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와 함께 미국 정치판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가 최악의 슈퍼엘리트 정치인 힐러리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슈퍼엘리트와 슈퍼세습가문, 다선의 자연귀족 정치인,유대계 월가 자본, 초국적기업의 슈퍼경영자, 헐리우드의 슈퍼스타 등이 지배하고 이익을 독점하는 미국 기성정치의 핵심인 과두정치와 세습자본주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질릴대로 질린 유권자들이 미국을 한꺼번에 전복시킬 수 없어 행정부부터 무너뜨린 것이 트럼프 당선의 본질이다. 





유럽에서는 보수에 속하는 미국식 진보와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민주당 유권자들에 비해, 수구와 보수를 대표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상위 1%의 미국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기 때문에 샌더스는 상위 1%의 전형인 힐러리에 졌던 것이고, 트럼프는 상위 1%의 전형인 젭 부시 등에게 이긴 것이다. 그런 거대한 열망과 분노가 본선에서도 그래도 적용돼 트럼프가 모든 기득권의 공격과 배척 속에서도 기적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민주당의 기득권 엘리트주의자(=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이 샌더스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 공화당에 완패한 선거 결과의 근원에 자리하고 있다.



흑인의 가면을 쓴 백인 대통령 오바마의 편향적 국정 운영에 실망한 상당수 흑인들과 히스패닉계들이 트럼프에 표를 던지거나 투표에 불참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어제는 한국 재벌의 미국 법인장들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중상위층에 오른 아시아계의 상당수도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는 얘기도 들었고, 기독교적 가부장주의를 추종하는 여성들의 상당수도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이런 다양한 계층과 인종, 출신들이 '상위 1%를 위한, 상위 1%에 의한, 상위 1%의 행정부(연방 정부)'를 무너뜨리려면 특권층을 대표하는 힐러리를 선택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때문에 힐러리에게 여성이라는 것을 덧씌워 패배를 논하는 것은 가장 비열하고 저급한 짓이다.오바마가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흑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야 했는지, 단죄해야 할 금융지배를 더욱 강화시킨 것을 막지 못했는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은 '막장드라마' '바닥으로의 경주' '최악을 피해 또다른 최악을 선택하는 선거' 등으로 폄하됐지만, 그 밑바닥에는 상위 1%의 미국을 전복시키기 위한 하위 99%의 반란이 자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인종·성별·지역 차별이나 이념몰이,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 등을 조장하는 언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적 올바름'도 이번 선거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그것조차도 극단의 불평등을 이용해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상위 1% 정치인의 위선으로 치부돼 폐기처분 당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보면 벨 에포크 시대가 가장 불평등한 시대(상위 1%가 국가 전체 부의 80~90%를 차지했다)로 나오는데, 레이건이 당선된 이후 40년만에 미국의 불평등은 벨 에포크 시대로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존 미클레스웨이트와 아드리안 울드리지의 《더 라이트 네이션》과 글렌 벡의 《글렌 벡의 상식》 등을 보면,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시장우파, 보수층은 이런 불평등의 원인이 고학력·고소득의 상위 1%가 독점하고 있는 행정부와 의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레이건-프리드먼 조합이 주도한 영미식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전 세계를 파멸로 몰고간 것을 넘어 출발점인 미국까지 파멸로 몰고가자 세계화의 피해자인 미국의 중하위층들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고, 그것이 정치적 힘으로 표출된 것이 트럼프의 당선이다(샌더스 돌풍도 근본적으로 동일한 이유에서 나온 반세계화·반기득권 정서다). 하위 99%의 부를 상위 1%에게 이전하는 것인 신자유주의 통치술이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고 대변해준 트럼프에 열광한 결과(자살행위가 될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주류사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와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 등을 보면 수백 년 동안 축적된 상위 1%에 대한 하위 99%의 분노와 복수, 피해의식들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폭발 직전까지 팽배해 있음을 말해준다. 그들은 상위 1%가 지배를 이어가는 핵심 논리인 미국의 영광보다는 극단의 불평등과 차별이 난무하는 국내의 모순을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상위 1%가 주고받는 미국이란 나라는 부자지만, 국민은 가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공약이 미국이란 나라마저 가난하게 만들 가능성이 100%라는 데있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부자국가가 된 것은 기술(특히 제조업)의 선도국이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최고 98%에 이르는 상속과 증여 및 초고소득에 대한 누진세에 있었다. 불로소득과 3대째 이어지는 상속에 관해서는 100%를 때린 적도 있다. 이것 때문에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국가로 우뚝 선 것인데, 트럼프의 공약은 이것과 정반대여서 미국마저 가난한 국가로 만들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공약 중에는 진보적인 것들도 있지만, 그것 역시 고립주의와 보호무역과 연결돼 있어서 미국을 파탄으로 몰고가는데 일조할 것이다. 트럼프의 위세가 살아있는 취임 1년 정도는 레이건처럼 미국을 파탄지경으로 몰고가는 온갖 짓들(제일 중요한 것이 상속·증여세 폐지, 초국적기업이 이익을 국내로 들여올 때의 법인세율 인하ㅡ일종의 조세도피처 역할 등)을 남발하겠지만 그의 기세는 2년차부터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며, 조기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허면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어떨 것인가? 좋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진보세력이 그렇게도 비토하는 한미FTA에서 거두었던 이익들의 상당 부분을 토해내야 할 것이다. 미군 철수를 내걸고 방위분담금을 올리라거나 미국산 무기 수입을 늘리라고 압박할 것이다. 한국 제품들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수시로 부가할 것이며, 슈퍼301조를 발동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것이다. 노무현이 최소의 가격으로 회수했지만 이명박근혜가 사실상 포기한 전시작전권을 어마어마한 비용을 받고 팔아넘기려고 할지도 모른다. 





역사상 최악의 북한정책인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폐기되겠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전력을 다해야 할 트럼프가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종전협상을 통해 변수를 최소화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선제타격을 가하는 것은 고립주의에 반하기 때문에 고민할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미국의 이니셔티브를 포기할 정도로 고립주의에 올인한다면 일본의 무장을 완벽할 정도로 풀어줘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온갖 것들을 예측해볼 수 있지만, 미국의 제국적 힘이 예전만 못한 현재의 시점에서 트럼프 당선이 불러올 후폭풍에 대해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트럼프가 뭐? 지금이 최악인데 왠 호들갑? 한미동맹, 그것이 영원할 것 같아? 남북문제, 우리가 주도권을 잡으면 돼. 너무 신경 쓸 것 없어. 트럼프 당선 전에는 고민도 하고 신경도 써야 했지만, 당선된 지금에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상해 준비를 철저하게 해두면 그만인 문제로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하루라도 빠른 박근혜의 하야와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자들의 청산작업이다. 박정희 신화와 종북몰이, 상장만능주의로 서민과 노동자, 미래세대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몬 자들을 단죄하는 것이다. 



11월 12일에 전국적으로 200만 명이 넘으면 박근혜 하야가 결정되고 전국적으로 300만 명이 넘으면 이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모조리 바꿀 수 있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자.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EMC 2016.11.10 01:30

    안녕하세요 선생님.

    트럼프는 한국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더라고 여기 북미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힐러리를 대표로 한 미 기득권에 저항하고, 빈부격차만 늘린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그렇다 치더라도
    트럼프의 지지층 절대 다수인 서민층과 특히 교외 시골에서 사는 보수 백인 유권자들은 자기네 세상이 왔다고 쾌재를 부르고
    지네 멋대로 행동할 겁니다.

    이들은 절대로 다른 그룹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이들이 아닙니다.
    가뜩이나 심했던 인종주의는 하늘을 찌르게 되니 소수층 들이 동네북이 되는건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미국을 백인만의 사회로 만들려고 하겠지요.
    캐나다도 겉으로는 열린 사회처럼 보이지만 속을 보면 트럼프 지지자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 그게 두렵습니다. 캐나다를 트럼프의 미국처럼 만드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미쳤습니다.
    캐나다는 그래도 표면적으로는 다문화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싱겁더라도 정책적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고
    한국은 늦게나마 시민들이 정신을 차리고 행동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앞으로 트럼프와 미국의 실책으로 전세계에 닥쳐올 위기를 생각하면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6.11.10 05:45 신고

      1차 세계화가 만들어낸 극도의 불평등, 우생학의 범람,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에서 나온 적자생존, 칼 스미트의 독재 찬양, 1929년의 경제대공황, 파시스트와 나치의 집권 등이 한 데 모여서 2차세계대전으로 이어졌네.
      그때의 경험으로 인류는 평등과 공존을 중시하는 1945~1975년의 황금기를 맞았어.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2차 세계화)가 초래한 극단적 불평등, 파시스트와 나치를 합친 것 같은 트럼프,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민자에게 덧씌워진 우생학적 인종차별 등이 그때와 동일하지.
      미국에서 벌어진 일은 신자유주의적 통치술과 세계화가 종지부를 찍는 과정에서 마지막 반동으로 저학력, 저소득 백인들과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여성, 중상류층에 진입한 흑인들이 트럼프를 선택해 기성정치부터 무너뜨린 것일세.

      이것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와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는 과정과 완전히 동일하지.
      이런 과정은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이네.
      체제는 효력을 다해도 관성으로 10년 정도는 더 흘러가지.
      그 과정에서 마지막 반동의 반격을 하기도 하네.
      트럼프가 그러하고 전 세계적으로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힘을 받네.
      국가마다, 지역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겠지만 브렉시트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극점에 이르렀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트럼프로 인해 극점을 찍었다는 것일세.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겠지만 이런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 인류의 역사였네.
      인간이란 종족이 과거의 고난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비합리적이고 탐욕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이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이란 나라의 부실함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네.
      이민자와 불법체류자, 소수민족, 이슬람계에 대한 테러가 범람하겠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일세.
      반작용은 언제나 작동하네.
      미국은 최악의 경우 내란상태와 비슷한 것이 벌어질 수 있네.
      분열될 수도 있고.

      이런 이유들로 초반만 잘 넘기면 생각보다 큰 피해는 없으리라 보네.
      트럼프로 인해 미국이 샌더스가 표방한 사회민주주의로 넘어갈 것이네.
      트럼프의 미국에 반발해 유럽의 통합이 화폐통합에서 재정통합과 노동통합으로까지 진전될 수도 있네.
      이럴 경우 미국은 완전한 외톨이가 될 걸세.
      공산당의 일당지배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이 유럽과 손잡을 테니까.

      트럼프의 당선은 비극이지만 칼 폴라니가 목격한 <거대한 전환>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을 50년이나 지나서 이루는 것으로 이어질 걸세.
      트럼프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1년 차에 집중적으로 저항해야 하네.
      전 세계적으로 반미정서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터, 그것을 잘 활용하면 만악의 근원인 미국이 제국에서 그저그런 큰 나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네.
      그럴 경우 인류는 지금보다 더욱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네.
      트럼프는 자신의 공약 중 30%도 실현하지 못할 것일세.

      너무 멘붕에 빠질 필요는 없네.
      트럼프라고 해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닐세.
      공화당이 적극 협조하면 문제지만, 그것도 1년을 넘지 못할 것이네.

      너무 비관만 하지 말게.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필연이므로, 지금부터는 어떻게 대항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네.
      그렇게 힘을 모으면 트럼프의 미국이 패배자로 전락할 것일세.


  2. 참교육 2016.11.10 09:50 신고

    혼자보기 아깝습니다.
    페북으로 퍼갑니다.

    • 늙은도령 2016.11.11 00:58 신고

      네, 이제 슬슬 세상이 바닥을 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의미의 전환이 가능합니다.
      인간은 작은 단위에 허덕이지만 거대한 단위의 이념이나 체제도 작은 것으로부터 균열하니까, 오랫동안 기득권을 유지해온 40년의 신자유주의도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이제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네요.

  3. 공수래공수거 2016.11.10 09:55 신고

    미국인들의 가치판단 기준을 잘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나쁜년,약한년보다는 미친놈이 그래도 좀 나았던 모양입니다

    이제 7시간이 밝혀질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확정 증거가 필요하긴 하지만 양심선언이 곧 나오길 기대합니다

  4. 맹그로브 2016.11.10 13:39

    가깝게는 마지막에 FBI가 이메일 수사를 재개 한 것이 화근이었으며, 멀게는 이메일 스캔들 후에 샌더스에게 양도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감세는 즉 서민증세로 이어진다는 것을 지난 10여년간 우리는 겪어 보았는데, 차악을 뽑는다는 이번 미국대선에서 결국 미국이 선택한 것은 최악을 뽑고 말았네요.
    새누리 및 청와대가 이 결과를 두고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보니 빨리 퇴진시키고 하루속히 새누리는 박멸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드는 군요.
    연준 금리가 올라갈지.... 이것부터 우리는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6.11.11 17:22 신고

      언제나 나라가 자신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못된 놈들이 어느 나라나 있습니다.
      나라의 주인은 모든 국민인데, 그런 놈들이 나라를 망칩니다.
      트럼프는 백인 대통령이 됐습니다.
      미국 백인들의 미친 짓거리가 트럼프라는 광인을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미국은 지금보다 몇 배 이상 망해야 정신을 차립니다.

  5. 2016.11.10 15:19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11.11 17:25 신고

      미국은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망해야 정신을 차립니다.
      전 세계가 이런 난리를 겪는 것은 미국의 상위 1%가 만든 것이고, 백인 상류층들이 동조한 결과입니다.
      미국이 정신을 차리지 않은 한 세계는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트럼프가 미국을 더욱 망쳐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니까요.
      미국이란 나라가 자정기능이 있는지 트럼프의 임기 중에 밝혀질 것입니다.

  6. 과유불급 2016.11.10 23:08

    조웅 목사님 폭로는 대부분 사실이었어 ㅠㅠ
    그땐 미친놈 취급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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