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 동안 경제 관련 글을 쓰지 않았다. 아무리 글을 써도 달라질 것이 없고, 더 나빠질 것이 없기 때문에 경제 관련 글은 쓰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 선후배들로부터 듣는 현장의 얘기들이 하도 암울해서 피케티 교수와 관련된 내용 중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만 몇 차례 다루었을 뿐이다.





그것이 어떤 체제이던 세계 경제는 몰락의 길밖에 남지 않았다. 정치가 부의 재분배를 포기한 상태에서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세계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갈수록 얇아지고,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세습자본주의가 자리 잡았는데 무슨 수로 시장을 넓힐 수 있겠는가?



석유를 대체할 미래의 먹거리가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처방을 들고 나와도 경제가 나아질 방법은 없다. 1%가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은 남아있지만, 99%의 소비여력이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불평등만 극대화되며 경제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거인들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는 난쟁이들이 당할 방법이란 없다. 



경제 용어나 이론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원래 경제학이라는 것이 통계에 대한 주석에 불과한데, 현실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현재의 경제학은 사기를 치는 것 이외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학문으로 전락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나 윌킨슨의 《평등이 답이다》가 상당한 권위를 갖는 것은 방대한 통계와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주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도가 어떠했던 간에 스미스와 마르크스와 케인즈까지 포함해 모든 경제학자들은 인류의 적이었다. 그들의 단견과 오류 때문에 국가와 인간의 삶을 담당하는 정치가 무력화됐고, 불평등이 극대화돼 인류의 삶은 피폐해졌다. 근대이성의 총화인 계몽에 빌붙어 세계를 지배하는 위치에 오른 경제학이, 과학기술을 앞세워 전 지구적 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위해 신자유주의라는 통치술이 필요했고, 작금에 이르렀다. 더 이상의 혁명(프랑스혁명의 동인과 미국혁명의 결과를 아우를 수 있는)이 불가능해지고, 민주주의마저 고사 직전에 이른 것도 시장경제 안에 모든 것을 몰아넣은 신자유주의적 통치술 때문이니 그 출발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학의 세속화에서 출발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것이 경제적으로 평가됨에 따라, 99%의 좌절과 절망이 이제는 일상화됐다. 매스미디어와 정보통신기술의 호위를 받으며, 군사력과 공권력을 앞세운 1%의 일방통행에 99%는 최소한의 공간을 유지하기에도 급급하다. 평등은 바라지도 않고, 신분상승의 꿈도 접었으며, 그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떠돌이 생활이 일상화됐다.





정부의 사이버 사찰과 검열 때문에 대규모 망명을 떠났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갈수록 줄어드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안전한 땅을 찾아 거처를 옮겼다. 야당을 믿을 수 없기에 정치적 저항을 하기보다 디지털 유목민의 삶은 선택한다.



패배에 익숙해진 사람들. 체념이 빠른 사람들. 순간을 사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 그래서 최소한의 돈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큰 것을 바라지도 않고 대박을 바리지도 않는다. 습관적으로 로또를 사는 사람들도 일주일을 버티기 위해 그만큼의 손실을 감수할 뿐이다.



현실과 다른 학문을 배운다는 것도 고통이다. 작은 단위의 모임들이 늘어나며 최소한의 소비를 기반으로 살아갈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부의 재분배와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매지 않는다. 가난을 받아들이기로 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복지에 대한 요구도 줄어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삼포세대는 잉여를 넘어 방황하는 개인이 되어 폐품처리되기 일쑤다. 1인가구와 독거노인들의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뿌리 없는 삶이 자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다. 지금껏 인류를 끌고 왔던 수없이 많은 것들이 폐품처리장으로 보내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어서 정부와 사회는 이런 추세를 되돌리려 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인류는 두 개의 군으로 분류된다. 1%의 황금의 왕국과 99%의 척박한 대지. 가난한 사람들은 삶의 편리함을 많이 포기해야겠지만, 하고자 하는 일들이 줄어들어 특별히 문제가 될 것도 없다. 최소의 욕망만 추구하며 작은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만은 지키고 싶어 어제까지의 삶을 포기한다.



욕심이 없는 인간은 삶이 곤궁해도 마음은 편하다. 내일을 위해 어제의 만족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오늘의 삶을 살기 위해 다시 척박한 대지로 돌아가고 있다.  


                                                                                                         ㅡ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중용투자자 2014.10.12 22:12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특정 분야만 경제가 조금씩 성장할 듯합니다. 허나 그 열매도 낙수효과는 미미할 듯합니다.
    돈을 벌기전까지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늙은도령 2014.10.12 22:23 신고

      갈수록 힘들어질 것입니다.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먹거리가 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은 갈 때까지 가보자는 기류가 강한 것 같습니다.

  2. 소피스트 지니 2014.10.12 22:59 신고

    좋은 말씀입니다. 이젠 분배 없는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99%삶이 완전히 망가져야 1%가 자신의 몫을 나눠줄런지 모르겠네요.
    99%가 가진 힘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너무 일찍 무기력해지진 않았나 반성해봅니다.

    • 늙은도령 2014.10.12 23:22 신고

      그것이 1%가 원하는 것이지요.
      그저 소비하다 폐품처리되는 것이면 족하지요.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힘은 1%의 수중에 떨어집니다.
      그들은 국가라는 영토 안에서 체제의 도움을 받아 시간만 끌면 어떤 사건도 해결됩니다.
      혁명이 불가능한 세상에선 더 나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도 불가능합니다.

  3. 태봉 2014.10.12 23:24

    늙은도령님의 글을 읽으니 자꾸 암울한 미래를 그린 영화들이 오보랩됩니다
    어휴 어쩌다 이렇게 되버렸는지...

    • 늙은도령 2014.10.12 23:51 신고

      저도 희망적인 글을 써보려 했지만, 작금의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네요.
      지금은 정말 종말론적 세상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1%들도 갈 때까지 가보자는 투고......

  4. 공수래공수거 2014.10.13 10:03 신고

    저는 낙수 보다는 분수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4.10.14 02:53 신고

      원래 경제학은 분수효과로 움직이는 것이었는데, 70년대 이후의 경제학자들이 그들만의 경제학을 하면서 낙수효과 같은 것들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존 롤스 같은 철학자들을 통해서요.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너무 많이 망쳐났어요.
      그 뒤에는 탐욕스런 부자들이 있지만....

  5. 덕산 2014.10.13 20:35

    핵융합의 기술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삽니다. 이기술만 상용화된다면 인공태양을 만들어 내어 무한한 에너지원을 생성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다음 먹거리가 나오더라도 여전과 같은 대규모 일자리는 생기지 않고 소수들만 혜택을 누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늙은도령 2014.10.14 02:57 신고

      핵융합은 최후의 에너지원이 되겠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인류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어서 대단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핵융합은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인 강한 핵력에 버금가는 것이어서 자칫 잘못하다간 시공간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지구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블랙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공학적으로 핵융합을 관리가능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인간의 핵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6. 덕산 2014.10.14 09:09

    늙은 도령님 kstar(한국형혁융합연구로)가 iter프로젝트(국제열핵융합실험로)에도 참가하고 있고 2035년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핵심이 되는 전원발생장치 기술(가속기, 플라즈마 등등)은 우리나라가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프랑스 카다라쉬 지역에 국제핵융합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까지도 본격적인 핵융합에너지 개발 경쟁에 참여하여 수소경제시대를 준비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 늙은도령 2014.10.15 01:24 신고

      수소경제는 대단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소만큼 이용하기 쉽고 많은 것도 없으니까요.
      헌데 수소경제는 전자가 하나이고, 모든 핵폭탄의 원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위험이 따릅니다.
      수소경제의 저자가 말했듯이 수소경제는 미래의 산업 중 하나입니다.
      헌데 실제 대기업에 가보면 수소경제에 대한 엄청난 연구를 하다 중단했습니다.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공학적으로 한참은 더 발전한 후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 동안 수소를 이용한 여러 가지 제품들이 나왔지만 모두 다 실패했습니다.
      또한 수소 경제는 테러에 전용될 수 있다는 위험이 너무 큽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수소 경제에 집중하는 것은 더욱 더 위험하고요.
      수소 경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 업체의 반발도 있지만 최고 엔지니어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수소경제에 부정적입니다.
      저도 작년에 들은 얘기라 1년 사이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조금 기다려도 될 듯싶습니다.

  7. 울면서.. 웃네요. ^,.ㅠ 2014.10.14 14:16

    이젠 뭐..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그 수순(?)에 따라 흘러갈 수밖에 없단 생각.
    애초에 희망따윈 없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작은 노력(^^;;)을 계속 해야되지않나 싶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바를 해왔습니다만.. ㅎㅎ
    쩝...
    이제는 이런 생각만 듭니다.
    개인적으로 뭔갈 기대(?)하며 생각해오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거기서만이라도 소기의 성과를.. 그 결과를 제 살아생전서 볼 수 있기만을... ^^;;;

    • 늙은도령 2014.10.15 01:29 신고

      정말로 민주주의가 중요합니다.
      민주주의가 기업 부분에도 도입되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업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헌데 우리나라는 기업문화를 바꾸려면 관피아부터 없애야 합니다.
      이 놈들이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어요.
      이들을 정리해야 기업들도 비자금을 만들지 않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는 관피아들이 문제입니다.
      정치와 연동된 이들이 중간에서 너무 나쁜 것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에게 공정거래를 하도록 강제하고 세금을 최대한 거두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업이 바라는 것도 사실은 그런 것들입니다.
      악순환의 고리는 관피아를 중심으로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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