 유발한다든가 하는 효과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DNA의 자료 유형 자체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이 배가 발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것은 다시 DNA의 다른 부분에 들어 있는 자료 유형에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사슬은 복잡한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다. 그리고 그것의 정확한 모양은 아미노산의 순서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이 실타래 같은 모양은 아미노산의 배열 순서가 정해지면 결코 변하지 않는다. 아미노산의 배열 순서는 (중간에 RNA를 통해 번역된) DNA의 암호 배열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실타래 같은 단백질의 3차원적인 구조가 DNA 암호 문자의 1차원적인 배열 순서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은 타당성이 있다.

 

 

모든 체세포가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세포들의 형태와 기능이 천차만별인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체세포들이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모양과 행동을 보이는 것은 세포마다 다른 유전자들이 읽히기 때문이다. 특정한 유전자들만 읽고 나머지는 무시해 버린다. 가령 간세포는 자기의 DNA ROM에서 신장 세포를 만드는 데 해당하는 유전자는 읽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포가 어떤 모양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는 세포 속의 유전자 중 어떤 것이 읽히고 번역되어 단백질 분자로 만들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은 다시 세포 안에 이미 존재하는 화합물의 영향을 받는다. 세포 안에 이미 존재하는 화합물이 어떤 것인가는 전에 얽힌 유전자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과, 인접한 세포가 어떤 종류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단지 DNA의 변종들 중 생존에 성공한 것의 후손들을 볼 뿐이다. 개체를 죽음으로 이끈 DNA들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는 돌연변이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왜냐하면 돌연변이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변종이 만들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어떤 새로운 변종을 수용하고 다른 것을 도태시키는 일이다. 돌연변이 속도는 진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가질 수 있는 최대 한계선이다. 자연선택은 대개 진화에 관련된 변화를 막는 것과 상관이 있지 그것을 추동하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다. (물론) 자연선택은 건설적인 작용도 한다.

 

 

자연선택이 없는 상태에서 DNA가 얼마나 정확히 복제되는가 하면, 그것은 500만 세대가 복제되는 동안 그 내용의 1퍼센트가 잘못 복제되는 정도이다.

 

 

DNA 복제과정에도 실수 과정이 있다. 정확도는 그렇게 올라간다. DNA 복제과정에는 여러 가지 실수 수정 공정이 개입되어 있다. DNA의 암호가 안정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은 더욱 필요하다. 오히려 거기에 관련된 분자들이 너무 작기 때문에 그것들은 끊임없이 열운동을 하는 다른 분자들과 부대끼고 있다. 메시지의 글자를 뒤바꿀 수 있는 끊임없는 유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람의 세포 속에서는 하루에 5,000개의 DNA 문자가 사라지지만 수리 메커니즘을 통해 즉시 복구된다. 수리 메커니즘이 존재하여 끊임없이 작용하지 않으면 메시지는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새로 복제된 DNA의 내용을 검토하여 틀린 곳을 수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리 과정에 속하는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DNA의 뛰어난 복제능력과 정보 저장능력은 주로 이 수리 메커니즘 덕분이다.

 

 

살아 있는 생물은 다름 아니 바로 DNA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다...개체는 단지 DNA가 그들의 천문학적인 수명 중 얼마간의 시간 동안만 짧게 거처하는 일시적인 용기에 불과한 것이다...어떤 사물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이 금방 생겨났든지 아니면 과거에 생겨났지만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을 만큼의 내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세상에는 두 종류의 존재 방식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쉽게 생겨날 수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이슬과 같은 존재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쉽게 생겨날 수 없지만 일단 한번 생겨나면 오래 가는 바위와 같은 존재 방식이다. 바위는 오래 견디는 성질을 갖고 있지만 이슬은 쉽게 만들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DNA는 두 가지 존재 방식 모두에 있어서 탁월하다. DNA 분자 자체는 물리적 성질이 이슬과 같다. 조건만 갖춰지면 매우 빠른 속도로 생겨난다. 하지만 어느 것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한다. 대부분이 몇 개월 안에 망가질 것이다. 바위와 같은 내구성이 없다. 하지만 DNA가 갖고 있는 분자들의 배열 형태(정보)는 가장 간단한 바위와 같은 내구성이 있다. 그 형태는 수백만 년을 버틸 수 있고, 바로 그것이 DNA가 오늘날 존재하는 이유다. DNA와 이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슬은 새것이 낡은 것으로부터 생겨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에는 우주 안에서 가장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과 같은 기계를 만드는 능력도 포함된다.

 

 

원시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복제자가 DNA가 아니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세포 속에서만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다른 분자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유지될 수 없는 DNA 분자가 저절로 생겨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초의 복제자는 아마 DNA보다 더 투박하고 단순했을 것이다.

 

 

첫 번째 요소인 스스로를 복제하는 능력에서 자동적으로 생겨나는 두 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 자기 복제 과정 중에 틀림없이 우연한 실수가 생겨날 것이다...그리고 최소한 복제자들 중 일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DNA는 실수를 줄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오늘날의 DNA가 갖고 있는 고도의 기술은 수많은 세대를 거쳐 오며 누적적인 자연선택을 받은 결과로 획득한 것이다.

 

 

복제 과정 중에 실수가 생기면 동일한 복제자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 여러 종류의 복제자가 뒤섞인 집단이 만들어질 것이다. 잘못 복제된 것들 중 많은 수는 필경 조상이 가지고 있던 자기 복제 능력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부모와는 다른 자기 복제 능력을 얻을 것이다. 그래서 집단 내에서는 실수로 만들어진 복제자가 차츰 자기의 복제품을 늘여 갈 것이다.

 

 

세 번째 요소는 위력이다. 덜 끈적거리는 복제품을 만드는 속도가 끈적거리는 복제품을 만드는 속도보다 수천 배는 빠를 것이다...따라서 점착성이 줄어드는 쪽으로 진행하는 진화 경향이 생긴다.

 

 

정상 세포에서는 RNA의 지시에 따라 단백질 분자가 만들어진다. RNA DNA 원본을 베껴 만든 현장용 설계도이다. 하지만 RNA로부터 RNA를 복제할 수 있는 RNA 복제 효소를 만들 수 있다. 다시 RNA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이 되풀이된다...복제 기구를 우연히 갖게 된 복제자는 그 인과관계의 사슬이 얼마나 길고 얼마나 간접적이든 상관없이 세상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모든 사슬은, 그것이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든 뇌 세포가 연결된 후에 생기는 효과든, 아니면 호수의 크기가 변하는 최종적인 효과든, DNA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유전자에서 일어난 어떤 변화가 그 자신의 복제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연선택의 게임에서 공정한 규칙이다. 그것은 매우 단순하고 자동적이며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거의 불가피한, 누적적인 자연선택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복제, 실수 그리고 위력)가 태초에 저절로 생겨나게 되었다.  

 

 

 

 

 

1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일

 

 

 

유전적인 변이를 수반한 계획적인 번식은, 축적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광범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연선택은 확실히 어떤 용도를 위해 만들어진 모든 생물의 형태와 그들의 존재에 대한 설명이며, 거기에는 미리 계획한 의도 따위는 들어 있지 않다. 자연선택은 마음도, 마음의 눈도 갖고 있지 않으며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지 않는다. 전망을 갖고 있지 않으며 통찰력도 없고 전혀 앞을 보지 못한다. 만약 자연선택이 자연이 시계공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눈먼 시계공이다.

 

 

우리가 얻은 해답은 복잡한 물건은 사전에 규정된 어떤 성질, 즉 단순한 우연만으로는 매우 얻기 힘든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물의 경우 사전에 규정된 그 성질이란 일종의 능숙함이다. 그것은 항공 기술자가 가진 감탄할 만한 비행 기술과 같은 고도의 능력뿐 아니라, 더 일반적인 능력, 즉 죽음을 모면하는 능력이나 생식을 통해 유전자를 보존하는 능력 따위를 말하는 것이다.

 

 

생물에 초자연적인 무엇이나, 물리학의 기본 법칙에 반하는 생명력 따위란 결코 없다. 단지 어떤 생물 전체의 행동을 이해할 때, 물리학의 법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매우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신체는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복잡한 물건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체의 행동을 이해하려 할 때, 물리학의 법칙은 전체가 아닌 각 구성 부분에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면 전체로서의 신체의 행동은 각 구성 부분이 상호 작용한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복잡한 물건이란 그것이 너무나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 존재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물건을 말한다. 그것은 일회적인 우연으로는 생겨날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의 생성 과정을, 우연히 생겨날 정도로 충분히 단순한 최초의 물체가 점차적으로, 누적적으로, 단계적으로 더 복잡한 물건으로 변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1단계 환원주의로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없고, 양파 껍질 벗기기 식의 작은 단계로 나누어진 설명만이 그 복잡성을 설명할 수 잇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물건이 단 한 번의 단계를 거쳐 생겨났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시간 순으로 배열된, 일련의 작은 단계들로 설명해야 한다.

 

 

 

2  훌륭한 설계 

 

 

자연선택은 눈먼 시계공이다. 눈이 멀었다고 말하는 것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절차를 계획하지 않고 목적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선택의 결과인 생물은 마치 숙련된 시계공이 있어서 그가 설계하고 고안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맹인들의 안면시는 얼굴 앞면이나 어떤 접촉과도 전혀 상관이 없음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안면시라는 감각은 실제로는 귀로 느끼는 것임이 밝혀졌다. 맹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발소리나 다른 소리의 반향을 이용해 장애물을 감지하는 것이다.

 

 

이론상 소리의 주파수가 높을수록 더 정확한 소나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주파수가 낮은 소리는 긴 파장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가까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쥐의 일그러진 얼굴은 원하는 방향을 초음파를 발사하기 위한 절묘한 형태이다.

 

 

송신수신 장치는 파동이 방출되기 바로 직전에 수신 안테나의 회로를 차단한다. 그런 다음 메아리가 되돌아올 때를 맞춰 다시 안테나의 회로를 연결한다...박쥐의 귀에서는 고막의 진동이 마이크와 같은 청세포에 전달될 때 3개의 작은 뼈, 즉 그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된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를 거치게 된다...어떤 박쥐들은 등자뼈와 망치뼈에 잘 발달된 근육을 갖고 있다. 이 근육이 수축하면 그 뼈들은 소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마치 떨고 있는 진동판에 손가락을 대서 소리를 죽이는 것과 같다. 박쥐는 이 근육을 사용하여 귀가 잠깐씩 안 들리게 할 수 있다. 각각의 파동을 내보내기 바로 직전에 근육을 수축시켜 시끄러운 파동에 귀가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수축되었던 근육은 다시 이완되어, 메아리가 돌아올 때쯤이면 본래 가진 고동의 민감성이 회복된다. 

 

 

짹짹거리는 레이더가 일정한 음조를 가진 파동이 아니라 음조가 각기 다른 파동을 낼 때의 장점은 되돌아오는 메아리와 방금 레이더에서 나간 소리가 뒤섞인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것이다...실제로 수많은 종류의 박쥐들이 매번 울 때마다 한 옥타브가량을 오르내리는 울음소리를 낸다. 

 

 

판박쥐가 정지된 물체를 향해 빠르게 비행하면서 끊임없이 웅 하는 소리의 초음파를 내면 나무에서 반사된 메아리는 박쥐 쪽을 이동하고 있으며 박쥐도 여전히 나무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박쥐가 메아리를 들을 때에는 도플러 효과가 한 번 더 일어나게 된다. 박쥐의 움직임은 이중의 도플러 효과를 만들어 내고, 그 효과의 크기는 박쥐와 나무 사이의 상대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정밀한 지표가 된다. 따라서 자신의 울음과 메아리의 음조를 비교함으로써 이론상 박쥐(또는 그들의 뇌에 장치된 컴퓨터)는 자신이 나무를 향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박쥐와 나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없다...만약 소리를 반사하는 물체가 나무와 같이 정지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곤충이라면 도플러 효과에 따른 계산 과정은 더 복잡해진다. 그래도 여전히 박쥐는 자신과 목표물의 상대적인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그들은 물체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메아리가 도플러 효과를 통해 다른 음조로 변형된 후, 그 변형된 음조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내보내는 소리의 음조를 조심스럽게 조정한다. 즉 움직이는 곤충을 향해 속도를 낼 때, 그 곤충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메아리의 음조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박쥐는 내보내는 울음소리의 음조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이 기발한 기술 때문에 박쥐는 가장 민감하게 들리는 음조로 메아리를 유지할 수 있다.(이하 67~71p)

 

 

보는 감각(시각)은 사람에게는 듣는 감각(청각)과 매우 다른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이는 빛과 소리의 물리적인 차이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빛과 소리는 모두 그것에 상응하는 감각 기관에서 번역되어 최종적으로 신경 자극이라는 동일한 것이 된다. 신경 자극의 물리적인 양상만 보면 그것이 빛에 관한 정보를 운반하는지 아니면 소리나 냄새에 관한 정보를 운반하는지 분간할 수 없다. 시각이나 청각, 후각이 서로 다른 이유는, 뇌가 내부 모형을 사용할 때 보이는 세계와 들리는 세계, 냄새나는 세계에 각각 다른 종류의 모형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빛과 소리의 물리적인 차이가 직접적인 원인인 것은 아니다.

 

 

소리뿐만 아니라 박쥐는 우리가 빛을 사용하는 것과 똑같이 3차원 공간의 영상과 그 속에 있는 물체들의 위치를 끊임없이 점검한다. 따라서 그들이 사용하는 내부의 컴퓨터 모형은 3차원 공간에서 운동하는 물체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것이다. 

 

 

다윈이 극도의 완벽함과 복잡성을 갖춘 기관이라고 부른 것들을 우리 모두가 불신하는 밑바탕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첫 번째 우리는 진화가 일어날 수 있는 거대한 시간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확률 이론을 직관적으로 적용하는 데 있다...어떠한 주장이 들어맞을 통계적인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그 주장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취해야 할 정당한 방법이다. 문제는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이다. 그러나 자연선택은 무작위성의 정반대편에 있다. 둘째, 각 부분은 그것만으로는 쓸모가 없다.라는 말도 진실이 아니다. 전체로서의 완벽함이 동시에 달성되어야 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모든 부분이 전체의 성공에 필수적이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단순하고 덜 발달되었으며 반만 완성된 눈이나 귀, 음향 탐지 체계, 뻐꾸기의 기생 생활 방식 등은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눈이 없다면 전혀 볼 수 없다. 눈이 절반만이라도 있으면 비록 초점이 맞는 정확한 영상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천적이 움직이는 대강의 방향이나마 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삶과 죽음의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3  바이오모프의 나라 

 

 

비록 사소한 것이지만 무질서로부터 질서가 나왔으며, 이 과정에는 어떠한 마음도 개입하지 않았다.

 

 

헤모글로빈의 수는 1 뒤에 0 190개 붙인 것이다! 헤모글로빈이 운에 따라 만들어지길 바랄 때 필요한 행운이 바로 이 수만큼이다. 그리고 헤모글로빈은 생물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단지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하게 걸러내는 것이나 그것만 가지고는 도저히 생물의 복잡성에 근접할 수 없다. 걸러냄은 생물이 가지고 있는 질서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단순한 걸러냄 작용들은 모두 1단계 선택에 속하는 예들이다. 반면 생물의 탄생은 누적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1단계 선택에서는 선택되거나 따로 분류되는 것은 그것이 자갈이든 아니면 다른 것이든 한 번에 전체가 선택되거나 다로 분류된다. 반면 누적적인 선택에서는 그것들이 새끼를 친다. 어떤 방법을 통해 첫 번째 거름 작용의 결과가 두 번째로 넘어가고 그 결과는 그 다음으로, 또 그 결과는 그 다음으로 하는 식으로 계속 넘어간다. 선택되고 분류된 것들은 연속되는 여러 세대에 걸쳐 다시 선택되고 분류된다. 한 세대에서 선택된 최종 산물은 다음 세대 선택의 출발점이 되고 그러한 과정이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일에서 컴퓨터는 원숭이보다 약간 빠르지만 그 차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누적적인 선택에 따라 걸린 시간과, 같은 컴퓨터를 같은 속도로 작동시켜 1단계 선택이라는 다른 과정을 통해 원하는 문장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차이다.

 

 

이렇듯 (비록 작기는 하지만 매 번의 개선이 미래를 건설하는 기초가 되는) 누적적인 선택과 (매번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하는) 1단계 선택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만약 1단계 선택에 의존해야 했다면 진화는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눈먼 힘이 누적적인 선택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켜 주었다면 진화 과정은 실현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바로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그러한 과정이 가장 최근에 낳은 가장 기이하고 놀라운 결과물이다.

 

 

다윈의 조리법에서 확률은 별볼일 없는 양념이다.

 

 

생물은 그렇지 않다. 진화에는 장기적인 목표 따위는 없다. 먼 미래의 목표, 선택의 기준이 될 궁극적인 완벽함 따위는 없다.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 인간이라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인간 허영심의 산물에 불과하다. 실제 상황에서 선택의 기준은 항상 단기적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개체의 생존이거나 아니면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성공적인 번식이다. 수백만 년이 흐른 뒤에 뒤돌아보았을 때 그 과정이 어떤 머나먼 목표를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간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단기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여러 세대에 걸친 우연적인 결과이다. 시계공, 즉 누적적인 자연선택은 미래를 알지 못하며 장기적인 목표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실제 자연에서 개개의 동물들의 형태는 배 발생을 통해 만들어진다. 진화가 일어나는 것은 세대가 거듭되면서 배 발생 시에 약간씩 변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이는 발생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변화(돌연변이. 여기서 말하는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이고 작은 변화이다.)에서 비롯된다.

 

 

동물의 유전자들은 몸 전체의 청사진, 즉 전체 계획이 결코 아니다. 유전자들은 청사진보다는 조리법에 가깝다. 게다가 발생 중인 배 전체가 아니라 각각의 세포, 또는 분열 중인 세포들의 국부적인 집합들이 이 조리법을 따른다. 배 그리고 나중의 성체가 전체적인 큰 형태를 갖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전체적인 큰 형태는 작고 국부적인 세포들이 미치는 효과들이 모여 이루어졌으며, 이 국부적인 효과들은 기본적으로 두 갈래 가지 뻗기, 즉 세포가 두 개의 딸세포로 분열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유전자들이 궁극적으로 성체의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이 국부적인 사건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전자들은 단백질 합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발생 중인 배의 성장 규칙으로 번역되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유전학자들은 대개 유전자들이 어떻게 배 발생에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동물의 완전한 유전 형식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하나의 유전자가 변한 것이라고 알려진 2개의 성체를 비교함으로써 그 유전자가 나타내는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들의 효과는 각각의 단순한 합보다 더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다.

 

 

발생→번식→진화

 

 

신체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전해지는 것은 유전자이다. 유전자들은 그들이 자리 잡고 있는 신체의 배 발생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다음 같은 유전자들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기도 하고 전해지지 않기도 한다. 유전자의 성질은 그들이 자리 잡은 신체의 발생 과정에 참여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신체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다음 세대로 전해질 가능성이 영향을 받는다. 번식이 발생을 통해서 유전자의 값을 다음 세대로 전하며 또한 발생 과정 동안 성장 규칙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제외하면 두 과정은 서로 독립되어 있다. 발생은 절대로 유전자 값을 번식에 되돌려 주지 않는다.

 

 

번식은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과 함께 유전자들을 다음 세대로 물려준다. 발생은 번식을 통해 주어진 유전자들을 받아서 성장 규칙으로 번역한 다음 신체를 이루어간다.

진화는 기본적으로 번식의 끝없는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세대에서 번식은 앞 세대로부터 유전자들을 받아 무작위적이며 조그만 실수인 돌연변이와 함께 다음 세대로 물려준다.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으로 선택된 하나의 유전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값에 단순히 +1 또는 -1을 더하는 것이다. 이 말은 세대가 거듭됨에 따라 한 번에 하나씩 작은 변화들이 쌓이게 되고 결국 유전자 변이의 총량이 원래 조상과 비교하여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비록 돌연변이가 무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세대가 거듭됨에 따라 축적되는 변화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한 세대의 자손은 무작위적인 방향으로 부모와 달라진다. 그러나 그 자손들 중 어느 것이 선택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인지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 도입될 부분이 바로 이곳이다. 선택의 기준은 유전자들 자체가 아니라 유전자들이 발생을 통해 영향을 미친 신체의 형태다.

 

 

성공의 기준은 실제 자연선택에서 사용되는 생존이라는 직접적인 기준이 아니다. 실제 자연선택에서 어떤 신체가 살아남는 행운을 얻었다면 그 유전자는 자동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왜냐하면 신체 속에 유전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동물의 유전자를 해독할 수 있는 특정한 유전자 형식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자연선택은 유전자를 직접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들이 신체에 미친 효과, 학술적인 용어로 표현형에 미치는 효과를 선택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암공작이 수공작을 선택할 때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연은 선택을 하기 위해 뭔가를 복잡하게 따져 보거나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선택은 단도직입적이고 명확하며 단순하다. 자연선택은 사신(死神)이다. 물론 죽음을 면하고 살아남는 이유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자연선택이 동물과 식물들을 엄청나게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죽음 자체는 매우 조잡하고 단순하다. 그리고 자연 상태에서 선택적인 죽음은 전적으로 표현형을, 그래서 거기 담긴 유전자들을 선택한다.

 

 

진화의 목표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부모가 된 동물은 적어도 다 자랄 때까지 살아남을 정도의 좋은 자질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 부모가 낳은 돌연변이 자식은 부모보다 더 잘 살아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식에게 일어난 돌연변이가 매우 커서 유전자 공간에서 부모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갔다면, 부모보다 더 좋게 될 가능성은 어떨까? 답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그대로이다. 만약 돌연변이가 매우 큰 것이라면 그 도약의 착지점이 될 수 있는 바이오모프의 수는 천문학적이다. 그리고 죽어 있는 방법의 수는 살아 있는 방법의 수보다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유전자 공간에서 아무렇게나 크게 도약한 결과가 죽음으로 끝날 확률은 매우 높다. 심지어 유전자적 공간에서 아무렇게나 작게 건너뛴 것이 죽음으로 끝날 확률도 꽤 높다. 그러나 도약하는 거리가 작으면 작을수록 그 결과 죽음으로 이어질 확률은 줄어들고, 오히려 개선이 될 확률이 커진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에 관해 세계적인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글로 옮기려면 저의 공부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분이 추천해준 책(영문)을 읽지 못했기에 확실하게 답해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주십시오. 알고파의 인공지능에 대해 구글검색을 해보시면 수없이 많은 자료들이 뜨는데 그것만 봐도 충분한 이해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의 글박스는 제가 받은 자문 내용입니다. 다시 한 번 자문에 응해준 것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바둑문제는 rule(바둑판위에 돌을 놓는다 등)이 있고 명백한 답(승리 수순)이 있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NP-complete 문제로 대표적인 것이 salesmans travel 문제이며 Graph theory에 의해 해결됩니다. 예를 들어 10개의 점을 종이 위에 찍고 선으로 연결해서 삼각형을 그리는 문제와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점이 많아지면 경우의 수가 엄청 많아져서 유한한 시간 내에 답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더 빨랐는데 지금은 컴퓨터가 더 빠른 문제의 하나입니다.이 문제의 확장판은 핸드폰 지구국 설치 문제와 비슷합니다(또는 VLSI 설계). 지난 20-30년 동안 통신네트워크 발전과 함께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아 져서 엄청 큰 graph search 문제를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수학 정리(theorem, heuristics)들이 많이 발견되었고 병렬컴퓨터를 써서 시간 단축이 가능한 기법도 개발되었습니다.


과거 인공지능 개발은 rule을 입력하는 expert system 위주였는데 학습을 추가한 neural network이 적용된 후에도 발전이 느리다가 최근 10~20년에는 graph search 문제와 결합해서 알파고와 같은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게 되었지요. 현재는 '대상 문제의 rule을 정해 주면 빠른 시간 내에 아주 복잡한 NP-complete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었다'라고 보면됩니다.


아직은 문제의 rule이 무엇인지 컴푸터가 알아 듣게 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 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다른 인공지능을 개발할 능력(문제의 rule을 도출)을 가지는 상태를 (technological) singularity (또는 (기술) 특이점)라고 부르며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지요. wikipedia에서 singularity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위의 자문 내용을 저는 충분히 이해했는데, 그 과정에서 위키백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먼저 사용된 전문용어에 대해 이해해야 하니, 제가 검색한 내용을 글박스로 옮겼습니다. 최종적인 설명은 그 다음에 하겠습니다. 





다항 시간(多項時間)은 어떠한 문제를 계산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 m(n)이 문제의 크기 n 다항식 함수보다 크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대문자 O 표기법을 사용하면 m(n) = O(nk)이 된다. 여기서 k는 문제에 따라 다른 상수 값이다. 일반적으로 입력 길이의 다항 시간이 걸리는 경우를 '빠른', 혹은 '다루기 쉬운'(tractable) 경우라고 표

한다. 반대로 다항 시간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를 초다항 시간(超多項時間)으로 부르며, 이 경우는 '다루기 

든'(intractable) 경우로 표현한다. 초다항 시간에 속하는 예로는 지수 시간이 있다. 결정론적 튜링 기계로 다

항 시간에 풀 수 있는 판정 문제 복잡도 종류 P이다. 다항 시간에 답이 맞는지 틀린지를 검사할 수 있는 판

정 문제의 복잡도 종류는 NP다. 다시 말하면, NP는 비결정론적 튜링 기계로 다항 시간에 풀 수 있는 판정 문

의 복잡도 종류이다.


다항 시간은 바둑처럼 경우의 수가 많은 문제를 계산할 때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이런 다항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과정에 있으며, 학습(갈수록 고수와 바둑을 두는 것)을 통해 다항 시간은 줄어듭니다. 음성인식의 첫 번째 단계인 TTS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것으로 해당 텍스트를 여러 번 읽으면 아나운서 수준에 이릅니다. 



가장 초보적인 음성인식이 이렇게 이루어지는데 알파고의 인공지능도 18급에서 시작해 비슷한 방식으로 최고수의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까지 수천만, 수억 번의 가상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인공지능도 지금의 수준에 이르렀고, 다항 시간이 점점 빨라져 이세돌을 3판이나 내리 이길 수 있었습니다. 오늘 알파고의 인공지능이 이세돌을 넘지 못한 것은 학습능력이 부족함을 말해줍니다. 



물론 이세돌과의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한 단계 더 발전합니다. 구글의 연구자들이 미쳐 생각하지 못한 것들도 얻었을 터이고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어떤 부분을 더해야 무적의 바둑고수가 될지, 경우의 수를 어디까지 넓힐지,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엄청난 비용(모든 방송이 실시간 중계하고 뉴스마다 떠들어댄 것은 구글이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풀었음을 뜻한다)을 들였지만 그만큼 회수할 것이 풍부해진 것입니다. 당장 딥마인드의 주가가 폭등했다고 합니다.   


 

                                                  Gragh searching 과정  




NP 비결정론적 튜링 기계(NTM)로 다항 시간 안에 풀 수 있는 판정 문제 집합으로, NP는 비결정론적 다항시간(非決定論的 多項時間, Non-deterministic Polynomial time)의 약자이다. NP에 속하는 문제는 결정론적 튜링 기계로 다항 시간에 검증이 가능하고, 그 역도 성립한다. 또한 결정론적 튜링 기계로 다항 시간 안에 풀 수 있는 문제는 비결정론적 튜링 기계로도 다항 시간 안에 풀 수 있으므로, P 집합은 NP 집합의 부분집합이다. 이때 P가 NP의 진부분집합인지, 혹은 P와 NP가 같은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이 문제는 P-NP 문제로 불린다.

NP-complete(NP-완전, NP-C, NPC)은 NP 집합에 속하는 결정문제 중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의 부분집합으로, 모든 NP 문제를 다항 시간 내에 NP-완전 문제로 환산할 수 있다. NP-완전 문제 중 하나라도 P에 속한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모든 NP 문제가 P에 속하기 때문에 P-NP 문제가 P=NP의 형태로 풀리게 된다. NP-완전 문제 중의 하나가 P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P=NP에 대한 반례가 되어 P-NP 문제는 P≠NP의 형태로 풀리게 된다.

Gragh theory(래프 이론)에서 말하는 그래프는 기하학적으로 정확한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절점(結節點:또는 점·꼭지점)과 1쌍의 결절점을 연결하는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향(有向) 그래프에서 모든 선은 방향을 가지며, 도로망, 전기회로망, 탄화수소분자구조, 다면체의 꼭지점과 모서리·명령계통·가계도(家系圖) 등은 그래프나 유향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 행정지도와 관계있는 2가지 그래프 가운데 하나는 경계선을 나타내는 그래프이고, 다른 하나는 각 지역에 결절점을 찍고 경계선으로 나눈 각각 1쌍의 결절점을 연결한 그래프이다. 

1735년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옛날부터 전해오던 쾨니히스베르크 다리에 대한 수수께끼를 분석·발표했다. 이 수수께끼는 섬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갈라져 흐르는 강에 놓인 7개의 다리를 1번씩만 건너서 모든 다리를 건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는 이 수수께끼의 답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했고, 이 문제를 가능한 모든 회로망에 일반화시켜 오늘날의 그래프 이론과 위상기하학(位相機何學)이 나오게 되었다. 

그래프 채색이란 연결된 결절점들을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하는 방법으로서, 이 방법을 이용하여 시간표를 짤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과 교사들이 수업시간표를 짤 때 수업시간을 결절점으로 표시하고, 똑같은 교사나 학생이 그 시간에 있을 경우 두 결절점을 연결하여 색칠하면 시간표를 겹치지 않게 짤 수 있다. 이 경우 색깔은 시간표를 나타낸다.




다항 시간을 줄이는 일은 학습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바둑의 경우 경우의 수 10의 170승에 이르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바닥판에 놓은 돌이 많아질수록 경우의 수가 주는 것처럼, 무한대가 나오는 맨 첫 수부터 경우의 수를 살펴볼 수 없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NP입니다. 상대의 수준에 맞춰, 수순이 이루어질 때마다 경우의 수를 최소화하면서도 최적화된 수를 찾아낼 수 있도록 다음 수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려 할 때 모든 기업과 사람이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익을 남기려면 영업대상을 한정해야 합니다. 최소비용을 통해 최대이익을 거둘 수 있는 영업 플랜을 짜서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도 수없이 많은 실수를 하게 되며, 그렇게 영업노하우가 쌓입니다. 영업의 고수가 되는 것이지요. 'salesmans travel'이 이를 말하면 그것을 인공지능에 적용한 것이 Gragh theory(그래프 이론)입니다.  



                                               VLSI가 적용된 마이크로칩



VLSI[뷔엘에스아이]는 컴퓨터 마이크로칩의 소형화 수준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하나의 마이크로칩에 수십 만개, 즉 104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LSI (large-scale integration)는 수천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는 마이크로칩을 의미한다. 이전의, MSI (medium scale integration)는 수백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는 마이크로칩을, 그리고 SSI (small-scale integration)는 수십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있는 마이크로칩을 각각 의미하였다.



양자컴퓨터나 슈퍼컴퓨터 정도가 되면 NP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럴 경우 인간이 인공지능과 바둑을 둬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병렬컴퓨터(흔히들 말하는 크라우딩 기법으로 수천 대의 컴퓨터를 하나로 묶어 슈퍼컴퓨터에 해당하는 CPU를 확보하는 것)의 역할을 대행하는 VLSI가 장착돼 있을 것이고, 그것마저도 병렬로 돼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계산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다항 시간 내에 풀 수 있는 경우의 수, 즉 집합의 크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늘은 이세돌에 패했던 것입니다. 음모론적으로 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거대한 후폭풍 때문에 구굴이 어제까지의 인공지능보다 낮은 것을 돌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아무튼 알파고의 인공지능이 NP-완전, 즉 최적의 수를 찾는 것이 이전의 어떤 인공지능보다 빨라졌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는 알파고의 인공지능을 다른 분야에 넓혀도 최고의 수준에 이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풍요롭게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음을 말해주는 것이 알파고의 인공지능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할 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Deep neural networking                                                  


모든 인류가 걱정하는 마지막 단계는 Gragh theory(그래프 이론)를 넘어서는 것을 말하는데, 그 전에 통신사의 기지국 시스템을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통신사의 기지국은 스마트폰과 기지국까지만 무선입니다. 기지국들은 유선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위성과 wipi 같은 무선랜을 이용하기 때문에 무선의 영역이 넓어졌지만 통화를 하려면 기지국(가상 기지국 포함)을 거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보통 기지국은 동시접속자수가 한정돼 있습니다. 제가 통신사업을 할 때는 동시접속자수가 274명이었습니다. 그 이상이 동시에 접속하면 기지국이 다운돼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하나의 폰은 주변에 있는 3개의 기지국과 15초 간격으로 신호를 주고 받습니다. 동시접속이 몰렸을 때 다른 기지국으로 돌려지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동시접속을 분산해서 통화불통, 착신지연, 통화품질 등을 최상으로 제공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이런 분산을 최적화하기 위한 기하학적 수학 정리(쉽게 말하면 salesmans travel이 극대로 발전한 것, 뇌의 뉴런과 시냅스가 촘촘한 회로망을 구축해 지식과 학습, 판단의 체제를 형성하는 심층신경회로망(deep neural network)을 모방한 알고리즘이 Gragh theory(그래프 이론)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 구글의 딥마인드는 자신의 인공지능에 몬테칼로식 트리서치를 이용했다고 한다)가 사용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알파고의 인공지능이 이세돌에게 패한 것에서 보듯, 현존하는 모든 인공지능은 기술 특이점에 이르지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기술 특이점이란 학습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처럼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궁극의 수학 정리를 말합니다. 즉, 인간이 rule를 주는 대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rule을 정해 자기 맘대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걱정하는 세상,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물론, 저를 자문해준 최고의 인공지능 전문가도 기술 특이점이 출현하는 것에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벌어질 일들이란 인간이 추론할 수 있는 능력밖이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도 인공지능이 활용하는 one of them에 불과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세상이란, 리처드 토킨스가 《눈먼시계공》에서 주장했듯이, 인류가 지구의 마지막 지배자로 남아야 할 어떤 근거와 정당성도 없다는 것(도킨스가 신을 부정하는 근거)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이 인류가 할 수 있는 전부인 디스토피아일 수도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미국이 일본의 두 개 도시에 핵폭탄을 투하한 순간 과학기술에 적용될 수 있는 윤리학의 마지노선이 무너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인류가 '진보의 낙관론'을 앞세워 스스로의 종말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극소수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과학기술의 폭주를 막기 위한 어떤 윤리적 기준도 제시할 수 없고, 그 끝에는 인류의 종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만 다시 한 번 상기하는 것으로 긴 글을 끝낼까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ω^ 2016.03.13 22:59

    좋은 글 감사히 보았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운 글인 것 같네요.

    눈이 빙글빙글 돕니다. @ㅁ@

    전문용어도 있고 그래서, 몇 번 다시 정독해보겠습니다.



    글 요청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최신 이슈를 이렇게 '깊이 있게' 해설 해주시는 분은 처음 보았어요.

    • 저도 님 덕분에 공부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지식을 넓히는 일이 즐거움이어서 님의 부탁이 저로 하여금 새로운 활기를 준 것입니다.
      전문 용어와 글박스의 것들을 모조리 빼고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空空(공공) 2016.03.14 09:17 신고

    그 알고리즘을 만드는것도 인간입니다
    결국 기계는 인간을 이길수는 없습니다
    "창의성"은 따라 갈수가 없습니다

    • 기술 특이점에 이르면 그때는 인간을 능가합니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상대가 안 됩니다.
      그래서 이쯤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막아야 합니다.

    • 전자공학 재학중 2016.03.14 22:14

      이쯤에서 막는 것이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러다이어트 운동의 재현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막는 것이 가능한지 여쭤봅니다.

    • 이것은 러다이트와 다릅니다.
      러다이트는 일자리 문제였지만 기술 특이점이 적용된 인공지능이 나오면 인간이 필요없어집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질투하고 정복하려 할 것입니다.
      인간이 필요없는 인공지능이 볼 때 인간은 원자와 분자로 구성된 물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 없이도 세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의 씨를 아예 말려버릴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만든 창조자가 제일 무서운 적이기 때문입니다.

  3. 요원009 2016.03.14 16:30 신고

    이렇게 알고리즘이 중요한데, 정작 우리나라 대학에선 수학과 알고리즘을 등한시 해왔고, 지금도 해오고 있죠.

    많이 안타깝네요.

    • 우리는 기본적인 것에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하잖아요.
      현실과 이상을 적절히 결합해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 하는데 이것도 형편없습니다.
      이명박이 기초과학을 박살내더니 박근혜는 '아무것도 몰라요'로 일관하니..

  4. 전자공학 재학중 2016.03.14 22:11

    오.. 전문가님께 여쭤봅니다. 교수님보다 더 시원한 강의 들었습니다.
    1. 현재 대한민국의 인공지능의 발전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 중극, 일본, 유럽에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2. 특이점이 아직 오지 않는 기술적 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3. 알고리즘 내용을 보고 여쭤봅니다. 트리 구조와 뉴런 네트워크가 어떤 식으로 융합이 합니까?

    • 1번은 제가 아는 한 많이 떨어집니다.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많이 떨어집니다.
      제가 자문을 구하는 분은 인공지능의 세계적인 대가인데 그분도 한국에서 프로그래머가 천대받는 직업을 전락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합니다.
      응용과학이 최고를 유지하려면 기초과학에 충실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 이래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2번은 'Our Accelerating Feature' 라는 Michael M. Anissimov 의 책을 공부해야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초신경회로망은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뇌과학은 초신경회로망이 구축되는 기본원리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파악하면 기술 특이점에 이를 것입니다.
      수학의 문제이기 전에 뉴런과 시냅스의 작동원리(알고리즘)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 인류는 뇌 이해의 초입에 있습니다.
      이것이 선행돼야 수학적 정리도 나올 수 있습니다.

      3번은 트리구조라 함은 예스와 노에 따라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3개의 조건을 동시에 풀지 못합니다. 그래픽 이론은 3개 이상의 조건을 가지기 때문에 트리구조에 비해 다차원적입니다.
      이를 테면 복소수(허수)까지 평면화하려면 그래픽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 차이로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말하는 뇌의 추론 능력은 예스와 노에 따라 넓혀지지 않는 것처럼요.
      동시다발적 연산이 가능해집니다.

      이 두 개를 하나로 묶을 수 있으면 뇌의 초신경회로망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추론되고 있습니다.
      입력계층, 출력계층, 은닉계층 중에서 은닉계층의 알고리즘을 제대로 파악하면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오리라 봅니다.

  5. ^ω^ 2016.03.16 00:54

    네이버 뉴스 읽다가 '구글 AI `알파고` 바람 금융권도 덮친다'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금융권에 인공지능 도입은 너무 무섭네요...

    수천 수만 건의 데이터를 취합해서, 나노 초 단위로 계산해내면

    진짜 인간은 당해 낼 수 없아요...

    먼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경제 대공황 일으킬 수도 있을까봐 걱정입니다...

    • 그것까지는 필연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기술 특이점을 돌파하면 그때는 어떤 것으로도 인공지능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제가 구글 광고를 이용하지만 인공지능의 최종목표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6. 봉잡스 2017.03.31 01:17 신고

    검색하다 들렸는데 굉장히 유익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7. 봉잡스 2018.06.02 08:04 신고

    유익한 글입니다. 꼼꼼이 여러번 읽어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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