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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는 음모론자, 김어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41>을 드디어 봤다.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그만의 음모론을 내세우는 김어준 총수답게 이재명 논란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돌파하려는 의도가 역력했지만, 그의 말이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김어준 교도라고 해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의 아전인수격 주장과 난삽한 해석이 난무했다. 수없이 많은 논리적 오류와 모순은 고사하고 억지춘향 같은 궤변들에 불쌍한 생각이 들 정도로 김어준 총수는 바닥을 드러내며 비틀거렸다. 

 

 

 

 

틀려도 그만인 그의 주장(예언과 음모론)처럼, 문재인 정부의 정권재창출을 무력화시키려는 작전세력들이 이재명 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는 문파와 친문 사이트(특히 여성사이트)에 침투해 암약하고 있다고 해도(그럴 수도 있다), 모든 얘기가 기승전삼성으로 귀결되는 천편일률적 진부함이 수많은 오류와 궤변의 근원이라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김어준은 작전세력의 핵심을 일베 출신의 고급 댓글러라고 규정함으로써 댓글부대를 운영한 국정원과 삼성을 등치시키는 교활함을 보여주었으나,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양의 증거들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련 증거를 검증할 수 있도록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어준 음모론의 전형이 반복됐다. 김어준의 음모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동기가 강한 사람이나,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기 때문에 합리적 의심은 고려하지도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합리적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재명의 덫에 갇혀 횡설수설하는 김어준의 주장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김어준 특유의 음모론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촛불혁명 이후의 대한민국도 여전히 삼성의 손아귀에 장악돼있는 삼성공화국의 연장일 뿐이다.  

 

 

씹기만 해도 인기가 올라가는 이명박근혜의 활용성이 사라진 지금, 문재인 정부의 배후에서 대한민국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이란 존재는 김어준에게 무한대의 음모론을 제공해주는 마르지 않는 샘물인 것은 확실하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건 어떤 의혹을 받고 있건 간에 오로지 삼성만 씹고 욕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만능의 면죄부라도 되는 모양이다. 김어준에게 김용철 변호사의 책과 경험, 주진우의 추적 결과가 삼성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면 다른 재벌들도 비슷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삼성도 작은 기업에게 사기를 당하고 수십 조의 광고를 퍼붓고도 뒤통수를 맞는 기사에 노출되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의 동생과 친구, 지인들이 삼성그룹의 임원교육을 받던 중에 겪었던 경험들만 풀어놓아도 김어준이 알고 있는 삼성이란 삼성 전체의 1%도 되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다. 1%도 지나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대표로 재직 중인 필자의 친구를 제외하면 이건희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임원들이 전체 임원의 90%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하면 1%도 후하게 평가한 것일 수도 있다. 삼성을 꿰뚫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자들을 볼 때마다 실소를 금치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김어준 총수의 얘기를 듣다 보면 전지전능한 수준에 올라있어야 하는 삼성이 왜 이렇게도 실족을 거듭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헤지펀드 중 최악으로 회자되는 엘리엇을 상대해야 하는 법무부도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무팀에 불과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ㅡ그의 주장이 얼마나 형편없는 지는 뒤에서 밝히겠다ㅡ촛불혁명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도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래서 탄핵을 당해도 모자랄 최악의 정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반문세력이 가장 만족해 할 참으로 자한당스러운 주장이다.

 

 

이런 역설을 인식하고 있을 김어준은 엘리엇을 상대해야 하는 법무부 공무원이 이재용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태평양(필자의 친구가 파트너 변호사로 있는데 어떤 수준의 변호사가 법무부에 취직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출신이라는 미끼를 투척하는 것으로 피해갔지만, 그것이 그의 지식과 내공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말해준다. 김어준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8,000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온 엘리엇이 삼성과 짜고치는 고스톱을 벌이고 있다고 (스쳐가듯이) 말했는데 그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은 인식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모든 것을 기승전삼성으로 연결시키는 김어준이라서 그런지, 엘리엇이 소송에서 승리해 8,000억원을 챙기려면 이재용의 유죄가 확정돼야 한다는 중학교 수준의 논리적 모순을 깨닫지 못한 채 문제(?)의 공무원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어떤 논리를 들어서든지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와 문제의 공무원을 분리해야만 자신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용이 무죄를 받으면 엘리엇은 8,000억원은 고사하고 자신을 상대로 승리한 대한민국 정부에 재판비용을 토해내야 한다.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삼성과 엘리엇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면 김어준의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중학생도 알 수 있는 이런 모순을 김어준이 인식하지 못한 것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그의 음모론이 이재명이라는 존재로 해서 타이타닉호처럼 허무하게 좌초했음을 의미한다. 학원강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댓글공작의 추악함을 비판 논리의 근거로 확장해버린 모순과 오류의 음모론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태평양 출신이면 모두 다 삼성의 앞잡이라고 주장해야 하는 김어준의 단순무식한 논리 전개는 문제의 공무원이 엘리엇을 상대하는 근거로 이재용을 석방한 정형식 판사의 판결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것에서 자신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이 때문에 김어준은 문제의 공무원이 엘리엇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박영수 특검의 수사결과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맹비난했다. 이것도 논리적 모순에 해당하는데ㅡ자신의 음모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라를 말아먹을 위험천만한 주장이라는 것을 김어준은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ㅡ그것도 이중의 모순이라는 점에서 모든 것을 기승전삼성으로 풀어가는 김어준의 다급한 처지와 지적 논리의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첫 번째 논리적 모순은 사법부가 결정할 이재용 재판과는 상관없이 엘리엇을 상대로 승리해야 하는 문제의 법무부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정형식 판사의 판결과 비슷한 논리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나온다. 이재용이 유죄라는 논리를 펴면 최소 8,000원을 엘리엇에 지불해야 하며, 문재이 대통령이 법무부를 통해 대법원의 판결에 압력을 가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민주공화국 핵심 규범이자 헌법적 가치인 삼권분립을 위반하는 초법적 행태다.

 

 

아무리 삼성이 밉기로서니 거대한 제조업체를 인수해 수익이 나는 부분과 부실을 내는 부분을 분리해 판매(대규모 해고가 선행된다)함으로써 수백억에서 수천억, 삼성의 경우에는 수조에서 수십조의 이익을 거둬가려는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에게 국민의 혈세를 지불할 수 없는 일이다. 대법원에서 이재용의 혐의에 대해 최종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문제의 공무원은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확인할 수 없지만 법무부가 그를 교용한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소송에서 패했을 경우 국민연금으로부터 8,000억원을 인출해 엘리엇에 배상해야 하는 문제의 공무원으로써는 정형식 판사의 판결에서라도 대응논리를 가져와야 한다. 아니, 현재까지 오직 그것만이 법적 효력을 갖는 공적 판단이라 그것을 쓸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재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국민연금의 돈을 지키기 위함이다.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 소속인 법무부는 정부의 연속성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싸질러놓은 똥을 치움에 있어 국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엘리엇과의 소송을 담당하는 문제의 법무부 공무원 입장에서는,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로써는 이재용과의 재판을 담당하는 박영수 특검팀과는 달리 정형식 판사의 터무니없는 법리해석이라도 끌어와 승리해야 한다.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패하면 다른 헤지펀드들도 추가 소송에 나설 것이고, 삼성을 넘어 다른 재벌들로 전쟁을 확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김어준의 주장은 삼성을 죽이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재벌들도 죽이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몰락으로 귀결될 최악의 주장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김어준의 음모론은 이재명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이 망해도 좋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이재용의 유죄를 이끌어내는 것은 박영수 특검팀의 역할이지 문제의 공무원에게 주어진 역할도 아니다. 얼핏 보면 둘은 하나의 사안 같지만 조금만 신경 써 들여다 보면 별개의 사안임을 알 수 있다. 하나의 기업 내에서도 부서마다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처럼 법무부라고 해서 다를 것은 하나도 없다. 제대로 된 조직 생활을 해보지 않은 입진보들의 무지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공통점을 김어준이라고 해서 피해가지 못한 것이 <다스뵈이다 41>의 본질이다.

 

 

모든 것을 기승전삼성으로 치환하는 김어준이라서 이런 단순한 논리의 오류조차 파악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풀어가야 이재명을 지킬 수 있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파악하지 않으려 했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법무부로써는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패하면 비슷한 소송들이 줄을 이을 터, 국민연금이 토해내야 하는,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손실분을 채워야 하는 천문학적인 손해를 무조건 막아야 하는데, 모든 것을 기승전삼성으로 몰고가야 하는 김어준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이 진실이건 간에 두 번째 논리적 모순과 오류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문파와 친문사이트 내에 침투해 문재인 정부의 정권재창출을 무산시키라는 명령을 하달 받은 작전세력의 배후가 삼성이어야 하는 김어준의 입장에서는 법무부와 문제의 공무원을 별개의 존재로 분리키는 무리수를 두게 만들었다. 그럴 때만이 자신의 음모론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참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공무원을 채용한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 소속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자신의 주장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것이 되니, 문재인 정부의 지킴이를 자처하는 자신의 입장이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이재명의 퇴출을 막지 못하면 자신의 커리어도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원래부터 그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천둥벌거숭이에 불과했지만 때를 잘만난 행운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그가 취할 수 있었던 어마어마한 전리품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무리수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다스뵈이다 41>은 김어준과 이재명의 동시몰락을 암시하는 전주곡 같았다. 희대의 사기꾼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삼성을 끌어들였지만, 시대를 역류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는 사실을 악착같이 외면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김어준 총수로서는. 

 

 

어쩌면 김어준은 이재명을 지키려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재명이 무너지면 자신을 향할 대중과 검경의 칼날(삼성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불투명한 회계와 어떻게든 정봉주를 쉴드쳐야 했던 것 등등등)이 두려웠을 수도 있다. 필자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한다. 김어준 총수가 왜 이토록 이재명에게 목을 매는 지도 알지 못한다. 다만, 4개월 만에 시청한 <다스뵈이다 41>에서 필자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권력과 대중의 사랑에 취한 김어준 총수의 음모론이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애초부터 이재용을 압박해 삼성을 착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수조 원에 이를 수도 있는 국부 유출을 막는 일은 김어준 총수의 능력 밖에 있었다. 그 동안 누렸던 것만으로도 김어준 총수는 고마워하고 만족해야 한다. 이명박근혜 9년의 역주행에서 나라를 구한 것은 김어준 총수가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과 이명박근혜 9년의 역주행을 끝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정이었기 때문이다. 김어준으로 대표되는 나꼼수 멤버는 그들의 힘과 열정에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다. 팟캐스트의 가능성을 눈치 챈 영민함과 촛불혁명에 일조한 것까지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꼼수가 한국정치에 미친 영향에도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권력을 비판하는 것으로 또 다른 권력으로 자리매김한 김어준의 행태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 동안 누렸던 영광과 찬사가 컸던 만큼 추락의 아픔도 크겠지만 그렇게라도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김어준 총수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김어준 총수를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 줄어들었다고 해도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도 있다. 미래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재기의 역사를 만들 수도 있으리라. 미래세대가 물려받을 대한민국과 재정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 땅의 진보 진영에는 재앙 같은 일이겠지만.

 

 

미래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김어준 총수가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재명 바이러스에 감염된 김어준에게 기승전삼성은 어떤 백신의 역할도 하지 못한다. 해서,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제목을 빌려 김어준 총수에게 말하고자 한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다만, 공지영 작가의 소설 제목으로 유명해졌으며, 불교 최초의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구절이기도 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까지 더할 필요는 없으리라, 김어준 교주의 성도들이 아직도 상당하기에. 이재명 교주의 성도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김어준 총수는 〈다스뵈이다 41〉를 티핑포인트로 해서 넘지 말아야 선을 넘어버렸다. 《닥치고 정치》를 통한 과거 세탁이 말짱도루묵이 됐다. 마지막 남은 한 가닥 미련마저 사라져버렸다. 끝으로 하나만 묻자, 김어준 총수에게. 대체 이재명과 어떻게 얽혀있기에 이런 무리수와 자충수를 남발하는 것이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