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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민표창 양비진쌤, 정청래 살리고 강동원 죽인다?



범야권 공영방송을 표방한 '시민표창 양비진쌤'의 2회 1부를 들으면서 1회 1, 2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유시민은 지나칠 정도로 많은 사변이 문제였고, 진중권은 기복이 심했으며, 표창원은 한참 배우는 중이었고, 양정철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세세하지 못했다. 4명의 정치고수들은 그들의 눈높이를 최대한 끌어내려야 함에도 그들만의 정치논설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시민표창 양비진쌤'이 어느 수준의 청취자들을 목표로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어지러운 대담을 따라가려면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함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시민표창 양비진쌤'의 목표가 범야권의 총선 승리라면 그들의 눈높이는 상당히 내려와야 한다. '시민표창 양비진쌤'의 청취자들이 '이너 써클'에서 이루어진 얘기들을 듣는 것이 목적(필자도 이에 속한다)이라면 지금의 패턴을 바꿀 필요는 없다.  



정청래의 컷오프를 예로 들면, 총선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 차르(황제 또는 절대군주)의 괴심죄에 걸린 것인지, 만악의 근원이 된 친노·운동권을 속아내기 위한 것인지, 야당 통합을 위한 희생양인 것인지, 의정활동 및 지역관리가 형편없었기 때문인 것인지, 다양한 종류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쁘게 나왔기 때문인 것인지, 청취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정황적 얘기들만 오고갔을 뿐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왜 강한가'에 대한 대담도 양정철이 말한 '7가지 이유(기존의 연구들을 압축했지만 너무 포괄적이었던)'와 유시민이 통계를 가지고 반박한 내용(최근의 연구들에서 볼 수 있는)과 표창원이 '7가지 이유'를 하나하나 반박할 수 있다며 내놓은 얘기들(정치경험의 부족이 엿보이는)과 진중권이 신좌파적 관점에서 말한 것들(아웃사이더 특유의)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필자가 대단히 불편했던 것은 이 모든 얘기들이 교묘하게 피해가는 지점에 강동원의 컷오프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네 사람은 사전에 담함이라도 한듯 부정선거를 배제했다. 그들은 부정선거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총선 승리에 역행한다는 암묵적 동의를 공유하고 있는 듯했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투표율을 높여야 하는데 부정선거를 얘기할수록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란 경험적 직관이 강동원의 컷오프를 의제에서 빼버린 것이 확실하다.



오늘의 방송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여론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정청래는 살리고, 그것에 비하면 저항의 강도가 턱없이 적은 강동원은 죽일 것 같다.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새누리당스러워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집단적 광기가, 정의에 이르는 길인 분노를 잔혹한 복수로 대체한 상황에서, 범야권 공영방송을 표방한 '시민표창 양비진쌤' 2회 1부는 어지러움을 넘어 불편하기까지 했다.   



이런 느낌이 필자만의 것이라면 디지털시대를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적한지도 모르겠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전달되고, 그에 버금갈 속도로 선택이 이루어지는 디지털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필자의 진부함이란 죽을 때까지 짊어져야 할 아날로그적 업보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글을 맺는 것은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필자의 정치적 자유라는 것만 분명히 하고 싶다. 



정청래와 강동원을 공천하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