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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썰전 유시민, 사드 문제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다


오늘의 썰전에서 많은 이슈들이 다루어졌지만, 제가 관심을 가진 것은 사드 문제였습니다.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대비하기 위한 무기체제로써 논의될 때는 배치에 반대할 수 있었지만,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한 이후로는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것을 넘어 미국의 실존적 위협으로 발전한 지금에는 상황이 너무나 많이 달라졌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선제공격(=자살공격)할 확률이야 제로에 가깝지만, ICBM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선택지를 거의 다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소련에서는 60년대에 개발된 것이 ICBM이지만, 북한이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은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체감하지 못하지만 북한의 공격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안은 생각보다 크고 실존적인 차원에서 다가오는 위협입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떠올리는 9.11사태 이후 미국의 국방전략은 실존하는 미래의 위협(형용모순이다!)에 대해 '선전포고 없는 선제타격(국제법 위반이다!)'을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유일제국이나 예외국가를 자처하는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오만하고 후안무치한 결정이지만, 전쟁과 테러로 먹고사는 미국이란 나라는 자신의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적(개인부터 단체, 국가까지 가리지 않는다)이라면 철저하게 짓밟아버립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데, 근육질 외교에 열광하는 상당수 미국인의 본성에서 나오는 집단적 광기이자 오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94년의 북핵위기 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타격하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습니다. 근육질 외교의 달인(경제적으로 일방적인 이익을 빼먹는 것이 목표. 이런 면에서 볼 때 한미FTA 재협상 요구는 예정된 것이었다)이고 싶은 트럼프 행정부라면, 그것도 탄핵 위기에 내몰린 절체절명의 행정부라면 선제타격이나 그에 준하는 군사적 행동을 취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세계경제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할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로써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보는 레드라인은 이동식 ICBM 발사 성공인데, 북한의 기술이 여기에 이르기 전까지는 X밴더 레이다(또는 그것에 준하는 레이다)의 한반도 배치를 마냥 반대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은 예측이 불가능한 존재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험과 능력 면에서 김정일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김정은이 내부의 문제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면 어떤 일을 벌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선언에서 밝혔듯이, 김정은과의 모든 대화통로가 차단된 상황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라는 불확실성에 대처할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전방위적 압박과 김정은의 몸값 부풀리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까지 더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지는 거의 다 사라져버립니다. 유시민이 말했던 것처럼, 사드의 환경영향평가가 나오기 전까지 북한과의 대화가 엄청난 진전을 보이지 않는 이상 사드의 조건부 배치(구입도 하나의 방법)도 고려해야 합니다.



유시민은 또한 중국의 보복수단이 모두 다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의 형제만이 아니라 제 친구들이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재벌과 대기업의 피해(협력업체 포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중국의 보복이 얼마나 집요하고 치사하며 비열하게 진행됐고,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면 분노를 참지 못할 정도입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보복에 들어가면 이에 맞대응할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란 WTO에 제소하는 것과 삼성전자 반도체(4차 산업혁명의 핵심)의 중국 수출을 막는 것 뿐입니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 없다는 점에서 위의 두 가지 방법도 이론적으로나 가능할 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보복에 굴복해 사드를 철수시킨다면 그 다음의 대한민국이란 중국의 위성국가와 비슷한 처지로 내몰린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 나오겠지만, 그 전에 한국경제가 재기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진 것도 (현기차 노조를 괴물로 만든 정몽구의 책임과 함께) 중국의 보복 때문입니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망가지기를 염원하는 외국의 기업들이 널려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지금보다 상당히 가난해지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문재인 정부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북한의 위협은 정비례해서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드의 환경영향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미국과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반할 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수십 가지 이상의 변수들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큰소리는 치는 것도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짓거리가 죽일 만큼 밉지만, 박근혜가 싸질러놓은 똥덩어리를 치워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먼산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이 때문에 사드 배치에 관해 문재인 정부의 선택지를 넓혀줄 필요성이 있습니다. 



최소한 북한과의 평화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 사드 배치를 조건부로 찬성하는 것도 하나의 패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유시민도 이런 것들을 모두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너무 힘겹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지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는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한 문정인 교수의 발언에 상당히 많은 것들이 내포돼 있다는 것만 언급하는 것으로 이번 글을 마칠까 합니다. 



TV화면으로 봐도 많이 헬쑥해진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이 걱정이 됩니다. 사드 문제는 생각하면 할수록, 관련된 정보의 양이 늘어나면 날수록 안개의 농도와 범위만 더욱 짙어집니다. 북한의 ICBM 발사와 임박한 6차 핵실험이 통미봉남으로 가는 길일 경우 미국과 북한과의 협상에서 대한민국에 떨어질 청구비는 무한대로 늘어날 것아라는 점도 걱정이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찾아오는 것에 그렇게 매진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근혜와 김관진, 쳐죽여도 모자랄 이들의 미친 짓거리 때문에 이 모든 고민들을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박근혜를 옹호하는 자ㅡ류석춘 같은 또라이ㅡ들을 보고 있자면 미치고 환장할 지경입니다. 추악한 이익집단에 불구한 수구보수가 국가와 사회를 망쳐놓으면 민주개혁세력들이 바로잡아야 하는 분단의 악순환을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이유는 넘칠 만큼 많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