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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SBS 세월호 보도, 박근혜의 위안부협상과 무엇이 다른가?

 

'해수부가 문재인의 집권을 위해 세월호의 인양을 고의적으로 미뤄왔다'는 보도를 내보낸 SBS의 막장 행태를 보며 박근혜 정부의 반인륜적인 위안부협상이 떠올랐습니다.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후 해수부가 보여준 행태는 유족과 특조위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인양을 늦춤으로써 '박근혜의 7시간'을 지켜주는 것으로 압축됩니다. 이것 때문에 차기정부의 첫 번째 과제 중 하나가 해수부에 대한 고강도 특검이라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해수부에서 나온 말들은 어떤 것이라도 믿을 수 없으며, 그것이 이전의 행태와는 다른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것의 사실 여부에 대해 이중삼중의 확인작업을 거친 후에야 보도를 결정하는 것이 상식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비극이라는 세월호참사는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를 물을 정도로 대다수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기에 관련 보도라면 제목부터 내용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합니다.

 

 

특히 관련 보도가 '특종 또는 단독'이란 이름을 붙일 만큼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녔다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은 모자람이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정글보다 심한 시청률 경쟁에 매몰돼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도 미진한 상태에서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보도한다면 후폭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본도 없는 SBS의 보도에 문재인 측과 민주당에서 격한 반발을 보이는 것은 그래서 정당하다 할 수 있습니다. 

 

 

관련 보도를 확인하면서 필자가 가장 화가 났던 지점은, 문제의 보도를 내보내기 전에 SBS 기자가 세월호유족에게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것입니다. 세월호유족에게 문재인이란 단식을 함께하고, 진상규명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며, 집권 이후에는 수사권과 조사권을 지닌 제2의 특조위도 공약한 상황인데, '문재인과 해부수의 밀약설'을 제기한 SBS의 보도만 보면 이 모든 것들이 (문재인에 대한 조중동과 수구세력의 프레임인) 쌔빨간 거짓말로 돌변해버립니다. 

 

 

그들이 문재인을 거짓말장이로 만들어 대선의 승부를 바꾸기 위해 이런 보도를 내보냈다고는 보지 않지만, '제목과 내용'만 놓고 보면 정치적 음모설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SBS는 노무현과 문재인을 비하하는 일베의 사진들을 여러 차례 내보냈던 경력까지 있어 '문재인-해수부 밀약설' 보도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유족들이 세월호 인양은 물론, 진상규명을 철저하게 방해해온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을 근거로 관련 보도를 내보낸 SBS에 발끈한 것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세월호참사를 이용한 SBS의 '문재인-해수부 밀약설' 보도에는 관련 당사자인 세월호유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가 아베와 굴욕적인 위안부협상에 합의하며, 일본군 성노예로 영육이 유린당했던 할머니들을 완전히 배제한 것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박근혜와 아베 간의 위안부협상에 당사자가 빠졌다며 수없이 많은 비판을 가했던 SBS가 대선의 향배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최악의 보도를 내보내며 똑같은 짓거리를 반복한 것입니다.

 

 

방송사 보도의 질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것은, 국민의 혈세로 국토를 참절하고 재벌의 곳간을 채워주는 돈잔치를 벌이기 위해 함량미달의 종편과 보도채널을 허용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SBS의 보도가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광고의 총량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보도의 질까지 떨어뜨린다면 방송사로부터 보도 부문을 회수해 케이블 수준으로 전환시킨다 해도 아무런 항의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악의적인 오보로 유족과 생존학생, 수많은 시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도 SBS가 배운 것이란 '특종과 속보 경쟁'에 매몰된 자사이기주의라면, 이명박근혜 정부 내내 '언론의 역할'을 못했다며 거듭나겠다고 반성한 것이 말짱도루묵에 불과함을 말해줄 뿐입니다. 최근에 들어 SBS가 JTBC와 비교될 만큼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강화되는 추세였는데, 기사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단독 보도'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오늘 8시 메인뉴스를 통해 SBS가 그들의 입장을 소상히 밝히기로 했으니(JTBC 뉴스룸의 시청률이 잠시동안이라도 떨어지겠네… 이것도 나비효과라고 해야 하나?), 그 내용에 따라 민주당도 고발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노무현처럼, 사람 좋기로 유명한 문재인도 만만한 상대로 보는 기성언론의 도덕불감증과 위선적 행태에 쐐기를 박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목표를 위해 재발방지를 약속받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것은 그때의 시대정신으로 위대한 여정이자 참담한 고난이었지만, 반칙과 특권의 기득권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차기정부의 시대정신이라면 SBS 8시뉴스의 입장표명에 따라 향후의 대응을 결정했으면 합니다. 현재의 의석구조 하에서 70년 적폐를 청산하려면 방송사의 도움이 절실하며, 모든 화력을 동원해 박살내야 하는 것이 만악의 근원인 MBC와 사회적 흉기인 KBS라면, SBS의 진심어린 사과와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후속 보도, 해수부의 직무유기 등에 관한 지속적인 보도들을 약속받는 것으로 보다 길게 보다 멀리 봤으면 합니다. 

 

 

기성언론의 반문정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번 보도를 계기로 언론개혁의 당위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합니다. 언론생태계를 이 지경으로 만든 이명박에 대한 단죄도 더욱 확고하게 하고요.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서듯이, 언론이 바로서야 대한민국이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세월호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 도를 튼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의 추악함은 구역질이 올라오지만, 태스킹 과정에서 철저하게 왜곡된 이번 보도가 대한민국 방송사들의 추악하고 형편없는 민낯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계기로 승화됐으면 합니다.

 

 

#문재인-대통령

#압도적-정권교체

#홍준표가박근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