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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시민이 사토시의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단정하는 이유는?


아직도 비트코인으로 한몫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발 꿈에서 깨어나십시오. 비트코인계의 예수라고 회자되는 로저 버를 비롯해 베리 실버트, 니콜러스 케리와 안드레아스 안토노폴코스 등의 전도사들이 하는 말과 글들, 비트코인교의 광적인 신자(비트코이너)들의 경험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장밋빛 예언으로 가득한 종교로써의 마르크스주의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엄밀하게 말하면 프루동주의와 자유주의적 아나키즘에 조금 더 가깝다). 이들의 신은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 가치를 투기성 자산으로 격하시킨 사토시 나카모토가 있고요. 





2008년 10월 31일, 일단의 암호학 전문가와 아마추어 등 관련자 수백 명에게 9장의 보고서(삽화, 방정식, 코드, 각주 등으로 디지털 통화를 설명한)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이메일을 받은 것에서 시작된 비트코인의 창세기는, 조물주의 창조와는 달리 2번의 코드 수정을 가해야 했습니다. 사토시가 핵심 소프트웨어 수석 개발자로 임명한 개빈 앤더슨이 '비트코인은 여전히 실험적 수준이며, 어떤 사람이 자신의 돈을 비트코인에 전부 투자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걱정이 들었다'(마이클 J. 케이시와 폴 비냐의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에서 인용)고 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토시가 만든 제네시스 블록(최초의 창조 불록)에 내장된 스케줄에 따르면, 처음 6일 동안 10분에 43,000개의 비트코인을 만들 수 있고(채굴할 수 있고), 2014년 8월에 약 2,100만 개의 비트코인이 만들어질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의 코드 수정으로 "블록에서 채굴(다수의 문자열로 이루어진 암호를 푸는 작업으로 단계가 거듭될수록 엄청난 컴퓨터 연산이 추가로 이루어져야 하며, 주문형 직접회로 칩을 장착한 다량의 컴퓨터를 동원할수록 채굴에 유리하다. 천문학적인 전기료는 여기서 발생하며ㅡ이것은 측정조차도 불가능할 정도의 우주적 차원의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ㅡ손쉽게 컴퓨팅 파워를 동원할 수 있는 헤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되는 비트코인이 4년마다 절반으로 감액됐고, 한 시간에 여섯 블록으로 집계되는 현재의 채굴 비율을 감안하면(2015년 기준) 2,100만 비트코인은 2040년경(2050년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에야 전액 유통"될 수 있는 처지로 변질됐습니다(돈 뎁스코 외 《블록체인 혁명》에서 인용, 파란 글씨는 필자의 각주).





헌데 모든 거래가 익명성을 유지한 채 블록체인이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내부에서, 그것도 P2P(개인간의 거래)로 이루어지지만, 실제 사용은 거의 다 외부에서 이루어진다는 시스템의 약점을 파고들은 작전세력과 투기꾼, 범죄집단, 헤커 등의 준동으로, 예상보다 무려 22~32년이나 빠른 2018년 현재 1900만 개의 비트코인이 채굴·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2년 후에는 더 이상의 채굴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 거래가 활성화된 "2013년 첫 11개월 동안 비트코인의 가치는 8,500%나 올랐지만 다음 6개월 동안 그 가치의 2/3를 도로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작전세력과 투기꾼들은 이때 한탕의 가능성을 포착했던 것이고, 일부는 목표한 바를 이룬 후에 환차익을 가장 많이 남길 수 있는 국가의 거래소를 통해 법정화폐로 환전(한국에서는 금으로 환전)해서 익명성의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모바일 스마트폰 기반의 유비쿼터스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으로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잡아 위안화 결제를 허가'했던 중국 정부가 거래소 폐쇄를 단행한 것도 비트코인의 투기화를 원천봉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파장의 풍선효과는 대한민국을 비트코인의 광란으로 내몰았으며,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골치덩이로 자리잡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비트코인 규제가 의제로 올라오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거대한 서버를 구축한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이 필요없는 이유는 각각의 노드(개인 소유의 PC와 스마트폰 등)의 저장공간(메모리) 중에서 일부는 거래와 지불을 하기 위한 지갑으로 사용하면서도 나머지 저장공간은 채굴을 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설 거래소를 통신업자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은 어떤 블록에 참여했건 간에 그들의 거래수수료가 음성·데이터 사용료의 일부를 챙기는 통신수수료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떨어질수록(통신요금보다 이익이 적을 수도 있다) 수수료를 챙기는 자들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십만에 이르는 개인 PC의 남은 메모리를 활용해 자신의 프로젝트에서 대성공을 거둔 예가 CERN의 외계신호 탐색프로젝트였습니다. 슈퍼컴퓨터를 구입할 비용이 없었던 CERN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 자발적인 참여자의 PC에서 여유 메모리를 하나로 묶어(컴퓨터 클라우딩 기법으로 구축한 슈퍼컴퓨터에 해당하며, 외계생명체를 찾는 SETI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그때가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찾지 못한 외계신호를 탐색했는데, 비트코인 블록체인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이 '화폐와 정보의 지배력을 소수의 강력한 엘리트층으로부터 그 네트워크에 속한 모든 이들에게 이양하며, 그들의 자신과 능력을 되찾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으로 실현하고 싶은 목표가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소액자기자본주의'의 구축이나 탈중앙화된 분산형 신뢰의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기득권에 대한 대항문화의 일환으로 각광받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고요. 



블록체인 기술은 물류, 식품안전과 유통, 선거(특히 정당선거), 소액결제, 스마트그리드(작은 단위의 자급자족 에너지 시스템), 공공회계, 주주배당, 자선사업(도지코인) 등에 활용될 수 있지만, 투기적 요소를 시스템 내부에 숨겨놓은 사토시의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그 아류들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실러의 예측처럼) 살아남을 수는 있되, 화폐로써의 가치는 폭락하고 말 것입니다. 한몫 챙긴 극소수와는 달리,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시점의 절대다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비트코인계의 광신도가 된 분들에게는 어떤 충고도 먹히지 않겠지만, 과대·사기광고와 확인할 수 없는 극소수의 성공담에 혹해 뒤늦게라도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세계로 뛰어들까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아예 그쪽을 향해서는 고개도 돌리지 마십시오. 사토시의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역사상 최고의 사기라는 유시민의 주장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90% 정도?), 그가 아닌 정재승과 김진화의 손을 들어줄 생각이란 추호도 없습니다.



사토시가 예상했건 예상하지 못했건 간에, 비트코인이 초기에 참여한 기술 마니아들의 골드러시를 이루며 초대박 신화를 만들기 시작한 1년 후, 그는 자신이 만든 비트코인 포럼에 다음과 같은 게시물을 올린 후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DoS(서비스 거부 공격)에 관련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우선 이럴 경우를 대비해 작업해둔 걸 손보고 있는 중이고 그 버전이 03.19이다. 이걸 우선 마친 후에 제대로 시스템을 갖춰 작업해볼 생각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