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임기 동안 비판적 어용지식인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유시민 작가가 '비판적'이라는 것과 '어용지식인'이라는 것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유시민은 '어용지식인'인 입장에서 볼 때 강경화 외교부장관 지명후보자의 의혹들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볼 때 야당과 언론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외교적으로는 위기상황)들에 대처하는 능력과 자질 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물론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잘못된 보도로 비판을 받았던 JTBC 뉴스룸의 입장을 생각해서 부정적 견해를 표했을 수도 있습니다. 썰전 관계자의 편집과정에서 강경화 후보자에게 유리한 유시민의 발언들이 통으로 편집됐을 수도 있습니다. 유시민은 외교부장관으로 강경화를 선택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를 설명하면서 거기에 담긴 시대정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추가로 나온 의혹들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고요.)
그래서 유시민은 강경화 후보자가 야당과 언론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들을 돌파하기 위한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외교부의 도움이 형편없었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지만, 인사청문회의 목적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함께 업무 처리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유시민의 견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투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강 후보자의 답변이 더 큰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위기 대처 능력과 자질에 의문점을 표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내각에서 강경화 후보자가 차지하는 상징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조직적 저항을 보여주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각료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사드 보고 누락과 검찰의 돈봉투 만찬 감찰결과에서 분명하게 드러났기에 하루라도 빨리 첫 번째 내각을 완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외교부의 순혈주의와 특권적 행태를 대단히 비판적으로 보는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비외무고시 출신의 여성후보자인 강경화 지명자의 보고서 채택을 강행하기 바라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열린자세로 야당들과 시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은 죄들이 너무나 많아 8%라는 형편없는 지지율에 허덕이는 야당들이라고 해도 이후의 인사청문회를 생각한다면 정면돌파에 나서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외교부는 검찰과 국방부, 국정원과 함께 반드시 개혁해야 하는 부패 기득권의 핵심입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 때 반기문을 UN사무총장으로 만든 것과 한미FTA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낸 것을 빼면, 도무지 잘한 일을 찾을 수 없는 외교부(굴욕적인 위안부협상을 보라!)의 지난 날을 돌아본다면 강경화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은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출발점에는 틀림없습니다. 강경화 후보자가 최고의 적임자인지는 사람마다 판단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그녀가 특권의식에 쩌들어있는 외교부를 개혁하려면 시민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의혹의 중대성으로만 따지면, 김동연이 아니라 강경화에 화력을 집중한 야당들의 공격은 그 자체로 위선적이고 지랄 같지만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행정권력만으로 모든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개조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총선이 3년 후에 있다는 것이 통탄할 일이지만, 적폐 중의 적폐인 야당의원들의 반대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본질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력이 첫 번째 시험대를 맞았습니다, 수준 미달의 언론들과 빌어먹을 야당놈들 때문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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