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 고등교육>은 50명의 노벨상 수상자에게 AI(인공지능)보다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이 되는 것들을 꼽아달라고 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 인구 증가, 핵전쟁, 질병, 이기심, 무지, 테러, 근본주의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가 뽑혔다. 인류의 삶에 미치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폐해가 지구온난화와 핵전쟁, 코로나19 같은 전염병과 동급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는 뜻이다(페이스북의 가짜뉴스와 여론조작은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조류독감 중에서 전염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는 의료보험과 공중보건 체계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미국에게는 핵폭탄에 다름아니다. 부정적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의료보험과 공중보건 등 복지체계가 망가진 유럽의 선진국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마당에 트럼프의 미국이라면 코로나19의 피해를 가늠하기도 힘들다. 오바마케어를 비롯해 의료보험과 공중보건 체계를 망가뜨린 트럼프로써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재선이 물건너 간 트럼프가 1200조에 이르는 재난기본소득을 들고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의료보험과 공중보건 체계를 단숨에 보강할 수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표퓰리즘을 들고나온 것이다. 하버드 교수의 예측대로 미국 국민의 70%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 미국경제가 붕괴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가 기능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 정도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 않겠지만 이탈리아와 중국, 스페인보다 피해가 더욱 클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트럼프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난기본소득을 들고나온 것은 기준금리 인하와 감세만으로는 코로나19의 피해를 감당할 방법이 없을 만큼 미국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시카고학파의 득세로 자유(방임)시장 근본주의 국가로 정착된 미국에서 기본소득이 재등장한 것은 거의 50년 만이다. 미국 역사의 최대 수치 중 하나인 워터게이트의 주인공, 닉슨 정부 시절 기본소득 도입이 거의 성공할 뻔했다. 베트남 전쟁비용과 2차 오일쇼크, 금융위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가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자 대규모 경제 부양의 목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 했다. 기본소득안이 하원은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 이후로 시장만능주의자(통화주의 경제학자)가 득세한 미국에서 케인스적 개입주의의 냄새가 가득한 기본소득이란 말은 사전에서조차 찾기 힘들 정도였다.
사실 필자는 제한적 기본소득에는 찬성하지만 보편적 기본소득에는 반대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급진적인 소비 팽창으로 인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기후변화의 가속화와 질병(특히 세계화의 필연적인 결과인 전염병)의 확산도 피할 수 없다. 여행업이 1960년대 이후 제트 항공기와 선박 건조 기술 등의 발달로 단일 분야 최대 산업으로 자리잡은 이래 기후변화와 전염병은 피할 수 없는 위험이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전염병의 전파를 더욱 확산시킬 여행의 폭증에 기여할 수밖에 없다.
재원 마련 및 지급액수 선정, 경기순환에 따른 비율 조정 등 보편적 기본소득의 문제는 이것 말고도 수없이 많지만, 청년이나 미혼모와 여성가장 가구, 중하위층 노인, 장애인, 차상위층 중년 등처럼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제한적 기본소득이라면 당장이라도 도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좌우를 막론하고 뛰어난 경제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소득주도성장과 제한적 기본소득이 하나의 패키지로 실시되면 복지의 사각지대는 거의 대부분 사라진다.
기술의 폭주에 힘입은 부정적 세계화(긍정적 세계화는 별도의 글로 다루겠다)는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졌지만, 미국에 가장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아이비리그 출신과 귀족적 세습 엘리트 위주의 거대 양당 체제가 미국을 불평등과 무지, 차별, 혐오, 근본주의 등이 넘쳐나는 최악의 선진국가로 만들었다. 이명박에 비견되는 트럼프라는 최악의 인물이 대통령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자유시장 포퓰리즘 우파국가에서 트럼프의 등장은 필연이자 자업자득이었을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국가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수십~수백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수천만 명을 절대 빈곤층으로 떨어뜨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들 중 단 한 명도 처벌하지 않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낼 것이다. 1200 조에 이르는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되도 의료보험과 공중보건 체계가 무너진 미국의 현실상, 코로나19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시도 모자라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인들은 잘못된 선택의 대가가 얼마나 처참한지 뼈속까지 체험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고난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미국이란 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의 공습도 빠른 시간 안에 묻혀버릴지도 모른다. 우리의 촛불혁명처럼 범국민적 각성이 일어난다 해도, 다수의 지배를 불가능하게 만든 미국의 기형적인 헌법과 반민주적 선거제도ㅡ헌법의 자신들의 이익을 철저하게 반영한 미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책임이 있다ㅡ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반면에 노무현과 함께 전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두고 있는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고, 앞으로도 갈 것이다. 추가적인 추경과 함께 제한적 재난기본소득이 실시되면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929년의 경제대공황은 비교조차 될 수 없는 것이 코로나19에 따른 작금의 경제대위기이지만ㅡ다음 글에서 이번의 위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겠다ㅡ우리는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으며,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다.
존재 자체가 사회적 흉기인 조중동(종편, 매경, 한경, 한국일보, 국민일보, 경향신문, 프레시안, YTN, SBS 포함.. 뭐가 남았지?)과 미래한국당, 보수유튜버 등에 속아넘어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미래의 모범으로 우뚝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총선에서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의 당선자가 개헌 가능선인 2/3를 넘길 수 있어야 한다. 노통의 꿈이었고 문통의 공약인 개헌이 가능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더 밝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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