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고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천주교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은 '예수 탄생일'과 '부활절', '성신 강령 대축일' 만큼 중요한 날입니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너를 반석으로 그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말한 것처럼, 전 세계 천주교를 대표하는 교황이 직접 집전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의 강론은 이 시대의 천주교 교인들과 인류가 실천해야 할 예수의 말과 같습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라"고. 아울러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라고. 교황은 낮고 차분한, 그래서 더욱 분명한 음성으로 이 시대의 야만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라"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이런 저항적 실천을 물질만능과 천민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속절없이 죽어간 단원고 학생들처럼, "이 절망이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말고 뺏겨서도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분명히 말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규제를 무차별적으로 철폐함으로써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상위층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경기활성화 대책과 서비스부분 투자활성화를 통해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강화하고, 민생이라는 미명 하에 죽음의 문화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국정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무려 41조원 규모의 경제활성화 패키지를 가동할 수 있도록 경제 법안들을 통과시키라고 야당을 압박했습니다.
도무지 구체적인 정책과 조치들이 담긴 로드맵이나 청사진을 내놓지 않은 채, 정체불명의 '통일은 대박'이란 철지난 유행어만 되풀이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어르고 달래서 힘겹게 끌어낸 '10.4 공동선언'의 8가지 조항만 실천해도 '통일은 대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데도, 이승만과 비슷하게 통치한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부터 풀겠다는 발언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족벌언론의 본질을 보여주는 중앙일보 기사
이 땅의 민주주의를 기초부터 뒤흔들어온 족벌언론과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방송들은 교황이 탄 승용차 때문에 기아자동차가 대박나게 생겼느니, 교황의 방한 때문에 관광객이늘어 돈이 돌고 있다며 교황의 방문을 교황이 거부하고 맞서 싸우라고 말한 천민자본주의와 연결하느라 분주합니다. 이들의 교활함과 저열함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20일이 되도록 특별법 하나 제정되지 못하는 것이 누구의 책임이며 어떤 정당의 책임인지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박근혜 대통령의 상반된 발언에서 보듯이 새정치민주연합과 진보 정당들이 가야할 방향은 분명해졌습니다.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 사회경제적 평등이고, 이는 전통적인 진보적 가치임에도 중도보수를 지향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뼈를 깎는 반성적 성찰이 필요한 것도 분명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에는 이승만과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병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거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정의와 평화, 상생과 공존을 되찾으려면, 세월호 참사에 담겨 있는 지난 70년 간의 병폐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모조리 뿌리뽑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의 강론을 통해 우리에게 촉구하고 행동으로 옮기라고 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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