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가 압도적인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보수경제학자인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은 한국의 보수 세력들이 입에 거품을 물며 비판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변호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피케티 교수는 유럽적 차원에서 보면 ‘우측 깜빡이를 켠 채 좌회전한 보수경제학자’에 속한다. 우리의 이념지형을 기준으로 하면 당연히 진보적 경제학자에 속한다.



피케티가 보수주의자가 된 것은, 권력에 맞서 자유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재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의 이런 주장은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완전평등(무엇을 기준으로 한 완전평등을 말하는 것일까?)이란 존재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상당수 진보주의자도 받아들여 내재화한 보편적 진리에 해당한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정당이 집권하려면 보수와 중도(이중개념자)와의 공존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문재인 의원이 반대편에 있는 보수라도 합리적이라면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통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문재인 의원은 참여정부의 개혁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가 큰 것으로 보이지만, 피케티 교수가 공멸을 뜻하는 '바닥으로의 경주(race to the botom)'를 피하려면 일정 수준의 타협은 피할 수 없다는데 동의한다.



피케티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최경환노믹스의 부자감세(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다 감세)와 정반대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경제성장이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마르크스의 주장과는 달리 자본주의가 지배적 경제체제로 자리잡은 지난 300년 동안의 통계자료를 분석해보면 자본주의의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서 나온다. 



참여정부가 한미FTA 체결처럼 자본주의적 성장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것도 동일한 논리에서 나왔다. 성장 없는 재분배란 공멸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막상 재분배의 확대를 위해 법을 만들고 정책을 집행하려 하면 조중동을 필두로 한 보수경제학자와 한나라당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목표한 것을 이룰 수 없었다(이것이 좌측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의 근거가 돼버렸다).





피케티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주장(그녀가 쓴 『자본의 축적』이 마르크스의 이론적 한계를 매웠다. 알튀세르는 도덕과 정의에 둔감했던 마르크스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처럼,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폐해는 자본의 끊임없는 축적과정에서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커지는 것임을 입증해냈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의 수익률이 노동을 통해 버는 수익률을 능가하기 때문에 부의 크기가 클수록 이익은 더욱 늘어나며, 조세정의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제성장이 지속될수록 부의 불평등은 커진다는 것을 실제 수많은 자료와 통계로 입증했다.



피케티는 이런 성장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강한 누진성을 가진 소득세(무려 80%까지), 상속증여세, 그리고 재산과세가 합동작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이 땅의 진보정당이 수용하기에도 대단히 파격적이며 급진적이다!). 이중에서 소득세와 상속·증여세는 모든 나라에서 이미 광범하게 부과되고 있지만 세율이 너무 낮고, 재산과세는 채택한 나라가 별로 없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참여정부가 만든 종부세가 피케티가 말하는 재산과세의 한 형태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서 이를 무력화시켰는데, 최근에는 중하위 공무원와 근무연한이 30년에 미치지 못하는 공무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주도하고 있다. 피케티의 주장대로라면 정반대로 개혁해야 부의 불평등을 줄일 수 있고, 성장도 이룰 수 있는데 거꾸로 가면서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늘리고 있다.



피케티는 지방정부의 주요한 조세수입원으로 재산세(property tax)가 부과되는 경우는 많지만, 모든 형태의 자본에 대해 광범위하게 과세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는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자본 이동에 과세하자는 토빈 교수의 주장(토빈세)을 넘어, 자본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것(이럴 경우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을 막기 위해 글로벌한 차원의 자본과세(global tax on capital)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본사가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는 다루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이것을 복지확대와 지역균형발전의 형태로 추진했다. 수도 이전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추진된 것이지만 좌우 양쪽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행정수도 이전만 할 수 있었다. 모든 자본주의적 성장은 앞선 지역의 자본이 뒤쳐진 지역들을 착취하는 내부의 식민지화라는 공통된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복지확대와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은 그 동안의 착취를 배상하는 것이어서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이재명의 경기도 우선주의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지 알 수 있다).



피케티 교수는 현실문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미국의 경제학자(they know almost nothing about anything)라고 MIT 교수시절의 경험을 압축해서 설명했는데, 이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갤브레이스가 ‘경제학은 경제학자들이 벌어먹고 살기에 딱 좋다’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경제학을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과 지나치게 수학에 의존함으로서 현실에서 유리된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한데서 나온 현상이라고 피케티는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시카고학파가 주도한 신고전주의로 대표되는 주류 경제학을 공부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어서, 이제는 진부할 정도의 상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의 경제학을 따른 것도 이 때문이며, 미국에 협조하면서도 할 말은 다했던 것도 이래서 가능했다. 신 성장동력을 북한에서 찾은 것과 전시작전권을 회수하고,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한 것도 동일한 논리에서 나온 분단된 국가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타협안이었다.





물론 필자는 존 롤스를 떠올리는 피케티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 않듯이, 노통과 참여정부의 정책에 모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케티가 자료 수집과 분석에 많은 도움을 받은 《평등의 답이다》의 저자, 윌킨슨의 연구에서 보듯이 노통과 참여정부가 뼛속까지 친미주의자였던 이명박과 한나라당, 조중동의 음해와 왜곡, 호도가 없었다면 작금의 불평등은 상당히 완화됐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노통과 거리를 두려는 자들(현재의 비문과 국민의당으로 간 보수적 구좌파들)에 의한 내부의 분열로 망하지 않았다면 선진국에 들었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피케티는 부의 불평등을 극대화하는 ‘세습자본주의(신 도금시대)’가 부활해 승자독식을 강화할수록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했는데, 이는 노통이 사회경제적 평등이 민주주의의 근본이라는 것과 동일한 인식이다. 전통의 좌파에서 중간으로 조금 이동한 진보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에 집중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통을 비난하고 조롱했던 자들의 공통점은 민주주의와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은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분단국가라는 사실 때문에 안보상업주의와 좌파사냥 및 종북몰이가 득세한 현재의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도 아니고, 민주주의는 더더욱 아닌 것은, 피케티 교수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방공·수구세력과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구좌파가 적대적 공생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4대개혁입법을 추진했던 이유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내용적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였지만 소수의 국민만이 이를 이해했을 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놈들이 노무현을 팔아먹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예수의 말처럼, 선지자는 고향에서 추방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나 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4.09.23 06:45 신고

    저도 어제 JTBC뉴스에서 봤는데...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멀지 않아 쌓인 모순으로 바닥을 헤매야할 것입니다.
    앞날이 걱정입니다.

    • 늙은도령 2014.09.23 16:14 신고

      지금은 최악으로 가는 중입니다.
      바닥이 얼마남지 않았기에 지금 잘 해야 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나라로 가느냐, 아니면 권위주의 금권정치로 가느냐는 앞으로 2년 안에 결정됩니다.

  2. 중용투자자 2014.09.23 08:18

    부자증세는 꼭 필요합니다.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 비율도 너무 낮습니다.

    • 늙은도령 2014.09.23 16:15 신고

      네, 150% 맞습니다.
      보수 경제학자인 피케티도 이런 주장을 하는 세상이 온 것이지요.

  3. 노지 2014.09.23 08:55

    21세기 자본론을 인터넷 서점 카트에 담아두었다가...
    '과연 내가 이걸 다 읽을까?'는 질문을 해보고 취소를 했었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10월에 한 번 좀 더 고민을 해보아야 되겠습니다 ㅎ

    • 늙은도령 2014.09.23 16:18 신고

      제 생각에는 '평등이 답이다'가 나을 듯싶습니다.
      피케티 책은 전문가들이 통계자료를 위해 필요한 서적에 가깝습니다.
      내용은 별로 어렵지 않고, 다양한 내용을 담았지만 산만합니다.
      다만 자본주의 경제사라는 의미에서 볼 때는 대단한 책입니다.

  4. 여강여호 2014.09.23 19:21 신고

    진보든 보수든 참여정부를 평가할 때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곤 한데
    성급한 판단이지 싶습니다.
    저 또한 지지보다 반대한 정책이 더 많았지만
    참여정부의 의도와 목적...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오히려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가치있는 정부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 늙은도령 2014.09.23 19:58 신고

      대통령이 되면 어느 한편을 일방적으로 챙길 수는 없습니다.
      전체를 봐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대단히 잘한 정부입니다.
      진보측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지만 정당이나 개인의 수준에서 그런 불만이 옳지만, 집권을 하게 된 다음에도 진보 일방적인 정책만 펼치면 나라가 두쪽납니다.
      외국의 견제도 심할 것이고, 기득권의 반발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다만 국민적 합의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습니다.
      너무 민주적인 대통령이어서 언론과 불편함을 유지한 것 때문에 정책 추진이 어려웠던 것도 장점이자 단접이었던 것 같습니다.

  5. 촌장 2014.09.23 20:37

    DTI, LTV 없었으면 한국경제는 서브프라임 터졌을 때 이미 무너졌을 것이다. 국가적 위기를 참여정부의 정책 덕분에 모면하고도 실패라고 망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 늙은도령 2014.09.23 21:18 신고

      전부 거짓말이지요.
      노 대통령도 임기말에야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알게 됐지만, 노 대통령은 상당히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놨고, 실적도 좋았습니다.
      조중동은 악마입니다.



후보 시절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파기해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는 최경환노믹스로 구체화됐다. 의료민영화와 영리화를 포함해, 국회에 공을 넘긴 채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각종 투자활성화법안과 노동개악으로 대변되는 박근혜의 줄푸세의 핵심은 온갖 논리를 동원해도 서민증세와 부자감세가 핵심이며, 대국민담화에서 또다시 국회통과를 압박한 노동자 탄압의 정수인 노동개악으로 압축된다.  



IMF 외한위기 주범 중 한 명인 강만수처럼, 성장근본주의자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내수경제 회복과 상위 1%에만 이익이 집중되는 명목상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경제활성화라는 명목을 내세워 이런 악법들을 밀어붙였다.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박근혜는 북한의 핵위협을 극대화하는 것까지 동원해 사측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기 위해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세수가 최대화되는 지점인 담뱃값의 2,000원 인상에서 보듯이,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세수부족을 서민증세로 대체했다. 동시에 정치적 저항이 가장 약한 서민과 유리지갑으로 대표되는 근로자의 증세(공제혜택 축소, 건강보험료 인상 등)로 풀어간다. 내년도 예산에서 복지와 사회안전망에 들어갈 예산을 전용해 이명박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토건족을 위한 SOC예산을 무려 3조4,000억원이나 늘린 것도 민생과의 연관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부동산거래활성화를 높이겠다며 단행한 '부동산 취득세 영구 인하'로 기회재정부 자체 추정으로도 지방 세수가 2조4,000억원이나 사라졌으니, 지자체장들이 들고 일어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지자체의 재정을 도와주었던 종부세마저 무력화된 것까지 고려야 한다). 이 조치로 거래활성화 효과는 특정 지역 위주로 혜택을 몰아주었고, 서민의 숨통을 죄는 전월세가만 올려놓았다. 



하지만 전월세가 상승 때문에 죽어나가는 중하위층을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내년도 정부의 예산편성을 보면 대책은커녕 정반대의 방향으로 달려가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박근혜 정부는 아예 대놓고 부의 불평등을 확대시키겠다는 뜻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으니 이번에는 주류세 인상을 들고 나왔고, 국제유가가 바닥을 침에도 유류세의 조정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복지 축소도 정치적 계산에 따라 노인처럼 전통의 지지층에 들어가는 예산은 거의 건드리지 않거나 늘렸으면서도, 상위법에 저촉되는 시행령을 만들어 누리교육에 들어갈 비용을 진보교육감에게 전가해 버렸다. 이 바람에 진보교육감들은 단체로 반발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피해가 누리교육 수혜자들에게 돌아갈 판이다. 당장 경기도 의회에서는 난장판이 벌어졌고, 이런 여야의 진흙탕 싸움에 안철수 신당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보편적 복지를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로 보지 않고, 정부가 제공하는 시혜로 보기 때문에 이런 일방통행(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시행령 독재)이 가능하다. 국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면 민주주의는 축소되고, 오랜 투쟁을 통해 쟁취한 시민의 권리가 후퇴한다. 피케티 교수가 누진적 부유세 도입과 무상교육을 불평등 해소의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박근혜 경제팀의 막가파식 경제정책을 비판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피케티 교수는 성장지상주의자의 이론적 기반인 ‘쿠즈네츠 가설(경제성장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초기의 불평등이 완화된다는 가설)’이 틀렸으며, 파이를 키워야 이루어진다는 낙수효과가 부자에 대한 누진증세와 무상교육 같은 부와 기회의 재분배가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주장한 것도 박근혜의 노동개악이 불평등만 심화할 뿐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피케티 교수의 비판이 힘을 얻는 이유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처럼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보수경제학자라는 사실에 있다. 부의 불평등이 가장 심한 미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피케티 교수가 부와 기회의 불평등을 악화시킬 뿐인 박근혜 경제팀의 정책적 오류와 이중성을 비판한 것에 더 큰 울림을 일으켰던 것이고, 보수적인 언론들은 피케티의 발언을 최대한 외면했던 것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려면 조세 정의가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 그럴 때만이 보육과 사교육비 지출이 세계 최고의 수준에 등극한 대한민국에서 하위 90%에 속하는 가구들이 최악의 압박과 불평등에서 벗어나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행복권도 이럴 때만이 실현될 수 있다. 



보수경제지와 보수경제학자, 연구소들을 총동원한 한국의 재벌과 슈퍼리치들이 피케티 교수의 주장에 광적일 만큼 신경질적인 비판을 가했지만, 피케티 교수의 이런 처방은 무려 300년에 걸친 방대한 통계자료를 분석해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들의 비판은 힘을 잃는다.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이런 분석은 피케티 교수가 처음이 아니어서 성장근본주의자들의 궤변을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고 노동개악이 그 중에서 최악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위의 도표에서 보듯, 피케티 《21세기 자본론》에서 경제대공황기인 1930년과 오일쇼크가 정점에 이른 1975년을 제외하면, 돈이 돈을 버는 자본소득(기업소득)이 노동이 버는 근로소득(1인당소득으로 대표되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을 언제나 능가했기 때문에 불평등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피케티의 결론을 뒷받침해주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개악이 국회를 통과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설명할 필요도 느낄 수 없다. 



다시 말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줄푸세의 여왕인 박근혜처럼 성장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은 경제성장률이 높아질수록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현실을 설명할 방법이 없으면서도 사측의 입장만 반영된 노동개악을 강행하려 한다. 이는 자본주의가 미친듯이 폭주하던 19세기에도 똑같이 일어났던 것들이며, 당대의 진보경제학자들은 피케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가 강력하게 비판했다. 



당시의 노동착취가 어린이에서 여성, 노인에 이르기까지 지옥이 재현됐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인식 하에서 유럽에서는 마르크스, 블랑키, 프리에, 오언 등이 자본주의 비판에 나섰고, 미국에서는 헨리 조지, 유진 뎁스, 헬렌 켈러 등이 자본주의 비판에 나섰다. 그들의 비판을 현실에 적용한 소련과 동유럽에서 이론에서 한참 벗어난 현실사회주의를 강행하는 바람에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특히 신자유주의 정권이 영국과 미국에서 들어선 후, 부자감세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1984년 이후로는 부의 불평등을 넘어 교육의 불평등도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김영상 정부의 최경환이었던 강만수 경제부총리가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이후에는 신자유주의의 천국으로 변질된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가능성도 줄어들었고 이명박근혜 8년 동안 헬조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피케티가 명명한 세습자본주의가 고착화된 것이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노동개악이 이루어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는 박근혜의 대국민담화는 현실을 왜곡하는 전형적인 궤변에 불과하지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이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의 등장과 세확장으로 사라져버린 것은 통탄할 노릇이다. 본격적으로 우파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외부인사 영입을 보면 박근혜 임기 동안 하위 99%에 속하는 국민이 헬조선에서 탈출할 방법이 더욱 멀어지는 불안감을 줄일 수 없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악과 부자감세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을 압박하는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 나섰다. 박근혜의 압박에 더불어민주당이 굴복하거나,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넘어 제1야당을 다투는 의원수를 확보해 새누리당과 합작하는 날에는 대한민국이 1대 99사회로 접어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피케티의 처방이 스티글리츠와 폴 크루그먼 등의 진보경제학자에 비하면 너무나 미약하지만, 박근혜 경제팀의 이중행태와 거짓을 까발리기에는 넘칠 만큼 충분하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경제활성화정책과 대규모 예산집행이 남발됐지만,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최악의 결과가 양산되는 것은 이것들의 뒤에 숨어있는 부자감세와 서민증세의 위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든 근로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노동개악까지 더해진다고 상상해 보라!  



노동개악을 강조한 박근혜의 대국민담화는 의식불명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백남기씨에게 또다시 폭력을 가한 것이며, 영어의 몸으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의원장을 능멸하는 것이며, 이 땅의 모든 근로자들에게 통치자로 협박을 한 것과 다름없다. 국민의 0.01%도 안 되는 사측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로서 어찌 노동개악이 구국의 방법인양 포장할 수 있단 말인가? 





박근혜가 이명박을 비판하며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박근혜에게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는 거대한 역설'에 수십 년 동안 속았고, 지난 3년 동안에는 더더욱 속았기에 상위 1%에게 부와 기회가 독점되는 부자감세와 서민증세, 민생의 탈을 쓴 불공평한 경제정책들을 바로잡으라고 아우성치고 요구해야 한다. 박근혜와 그의 경제팀을 향해 ‘당장 이 불황을 끝내고, 불평등의 대가’를 지불하라고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해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므로. 



이재명과 박원순 시장의 복지확대 실험이 성공해야 할 이유는 이것으로 더욱 중차대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이들의 실험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정치적 투쟁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유시민은 정의당이 선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하며,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등의 진보야당들의 약진을 간절하게 기대한다. 개표조작 등의 이유로 대선무효소송을 제기한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며, 효녀연합과 청춘들의 위안부협상 원천무효를 위한 처절하고 아름다운 투쟁에 격려와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결국은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들의 힘이 강해지는 것밖에는 뼛속까지 친미이고 친일인 수구세력들의 헬조선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세습자본주의와 박근혜의 폭정에 맞서기 위해 현실정치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인 진보좌파적 가치를 되살려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중용투자자 2014.09.21 20:20

    요즘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을 봐도 거품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

    • 늙은도령 2014.09.22 00:52 신고

      지금은 투자하면 안 될 때입니다.
      최소 3~4년은 현금 확보가 중요합니다.
      절대 경제가 그 이전에는 살아나지 않습니다.

  2. 강태성 2014.09.24 09:22

    뻔한거 아닙니까
    담배값인상:누가 담배를 많이 핍니까 속터지는 서민이 화를삭이기위해서
    많이피지요
    자동차세인상:누가 많이 타고다닙니까 개인차가 많습니까 기업차가 많습니까
    주민세 인상:이거 사람머리숫자 아닙니까 그래서 서민이 더 많지요
    힘없는 서민들만 주어짜는 증세정책 부자감세한거 원위치만 시켜도 1~20조는 원산회복되는데
    그런말은 어디에도 찾을수가 없습니다

    • 늙은도령 2014.09.24 16:49 신고

      제도권 언론에서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잘하면 나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접근하지 못합니다.
      방송을 제 자리로 돌려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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