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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캡틴 오 마이 캡틴, 로빈 윌리엄스의 삶과 죽음




학생들은 그를, 자신들의 진정한 캡틴이자 친구이며 스승인 그를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한 자신들의 젊은 날에 무엇이 진정한 교육이고, 누구도 아닌 나만의 걸음으로 가야 하며,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즐겨야 하며, 언제나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해야 하며, 평생을 추구해야 할 자신만의 가치를 찾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 사람이다. 그의 수업방식은 우리가 살아있는 존재임을 자각시켜 주었고, 서툴고 억압받고 있지만 여전히 푸르른 청춘에게 가슴 뛰는 하루하루를 선사해줬다. 





아버지의 압박을 견딜 수 없었던 친구의 자살도 그의 잘못이 아니다. 이 숨막히는 권위와 억압의 체제에 길들여진 채 그를 실패한 선생이자 스승으로 보낼 수 없다.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했고, 한 명의 학생이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교장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책상 위로 올라선다. 그것은 억압의 체제에 대한 작은 항거이자, 처음 맛본 자유의 소중함을 이어가기 위함이며, 영혼없는 육체를 지닌 공부하는 기계로 체제의 엘리트가 되는 순탄한 길을 거부하는, 진정한 스승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고, 마지막 인사이자, 학생들이 자신의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우뚝서는 순간이었다. 



                                                                       


다른 학생이 뒤를 이어 책상 위로 올라섰고, 그렇게 여러 명의 학생들이 책상 위로 올라와 떠나는 스승에게 자유를 향한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아니 이제부터 시작됐음을 젊음의 패기로 보여줬다. 수업 중에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가서 짐을 들고나온 선생은 학생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고마움을 표하며, 안타까움이 담긴 밝은 웃음 속에 교실을 나올 수 있었다. 영화는 그렇게 끝났고 그 다음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관객들 모두가 책상 위로 올라선 학생들의 미래가 어떠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교육이란 그런 것이고, 뒤를 계산하지 않는 청춘의 순정한 용기와, 체제에의 순응을 요구하는 일방적 권위에 저항하는 정의와, 자유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그러한 것이었다. 고등학생에 불과한 어린 나이이지만 분명한 자아를 지닌 삶의 주체로서,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체제에 저항해 책상 위로 올라선 학생들은 떠나는 스승이 가르쳐준 자유의 진정한 가치를 지켜나갈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제 시작하는 그들은 앞으로의 삶도 능동적으로 살아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기득권과 체제가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볼 것이며, 자살한 친구를 위해 세상을 좀 더 자유로운 곳으로, 충분히 살만한 곳으로, 언제나 사람이 먼저인 곳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캡틴, 오 마이 캡틴..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엄스가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했다. 우리 시대의 명배우가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굿모닝 베트남' '굿윌헌팅' '사랑의 기적' '피셔 킹' '버드 케이지' '미세스 다웃파이어' '에이 아이' '후크' '더 앵그리스트 맨 인 브루클린' '바이센테니얼 맨' '어거스트 러쉬' '쥬만지' '박물관은 살아 있다' '등에 출현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로빈 윌리엄스의 갑작스런 사망(63세)은 그만이 가진 특유의 우수 어린 눈빛과 너무나 선하고 환한 웃음을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다는 뜻이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의 사망과 함께 알려진 그의 인생 역정은 화려하게만 보였던 할리우드 스타들의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그가 평생을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과 싸우면서, 최근에는 심장수술을 받고 건강 상의 위기를 극복했음에도 최후에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니, 스타의 삶에 깊게 드리워진 그늘의 깊이를 추측하기도 만만치 않다. 유독 투명한 웃음을 많이 선사하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의사 역할을 많이 맡었던 그였는데.. 그는 자신의 상처는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다양한 종류의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활들이란 현대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보여준 '피셔 킹'을 제외하면, 활달하고 밝은 영혼의 소유자들이었다. '에이 아이'와 '훗크'에서 로빈 윌리엄스와 함께 작업했던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도 "로빈 윌림암스는 번개 같은 코미디의 천재로 우리의 웃음은 그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 천둥 같은 존재였다"고 고인을 평가한 뒤, "나의 친구인 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며 재능 있는 명배우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그의 연기란 늘 그런 영혼의 울림을 지닌, 막 잡아올린 물고기처럼 자유를 향해 파닥파닥 몸부림치는 그런 것이었다.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트위터에 올린 글처럼, 로린 윌리엄스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였다. 그가 영화와 TV드라마에서 보여준 연기는 현존하는 배우 중에 대체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통해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다재다능한 배우였다. '죽은 시인의 사회'와 '피셔 킹' '굿윌헌팅'과 '사랑의 기적'에서 보여준 연기들을 번갈아 보면 그의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알 수 있다. '굿모닝 베트남'에서 보여준 다양한 목소리 연기란, 어느 배우도 흉내낼 수 없는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남아 있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다. 필자처럼 죽음에서 시작해 탄생으로 가는 삶을 살고자 해도 영혼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영원히 떨칠 수 없는 한계이자 구속이며 투쟁의 대상이다. 평소 사랑하고 좋아했던 지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날 때마다 가슴 한 곳이 뻥하니 뚫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곤 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매우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죽음을 알고 나서 며칠 간 홀로 가슴앓이를 했는데,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도 비슷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영원한 피터팬 같던 윌리엄스의 쓸쓸한 퇴장은 삶과 죽음이 만들어내는 영원한 딜레마가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음을 말해준다.  





아케데미 시상식 재단은 공식 SNS계정을 통해 "Genie, you're free(지니 당신은 자유입니다)"라고 애도를 표했고, 윌리엄스의 딸인 젤다 윌리엄스는 아버지의 영전에 다음과 같은 글을 바쳤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내용을 차용했다. "사랑해요, 그리울 거에요. 하늘을 계속 볼게요...당신은 그들과는 다른 별을 갖게 될 거에요. 당신이 밤에 하늘을 바라보게 되면, 내가 그 별들 중의 한 별에서 살고 있고, 그 별들 중의 한 별에서 내가 웃고 있을 거에요. 그러면 당신은 마치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에요. 당신은 웃을 줄 아는 별을 가지게 된 거야." 나 또한 그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