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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저와 책이 있는 풍경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 요약-2

 

 

4  진화의 갈림길

 

  

밝기, 포식자와의 거리, 망막 중심부로부터 영상이 맺힌 지점까지의 거리, 그 밖의 유사한 변수들에서 중요한 점은 그것들이 모두 연속 변수라는 것이다. 그것들은 완전히 보이지 않는 극단에서부터 완전히 보이는 극단까지 변화한다. 그러나 연속 변수가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진화를 추동한다. 

 

 

바늘 구멍 사진기는 뚜렷한 영상을 만든다. 구멍이 작을수록 영상은 더 선명해진다.(그렇지만 어두워진다.) 구멍이 크면 영상은 밝아진다.(그러나 흐려진다.)

 

 

폭탄먼지벌레가 적에게 화상을 입힐 정도로 뜨거운 과산화수소와 하이드로퀴논의 혼합물을 뿜어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산화수소와 하이드로퀴논은 촉매가 첨가되지 않는 한 반응하지 않는다. 폭탄먼지벌레가 하는 일은 혼합물에 촉매를 첨가하는 일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진화하는 초기 단계에서 과산화수소와 다양한 종류의 퀴논들은 모두 생체화학 반응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것이었다. 폭탄먼지벌레의 조상은 이미 존재하는 화합물을 방어 무기라는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진화는 가끔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이렇게 말했다.

작은 개조가 수없이 거듭되는 것으로도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어떤 복잡한 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된다면 나의 이론은 붕괴될 것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팬터의 엄지에서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는 완벽한 형태를 갖춘 기관보다는 불완전한 기관이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진화는 결코 깨끗한 제도지 위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진화는 이미 무언가 있는 데서 출발한다.

 

 

일단 어떤 설계가 진화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훌륭한 것이라면 똑 같은 설계 원칙은 동물계의 다른 영역에서, 다른 출발점에서 다른 진화 경로를 거쳐 재차 진화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는 뛰어난 설계를 보여 주는 실제의 예를 기술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그것은 바로 반향위치 결정법이다...최근 몇 억년 사이에 최소한 두 종류의 박쥐와 두 종류의 새, 이빨고래 그리고 보잘것없지만 다른 여러 종류의 포유류들이 모두 독자적으로 반향위치 결정기술이라는 귀결점에 도달했다. 지금은 멸종된 다른 어떤 동물(혹시 익수룡이 아닐까?)도 이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매미는 13년 변종과 17년 변종이 있다. 14. 15. 16년 변종은 없다. 13 17은 소수라는 공통점밖에 없다. 가령 14년 주기를 가졌다면 7년 주기의 기생충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기발한 생각이다. 13년과 17년이 무엇이 특별한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들에는 틀림없이 특별한 어떤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세 종류의 매미들이 각기 독자적으로 그 주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주머니늑대를 골치거리로 여겼다. 그러나 주머니늑대에게 사람들이 훨씬 더 큰 골치거리였다. 이제 주머니늑대는 멸종되고 없다. 대신 그만큼 인간들이 있을 뿐이다.

 

 

정보 저장기술 발달에 기본적인 요건은 많은 수의 기억 장소를 가진 저장 매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각각의 장소는 어떤 불연속적인 수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현재의 인공적인 세계에 만연된 디지털 정보 저장기술의 핵심이다...레이저 디스크는 일련의 작은 점에 정보를 저장하며, 그 점들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이다. 중간 상태의 점이란 없다. 이것이 디지털 방식의 특징이다. 기본 요소가 어떤 한 상태에 있거나 아니면 완전히 다른 상태에 있다. 중간 또는 타협이란 없다. 유전자의 기본 저장기술은 디지털 방식이다.

 

 

자손은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 유전자를 받을 때, 그것들을 구분된 입자의 형태로 받는다. 각각의 입자에 관해 말하자면 자손은 그것을 물려받든가 물려받지 못하든가 둘 중 하나다...물론 유전 단위들이 한 몸 안에 있을 때 마치 잉크가 물에 섞이는 것과 같은 현상을 나타내는 일이 종종 있다. 키가 큰 사람이 키가 작은 사람과 결혼했을 경우, 또는 흑인이 백인과 결혼했을 경우 그들의 자손은 중간형을 띤다. 그러나 잉크가 물에 섞이는 것과 비슷해 보이는 이러한 현상은 단지 겉보기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는 각각 작은 효과를 나타내는 많은 수의 유전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이다. 입자들 각각은 분리된 채로 남아 있으며 다음 세대로 그대로 이어진다...물감을 섞는 것과 같은 유전을 전제로 하면 세대가 거듭됨에 따라 다양성은 감소하고 획일성이 증가할 것이다. 결국 자연선택이 작용할 만한 다양성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다양성은 보존된다. 선택이 작용할 수 있는 다양성의 풀(pool)이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전자기술에 널리 사용되는 불연속적인 디지털 방식의 정보 저장기술에서 각각의 저장장소는 단지 두 가지 상태만을 나타낼 수 있다. 편의상 그것들을 0 1로 표현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그것은 높고 낮음, 위와 아래, 켜짐과 꺼짐 등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두 상태가 엄격히 구분된다는 것이고, 그것들이 배열되어 있는 형태가 어떤 내용을 담은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살아 있는 세포들 속에 들어 있는 주요 저장매체는 전기적인 재료가 아니라 화학적인 재료이다.

 

 

여기에는 어떤 분자들은 무한한 길이의 긴 사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중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용된다. 중합체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중합체 사슬을 구성하는 단위분자에 이질성이 생기면 그 중합체는 이론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슬을 구성하는 단위 분자가 두 종류라면 그것들을 각각 0 1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술이 충분히 길다는 요건만 갖추면, 곧바로 중합체는 어떤 종류의, 얼만한 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세포가 사용하는 특별한 중합체를 폴리뉴클레오티드라 부른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각각 DNA RNA라고 부른다.

 

 

두 종류는 모두 네 종류의 뉴클레어티드로 이루어진 이질적인 사슬이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DNA RNA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세포는 1 0의 두 가지 상태만 가지고 정보를 저장하는 대신에 A,T,C,G로 표현할 수 있는 네 가지 상태를 사용한다. 원론적으로 인간의 전자기술에서 사용하는 2진법의 정보 저장기술과 살아 있는 세포가 사용하는 4진법의 정보 저장기술에는 큰 차이점이 없다.

 

 

놀라운 것은 그 엄청난 유전 정보 중 극히 적은 분량만이 실제로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가령 인간의 세포는 그 중 1퍼센트만을 실제로 사용한다. 어림잡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 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DNA의 알파벳을 사람들이 읽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꿈 같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글자는 너무 작아서 신약 성경 1,000만 권이 핀의 머리에서 한꺼번에 춤을 출 수 있을 정도이다.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어떤 염색체의 정확한 물리적 위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염색체는 액체 속에 떠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위치가 변한다...모든 인간은 같은 형태의 DNA 주소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소가 같다고 해서 내용까지도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생긴 것이다.

 

 

구성원 전체의 DNA가 같은 주소 체계로 되어 있는 집단을 종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세포에서 23개의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만들어질 때, 정자는 같은 주소를 가진 2개의 장소 중 어느 하나만을 갖게 된다. 정자가 그 중 어느 것을 가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난자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정자와 난자의 주소 체계는 같은 종이면 모두 같지만 저장된 내용이라는 면에서는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무시해도 좋을 극소수의 예외가 있기 하지만 말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되면 다시 46개의 염색체 모두가 갖추어진다. 그리고 이 46개의 염색체는 발생 중에 있는 배의 모든 세포 속에서 복제된다.

 

 

같은 종에 속하는 개체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선택적으로 살아남고 번식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발전된 생존 지침이 그 종의 유전자 집합에 씌어진다. 진화는 세대가 거듭됨에 따라 DNA의 각 저장 장소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내용들 중 어떤 것이 득세하는가 하는, 유전자의 빈도 변화에서 비롯된다. 말할 것도 없이 모든 내용들은 어느 때건 개체의 몸 속에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진화에서 중요한 것은 집단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대립 유전자들의 빈도 변화이다. DNA의 주소 체계는 그대로 보존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저장 장소에 들어 있는 내용들의 통계적인 수치가 변화하는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 주소 체계 자체도 변화한다...전체 코드가 가끔 완전히 다른 염색체로 복사될 수도 있다. 염색체의 어떤 부분의 DNA 내용이 멀리 떨어진 다른 부분의 내용과 완전히 똑같은 경우가 발견되었다.        

 

 

DNA 글자 4개가 배열된 상태가 어떤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가령 눈의 색깔을 나타낸다든가 아니면 특정한 행동을 유발한다든가 하는 효과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DNA의 자료 유형 자체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이 배가 발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것은 다시 DNA의 다른 부분에 들어 있는 자료 유형에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사슬은 복잡한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다. 그리고 그것의 정확한 모양은 아미노산의 순서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이 실타래 같은 모양은 아미노산의 배열 순서가 정해지면 결코 변하지 않는다. 아미노산의 배열 순서는 (중간에 RNA를 통해 번역된) DNA의 암호 배열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실타래 같은 단백질의 3차원적인 구조가 DNA 암호 문자의 1차원적인 배열 순서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은 타당성이 있다.

 

 

모든 체세포가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세포들의 형태와 기능이 천차만별인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체세포들이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모양과 행동을 보이는 것은 세포마다 다른 유전자들이 읽히기 때문이다. 특정한 유전자들만 읽고 나머지는 무시해 버린다. 가령 간세포는 자기의 DNA ROM에서 신장 세포를 만드는 데 해당하는 유전자는 읽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포가 어떤 모양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는 세포 속의 유전자 중 어떤 것이 읽히고 번역되어 단백질 분자로 만들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은 다시 세포 안에 이미 존재하는 화합물의 영향을 받는다. 세포 안에 이미 존재하는 화합물이 어떤 것인가는 전에 얽힌 유전자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과, 인접한 세포가 어떤 종류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단지 DNA의 변종들 중 생존에 성공한 것의 후손들을 볼 뿐이다. 개체를 죽음으로 이끈 DNA들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는 돌연변이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왜냐하면 돌연변이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변종이 만들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어떤 새로운 변종을 수용하고 다른 것을 도태시키는 일이다. 돌연변이 속도는 진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가질 수 있는 최대 한계선이다. 자연선택은 대개 진화에 관련된 변화를 막는 것과 상관이 있지 그것을 추동하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다. (물론) 자연선택은 건설적인 작용도 한다.

 

 

자연선택이 없는 상태에서 DNA가 얼마나 정확히 복제되는가 하면, 그것은 500만 세대가 복제되는 동안 그 내용의 1퍼센트가 잘못 복제되는 정도이다.

 

 

DNA 복제과정에도 실수 과정이 있다. 정확도는 그렇게 올라간다. DNA 복제과정에는 여러 가지 실수 수정 공정이 개입되어 있다. DNA의 암호가 안정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은 더욱 필요하다. 오히려 거기에 관련된 분자들이 너무 작기 때문에 그것들은 끊임없이 열운동을 하는 다른 분자들과 부대끼고 있다. 메시지의 글자를 뒤바꿀 수 있는 끊임없는 유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람의 세포 속에서는 하루에 5,000개의 DNA 문자가 사라지지만 수리 메커니즘을 통해 즉시 복구된다. 수리 메커니즘이 존재하여 끊임없이 작용하지 않으면 메시지는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새로 복제된 DNA의 내용을 검토하여 틀린 곳을 수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리 과정에 속하는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DNA의 뛰어난 복제능력과 정보 저장능력은 주로 이 수리 메커니즘 덕분이다.

 

 

살아 있는 생물은 다름 아니 바로 DNA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다...개체는 단지 DNA가 그들의 천문학적인 수명 중 얼마간의 시간 동안만 짧게 거처하는 일시적인 용기에 불과한 것이다...어떤 사물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이 금방 생겨났든지 아니면 과거에 생겨났지만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을 만큼의 내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세상에는 두 종류의 존재 방식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쉽게 생겨날 수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이슬과 같은 존재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쉽게 생겨날 수 없지만 일단 한번 생겨나면 오래 가는 바위와 같은 존재 방식이다. 바위는 오래 견디는 성질을 갖고 있지만 이슬은 쉽게 만들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DNA는 두 가지 존재 방식 모두에 있어서 탁월하다. DNA 분자 자체는 물리적 성질이 이슬과 같다. 조건만 갖춰지면 매우 빠른 속도로 생겨난다. 하지만 어느 것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한다. 대부분이 몇 개월 안에 망가질 것이다. 바위와 같은 내구성이 없다. 하지만 DNA가 갖고 있는 분자들의 배열 형태(정보)는 가장 간단한 바위와 같은 내구성이 있다. 그 형태는 수백만 년을 버틸 수 있고, 바로 그것이 DNA가 오늘날 존재하는 이유다. DNA와 이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슬은 새것이 낡은 것으로부터 생겨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에는 우주 안에서 가장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과 같은 기계를 만드는 능력도 포함된다.

 

 

원시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복제자가 DNA가 아니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세포 속에서만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다른 분자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유지될 수 없는 DNA 분자가 저절로 생겨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초의 복제자는 아마 DNA보다 더 투박하고 단순했을 것이다.

 

 

첫 번째 요소인 스스로를 복제하는 능력에서 자동적으로 생겨나는 두 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 자기 복제 과정 중에 틀림없이 우연한 실수가 생겨날 것이다...그리고 최소한 복제자들 중 일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DNA는 실수를 줄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오늘날의 DNA가 갖고 있는 고도의 기술은 수많은 세대를 거쳐 오며 누적적인 자연선택을 받은 결과로 획득한 것이다.

 

 

복제 과정 중에 실수가 생기면 동일한 복제자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 여러 종류의 복제자가 뒤섞인 집단이 만들어질 것이다. 잘못 복제된 것들 중 많은 수는 필경 조상이 가지고 있던 자기 복제 능력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부모와는 다른 자기 복제 능력을 얻을 것이다. 그래서 집단 내에서는 실수로 만들어진 복제자가 차츰 자기의 복제품을 늘여 갈 것이다.

 

 

세 번째 요소는 위력이다. 덜 끈적거리는 복제품을 만드는 속도가 끈적거리는 복제품을 만드는 속도보다 수천 배는 빠를 것이다...따라서 점착성이 줄어드는 쪽으로 진행하는 진화 경향이 생긴다.

 

 

정상 세포에서는 RNA의 지시에 따라 단백질 분자가 만들어진다. RNA DNA 원본을 베껴 만든 현장용 설계도이다. 하지만 RNA로부터 RNA를 복제할 수 있는 RNA 복제 효소를 만들 수 있다. 다시 RNA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이 되풀이된다...복제 기구를 우연히 갖게 된 복제자는 그 인과관계의 사슬이 얼마나 길고 얼마나 간접적이든 상관없이 세상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모든 사슬은, 그것이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든 뇌 세포가 연결된 후에 생기는 효과든, 아니면 호수의 크기가 변하는 최종적인 효과든, DNA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유전자에서 일어난 어떤 변화가 그 자신의 복제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연선택의 게임에서 공정한 규칙이다. 그것은 매우 단순하고 자동적이며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거의 불가피한, 누적적인 자연선택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복제, 실수 그리고 위력)가 태초에 저절로 생겨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