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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홍준표가 손석희를 도발해서 얻고자 했던 것들


어제 뉴스룸에서 손석희와 인터뷰한 홍준표는 한마디로 양아치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정치인들의 인터뷰를 지켜봤지만 어제의 홍준표는 양아치라는 말을 빼면 무엇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했습니다. 홍준표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손석희와 벌였던 논쟁으로 악명이 높았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변하지 않는 양아치 본성은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써 제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여성 폄하를 넘어 강간모의와 실행미수까지 밝혀진 상황이라 대통령 후보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뇌물수수로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남겨둔 상황까지 더하면 홍준표는 후보는커녕 정치권에서 영원히 퇴출돼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이런 짐승만도 못한 자가 집권여당의 대선후보라는 것은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무법천지와 성폭력이 횡행하는 나라로 만드는 최악의 일입니다. 아무리 수구꼴통들이 모인 자유한국당이라지만 이런 개자식을 대선후보로 내세웠다는 것 자체가 치욕적인 일이며, 헬조선의 본질입니다. 

  




손석희가 후보의 자격조차 가질 수 없는 양아치의 막말과 망언에 '저보고 언론인 자격이 없다는 뜻입니까?'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강간미수범이자 블랙리스트를 옹호하는 홍준표가 집권하면 언론환경이 어떻게 타락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명박근혜 9년을 뛰어넘어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의 언론환경으로 퇴행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였습니다. 민주주의와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양아치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그의 인터뷰는 트럼프의 조폭질과 여성 폄하와 완벽히 일치했습니다.



헌데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비판입니다.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문재인과의 인터뷰에서 보듯, 손석희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홍준표가 대놓고 막말과 망언을 쏟아낸 것(설마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니겠지요?)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너무 순진한 것입니다. 어제의 인터뷰에서 홍준표가 계속해서 되뇌였던 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손석희 재판'이고 나머지는 '준비한 것을 보지 말고 질문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양아치와 정치조폭을 왔다갔다 하는 홍준표는 '손석희 재판'이란 말에 적어도 세 가지 복선을 깔아놓았습니다. 첫 번째는 양자가 받고 있는 재판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손석희가 앵커를 할 수 있다면, 자신이 대선에 나온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복선으로 깔아놓은 것입니다. 손석희로 대표되는 언론들에게 자신의 재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개헌을 고리로 보수진영을 밀고있는 홍석현의 대선행보(차기정부를 과도기로 축소한 채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ㅡ홍석현·김종인·정운찬 같은 늙은이들의 권력 나눠먹기 또는 정치적 지랄!) 때문에 진보진영으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는 손석희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기 위한 복선을 깔아두었다는 것입니다. 홍준표의 의도적인 도발에 손석희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유를 찾아보지 않을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손석희 재판'이라는 단어와 짤이 포털과 SNS, 유튜브, 커뮤너티 등을 도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MBC와 KBS, 조선과 동아, 종편들이 이를 교묘하고 비열하게 활용하지 말란 법도 없고요.



세 번째는 최대 18%에 이르는 박정희·박근혜 지지자들처럼, 손석희를 철천지 원수로 여기는 박사모와 50대 이상에게 유승민과 안철수가 아닌 자신에게 표를 달라는 복선을 깔아둔 것입니다. 홍준표는 그 동안 박근혜를 강력하게 비판해왔는데, 박근혜 부역자당의 대선후보로 뽑힌 이후에는 대놓고 친박들에게 표를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손석희와 대놓고 날을 세운 홍준표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필자의 추측이 틀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홍준표가 '준비한 것을 보지 말고 질문하라'는 말을 되풀이한 것은 '토론을 하면 10분만에 문재인을 제압할 수 있다'고 했던 말의 변형판일 뿐입니다. '가짜뉴스'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그로서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자신이 준비된 후보인양 과대포장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상대가 아무리 양아치라 해도 집권여당의 후보에게 준비도 되지 않은 질문을 던질 손석희가 아님에도, 막말을 되풀이한 홍준표의 목표는 '문재인 치매설'을 떠올리게 만드는 수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대단히 머리가 좋고 뛰어난 정치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홍준표는 어제의 인터뷰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준 채 회심의 미소를 날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로써 친박의 표를 확보했다고 썩소를 날리고 있을 홍준표를 떠올리니 콧방귀가 절로 나오네요. 필자처럼 머리가 나쁜 사람도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홍준표의 교활한 속내가 속속들이 보임에도 그는 자신을 향해 자뻑의 득표수를 계산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홍준표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그 자체로 구역질나는 일이지만, 그의 영구퇴출을 바라는 마음에서 수준 낮고 비열한 홍준표의 노이즈마케팅에 숟가락 한 번 얹어보았습니다. 보수가 결집하면 이번 대선도 힘겨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안철수와 유승민, 홍준표가 모두 다 보수를 대표하는 후보라는 점에서 보수진영의 몰락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난장판을 벌일 것입니다. 홍준표가 KBS의 대선토론부터 개판으로 만들면 그 다음에는 홍석현·김종인·정운찬이 유승민을 지지하며 전면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이승만과 박정희 묘역을 찾는 통합행보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인데, 정권교체의 그날까지 한시라도 긴장을 풀면 최악의 상황도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홍준표가 여기까지 내다보지는 않았겠지만, 경남도지사 자리를 내놓지 않은 것에서 보듯 촛불혁명을 무력화시키려는 악마의 디테일들이나 정치적 야합이 어디서나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정권교체의 그날까지 꺼진 불도 다시 보고 다시 봐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