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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찰의 입장에서 김혜경 불기소 보면 이재명이 보인다

 

이번 글을 대단히 조심스럽다. 검찰의 결정에 분노하고 반발하는 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만, 하태경이 '이재명 기소, 김혜경 불기소'라는 검찰의 결정이 살아있는 현재의 권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재정신청을 하겠다는 정치적 접근은 '문준용 취업특혜의혹'을 끝까지 물고늘어지겠다는 뜻이어서 이번 글을 쓰게 됐다. 네어버를 필두로 유튜브와 이재명 지지사이트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검찰의 빅딜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발인단과 문파가 고려해야 할 안타까운 지점이 보인다.

 

 

 

 

필자가 이번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은 검찰의 입장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을 이재명이 '검찰수사로 모든 의혹이 풀려 자신의 아내가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한 시점이 '문준용 특혜취업의혹'을 김혜경의 변호인이 언급한 직후였기 떼문이다(기존과 다른 말을 하는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교활한 이재명 진영 혹인 카르텔으로써는 검찰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일까 악착같이 찾았을 것이고, 최악에 대비한 히든카드를 준비해두었을 것은 상식의 영역이다.   

 

 

이때부터 검찰의 고민이 깊어졌을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김혜경 변호인의 입에서 악의적인 '문준용 취업특혜의혹'이 나온 직후 이재명의 발언이 뒤를 이었다는 것은, 자신을 기소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아내까지 기소하면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에 상당하다. 김혜경을 기소하면 '문준용 취업특혜의혹'을 물고 늘어질 터, 검찰의 입장에서는 재판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준용씨가 아버지의 성공을 위해 온갖 불이익을 감내하고 있는 것도 모를 리 없을 것이고.  

 

 

카톡이나 인스타그램이 다운돼 있을 스마트폰과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 소셜미디어의 범람으로 '문준용 특혜취업의혹'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어마어마한 가짜뉴스와 음모론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뒤덮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이것만은 피해야 할 아킬레스건에 해당할 수 있다. '문준용 취업특혜의혹'이 재부상하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을 옥죄올 것이며, 이재명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터,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필연의 과정이다.  

 

 

검찰의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검찰개혁의 일환인 검경수사권 조정부터 시작해, 최악의 대법원장 양승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호하겠다는 사법부와의 힘겨운 승부, 문재인 정부 내내 진행해야 할 적폐청산의 동력에도 치명타를 입을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에게는 이재명의 덫이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그의 정치생명을 끝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에 이르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문제의 트위터와 메일을 여러 명이 공유했다는 정황 증거들 때문에 김혜경을 이재명과 함께 기소해도 재판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차원에서 이재명이 김혜경 변호인의 입을 빌려 '문준용 취업특혜의혹'으로 뜨거운 맛을 봤던 하태경에게 밑밥을 던진 것이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 하태경이 '너의 뜻을 내가 알어' 하며 덥썩 물어준 것이리라. 문재인 대통령을 흔들 수 있다면,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일조할 수 있다면 자신의 정치생명이 늘어나는 가능성이 높아질 터, 그로써는 밑밥을 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는 이재명의 밑밥을 물은 이상 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할 명분은 충분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어준이 등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김어준은 <뉴스공장>에서 자신의 빨대능력을 자랑하기 위해 '검찰 수사의 초기 단계에서 김혜경 불기소가 확정적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슈 캐취 능력이 뛰어난, 오직 이슈 캐취 능력만 뛰어난 김어준의 셀프찬양이야 말로 천편일률적인 구조의 음모론과 함께 자신의 얄팍한 지식을 감출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 애잔할 정도지만, 그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동기화를 마친 지지자와 추종자들에게는 모세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야훼와 같다.

 

 

인정하기 너무 싫지만, 검찰 수사를 놓고 벌어진 이재명 퇴출운동의 2라운드는 고발인단과 문파에게는 절반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절반의 패배이기도 하다. 알량한 성남시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형님과 누이동생을 죽음으로 내몰고 90세의 노모를 닥달해 정치적 변호를 받으려고 했던 자들이 이재명과 김혜경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며 공격을 취할 자이지 당하고 있기만 할 자들이 아니다. 이재명이란 인간의 인격과 본성은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으니, 검찰의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하지 못하는 현실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내가 이번 글을 쓰기 싫었고, 대단히 조심스러웠던 이유의 절반이 여기에 있다. 나머지 절반까지 얘기하면 돌아버릴 것 같다. 사안의 본질 근처에도 가지 못하 채 표상과 프레임에 흔들리는 사람들, 표퓰리즘은 그들을 먹이감으로 번성한다. 김어준과 김제동, 김용민, 이동형 등처럼 얄팍한 지식의 연예인병에 걸린 자들의 수박 겉 핥기 정치평론으로 인기를 얻고. 지독한 언행불일치는 무사통과되면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말의 기교는 연습하면 늘어난다. 김제동처럼 상황 별로 수백 가지의 기본 문장을 외우고 있거나 언제든지 기억에서 호훌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하면ㅡ김제동의 토크콘서트와 톡투유 등이 그런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준다ㅡ최고의 입다꾼에 근접할 수 있다. 김어준은 그에 반도 미치지 못하고 지식도 얄팍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뻔뻔함과 대중의 관심에 어필하기 쉬운 음모론 제작으로 자신의 바닥이 드러날 끝장토론의 위험에서 벗어난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언행일치에 있다, 노통과 문프에서 저절로 볼 수 있었고, 보고 있는 것처럼.     

 

 

존재하지도 않았던 여론을 조성하거나, 특정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조작된 여론조사인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의 석방을 찬성하는 비율이 30%를 넘었다. 이른바 국가를 팔아먹어도 무너지지 않는 마지노선으로써의 35% 콘크리트 지지율이 거의 다 회복됐다는 뜻이다. 위기를 알리는 경고동이 요란하게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