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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대박이란 없다, 나의 사업이야기ㅡ6

 

 

그런 나날 속에서 극도로 커진 스트레스와 누적된 만성피로에 간이 망가지고 마이클잭슨 같은 슈퍼스타나 걸리는 백반증이 온몸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생긴 두 다리의 길이 차이 때문에 디스크가 악화돼 만성 통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수면 장애는 더욱 악화돼 공황 증세로 발전해 수시로 저를 죽음의 공포로 몰고 가면서 저를 아예 집 밖에 나갈 수 없을 정도까지 망가뜨리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몇몇 빚쟁이들의 끊임없는 독촉은 그들의 투자금을 다 갚거나, 현재의 병들이 악화돼 드러눕거나 죽지 않으면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정말 끝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에서 불치병인 간경화까지 저를 찾아왔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공황증상에 탈진해 죽음 직전의 공포까지 떨어지기를 수십 차례, 육신은 지칠대로 지쳤고, 살아있는 것이 차라리 지옥이었습니다. 어머님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전화만 와도 벌벌 떨었고, 20년 전 백내장 수술을 받은 두 눈 중 하나는 실명에 이르렀고, 나머지도 불안불안 한 상태까지 악화됐습니다.

 

 

누구한테도 도움을 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에서 쫓겨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침 미국에서 귀국한 형과 S그룹 임원으로 막 승진한 동생이 전셋집은 마련해주었지만,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형은 차라리 감옥에나 들어갔다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했습니다, 제 건강이 받쳐주는 한에서는. 아니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지금의 형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당시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그것이 빚쟁이들의 시달림 속에서 가장 빨리,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헌데 저는 이렇다 할 불법은 저지르지 않았기에 감옥에 들어갈 방법도 없었고, 설사 들어간다고 해도 악화된 건강 때문에 금방 석방될 수밖에 없는 상태였지만 말입니다.

 

 

물론 감옥에서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고 차라리 그게 나을 듯싶기도 했습니다. 아버님이 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저 역시 아버님보다 10년 정도 앞선 나이에 비슷한 병으로 생을 마감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만 줄기차게 들더라고요. 기억 속에 분명히 자리하고 있는 생각들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읽었던 쇼팬하우어의 책들이 머리 속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몸이 극도로 망가지자 빚쟁이들이 하나둘씩 물러나고 자금 회수를 포기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내가 죽음과도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니 향후 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동생의 끊임없는 도움으로 살아갈 수는 있었지만 결국은 개인파산, 즉 경제적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 한 빚 독촉을 했던 두 분의 개인투자자들에게서 어머님을 지켜낼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의식 때문에 그렇게도 하지 않으려 했던 개인파산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빚을 털어내지 않으면 더 이상은 버텨낼 수 없었습니다. 갈수록 늘어가는 어머님에 대한 불효와 건강 악화가 개인투자자에 대한 죄의식에서 더 이상의 불효는 안 되다는 생각에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지요.

 

 

이미 투자금을 돌려받기를 포기한 개인투자자들까지 포함해 저의 능력과 비전을 믿어주었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개인파산에 들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도저히 재기불가능한 제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간곡한 용서를 구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그때, 저는 경제적으로도 실질적으로 죽었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로는 산다는 게 죽음보다 못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은 24시간 온갖 통증을 선사했습니다. 육체적 고통이 최악에 이르면 정신적 고통이란 사치일 뿐이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연속으로 인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자살만 생각했습니다. 형과 동생, 친척과 친구들은 연일 승리의 나팔을 불어댔지만 저만은 끝모르는 어둠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짧게 요약한 제 사업실패 스토리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저는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두 분의 멘토와 다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가 분명히 말하지만 절대 창업하지 마십시오. 어떤 비상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해도, 끝내주는 제품을 만들어 대박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해도 현 대한민국 상황에서는 절대 창업하지 마십시오.

 

 

적어도 10억쯤, 사장님 소리 듣는 재미에 그냥 마음껏 쓰다가 모두 날리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재산을 갖고 있지 않다면 절대 창업하지 마십시오. 그것도 아니라면 판매할 제품이 나올 때까지 최소한 3년간은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투자금을 받아내지 못한 상황에서는 절대 사업에 뛰어들지 마십시오.

 

 

매년 창업되는 기업들 중의 90%는 1~2년 안에 망합니다. 살아남은 1% 중에서도 0.01%만이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현상 유지나 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매년 통계층 등에서 발표하는 자료는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볼 때 거의 통계 왜곡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분명한 투자자가 나오기 전에는 절대 창업하지 마십시오.

 

 

아이디어가 뛰어날수록 대기업에게 뺏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맥이라는 것도 잘 돌아갈 때나 인맥인거지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면 인맥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누가 뭐라고 해도 영업의 99%는 인맥인데, 그 정도의 인맥을 구축한 중소기업은 거의 없고 창업을 선택한 99.99%의 신생기업이라면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대기업 오너의 자식이어서 일감을 몰아주지 않는 한.

 

 

그것만이 아닙니다. 회사의 운영체계와 직원들의 수준이 대기업에 이르는, 그 근처에라도 겨우겨우 다가간 중소기업은 0.000001%도 안 됩니다. 애당초 게임이 안 되는 거지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블루오션을 발견했다고 해도,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찾았다고 해도 그 시장이 조금이라도 커질 기미가 보이면 대기업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빼앗아 갑니다.

 

 

최근에는 ‘통 큰 시리즈’까지 연속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젠 소규모 장사치의 것까지 싸그리 빼앗아 가겠다고 만천하에 선언한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감히 창업이라고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얘기입니다. 한 번 실패하면 철저히 망가지고 가족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고 절대 재도전의,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 대한민국 경제체제 하에서 어떤 이유로도, 어떤 가능성으로도, 누가 뭐라고 해도 창업하지 마십시오.

 

 

그건 99.99% 자살로 들어가는 초고속 열차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시속 300km로 일차선 도로를 양방향에서 질주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한마디로 어리석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최근에 선풍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도무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창조경제가 자리를 잡는다 해도 창업을 하려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리고도 또다시 생각하십시오.

 

 

우리는 1%의 희망을 얘기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빌어먹을 1%의 희망 때문에 무려 99%에 이르는 절망의 실체에 대해서 억지로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언제나 문제는 극히 희박한 희망이 나에게는 통할 것이라는 자기 확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정치적 명제도 창업에 적용되기는 매한가지 입니다.

 

 

 

 

P.S.이것으로 저의 사업이야기는 마칩니다. 다음 편부터는 매일같이 자살만 생각하다 어떻게 다시 삶을 일으켜 세웠는지에 대해 쓸까합니다.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