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썰전에서 필자의 관심을 빨아들인 것은 '정의'에 대한 전원책의 경험고백과 이에 대한 유시민의 반박이었습니다. 연인원 1600만 명이 참여한 촛불집회의 시대정신이 '정의의 실현'이었기 때문에 최근에 들어 정의론에 관한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은 까닭에 매우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저에게는 상당한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필자는 정치철학으로써의 정의론에 집중했지만, 전원책의 에피소드에서 나온 짧은 토론이 모든 정의론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했습니다.       





자신이 변호하던 피의자가 집행유예 기간에 문제를 일으킨 것을 알게 된 후, 이것을 인지하지 못한 검사와 판사에게 이실직고하고 재판에서 패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모른 척하며 무죄를 받아낼지 고민하다가 '정의 실현'의 차원에서 고백했다고 말한 전원책의 말에 유시민이 잘못했다고 반박하며 정의에 관한 짧은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유시민은 변호사의 역할 중에 정의의 수호자라는 것이 있어서 이실직고했다는 전원책에게, 그렇게 하면 제 역할을 못한 검사와 판사가 면책을 받은 것이라서 정의 실현에 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시민은 재판에서 피의자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검사와 판사의 몫이지 변호사의 역할이 아니라며, 자신이라면 무죄를 받아낸 후 관련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지 못한 검사와 판사가 책임지도록 만드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했습니다. 축구와 야구에서처럼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듯이 변호사와 검사, 판사 등으로 이루어진 재판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면 유시민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의로인으로부터 변호비용을 받는 변호사와는 달리 검사와 판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서류상에 나온 사실도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무능한 검사와 판사라면 이후의 재판에서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시민의 주장은 나름의 정당성을 가진다 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정의론이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남성 위주로 구축된 것ㅡ페미니즘 철학자들 덕분에 배려라는 개념을 더한 정의론은 더욱 발전했고 공정해졌고 보편화됐다ㅡ이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다만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해당 피의자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유시민의 주장은 보편적 차원에서의 정의론에 반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재판이 1심이라면 항고를 해서 이를 바로잡을 수 있지만, 최종심이었다면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해당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진술받았다는 전제 하에서 변호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유죄의 증거를 알게 됐다면 이를 검사와 판사와 공유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일이어서 전원책의 행위가 정의로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의론은 이렇게 완벽한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의 영역에서 가족을 거쳐 사회와 국가,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소크라테스학파 때문에 거의 모든 정치철학이 인간이 아닌 신처럼 고귀하고 초월적인 것에 대한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흘러갔지만, 칸트에 의해 신에게서 인간으로 내로온 이래, 수많은 정치철학은 개인과 사회, 국가, 남녀, 인종 간의 공정하고 공평한 자원 배분과 욕구 충족에 따른 자아 실현,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 설정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불평등과 차별 및 혐오, 반칙과 특권이 만연해 있는 헬조선으로써의 대한민국을 바로잡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지난 5개월 간의 평화적인 시민불복종과 정치혁명은 인류가 꿈꾸어온 정의로운 세상을 실현하는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촛불집회를 관통했던 시대정신이 정의 실현으로서의 적폐청산과 국가개조였던 것도 정치철학적으로 접근하면 민주주의의 최고 단계에 이르는 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 썰전에서 아주 짧게 언급됐지만, 전원책과 유시민이 다루었던 정의에 관한 에피소드는 어떤 후보의 시대정신을 선택할 것이냐에 관해 많은 것을 시사해주었습니다. 정권교체가 필수라면 당근, 문재인인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정권 인수기간이 없다는 조기대선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당이 발의한 '인수준비위 허용법안'마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시민이 차기정부의 책임총리로 콜업되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이고요. 



P.S.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사회주의에 이른 다음, 계급이 사라진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인 '자유의 왕국'으로서의 공산주의에 이른다는 역사결정론(유물론적 변증법) 때문에 마르크스가 정의에 무관심했던 것을 트집잡아 정의가 보수의 가치라는 세간의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유가 최고의 가치이며 침해불가능한 권리라고 주장한 J.S.밀이나 《웰던》과 <시민불복종>의 저자 조지 소로, 심지어는 칸트마저도 당시에는 진보주의자였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정의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이며, 한국의 보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耽讀 2017.04.07 07:44 신고

    정의는 '절대'개념이 아니죠.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가 민주주의에 반하고 인간존엄성에 반하면 분명 잘못된 것이지요.
    군사반란자 전두환도 정당을 이름을 '민주정의당'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정의는 정권교체-적폐청산-민주주의 회복 아닐까요?

    • 늙은도령 2017.04.07 16:31 신고

      그렇겠지요.
      정의는 여러 차원에서 보는 것이니,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정의는 그런 것이겠지요.

  2. 공수래공수거 2017.04.07 09:24 신고

    보질 못했는데 다시 보기를 통해서라도 봐야겠네요
    저도 유시민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변호사는 우선 의뢰인을 우선해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7.04.07 16:34 신고

      정의는 그래서 상대적인 개념일 때가 많습니다.
      그것 때문에 수많은 철학자들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으로 만들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던 것이지요.



제2차 세월호 청문회의 첫날 일정이 조금 전에 끝났습니다. 청문회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것은 별로 없지만 '퇴선 지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것마저 내일 증인으로 나올 해경과 해수부 관계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면 진실규명은 불가능합니다. 유경근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특검을 도입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조사하지 않으면 세월호참사의 진실규명은 지독히 어렵고 긴 과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시 조사하려면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별도로, 그간의 모든 것들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부합하는 결정적 증언을 받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특검을 도입한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수없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정부와 여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은 불가능합니다. 



지상파3사를 비롯해 YTN과 연합뉴스TV 같은 방송사에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는 증거영상들이 있을 것입니다. 국정원과 해수부, 해경, 해군, 청와대 등에도 온갖 기록들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것들을 받아내려면 특검으로도 모자랍니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세월호참사에 얽혀있는 모든 것들을 밝히겠다는 분명한 정치적 의지가 있는 정당이 승리해야만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세월호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이상, 이런 청문회가 아무리 많이 열려도 진상규명에 다가가는 모든 작업들이 각자의 길을 갈뿐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없습니다. 각각의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가장 낮은 단계의 처벌만 있을 뿐, 참사의 본질을 꿰뚫는 높은 단계의 처벌은 불가능합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썩을대로 썩은 기득권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세월호참사처럼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끝없는 고통만 되풀이될 것입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에 이르려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적 의지가 개입할 때만 가능합니다. 세월호 변호사인 박주민 후보의 당선은 아주 작은 것이지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진전임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세월호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독하고 진상규명을 가로막았던 자들을 낙선시키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국민의 목숨과 슬픔, 고통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자들이 정치판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특히 정치인이 내뱉는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 책임을 동반하는지 보여주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은 예의도 지키지 않는 자들은 짐승보다 못한데 그들에게 정치를 맡긴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짐승들의 나라로 만드는 최악의 행태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정당을 고르고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이명박근혜 8년 동안 벌어졌던 폭정을 끝까지 파고들어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 그것이 단 하나의 기준이며, 그 맨앞에 세월호특별법의 개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년이 되도록 국민 9명의 국민이 바다에 수장돼 있는데도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만 외치는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준다는 것은 자신이 짐승임을 드러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먼북소리 2016.03.29 01:11

    세월호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 나라가 혼란스러울거라는 이유를 들어 회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한다면 "천박함"이 떠오릅니다. 자학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사람들 정말 천박합니다.

    • 늙은도령 2016.03.29 01:13 신고

      윗대가리는 천박 그 자체입니다.
      청춘들로 바뀌어야 합니다.
      아직 타락하지 않은 청춘이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6.03.29 08:23 신고

    전 유병언에 대한것도 의문입니다
    이 부문도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합니다
    청해진해운과 국정원과의 연결고리 반드시 밝혀냈으면 합니다

    • 늙은도령 2016.03.29 13:25 신고

      국정원이 실소유주라는 것만 밝혀지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나머지는 모두 다 곁가지입니다.
      박근혜의 청와대가 어떻게 얽혀있는지와 함께.
      나머지는 모두 다 곁가지입니다.

  3. 참교육 2016.03.29 11:55 신고

    도령님 화가 단단히 나신것 같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똑같은 심정입니다.
    이번 새루당이 독차지한다면... 생각도 하기 싫지만 의료민영화를 비롯한 노동법개악등 서민들 삶이 참답해 질게 뻔합니다.

    • 늙은도령 2016.03.29 13:26 신고

      저는 요즘 김종인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기 힘듭니다.
      이 자가 모두를 망치고 있습니다.
      천벌을 받아도 모자랍니다.
      이 나라를 박근혜에게 가져다 바칠 모양입니다.

  4. BOW 2016.03.29 16:45

    생각해보면 저런 김종인을 영입한 문재인이 요즘들어 혐오스러울 때도 보일 지경입니다.
    하긴 2012년 대선때 아무 찍 소리 못하는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 늙은도령 2016.03.29 19:18 신고

      문재인에 대해서는 총선 이후에 글로 말하겟습니다.
      지금은 최악의 공멸을 막아야 합니다.
      정의당을 키워야 하는데 자꾸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들이대고 있어서 본질이 호도되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는 야권의 공멸을 불러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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