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

올해 프로야구 MVP는 서건창이냐 이승엽이나?



엄청난 부채와 진행상의 미숙과 준비부족, 관료적인 행태, 천문학적인 적자 등으로 인천아시안게임이 최악의 대회로 취급되는 마당에, 한국 대표팀의 전체 성적이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특히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패색이 짙던 야구대표팀이 극적인 역전을 이뤄 우승한 것은 이번 아시안게임의 백미였다 할 수 있다.





필자는 야구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현역 2루수 중 최고의 선수인 서건창의 플레이를 볼 수 없어서(그 놈의 의리 타령)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표팀이 우승해 병역혜택까지 받았으니 서건창의 아쉬움은 더욱 클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리석은 필자의 기우에 불과했다.



서건창은 지금 장명부의 30승, 백인천의 4할타율, 이승엽의 54홈런과 함께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200안타 기록에 도전하고 있으며, 오늘로써 야구천재 이종범의 기록(196안타)을 두 개나 넘었다정규시즌이 140게임이어서 이건창은 멀티히트를 기록한 게임수에서도 신기록을 세웠다. 득점에서도 129점이란 신기록(종전 이승엽128득점)을 달성했고, 타격왕도 유력하다. 





앞으로 2게임이 남은 서간창이 한 게임 당 한 개의 안타만 치면 200안타를 기록하기 때문에 넥센의 경기를 놓칠 수 없다. 대기록을 앞두고 극도의 긴장에 빠져들거나 상대투수가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고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 이상 서건창의 기록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시즌 200안타라는 전인미답의 금자탑이 세워진다. 이제 서건창이 치는 안타와 득점은 프로야구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 넥센에는 이승엽의 최다홈런에 도전하고 있는 박병호와 유격수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강정호까지 있어 중계를 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경기장은 당장 신축에 들어가야 한다).  



박병호도 비슷하지만, 서건창은 방출을 딛고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타격폼이 특이하지만 공을 맞추는 능력과 임팩트가 탁월하고, 발이 빨라 내야안타도 자주 만들어내는 등 다량의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데뷔시즌부터 7시즌 내내 타격왕을 차지했던 이치로와 비견될 만큼 올해의 서건창은 천하무적이다.



서건창이 목표로 하는 것을 모두 이루면 정규시즌 MVP가 매우 유력하다. 삼성이 시즌말에 뜻밖의 5연패로 1위도 노려볼만한 상황이 됨에 따라 우승 여부에 따라 MVP의 향방이 정해질 것 같다. 만일 삼성이 우승하고 이승엽이 3할을 유지한 채 한두 개의 홈런을 더 터뜨리면 서건강의 맞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38살의 나이에 3할, 32홈런, 101타점, 통산 두 번째로 1,200타점 달성 등은 서건창의 기록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그의 나이와 팀 성적을 고려하면 누가 MVP가 될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이승엽의 광팬인 필자지만 이번만큼은 서건창이 받았으면 한다. 물론 그가 신기록을 달성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최고의 2루수로서 인천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한 것은 서건창으로서는 마음의 아픔으로 남아 있기에 그것을 날려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서건창처럼 방출되거나 연습생출신으로 시작해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혹독한 연습이 누적돼왔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건창이 MVP를 받는다면, 척박한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모든 꿈나무들에게 좋은 몰모델이 될 수 있다. 오늘 51홈런을 기록한 박병호와 강정호도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올해의 MVP는 서건창과 이승엽의 싸움이 될 것 같다.   



박병호가 남은 두 게임에서 55호 홈런까지 몰아치거나, 이승엽이 팀 우승을 확정하는 홈런과 함께 특유의 몰아치기를 한다면 모를까, 서건창이 MVP가 될 확률은 매우 높다. 누구나 스토리텔링이 되는 선수에 마음이 가는 편이어서, 방출과 신체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서건창의 활약이 즐겁기만 하다.    



                                                                                                        ㅡ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