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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시민의 어용지식인 복귀, 밀의 자유론으로 살펴보면

 

인류 정치사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위대한 두 명의 거인,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처럼 유시민도 진보적 자유주의자다. 자유주의는 종류가 너무나 많아 그에 대한 정의도 그만큼 많다. 그중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자는 '공정으로서의 정의'와 '보편 시민권'과 진보적 가치(불평등과 양극화를 줄이고, 평등과 자유를 신장하면서도 권리행사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것)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대생의 투쟁에서 볼 수 있었던 참여민주주의와 촛불혁명에서 볼 수 있었던 시민행동주의에 가장 많은 영감을 주었고 함께 했던 깨어있는 시민이라 할 수 있다.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주의와도 연동되며 다양한 전통과 종교, 시민적 가치와도 연동된다.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자유주의는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전제하에 자기 통치, 자아실현, 자기보호, 행복 추구를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정언명령이라고 한다. 자유에 따른 어떤 행동이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바람직하고 이성에 부합한 의지 증진과 실천에 반드시 필요하다면, 이때의 명령은 정언명령이다. '정언'은 조건이 없다는 뜻으로, 특정 목적을 추구하는 '가언'과는 다르다(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인용). 

 

 

따라서 자유주의의 핵심인 자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때 다양한 종류의 자유주의를 이해할 수 있다. 유시민이 '친구 따라 강남 갔다'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오직 하나의 가치와 지향, 신념만 강요하는 이명박근혜의 통치방식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구석에 머물렀다가 탈당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참여당을 만들었고, 진보정당의 통합에 합류했다가 정의당 당원으로 활동했던 것은 정치경제적 지향이 진보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홉스와 로크와 함께 자유주의의 원조격인 J.S.밀의 《자유론》을 통해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이 '어용지식인'으로써 팟캐스트와 유튜브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 진보적 자유주의자로써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떤 희생을 전제하는지, 어떤 목표를 실현하려는 것인지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그럴 때만이 정치평론을 떠나 자유주의자로서의 삶을 만끽하던 유시민 작가가 노무현재단이사장 자리를 수락한 이유와 문프의 성공을 위해 어용지식인으로 돌아온 이유를 알 수 있다. 

 

 

밀은 《자유론》에서  "자유라고 불릴 수 있는 자유는, 우리가 타인에게 행복을 뺏으려 하지 않는 한, 또는 타인이 행복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한, 우리 자신의 방법으로 우리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다"라고 말했다. 벤담처럼 <공리주의>의 창시자이기도 한 밀은 '자유를 타인의 행복 추구를 방해하지 않는 한, 자신의 방법으로 최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권리 행사에 따른 행복 추구'를 자유롭고 이성적이며 문명화된 개인의 목표로 제시했다. 

 

 

밀은 또한 "개인의 행동 중에 사회의 제재를 받아야 할 유일한 것은, 그것이 타인과 관련되는 경우이다. 반대로 오로지 자신만 관련된 경우 그의 인격의 독립은 당연한 것이고 절대적인 것이다. 자신에 대해, 즉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관해 각자는 주권자"라고 말했다. 자유주의자에게 독립적인 정신과 합리적인 이성, 자유로운 삶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타인과 관련되지 않는 한 독립적인 인격과 자유로운 삶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아야 하며, 그럴 때만이 비로소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유시민이 '정치를 했을 때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고, 언제나 타인에게 잘 보이고 자신의 생각을 죽인 채, 그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일해야 했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평등과 함께 자유가 가장 중요한 가치인 민주주의를 이루어야 자유로운 삶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자유주의 앞에 붙은 '진보적'이라는 정치 지향 때문에 바보 노무현을 도와주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자유주의자인 그에게 정치란 불편한 어떤 것이었다. 

 

 

유시민이 노통의 정치적 비서실장과 경호처장을 자임했던 것도 자유주의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 정도로 노통이라는 정치인이 위대한 인물이었고 탁월한 지도자였기 때문에 유시민이 자원봉사자를 자처할 수 있었다. 유시민은 노통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고 믿었고 따랐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에서 유시민을 능가할 정치인이 없을 정도로 지적이었고, 한나 아렌트가 《정치의 약속》에서 말한 그 의미로써 '정치가 말(시민의 정치 수준을 높이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제시하고 채택되도록 경쟁자를 설득하고, 집행의 결과에 책임지는 자유롭고 치열한 토론으로써의 말)'이라면,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을 만큼 탁월했던 그였지만, 오직 노무현이었기에 자신의 젊음을 바칠 수 있었다. 

 

 

노통이 비극적으로 이승의 삶을 마친 이후 폐족으로 물러나지 않고, '가장 우아한 방식의 복수'를 위해 정치를 계속했던 것도,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노력했던 것도 노통이 곧 문프였고, 문프가 곧 노통이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자인 유시민이 현실정치에서 떠나 '썰전'을 할 때도 '어용지식인'이라는 파격을 자처했던 이유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문프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순탄하게 국정을 운영하는 중에 정치평론마저 그만둔 것은 자유주의자 유시민으로써는 최적의 시기였고 미루고 미루었던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정치라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벗어버린 유시민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유시민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첫 무대에 백바지 차림으로 나선 것은 자신의 독립된 인격과 자유로운 이성, 확고한 신념과 행복 추구에 따른 행위였지만, 타인(다른 국회의원과 다수의 국민들)의 인격과 행복을 침해했기에 비판받아 마땅했지만, 작가로 돌아간 유시민은 진정으로 자유로워보였고 행복해보였다.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행위는 멈췄지만, 자유인으로써의 유시민은 그 동안 미루어두었던 일들로 인해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의가 남아있었다. 문프의 성공에 담겨있는 촛불정신의 실현이 남아있었다. 수구우파의 팟캐스트와 유튜브 방송을 통한 일방적이고 배타적이며 폭력적인 거짓과 음모의 선동정치의 득세가 추가되었다. 밀은 "자유란 원칙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토론에 의해 개량될 수 능력을 갖는 시대"에나 적용될 수 있다고 했음에도, 수구우파의 팟캐스트와 유튜브 방송은 자유가 적용될 수 없는 '이명박근혜 9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자,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 독재로 돌아가자는 것이어서 수구방관만 할 수 없었으리라.

 

 

다른 무엇보다도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나라로 돌아가는 퇴행과 역주행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으리라.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나는 사람의 마음속에 돈에 대한 사랑이 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 또는 소유의 영원한 평등이론에 대해 이보다 더 깊은 경멸을 표시하는 나라는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던 미국적인 것의 부활을 떠들어대는 수구보수의 선동정치를 두고볼 수만 없었다. 가짜뉴스, 음모론, 루머 등의 '바이러스성 콘텐츠'를 양산하는 그들의 반지성주의에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었다.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반이성과 반인륜에 맞서지 않는다는 것은 범죄에 다름 아니다.

 

 

밀은 "설령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단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는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침묵하게 할 권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불가능한 권리인 것도 이 때문인데, 여기에는 절대적인 전제가 자리한다. 자신의 사상을 표현함에 있어 다른 사람의 권리와 행복을 침해하거나 상대에게 변화와 수정을 강요할 수 없으며, 침해했을 경우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책임의 원리'다.  

 

 

그런 의미에서 수구보수들도 자신의 의견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침해의 정도가 심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할 수도 있으며, 탈법의 경우에는 법적 처벌도 받아야 한다. 모든 권리에는 그에 합당한 책임이 따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사상과 표현을 억압하고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누구도 무오류의 경지에 이를 수 없으며, 자신의 오류가 발견되고 지적받았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고 사과하고 고치는 용기 또한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다. 

 

 

모든 개인은 그렇게 발전하며, 죽음에 이르러야 비로소 멈출 수 있다. 종으로써의 인류는 그렇게 진보하고 사회는 너그러워지고 국가는 풍요로워진다. 오류의 가능성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중간에 있다고 오류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며, 양비론에 묻어갈수록 비겁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아웃사이더였던 노통과 문프는 그런 과정을 통해 위대한 지도자에 올랐으며, 그런 지도자를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는 국민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깨어있는 시민으로 성숙된다.   

 

 

 

 

밀은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수구보수의 팟캐스트와 유튜브 방송),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해를 끼칠 수도 있다(작가로만 살아가는 자신)"고 했으니, 노무현재단이사장에 취함한 그로써는 문프의 성공을 도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생겼다 할 수 있다.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능가하는 '데드 크로스'가 일어났다고 난리를 치는 자한당과 조중동의 광기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었으리라. 이재명스러운 '김어준과 아이들'로써는 도저히 그들을 상대할 수 없으니 자신이 나설 수밖에.

 

 

유시민 이사장은 노빠이자 문프의 지지자라는 점에서 범문파에 속한다. 다만, 이재명 제명과 김혜경 구속,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중단기 목표로 정한 소수로써의 문파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는 없으리라. 그는 문파 전체를 대표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진보 진영 전체를 아우를 수밖에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3,245명의 고발인단과 궁찾사 및 군찾사로 대표되는 문파와 연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파 중 누구라도 유시민이 진행할 팟캐스트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해 말하고 발전적 연대를 이룰 수 있으리라. 

 

 

필자는 노무현재단 회원이다. 운이 좋아서 2만 번째 기부자가 되기도 했다. 노통을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사랑하며, 문프 또한 존경하고 사랑한다. 문재인과 노무현의 리더십은 다르다는 3편의 글도 노통이 곧 문프이고 문프가 곧 노통이기 때문에 쓸 수 있었다. 두 분에 대한 수많은 글들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문프의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41%)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지지율 하락은 당연하지만 '데드 크로스 운운'하며 광란의 잔치를 벌이는 저들에게 통쾌한 반격과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유시민의 어용지식인 복귀는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4월 이전에 집필을 마치려고 하는 필자에게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겼으니 더욱 고맙고 반갑다. 찢바들이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면 유시민의 복귀가 이재명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듯하다. 유시민 이사장의 말처럼, 팟캐스트와 유튜브 방송을 정복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문프의 성공을 위해 문파 최대의 스피커가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김어준과 아이들'은 꿈도 꾸지 못할 그런 수준의 정치평론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정말 '바닥으로의 경주'는 지겹고 암울하고 참담했다. 클라스가 다른 정치평론을 보여줌으로써 문프가 짊어진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를 바란다.        

   

 

문프는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용지식인' 유시민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성향의 문파와 함께. 가짜는 드러날 것이고 껍데기는 벗겨질 것이다. 위선과 선동, 폭력의 언어들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며, 문프의 정책과 업적들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리라. 원칙과 상식, 양심과 정의, 공정과 평화, 자유와 평등이 넘처나는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사람이 먼저'이 먼저이기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