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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유민과 유나에게, 못난 아버지의 이름으로 할아버지의 재산, 아버지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자식의 대학진학과 인생을 결정한다는 얘기에서 보듯, 지금은 아버지라는 존재가 한없이 퇴행해버린 시대입니다(망상 하나 ㅡ 나찰 같은 엄마부대는 있어도 아빠부대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일까? 군복을 입은 어버이부대는 정치사회적 조폭이언정 양성평등론자라도 되는 것일까? 부모라는 이름을 한없이 더럽히고 있는 것은 둘 다에서 공통적이지만). 그 존재만으로 한 가정을 이끌 수 있었던 아버지의 시대는 아득한 옛날에나 찾아볼 수 있는 과거의 유물이 됐습니다. 그나마 가장을 주장할 수 있었던 근거인 '돈을 벌어오는 기계'로서의 아버지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40대 중반까지 정규직에 남아 있기도 힘든 현실에서, 자발적 노예가 되거나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는 아버지라는.. 더보기
그날, 단원고 학생들이 느꼈을 공포와 절망 때문에 필자는 11년 전, 이맘 때쯤 고속도로를 주행 중에 공황증상이 일어났다. 만성디스크의 통증이 다리로 내려가더니 페달을 밟는 발에 부분적 마비가 올 것 같았고, 그런 두려움이 어는 순간 통제의 범위를 넘어섰다. 공황증상이 일어나자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가 맹렬하게 밀려들었다. 저녁 9시, 수많은 차량이 다니고 갓길도 없는 고속도로라 운전을 멈출 수도 없었다. 단 1초도 더 운전할 수 없을 정도의 공황증세는 '정말로 죽는구나'하는 압도적인 공포로 나를 몰아쳤다. 몸을 가눌 수 없는 무력감에 운전대를 놓고 몇 초라도 쉬고 싶었다. 극단의 공포가 몰고온 무력감에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손을 놓고 그대로 쓰러지면 교통사고를 피할 수 없지만, 코앞에 닥친 죽음의 공포에서 잠시라.. 더보기
지상파3사의 아버지 열풍이 불편한 이유 가히 아버지 전성시대입니다. 모든 오락 프로그램이 남성 전성시대를 이루었다면ㅡ‘진짜 사나이’는 여자를 아예 남자처럼 다룬다ㅡ이번에는 아버지가 오락 프로그램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채널을 선택해도 남성과 아버지만 나올 뿐 여성과 어머니는 보기 힘듭니다. ‘아빠 어디가’에서 시작된 아버지 열풍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거쳐 에서 폭발했다가, ‘아빠를 부탁해’까지 이어지면서 일시적 트렌드를 넘어 요지부동의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이 땅의 아버지들은 돈벌이 이외에도 육아와 가족관계 회복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이런 추세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이 땅의 아버지는 가부장적 존재로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는 병풍 같은 존재로 취급됐기 때문에 다정한 아버지의 등장은 혁명 같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