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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지현 검사의 뉴스룸 출연,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이 당한 성추행을 폭로하는 서지현 검사를 보며, 이땅의 모든 피해 여성을 위해 용기를 내준 것에 감사한 마음을 표합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은 영혼에 가하는 살인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입니다. 인류가 침팬지(인간과 유전적으로 97% 정도가 똑같다)와 같은 영장류에서 지적생명체인 호모 사피엔스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여성의 희생과 피해를 담보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안태근(우병우 사단, 이명박 일당에 버금가는 적폐집단)의 짐승보다 못한 짓거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화론과 뇌과학, 분자생물학 등을 공부하다 보면, 인간이 침팬지와 다른 진화의 과정에 들어선 것은 직립보행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인간은 두 발로 걷게 됨에 따라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고, 도구와 언어의 발명과 함께 지능(뇌의 발전)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뛰어나지 않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지능의 발전을 다른 동물과의 차별점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며 그 출발점이 직립보행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여성은 피할 수 없는 희생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직립보행은 여성의 자궁을 10cm 전후로 좁혀버렸고, 30cm에 이르는 태아의 머리 크기는 지독한 산고의 원인이 됐습니다. 네 다리로 움직이는 포유류에 비하면 여성이 겪는 산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납니다. 태아의 뇌가 충분히 성숙하는 9개월 동안 임신의 고통을 온전히 떠안게 됐으며, 태아에게 좋지 않은 음식과 독소(특히 냄새)를 피하기 이해 임신 초기(1~3개월)의 지독한 입덧에 시달려야 합니다. 임신 후반에는 정반대의 현상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양질의 난자(아버지의 유전자만 전하면 되는 정자와는 달리 난자에는 착상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영양분이 많아야 하며, 이것은 여성의 건강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월경이라는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야 합니다. 초경이 빨라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여성의 피해는 늘어나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집니다. 월경의 횟수가 많을수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포유류와는 달리 아이를 돌봐야 하는 기간도 압도적으로 길며, 아이의 건강과 두뇌 발달,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수유 기간 등이 길어졌고, 급격한 신체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산후우울증에 시달려야 합니다. 유리천장의 핵심인 경력단절도 이런 근본적인 차원에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아이의 출산이 많을수록 골반 변이와 골다공증 등 모성의 이름으로 여성이 짊어져야 할 피해는 늘어납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1.3배 정도 커진 것(진화심리학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이 데이트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이유도 알 수 있다)도 남성 중심의 문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인간이 지능 발전을 진화의 핵심으로 선택하면서 여성이 거부할 수 없는 희생과 피해는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은 여성의 희생과 피해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런 본원적인 차별은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된 인간의 본질과 인류의 근원에 관한 문제입니다. 여성이 행복하지 않는 세상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그들을 향한 성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입니다.   


          

양성평등을 말하기 전에, 여성의 권리를 말하기 전에 이땅의 남성들이, 아니 전 세계의 남성들이 알아야 할 것은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누적돼온 여성(과 어머니)의 희생과 피해를 당연시여기는 것입니다. 모성을 강요하고 부추겨온 이성애적 젠더 구분이 억압의 기제가 되는 것도 이런 성차에 대한 근본주의적 시각 때문입니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길러지는 것이란 사회문화적 접근이 무력화되는 지점도 여기이고요.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표하며, 미투 운동이 모든 분야와 세대로 퍼져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성누리당으로써의 자유한국당과 수많은 꼰대들이 존재하는 한 요원한 일일 수도 있지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동안 여성이 행복한 세상과 양성평등의 기틀이 견고해지기를 아울러 희망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