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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종인에게, 19~35세의 청춘들부터 이해하라



거의 이틀 동안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독자의 수준에 맞춰야 합니다. 우리가 대가라고 하는 분들은 독자의 수준에 맞추면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담아냅니다. 문제는 이런 명제가 디지털시대에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독자의 수준에 맞춰 글을 쓴다는 것에는 전체적인 하향평준화의 부작용과 사이비 지식인들의 득세를 구별할 수 없게 만드는 위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상황이 그러합니다. 대단히 한정된 경험이기에, 부분적 진리를 보편적 진리로 확장하는 논리적 비약의 위험성이 대단히 높지만, 필자가 아는 한 2016년을 살아가고 있는 19~35세의 청춘들은 대단히 뛰어납니다. 후세대가 앞세대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는 인류문명 발전의 암묵적 동의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헬조선에 살면서도 그들이 보여주는 적응과 선택의 과정이란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인류의 탄생을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필자 같은 비주류 먹물이 보기에 대단히 슬픈 일이지만, 그들의 진화란 인류문명 발전의 암묵적 동의가 깨졌다면 그런 엿같은 세상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최단 기간 안에 끝나게 만들려는 생존의 지혜가 곳곳에서 빛(이것에 감정이 있다면 슬픔에 가깝겠지만)나고 있습니다. 포기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N포세대라고 하지만, 그들이 포기하는 것들의 총합이란 '깨진 동의'에 철저하게 순응함으로써 역발상의 혁명도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들이 포기한 것들은 인류문명의 발전은커녕 인류문명의 존속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세상과 체제를 뜯어고칠 정치경제적 권력이 없기에, 그들은 인류문명 발전의 두 개의 축인 '소비와 출산'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들고나왔습니다. 그것이 적응과 선택의 결과라는 점에서 대단히 진화론적이며, 절망과 좌절에 빠져들기 보다는 그들의 유전자에 축적된 집단지성의 발현이기에 한판 뒤집기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방법으로 저항하고 투쟁합니다. 절망과 좌절에 빠져들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기성세대의 헬조선에 멋진 카운터펀치를 날립니다. 그들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정확하게 분류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지만 본능적으로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정확하게 찾아냅니다. 청춘이니까 아픈 것이라고 하니까, 아프면 환자지 청춘과 무슨 상관이 있냐며 꼰대의 위로를 멋지게 비틀어버립니다. 





박근혜와 김종인으로 대표되는 꼰대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청춘들은 평등한 자유를 충분히 누리는 주체로서 헬조선에 저항하고 투쟁하지 꼰대들이 제시한 방법에 따라 수동적으로 따라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절망과 좌절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고학력 비정규직 알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것에 적응하되, 그런 주류의 메커니즘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는 시기를 앞당기는 선택적 포기들로 역발상의 혁명을 주도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아니라 '이것이 최대한 빨리 지나가도록 만들어버리는 것'이 그들의 진화론이며, 생존전략이자, 디지털 네트워크 세대의 집단지성입니다. 박근혜는 몇 번을 죽고 다시 태어나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김종인은 그들의 특성을 며칠 이내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안 된다면 듣고 참조하고 반영해야 합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청춘들의 다양한 의사소통(SNS가 대표적)만이 헬조선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습니다. 



주류의 먹물들(조중동과 종편, 강단에 널려 있으며, 청춘에게는 보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과 비주류의 주류를 자처하는 먹물들(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에 몰려 있으며, 필자에게도 보이는 '보이는 손'이다)의 주장처럼, 중간층과 무당층에게 총선 승리의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을 대통령 선호도 1위로 만든 19~35세의 청춘들에게 있습니다. 필자 같은 비주류 먹물 꼰대가 보기에는 눈물겨운,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디지털 의사소통에 답이 있습니다.



정치공학적 계산이 민주주의를 이길 순 없습니다(이런 면에서 이재명 시장의 트윗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국민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민주주의의 수준을 결정한다면, 민주주의가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15~35세의 청춘들의 수준에 맞추지 않으면 어떤 세대의 수준에 맞출 수 있겠습니까? 




P.S. 김종인 위원장이 107석 이하로 내려가면 더민주를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현상 유지라도 좋다면 정의당에게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수도권에서 정의당과 연대하지 않으면 107석도 지키지 못합니다. 시대의 역적이 되지 않으려면 정의당과의 연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