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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종걸은 왜 필리버스터를 멈출 수 있다고 했을까?



제가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뼈를 빼고 온 까닭에 짧게 쓰겠습니다.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니까 많이 아프고 피가 계속해서 나오네요. 아무튼 박근혜의 환관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들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선거구획정 최종안과 겹치게 만들었습니다.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저지해야 하는 야당으로서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선거구획정 최종안에 대한 투표가 불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4월13일의 총선이 무효화될 수도 있습니다. 총선도 무한정 미룰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정해진 관계로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을 좌절시킬 수 있지만, 총선을 치르지 않은 채 의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면 공식적으로 국회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한 마디로 국가비상사태, 즉 모든 국법이 정지되는 예외상태의 독재가 도래합니다. 국회가 없기 때문에 박근혜는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태를 피하려면 필리버스터를 멈추고 선거구획정 최종안을 가결시켜야 하는데, 필리버스터를 멈추는 순간 테러방지법은 무조건 표결절차로 넘어갑니다. 야당으로서는 입법부 없는 예외상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의 표결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이종걸이 일부 독소조항의 수정안을 새누리당이 받아들인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박근혜의 환관들은, 헌재가 선거구재획정을 결정하자 이런 시나리오까지 상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당이 제출한 테러방지법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야당이 19대국회 마지막까지 투표에 나서지 않을 것이기에, 선거구획정안을 최대한 뒤로 미뤄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끌고오지 않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박근혜가 공식적으로는 선거구획정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테러방지법만 그토록 많이 언급했던 것도 이런 치밀한 시나리오 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선거구획정안과 '박근혜 관심법'의 일괄처리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획정안을 실질적으로 거부한 것이 박근혜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음에도 박근혜의 환관들은 청와대의 공식 성명을 통해 선거구 재획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 것입니다.  





야당은 외통수에 걸렸습니다. 박근혜의 환관들이 대단하다고 말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총선에서 야당의 선거연합이 테러방지법을 폐기시킬 수 있는 의원수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인구 구성이 그렇게 돼있다)에 이종걸으로서는 수정된 테러방지법이라도 통과시키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의 환관들, 정말 무섭네요. 야당으로서는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을 최소화시키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박근혜를 당장이라도 하야시킬 수 있거나, 총선에서 야권의 선거연합에 전체 의석의 2/3를 몰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쓰레기 언론들에 휘둘리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40%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답이 없습니다. 결국 이들을 제외한 유권자들이 샌더스 돌풍을 한참 넘어서는 정치혁명에 연대하지 않는 한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깨어서 실천하는 유권자만이 이 모든 비정상들과 독재의 광기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