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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조중동 프레임에 갇힌 세월호 특별법ㅡ1

 


결국 세월호 유족들과 특별법 제정이 조중동의 프레임에 갇혔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온 나라를 뒤흔들 초기에는 국민의 분노에 편승했던 조중동은 유병언과 구원파가 전면으로 부상한 이후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논조가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그들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었던 문창극이 청문회에 서지도 못한 채 물러나자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으로 세월호 유족과 특별법 제정에 그들 특유의 프레임을 덧씌웠다. 



필자는 두 회에 걸쳐 조중동 프레임에 갇힌 세월호 유족과 특별법 제정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이번 글에서는 세월호 유족과 특별법 제정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다루어 봄으로써 조중동 프레임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밝히고자 한다. 전 국민적 위로를 받던 희생자와 희생자 유족들이 지금은 어떤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지, 왜 단원고 학생들이 도보행진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속내를 살펴보고자 한다.  


                                             시민들이 단원고 학생과 함께 했다ㅡ시사IN에서 인용



조중동의 프레임은 세월호 참사에 있지 않다. 그들의 목표는 보수 세력의 정권재창출에 있다. 어차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미래의 어떤 지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보수 세력이 재집권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창출하는데 있다. 그러려면 세월호 참사의 피로감에 젖어 있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를 강화하고 노출 빈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보수 성향의 언론과 일베로 대표되는 인터넷 사이트, 보수단체 등이 동원돼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고 왜곡하고 폄하한다. 이들은 세월호 유족들이 보상금과 단원고 학생들 특례입학 등을 받아내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중동 등의 보수 언론과 제도권 방송들은 단원고 3학년과 2학년 전원이 정원 외 특례입학을 받게 됐다고 보도하면서, 이것이 세월호 참사의 대가인양 묘한 뉘앙스의 보도를 내보낸다. 



단원고 2~3년 학생들 전원의 특례입학이란 세월호 생존자 가족과 희생자 유족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 수 있는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생존자들은 특례입학이 굳이 마다할 것은 아니지만, 친구와 후배와 형제들의 희생의 대가로 받은 것이라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반대로 희생자 유족들은 이미 죽은 아이들에게 특례입학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더러,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려는 노력이 빛을 바랠 수 있어 대놓고 반대하기도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YTN 방송화면 캡처



희생자 유족들은 단원고 2학년의 특례입학은 환영하며, 이런 결정을 내려준 것에 고마워한다. 하지만 고3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이 겪었을 스트레스는 분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유족들은 동생이 희생자일 경우에 한해 정원 외 특례입학이 주어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대학을 스스로의 힘으로 갈 수 있는 일부 학생들은 정원 외 특례입학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면 조중동의 프레임이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거의 모든 언론과 방송이 단원고 학생들이 대단한 혜택을 받은 듯이 보도하며, 이쯤에서 세월호 출구전략에 들어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지 않겠냐며 보수 성향의 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일삼는 일베의 폐악질이야 무시한다고 해도, 세월호 유족과 생존자 가족,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대가로 순탄한 미래를 보장받은 듯이 부풀린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지 못하는 청춘들이 넘쳐나는 데도 말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물론 보수 세력과 제도권 언론, 보수화된 거대 양당은 세월호 정국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정치가 복원돼 다시 권력이 주는 각종 특혜를 누리려면 기득권 세력들을 옥죄는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7월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선거가 없는 2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핑계로 그들이 원하는 형태의 국가로 대한민국을 개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인양에만 2년 정도 걸린다ㅡKBS 방송화면 캡처



물론 세월호 인양까지, 새로운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세월호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겠지만, 지금처럼 모든 기득권 정치를 무력화하며 국민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현 집권세력만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에게도 있기 때문에, 7월 재보선 승리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지닐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거대 양당이 세월호 정국을 빨리 끝내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중동을 비롯해 제도권 언론과 방송들이 세월호 특별법 관련 보도를 내면서 양당의 이견 차이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제 유족들이 만든 특별법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다루지 않는다. 세월호 유족들이 아니라 7월 재보선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우리는 이처럼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희생자와 생존자 모두에게 최대의 혜택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에서 인용



하자만 세월호 유족들이 만든 특별법의 내용을 보도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유가족대책위원회에서 내놓은 입법청원에는 피해자 전원에 대한 의·사상자 지정과 대학 정원 외 특례입학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입법청원하려는 특별법의 핵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월호 참차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조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죽은 자식들과 생존자 아이들을 특별하게 다루어주는 것보다 침몰의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문책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를 개조하는데 목적이 있을 뿐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원칙을 세우는 일이며, 갈라진 국민들 간에 다시 신뢰를 정착하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모든 것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섞었고 부패했으며 무능하고 무책임한지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수사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필요하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기업의 탐욕 앞에 국민의 생명은 하찮은 것에 불과했고, 기득권들은 정부에서 현장의 구조요원까지 이익을 중심으로 얽히고 섥혀 있었다. 자신들도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일만 했지 무엇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지 못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니, 1 대 99 사회의 도래니, 점령하라 2012 같은 슬로건들이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을 뿐 그것이 자신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깨닫지 못했었다. 



                                                               이투데이에서 인용



유가족대책위원회에서 입법청원한 특별법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알게 된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그 동안은 조중동과 방소3사, 종편에서 보도하는 내용들이 사실이며, 진실에 가깝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쌔빨간 거짓말임을 알게 됐다. 몇 만 원씩 돈을 주거나 상품권, 경품과 무료구독 때문에 조중동을 받아보았지만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게 됐고, 유족들에게는 수사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필요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조중동과 제도권 언론과 방송들이 이를 다루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거대 양당의 대표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에게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이 진정한 문제는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동력이 레임덕 수준에 이른 지금, 코앞에 닥친 7월 재보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기서 승리해야지 다음 번 총선과 대선도 기대할 수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들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면 세월호 정국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수화된 거대양당이 조중동이 덧씌운 프레임을 깨뜨리지 못하고 7월 재보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은 7월 재보선 승리가 중요하지 세월호 특별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국회를 무시하는 세월호 유족들이 탐탁지 않은 것은 조원진과 심재철 의원이 충분히 보여줬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이 땅의 모든 기득권은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들과 피해자들에게 어떤 혜택들이 주어지는지 알려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아주 심하게 표현하면 아랫 것들은 위에서 던져준 고기덩어리라도 받아먹고 입 닥치고 있으라는 뜻이다. 독점구조 유지하고 있는 거대 양당으로서는 그들의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나 세력이 나오지 않는 이상 세월호 특별법은 7월 재보선 이후에 고민해도 충분하다.  


     

                                     광화문에서 단식농서 중인 세월호 유족ㅡ민중의 소리에서 인용


참으로 답답한 것은 이런 거대 양당과 기득권의 행태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세월호 참사 피로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중동 프레임에 따른 이런 흐름이 7월 재보선에서 거대 양당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가 나오면 최상이다. 새누리당이 압승하면 세월호 정국은 출구전략의 끝에 이르게 된다. 



향후 2년 동안 선거가 없기 때문에 이 땅의 기득권들이 세월호 출구전략을 종료하면, 국민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모든 국민에게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라고 가르치는 신자유주의 통치술은 국민 개개인에게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주지만, 그 넘쳐나는 자유를 통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승자가 되는 유일한 길임을 뿌리깊게 인식시킨다. 무의식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다록 만드는 것이 신자유주의 통치술의 핵심이다. 



세월호 출구전략의 핵심이 상당한 수준의 보상금과 특례입학처럼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이득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신자유주이적 통치술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단원고 학생들이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1박2일에 걸친 도보행진을 한 것이며, 세월호 유족들이 광하문과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언론과 방송도 이것에 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다, 스케치처럼 흝고 지나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