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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송민순 회고록, 이번에도 대통령지정기록물을 까야 하나?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등장한 송민순 회고록 때문에 종북몰이당(새누리당)과 친새누리매체들이 신이 났다. 독재정권에서나 존재하는 문화연예인 블랙리스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 집권세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인물이 문재인(사건은 세월호참사)이기 때문에 이 기회에 '문재인 대세론'을 박살내기 위해 광기 어린 종북몰이에 나섰다. 양아치의 언어로 정치를 하는 이정현을 필두로 정진석과 유승민, 하태경 등이 막말을 쏟아내고, 친새누리매체들이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발단이 된 송민순 회고록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2007년 11월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노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뇌부 회의에서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의 견해를 문재인 당시 실장이 수용했으며, 결국 우리 정부는 북한의 뜻을 존중해 기권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 이렇게 물어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



송민순은 위의 내용이 정쟁의 도구가 되는 것이 '어이 없다'며 '한국이 북한문제를 주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쟁화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반민주적 종북몰이당이 정치 쟁점화에 돌입한 이상 '최순실-차은택-정유연 게이트'를 삼켜버릴 만한 블랙홀로 커질 것은 불문가지다. 과거의 경험에 기초할 때, JTBC를 제외하면 모든 방송이 알아서 기는 상황에서 송민순 회고록은 단 하나의 지점으로 달려갈 것도 분명하다.



당시의 상황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10.4선언을 도출해낸 직후여서 어느 때보다 북한과의 관계가 좋을 때였다. 햇볕정책을 확장하는데 성공한 10.4선언의 세부사항을 실천하려면 북한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였다. 북한에서 고위인사들이 세부사항 협의를 위해 한국에 체류 중인 것까지 고려하면 이전처럼 인권결의안에 찬성을 표한다는 것은 10.4선언의 파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헌데 찬성을 주장한 송민순의 기억에 따르면, 남북채널을 가동해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는 김만복 국정원장의 견해를 문재인 비서실장이 수용했고, 누군가 북한에게 의견을 물어봤고, 당연히 반대했을 북한의 뜻을 존중해 기권했다는 것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에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을 하려고 했지만 (북한에) 물어봤으니 기권하고 (자신과 같은 생각이었던 송민순에게) 사표를 받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송민순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자신과 같은 견해를 표한 송민순 외교부장관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사표를 받으려고 했다고 하니 이처럼 모순적인 주장도 없다.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을 내친다? 송민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건 무슨 자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수족을 자신이 자르는 정신나간 짓을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는 것인데 초딩이라고 해도 이런 모순된 주장에 수긍할 수 있겠는가?  





내가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뒤 "(물어봤다면) 북한이 반대할 것은 뻔하지 않은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연합뉴스 통화 내용) 당시 (유엔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회의가 두 차례 있었는데 노무현 대통령 주재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안보정책조정회의에만 참석했다.(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노컷뉴스 통화 내용)



당시의 국정원장이었던 김만복도 송민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것으로 둘 중에 한 명의 기억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김장수도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는 송민순 회고록의 내용을 반박하며, 자신은 표결에 찬성을 표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통일부장관이었던 이재정도 '반대할 것이 뻔한 북한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송민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재정을 빼면 김만복도, 김장수도 친노가 아니라는 점에서 송민순의 기억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4선언에 합의한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유엔 인권결의안에 찬성을 표한 이전과는 달리 당시에는 기권하겠다고 통보했을 수는 있겠지만, 송민순의 주장처럼 북한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것은 상식의 수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 송민순이 자신의 기억을 뒷받침할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그의 주장은 '납득이 안 돼, 납득이!'      



하지만 비선실세 정부의 직무대행에 불과한 박근혜와 청와대의 환관들, 수준 미달의 숭박·종북몰이·성누리당인 새누리당과 '노무현·문재인 죽이기'의 달인이자 막장의 귀재인 친새누리매체들이 이런 상식적 수준에서의 추론에 동의할 가능성은 -1000%로도 부족하리라. '문재인 대세론'을 꺾지 않는 한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송민순의 주장을 핵폭탄급으로 만드는 선동정치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 많은 국방 예산을 쓰고, 젊은이들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에 시간을 들이고,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는데, 그 적들(북한)하고 내통해서 이런 식으로 한 것이다…문 전 대표는 적과 내통한 장본인이다…이처럼 '상식이 없는 짓'을 한 사람들이 대선에 출마해 다시 그 방식을 이어가겠다는 것 자체가 더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당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이미 문재인은 저들에 의해 국가의 이익을 팔아먹는 북한의 간첩으로 확정됐다. 저들에게 송민순의 주장은 진실이며 진리이자 모든 것이다. 당시의 모든 관계자들이 아니라고 해도 저들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송민순조차 자신의 회고록을 정치 쟁점화하는 것에 '기가 막히다'고 했지만, 모든 것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해서 확대재생산하는 저들에게는 문재인이 김만복의 의견을 수용(제안한 것도 아님에도)한 것만 중요할 뿐이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저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재인의 말이 추호도 들리지 않는다. 



2007년은 한반도 관리의 다양한 전략을 토론하던 시기였습니다. 정상회담 직후라는 시기적 특성 속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하여 1) 찬성 → 국제공조 → 북한 개선 유도라는 전략과 2) 기권 → 한국의 주도성 확장 → 북한/미국 설득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두고 정부 내에서 치열한 토론을 했던 시기였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구조 정착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기준이었습니다. 외교부는 찬성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통일부는 기권하자는 입장이었는데, 대부분 통일부의 의견을 지지했습니다. 심지어 국정원까지도 통일부와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의 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정상회담 후 남북총리회담과 국방장관회담 등 다양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을 때였기 때문입니다.(문재인 페이스북) 



문재인은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최대한 반격하겠지만, 저들은 사실 확인만 주장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당사자들이 송민순의 주장에 반박하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송민순이 자신의 기억이 잘못됐다고 물러선다 해도, 저들은 오로지 사실 확인만 외쳐댈 것이다. 결국 '노무현의 NLL 포기 발언'처럼 대통령지정기록물을 까보자는 것으로 갈 수밖에 없고, 최소 몇 개월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의 입장에서는 또다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공개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자고 할 수 없다. 정치적 동반자이자 친구를 넘어, 자신이 모셨던 노무현에게 두 번이나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또다시 공개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성은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툭하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공개하는나라의 정상과 어떤 나라의 정상이 속깊은 대화를 나누려 하겠는가?





다시 말해 저급한 수준의 선동정치로 먹고사는 저들 때문에 이 문제를 조기에 정리할 방법은 없다. 박근헤와 청와대, 새누리당과 친새누리매체들은 송민순 회고록을 최대한 오래 끌고갈 것이고 집요하게 물어뜯을 것이다. 송민순의 의도가 무엇이었던 간에 그의 회고록 때문에 현 집권세력은 '최순실-차은택-정유연 게이트'를 덮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문재인이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한 것이 죄라면 죄이지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지속되면 문재인 대세론은 더욱 강화된다. 무엇보다도 송민순 회고록 때문에 박근혜의 환관정부와 노무현의 참여정부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들은 이명박근혜 정부 9년만에 대한민국이 헬조선으로 떨어진 이유와 남북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든 자들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정권교체의 필요성과 열망은 그래서 더욱 높아질 것이며, 노무현 참여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필자는 이전부터 문재인이 대세론으로 모든 대선 과정을 완승으로 이끌 때, 대한민국을 헬조선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격받기 쉽고, 무너지기 쉬운 대세론을 끝까지 유지한 채 승리할 때, 그 파괴력은 전복적 차원의 혁명적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친일파의 천국이자 하위 99%의 지옥인 대한민국은 전복적 차원의 청산작업과 개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한 정부가 필요하며, 최소 3번(이재명과 안희정 등)은 연속해서 정권을 잡아야 한다.



해서, 우리는 투 트랙으로 가면 된다. 노무현을 믿고 문재인을 믿는다면 송민순 회고록은 송민순 회고록 대로, '최순실-차은택-정유연 게이트'는 그것대로 가면 된다. 해서, 오늘도 해시태그를 다른 것으로 글을 끝낼까 한다. #그런데 최순실은? #그러면 차은택은? #그리고 정유연은? #그놈의 우병우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는? #살인경찰과 정치검찰은? #세월호 인양은? #위안부협상과 국정교과서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