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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야당의 참패, 그 기원을 찾아야 답이 나온다


야당의 참패는 원칙도 기준도 없는 김한길과 안철수 공동대표의 전략공천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 논하고자 하면 끝이 없을 것과 같고, 많은 논객들이 이에 대한 글을 올릴 것 같아 필자는 조금은 색다른 관점에서 재보선 결과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그것은 야당 참패의 기원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새정치추진위원회)과의 합당에 있기 때문이며, 이것이 누구의 기획이었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6월 28일 <시사오늘>의 단독 보도를 주시한다. 새정치연합의 설훈 의원이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과의 통합이 갑작스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개월 전에 결정됐다고 말했다. 새정치추진위원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통합을 발표하는 날까지 비밀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갈등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통합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정추 측에 있는 분들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보단 안 대표를 통해 자신의 정치 입장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때문에 (새정추 내부는) 서로 입장이 달랐다. 그래서 합당을 기정사실화 시키고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설훈 의원은 양당의 구성원 대다수가 몰랐을 만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진 통합 결정이 이미 통합 신당을 선언하기 몇 달 전부터 김한길 대표와 권노갑 상임고문, 설훈 의원 등이 안철수 대표와 차례로 만나면서 합의가 끝난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하면 김대중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새누리당에 합류하기도 했지만, 그들과 다른 길을 간 권노갑 전 고문, 김한길 대표, 설훈 의원이 합당을 이루어낸 것이다.  



설훈 의원의 인터뷰가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면, 양당의 합당은 민주당의 주력을 이루고 있던 문재인 의원과 참여정부 출신 의원들을 비주류로 밀어내고, 궁극적으로는 안철수를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해 양당 합당이 추진됐다는 뜻이 된다. 이는 결국 양당 합당의 주역들은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을 통해 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안철수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이 최우선적 목표였다는 얘기도 성립할 수 있다. 



이것이 6,4지방선과와 7.30재보선에서 전략공천의 난맥상을 불러왔고, 그것이 참패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충분히 가능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인 7.30재보선의 승리가 안철수를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선후보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전락시켜버렸다는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권은희와 기동민, 윤장현, 손학규, 김두관, 박광은, 정장선 등을 당선시키면 안철수의 입지는 상당히 강화될 것이었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비민주적인 과정이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 자리하고 있었으니, 최고의 호기를 맞아서도 최악의 패배를 기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필자가 미쳐 쓰지 못했던 글이 하나 있는데 조중동 프레임에 갇힌 세월호 참사-2인데 그것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조중동이 사고의 초반부터 들고나온 논리이자 세월호참사를 정치와 무관한 프레임으로 설정하는데 성공했다. 대통령은 그럴 때만이 대한민국 70년의 적폐를 개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프레임에 갇혀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던 것이며, 유족도 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도 아댱을 멀리 하는 이중의 패착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동력에 불을 지피지 못했다. 이는 야당의 무능함으로 돌아갔고, 새누리당의 생떼가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러면서 전통의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야당의 참패를 이런 식으로, 즉 문제의 기원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함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의 근거는 합당을 추진한 비민주적 절차와 정치적 계산에 있다. 특히 양당의 합당을 주도한 정치인들에게 정계은퇴에 준하는 재제가 주어져야 한다. 결국 안철수에게서 어떤 새정치의 모습도 볼 수 없었으며, 그 또한 대통령병에 걸린 구시대의 정치인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뜻이다. 안철수가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면 정치철학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과 민주화 세대에 대한 이해, 야성을 바라는 야당 지지자들에 대한 공부가 절실히 필요할 듯하다. 



결국 정치의 일선에서 영원히 물러서야 했을 정치인들이 정치 재기를 위해 구시대의 방식으로 전략공천을 진행했고, 이는 필패의 결과를 도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적과의 싸움에서 진 것만이 아니라 내부의 싸움에서도 졌다. 진보을 추구했던 민주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 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민주주의 무시와 당원의 뜻을 묻는 것을 생략한 실질적 민주주의에서도 문제를 보였으니 이번 참패는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다음 대표를 누가 맡아야 하느냐에 있는데, 문재인 의원이 전면에서 나설 때는 아니다. 필자는 문제인 의원보다 젊은 의원(여성도 좋고, 가능하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었으면 한다)이 대표를 맡고 지난 대선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초선의원들을 전면에 배치하기 바란다.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은 젊은 피를 내세워 야성의 부활을 이끌어내고, 문재인 의원은 그들의 후원자로 다음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그들을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총선이 있기 6개월 전 쯤에 문재인 의원이 대표가 돼 선거를 총지휘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으로 보인다. 문제는 친노에 대한 반발과 낙인찍기인데, 이는 문재인 의원의 충분히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큰 정치인이 되며, 다른 대선주자들도 분발하게 된다. 선의 경쟁이라는 선순환의 사이클을 문재인 의원이 만들어낼 의무가 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훌쩍 간다. 새누리당이 압승한 이상 문재인 의원이 직접 나서 세월호 틀별법 제정에 매진해야 한다. 어차피 야권은 세월호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내지 못하면 총선도, 대선도 모두 물건너 간다. 



처음이 잘못 됐으니 끝이 당연히 잘못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며, 최근의 야당을 보면 민주주의가 아닌 유사 권위주의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 이제는 민주주의에 주도권마저 여당에게게 내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패배는 패배일 뿐 이미 지나간 민심이다. 내일부터 새로운 장이 열린다. 야당이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며, 그래서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에 목숨을 걸라. 그 밖에는 관심도 두지 말라. 오로지 세월로 참사의 진상규명에만 매달려 특별법 제정을 쟁취하라! 그것에서 단 한 발도 물러나지 마라. 어마어마한 비난이 퍼부어져도 오직 그 길로만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