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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코스타리카에 패한 대표팀, 희망을 봤다



세계랭킹 15위이자 브라질월드컵 8강에 오른 코스타리카와의 일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3대 1로 분패했다. 하나의 팀으로 완성돼 있는 남미의 강팀 코스타리카에 비해 아직 선수의 옥석이 가려지지 않았고, 팀워크가 완성되지 않은 대표팀이 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어제의 경기에서 대표팀이 코스타리카에 뒤진 것은 첫 번째가 볼을 소유하는 능력, 두 번째가 압박의 효율성, 세 번째 넥스트플레이를 염두에 둔 볼 터치, 네 번째 수비조직력의 미완성, 다섯 번째 골키퍼의 판단미스, 여섯 번째 몸싸움과 태클의 열세, 일곱 번째 이동국의 파트너 부재, 여덟 번째 선수의 공간 점유능력의 부족 등의 여러 가지가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첫 번째에서 세 번째까지는 한국대표팀이 강팀으로 올라서는데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다. 어제 경기에서 보듯, 선수가 볼을 뺏기지 않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무방비로 역습에 휘말리기 때문에, 월드컵 8강 이상의 강팀이 되려면 제일 먼저 개선해야 할 점이다.



개개인의 볼 소유 능력이 떨어지면 A팀 수준에서는 넥스트플레이가 불가능해진다. 프리미어리그처럼 선진리그를 보면 선수가 어쩌다 볼을 뺏기면 최전방에서 최후방까지 쫓아와 반드시 볼을 되찾는 집념을 보여주는 것도 A팀 선수로서 기본 중의 기본이 볼 관리이기 때문이다. 기성용과 부활한 이청용의 볼 관리 능력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압박의 효율성은 현대 축구가 추구하는 것이고,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어서, 꾸준한 연습을 통해 상대의 공격흐름과 패스의 불편함이 극에 달할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 어제 코스타리카가 보여준 압박은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던 2002년의 대표팀보다 한 수 위로 보일 정도였다.



특히 코스타리카의 압박은 패스의 길을 차단한 압박이라 그 효율성이 매우 높았다. 체력에서의 열세라는 원정경기의 특성상, 전반전에 보여준 코스타리카의 압박은 가히 일절이었다. 그들의 공간에 갇힌 선수들이 쩔쩔맸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대표팀도 이런 수준의 압박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넥스트플레이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선수가 개인기가 떨어질 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어서, 맨유에서 박지성이 왜 성공한 선수가 됐는지 그 이유를 파고들면 답이 나온다. 이는 또한 손홍민이 최고 선수로 가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무조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축구에서의 창의성은 한 박자 빠른 패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제일 많다. 이는 또한 상대의 압박을 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어제 철저한 대인마크에 시달렸던 손홍민이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넥스트플레이를 항상 염두에 두면 첫 번째 볼터치가 좋아지는 엄청난 부수입도 올릴 수 있다.





나머지는 신임감독이 몫이라서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이동국은 능력에 비해 나이가 문제이라 그를 대신할 스트라이커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 손홍민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방법과 공격형 미드필더의 조기 발굴도 시급하다. 



그래도 어제의 경기에서 희망을 본 것도 많다. 무엇보다도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예전에는 해외파를 살려주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했는데, 두 번의 걸친 경기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감독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선수를 판단하니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여긴 국내선수들의 파이팅이 매우 좋았다. 



이명주와 남태희, 한국영, 장현수 등의 미드필더진이 이청용과 기성용의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면, 김영권과 김민우, 이용, 홍철 등이 유기적 수비를 구축할 수 있다면, 홍정호와 구자철과 지동원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면 2018년의 월드컵에서는 8강 이상의 성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파라과이와 코스타리카 전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은 K-리그 선수들의 실력이 상당히 높아, 향후 치열한 주전경쟁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한 대표팀을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는 경기에서 배울 것이 더 많듯, 이제는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의 능력을 하나하나씩 보여줘야 할 때다.


                                                                                                        ㅡ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