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가 경북 성주로 확정된 지금, '국가안보와 북핵해결을 위한 국제공조라는 중대한 사안을 졸속으로 처리했고, 득보다 실이 크며, 부지비용과 방위분담금 증액(트럼프의 당선도 고려) 등 국민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드 배치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는 물론,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문재인의 담화에 해결의 지혜가 담겼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사드 배치는 남북한의 극한대립과 중국의 경제 보복, 미중의 신냉전까지 치달을 수 있는 사안이라 국민적 토론과 국회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그 파장을 최소화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는 국가안보 차원만으로 국한할 수 없음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이익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과 핵개발을 저지하거나 최소화하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사드 배치를 미국(과 일본)의 이익에 근거해서만 졸속으로, 그것도 비밀리에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사드 배치 결정이 대중국봉쇄를 위한 미국(과 일본)의 이익에 근거했다면 그 후폭풍이 엄청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2인자로 국정을 총괄했던 문재인의 입장에서, 사드 배치가 국가안보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지,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의 부담을 줄지, 배치 지역의 주민에게는 어떤 피해를 입힐지, 외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국민 세금이 얼마나 투입돼야 할지, 사드 배치가 한미일군사지위체제 통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평화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무수히 많은 것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사드 배치는 너무나 많은 것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답(최선)이 없는 문제다. 한국 정부가 어떤 결정으로 내려도 그에 따른 반대와 후폭풍을 피할 수 없는 자충수나 외통수 같은 범국가적 사안이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고, 국내외 여론의 동향을 살피면서, 이미 결정됐다는 부지 발표를 오늘까지 미룬 것은 국민을 정말로 미국이라면 껌뻑 죽는 개, 돼지로 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능과 무책임과 불통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와 국방부가 절대 할 수 없는 것은 사드 배치의 공론화며,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라면, 문재인의 담화는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미국과 중국이 아무리 초강대국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치열한 토론과 일정 수준 이상의 합의로 사드 배치를 결정하거나 반대한다면 두 나라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은 지극히 당연하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심지어 2년도 남지 않은, 레임덕에 빠진 것을 넘어 탄핵을 면하기에 급급한 박근혜 정부의 결정이 아니라 국민적 토론과 국회의 동의가 이루어진 결정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외국에서 왈가불가할 수 없다. 국민적 토론과 국회의 동의를 거쳤음에도 두 국가가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한 국제법 위반이며, 용납할 수 없는 내정간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밀실에서 이루어진 정부의 결정과 투명하게 공론화 과정을 거친 국민 및 국회의 결정은 다르다. 사드 배치(혹은 배치 철회나 연기 등)의 후폭풍을 염려할 이유도 없다. 사드 배치가 실제 이루어진다고 해도 내년 말이나 그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결정을 철회하고 공론화를 거칠 시간은 충분하다. 그런 과정에서 사드의 장단점이 충분히 알려질 것이고,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 있으며, 국민은 국제적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도 커질 것이고, 이명박근혜 정부 8년 7개월 동안 껍데기만 남은 민주주의도 회복될 수 있다.    



문재인의 담화를 초딩의 수준으로 격하시킨 김종인의 발언이 얼마나 무지하고 형편없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며, 박근혜와 국방부가 대한민국 역사의 대역죄인으로 남지 않을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한일군사정보협정과 위안부협상을 사전포석으로, 서울에서 열린 자위대창설 기념행사와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에서 헤이그 재판소가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에 맞춰 국방부가 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를 발표한 것이 한미일군사지휘체제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아닌지 의문까지 드는 것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국민을 믿고, 그들의 집단지성을 믿는 것이 민주적 지도자의 첫 번째 덕목이라면 문재인의 제안은 그것에 충실한 국정경험에서 나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면 어떤 난제도 풀어낼 수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맞다면 사드 배치의 후폭풍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국민과 미래세대에게 물어보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박근혜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 수구보수세력 결집을 노린 것이 사드 배치의 목적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사람사는 세상 2016.07.13 23:28

    정리를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 늙은도령 2016.07.14 00:21 신고

      문재인의 국정경험을 현 집권세력과 조중동이 가장 무서워하기 때문에 삿사건건 트집을 잡는 것이지요.
      김종인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나라는 국민을 위한 지도자면 반드시 죽이는 특권층 때문에 항상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실수를 줄여야 합니다.

  2. 참교육 2016.07.14 08:31 신고

    여기저기 두들겨 보다 성주가 제일 만만했던 모양입니다.
    제 2의 밀양이 될 것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6.07.14 14:14 신고

      박근혜는 정말로 지옥문을 열었습니다.
      정말 탄핵이 필요합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6.07.14 08:34 신고

    김종인의 의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뜨뜻미지근한게...

    대구의 신공항 이전도 절묘한 시점에 터뜨리고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6.07.14 14:15 신고

      김종인은 야당을 망치는 자입니다.
      어떻게든 몰아내야 합니다.

  4. 맹그로브 2016.07.14 09:49

    야당은 모하나요.... 새누리한테 뒷 돈이라도 받는건가요???

    • 늙은도령 2016.07.14 14:15 신고

      김종인 때문에 더민주가 개판이 됐습니다.
      반드시 퇴출시켜야 합니다.

  5. 쌈둥아빠 2016.07.14 10:19

    올려주신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무더위 건강 유의하세요 ^^

  6. 박정옥 2016.07.14 22:18

    참답답한 인간들이네여. 사드가 필요한게 아니라 평화가 필요하고 대화가 필요하고 믿음이 필요하지요.

    • 늙은도령 2016.07.14 22:59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안보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강할 때 가장 완벽해집니다.
      박근헤는 그런데 거짓말로 밀실협약을 덮기에 급급합니다.

  7. 인타이어 2016.07.15 00:55 신고

    결국 전혀 다른 논쟁으로 사드 불효율과 불필요론이 묻히는군요!
    사드는 한반도에 불요한 것이요.
    근본적인 문제를 떠나서 왜 다들 지역문제로 접어드는 것이요?
    갈등을 섞어가며 조금씩 포커스를 비켜가며 또 개돼지취급하고
    있는걸 알아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6.07.15 01:43 신고

      사드 문제는 지역 문제가 아니지요.
      박근헤 정부와 종편, 조중동이 그렇게 몰고 가고 있는 것일 뿐.
      이제 국민들이 깨어나고 있기 때문에 저들의 논리는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8. alaya 2016.07.15 20:12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야당의 스탠드가 김종인에 의해 참 절묘한 전략같습니다. 새누리에서 원했던 것은 사드반대이고 결국 종북프레임을 씌워 물타기할 것을 어정쩡한 보수 김종인에 의해 절묘하게 피해간것같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드반대가 아니라, 국회상정과 공론화 이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안철수가 주장한 국민투표는 위험한 발상이구요. 종편에 물들여진 수많은 국민들이 있기때문에 브렉시트꼴날수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6.07.15 21:24 신고

      김종인은 찬성 의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었던 것이지요.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텃밭이 뿌리처럼 흔들리는 것을 즐길 모양인데 그런 식이라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사드는 미국이 어느 편에 서겠느냐며 한국을 몰아치는 것이고, 박근헤는 보수집결을 위해 이에 응했는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증시 폭락이 심상치 않다. 중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한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다. 수구세력의 집권을 위해 존재하는 한국의 기레기들이 ‘금융공산주의’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일뿐더러, 전형적인 사실 왜곡이지만 중국증시의 거품이 붕괴되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증시의 폭락과 2008년 월가 발 금융붕괴(신용붕괴가 정확하지만)는 성격이 다르다. 후자는 전 세계의 실물경제를 담보로 수만~수십만 배의 뻥튀기를 남발했던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신자유주의의 핵심)이 한계에 이르며 폭발했다. 그 바람에 전 세계가 사상 최장의 경제위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정부가 금융기관에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제공하고, 시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한 것도 거래의 기반이 되는 신용이 붕괴됐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금융기관들이 살아날 수 있었고, 월가와 런던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었다.



각국이 제로금리나 사실상의 마이너스 금리로 달려간 것도 서민의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용붕괴의 주범이지만, 정치의 돈줄인 거대자본과 슈퍼리치의 금고를 회복시켜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주가가 신용붕괴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된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 때문에 2008년의 글로벌금융위기는 0.1%의 탐욕과 정부의 방조 때문에 발생했지만, 0.1%의 승자독식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수십조 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은 상층부에서만 돌아다녔지, 땅으로 내려와 신용붕괴의 최대 피해자인 실물경제와 중하위 90%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전 세계 실물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최대 피해자로 등장할 가능성은 그래서 높았다. 저렴한 인건비와 환경오염을 신경 쓰지 않는 세계의 공장을 자처했고, 초국적기업들이 그것을 요구했으며, 중국정부가 보장했기 때문에 중국은 전 세계 실물경제의 집산지가 될 수 있었다.



중국정부가 금융산업의 개방을 거부하며 국가자본주의를 유지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그 정도의 성장으로 13억5천만 명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고 무한대의 내수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거대한 인구이지만, 그것은 반대로 최대 약점이다. 중국은 절대빈곤층만 6억 명에 이르고 부의 양극화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





어떤 나라도 13억5천만 명을 만족시킬 경제를 유지할 수 없을뿐더러, 산업혁명 이후 250년 만에 지구의 자원이 고갈된 것까지 고려하면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자본 특유의 투기(어마어마한 숫자의 개미들도 참여했다)까지 일어났으니, 중국증시의 폭락은 예정된 결과였고, 그래서 실물경제로 전염될 가능성도 높았다.



증국증시의 폭락에서 시작해 실물경제로 전염된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지만, 문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나라가 한국(지역적으로는 유로존)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면 중국경제의 경착륙을 비껴갈 수 있고, 일본은 중국에 투자한 것이 적어서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중국에 투자를 많이 했고 일본과 독일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은 그럴 수 없다.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한국경제의 위험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수출입 모두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정도가 최고로 높아진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 한국경제(특히 가계부채와 내수경제)에 가해질 타격의 정도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제조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형제와 친구, 선후배들의 한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불황형 흑자도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중국경제의 경착륙이 심하지 않고, 오래가지 않아야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파르게 이루어지지 않아야 하고, 박근혜 정부의 역주행이 더 이상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중하위 90%에게는 IMF 외환위기가 비교도 되지 않는 경제위기가 코앞까지 닥쳤다.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은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죽어도 하지 않으려고 하니 답이 없다. 그녀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나라가 어떻게 되던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머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는 이상 중국경제 경착륙이 몰고올 미증유의 피해를 줄일 수 없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한 번쯤은 다른 길을 가봐야지 않겠는가? 성장지상주의와 시장근본주의는 인류를 패망으로 몰고 가고 있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그 길로 가려고만 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상위 1%의 잔치에 들러리만 설 것인가? 상위 1%는 정부가 존재하고 세금이 걷히는 한 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위 99%가 낸 세금으로 파티를 영원히 지속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7.30 08:13 신고

    이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듯 합니다

    지금 자동차,전자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혼란이 눈에 보이는듯 하군요

    • 늙은도령 2015.07.30 14:46 신고

      대단히 심각합니다.
      지금 정부가 보도 자체를 통제하기 때문에 그렇지 상황이 최악입니다.
      환율을 올려도 별로 효과가 없을 정도니 말 다했지요.

  2. 최홍대 2015.07.30 12:21 신고

    중국도 너무 빨리 키웠어요. 그것도 거품으로..천천히 가야 하는데 욕심이 그것이 아니니..



세월호 정국이 길어지면서 현 집권세력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와 짐승보다 못한 짓거리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태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인지,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도덕과 양심, 정의를 잃어버린 그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과 시민들을 비판하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들은 너무나 조악해서 입에 올리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해상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와 같다고 하는 논리와 세월호 참사 때문에 경제가 악화됐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흔히 교통사고라 함은 하루에도 수천에서 수만 건이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을 말합니다. 택시나 버스를 타고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합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신호들과 약속, 법률에 나온 것들을 지키면 교통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즉시 구조가 이루어집니다. 구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피해자나 가해자를 구조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수천 명이 타고 있는 지하철과 고속철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아무리 큰 교통사고가 일어났다고 해서 모든 방송이 생중계로 보여주지 않는 이유도 너무나 많은 교통사고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제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승무원들이 승객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한 채 자신만 살자고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구조 장비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지도 않고, 구조를 위해 전문가들이 몰려들었으면서도 그저 방치한 채 바라만 보지도 않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지상과 지하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인류 문명이 자초한 일상의 모순이지 세월호 참사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비해 세월호 참사는 비행기사고보다 그 발생빈도가 적은 사고에 해당합니다. 필자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 참사와 비교할 수 있는 선박사고는 서해 페리호 침몰사건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탈출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제자리에 있으라고 한 채, 자신들만 탈출하는 경우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방송들이 생중계하는 중에도 아무런 구조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세월호 참사가 처음입니다. 심지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탈출한 승객들을 구조한 주체가 해경이나 해군이 아닌 일반 선박인 경우도 처음이며, 그들의 구조 활동마저 제한한 것도 처음입니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는데도 7시간 동안이나 대통령에게 대면보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때문에 국가 개조를 주문하는 일이 일어나고, 대통령이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처음입니다. 대한민국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도 아무런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처음입니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운 것도 처음이지만, 담화에서 약속한 것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것도 처음입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앞에서 폭식놀이를 하는 반인륜적인 행태가 자행되는 것도 처음입니다. 자식들의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이 나라를 말아먹는 역적으로 변질되는 것도 처음입니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경제관료와 일부 언론들이 세월호 참사 때문에 경제가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것도 처음입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수출계약이 해지됐다는 얘기는 단 한 건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파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세월호 참사 때문에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현재의 상황이 디플레이션의 초입이라고 했는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됐다고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떤 경제학 이론을 적용해도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경제위기를 다룬 경제학 서적을 뒤져봐도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 때문에 세계 10권의 경제대국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지 그 이론적 근거들을 찾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그렇게도 허약했다면 IMF 환란이 일어났을 때 완전히 망했어야 합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말이 성립하려면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경제위기가 찾아왔어야 했습니다. 하물며 그때보다 경제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더 말이 안 됩니다.



정말로 대한민국은 ‘보고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된 듯합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7년 동안 얼마나 많은 돈들이 풀어졌으며, 얼마나 많은 조치들이 취해졌는지 돌이켜보기만 해도 세월호 참사 때문에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은 나올 수 없습니다. 하물며 해상의 교통사고라는 말은 더욱더 나올 수 없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도덕과 양심, 정의가 사라진 천민자본주의를 넘어 기본적인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수없이 많은 증거들을 놓고도 아무런 판단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나라가 됐습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 진상규명이라도 해달라는 유족에게 나라를 말아먹는 대역죄를 갖다 붙이는 것이 가능한 나라가 경제규모 10위권의 대한민국인가 봅니다.



블로그 정기후원자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


  1. 중용투자자 2014.09.14 14:44

    진실은 침몰하지 않고 양심의 부력으로 떠오른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

    • 늙은도령 2014.09.14 16:52 신고

      그러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 나라는 너무 천민화됐어요.
      서민들이 먹고 사는 것 이상을 생각할 수 없도록 체제가 굳어졌어요.

  2. 모모 2014.09.15 00:25

    세월호도 그렇지만 4대강이 썩어가는데도 정부가 잘했다는데는 정말 절망적입니다. 이 나라에 희망이 있는 걸까요?

    • 늙은도령 2014.09.15 00:47 신고

      4대강공사는 저희 삼촌도 비판적으로 변했습니다.
      어차피 4대강공사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수구들의 세상, 상당히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고난의 시절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언론이 문제라 그들을 꺾을 방법이 없네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언론에 있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4.09.16 10:12 신고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자신을 작가라고 불러달라는 유시민이 조계종 불학연구소 워크숍 강연 질의응답에서 “박근혜 정부는 심리학자의 도움 있어야 설명이 가능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한다. 필자도 유시민 작가처럼 플라톤에서 시작해 홉스와 몽테스키외, 아렌트와 푸코, 달과 최장집, 쉐보르스키와 말라발 등에 이르기까지 국가이성과 내치학(관방학), 정치경제학과 통치이성 및 정치철학과 국가이론까지 온갖 것을 적용해 박근혜 정부를 분석해보려 했는데 결론은 ‘답이 없음’이었다.



                                                                 


유 작가의 평가와 필자의 생각이 다른 점은 단 하나다. 박근혜 정부는 극단적인 자기보존의 본능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마키아벨리가 제시한 제왕의 통치술(추문의 수준이다)로도 박근혜 정부를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정치와 통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의 실험’을 보는 듯한 유체이탈 화법과 받아쓰기의 집단의식만을 ,보여줄 뿐이어서 지독한 자기보존의 본능을 빼면 박근혜 정부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자신을 무오류의 정화인 듯 말하는 ‘자신을 뺀 모든 것이 적폐’라는 인식도 지독한 자기보존의 본능에서 권위적인 통치를 빼면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대통령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과격한 폭력성은 자기보존 본능이 강한 사람들이 목적한 바를 쟁취하려 할 때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들은 도전자의 입장일 때는 최강의 공격만이 자신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타협이란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하는 것이지, 자신에게 불리하면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공저인 《계몽의 변증법》을 보면 “계몽과 신화의 대결 속에 있는 유혹녀는 강력한 유혹의 힘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연약하고, 구식이며, 방어력이 없는 존재”로서 “자신의 에스코토로 말 잘 듣는 동물을 필요로 한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필자는 이것에서 도전자에서 수성자로 바뀐 박근혜 정부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인적 구성을 보면 신화의 영역에 자리했던 소수의 왕족들과 계몽의 영역에 자리했던 다수의 신민들을 떠올린다.



                                               


45% 전후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끌어낼 수 있는 유혹의 힘을 지닌 유체이탈 화법의 대통령과 그를 에스코드하기에 바쁜 받아쓰기의 비서진이 보여주는 행태란, 정작 통치의 기술이 필요할 때는 '연약하고, 구식이며, 방어력이 없는' 집단처럼 보인다. 신화도 아닌 인간의 권력이 계몽의 찬양 속에 흠뻑 취해 자기보전의 본능적인 통치만 향유할 뿐, 국민이 살고 있는 저작거리의 애환과 고통에는 철저한 거리를 유지한다.



                                                     


나라의 곳간을 풀어 만민을 통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는 성인군자처럼 행세하다, 곳간의 재고가 바닥을 들어내면 야차처럼 차갑게 돌변한다.  나라의 통치자로 어명을 하사하고 집행을 독려하되, 결과에 따른 책임은 일부의 신민과 국민의 무지로 돌려버린다. 세월호 실종자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는 통치자의 위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어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대국민사과담화를 발표할 때는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다.



통치자에 올랐으니 이제는 방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위기에 처할수록 자리를 지키기 위한 자기보존의 본능은 극대화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했듯이 거세당한 신화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죽음의 문화’만이 번성할 뿐이다. 신화 속에 실체를 숨기고 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을 무릎 꿇릴 유혹하는 힘을 지녔지만, 막상 그것을 사용할 때는 계몽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세월호 유족과 국민의 아우성이란 민주주의의 본질인데 자기보존의 본능이 이 모든 것을 위협의 신호로 둔갑시켜 버린다.



그 다음은 작금의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 신화와 계몽이 싸우는 곳에 현실의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이, 세월호 유족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란 애초부터 없었다. 게다가 전설의 레이저를 맞으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복종하지 않는 자들은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되며, 그를 제거한 자리에 절대 복종을 실천하는 그녀에게만 '진실한 사람'으로 대체해야 한다.



청소년기에서 멈춰버린 인지부조화는 극과 극을 오가는 조울증의 형태를 띠며, 일정 수위를 넘으면 분노조절장애를 일으킨다. 이런 카오스적 정신상태는 순수한 악의 전형에 권력의 역학이 더해져 정반대의 말을 해도 스스로는 오류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무오류의 유체이탈 화법이다. 집권 4년차에 들어서는 인지부조화가 중증에 이르러 백약이 무효한 상태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말하면 박근혜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위험천만한 최악의 지도자라는 뜻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오마이뉴스의 유시민 강연 동영상

 

                                                     


  1. 소피스트 지니 2014.08.24 23:01 신고

    유시민이 다시 정치계로 복귀했으면 하네요. 그의 뜻이 어떤지는 잘 알지만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는 사안을 정확히 궤뚤어보는 시야를 가진 사람이 필요해 보입니다.

    • 늙은도령 2014.08.25 01:22 신고

      제대로 된 정치인들은 참여정부에서 국정 경험이 있고 새누리당과 수구세력의 정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정치인들입니다.
      현 집권세력은 그들이 가장 무서운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친노하면서 그들을 철저히 짓밟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표상만 보고 그 배후에 자리한 것들을 못 보네요.
      많은 글을 통해 우리나라 집권세력의 정체를 전하고 있지만 방송에 휘둘리다 보니 우리나라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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