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제마단 집성전의 창틀이 통째로 날아갔다. 어떤 사전 징조도 없이 통째로 창틀이 날아간 자리에는 뻥 뚫리듯 커다란 출구가 생겼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밖의 날씨는 더없이 청명했고, 이곳이 원래 바람도 드문 곳이라 튼튼하게 만들어진 창틀이 통째로 날아가는 일이란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괴변이었다.



허나 단 한 사람, 조금 전부터 이맛살을 찌푸리며 통째로 날아간 창틀 쪽을 주시하고 있었던 인물이 있었다. 당연히 그는 검강인이다. 무림맹을 천상천 내궁으로 옮기는 것을 제안한 순간부터 그는 숨 막힐 듯한 기운을 느꼈다. 그 기운은 화경을 넘어선 무인이면 자연스럽게 배나오는 완벽한 호신강기 같은 것이었다.



천상천주인 그를 숨 막히게 만든 그 기운은 놀랍게도 그에게는 엄청난 압박을 주면서도 집성전 내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검강인은 그것을 믿기 힘들었다. 호신강기와 비슷한 기운으로 수많은 무인들 속에서 오직 자신에게만 지독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은 무공의 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런 일이었다.



[아무래도 제 삼 세력 같다. 모두 준비하고 나머지 천도들에게 연락을 취해 모두 이곳으로 모이게 하라. 당장 실시하고 혹시 모르니 전서구도 날리도록 해라. 천의 모든 인원이 움직일 태세를 갖추도록 하라. 다음 명령은 상대를 확인하고 알려주겠다.]



‘정말 엄청나.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해. 오직 내게만 기도를 드러낸 채, 나를 노리고 온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알려주면서..’



검강인은 빠른 속도로 자신을 압박해 오는 기운을 찬찬히 살폈다. 그는 본능적으로 필할 수 없는 승부의 시간이 왔음을 느꼈고, 피하기에 늦었다는 것도 알았다.



‘이 정도 기운이라면.. 검강천보다 뛰어나. 현 무림에서 역천마곡주와 류심환을 빼면 이 정도의 고수는 없어. 대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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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검무영이 아니야. 이들은.. 삼영이야. 어떻게 내 눈을 속을 수 있었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검무영은 어디 간 거야? 큰일이야. 어, 이건 또 뭐야?’

“핫.”



엄청난 살기를 느낀 일환이 몸을 대기에 풀었다. 그의 신형이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졌지만, 그의 다리가 대기에 풀어지기 직전에 하나의 음성이 들렸다.



“그만큼 지켜봤으면 됐어. 그러다 눈 빠지겠어. 가뜩이나 귀신같은데 눈마저 빠지면 어떻게?”

“사형들, 저 놈 놀라서 허둥대는 것 봐! 하긴 우리가 무영이 형인 줄 알았을 테니, 놀랄 만도 하지만.”



일환 같은 고수를 깜짝 같이 속인 세 명의 훤칠하고 늠름한 사내들. 그 느낌이 삼혼을 한 60~70년 정도 당겨놓은 것 같은 절대무인들, 그들은 삼혼의 유일한 제자인 삼영이었다.



“이놈들이 감히.. 후후! 제법이야, 삼영.”

“뭘 그걸 같고. 여태 우리의 눈을 피했던 당신이 더 제법이지, 안 그래? 헌데 이름을 모르니 그냥 놈이라고 부를 생각인데 괜찮지?”

“클클. 어린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좋아, 내가 속은 건 인정하지. 하지만 거기까지만, 그것으로도 너무 과분해.”

“그럴까? 과분한 건 너 같은데, 우리가 아니라.”



일환을 상대하는 한성의 농이 더욱 짙어졌다. 나이로 치면 존댓말을 해야 할 정도의 차이가 나지만, 그가 과도할 정도로 농을 친 이유는 일환의 무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상대 같은 상대를 만났으니, 기 싸움에서 밀리면 힘겨운 싸움이 될 터였다.



일환도 한성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제천문의 눈과 귀인 제천사환의 일원으로써 살아오면서 이런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는지 모를 일이었다. 존재하지만 실제의 삶을 포기한 인생이란 그 자체로 죽음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제천문의 율법은 천상천의 율법보다도 더 혹독한 희생을 요구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거기서 벗어날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이런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 정도 비아냥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 어차피 내 손에 다 죽을 테지만, 그게 고마울 따름이지.’

“헐헐! 귀여운 놈들. 류심환이나 삼혼 정도를 기대했는데 겨우 삼영이라? 어린놈들이 감히 제천사환의 맏형인 나, 일환 앞에서 이랬다는 사실은 죽어서도 잊지 마라. 곧 죽을 놈들이지만 죽은 뒤에 날 기억 못하면 내가 섭섭하기 때문이야. 크크크! 헐헐헐. 크하하하하하하!!”



일환은 앞으로 벌어질 일전을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됐으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웃음까지 징그럽기가, 꼭 놈이라 불러야 제격인 놈이야. 이 인간 같지 않은 놈!! 길게 얘기할 것 있겠어? 말이 길면 산으로 간다고 했으니 이쯤에서 시작하는 게 어때?”



한성을 대신해 이번에는 준영이 말했다. 사실 그는 마음이 급했다. 무영 일행에 빨리 합류하려면 농을 주고받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빨리 여기서의 일을 마무리 짓고 제마단으로 가는 것이 최상이었다. 어떻든 무영의 부탁대로 신비의 감시자인 일환과 그 배후를 묶어둘 수 있었고,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사실 삼영지문을 합치면 파천태극무검이 되기 때문에 천하의 일환을 속일 수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삼영은 무영의 행세를 할 수 있었고, 일환을 이곳에 묶어둘 수 있었다.



“그럴까? 한 판 진하게 놀아보자고. 어린놈들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을 테니.”





검강인은 뻥 뚫린 공간 너머로 무인들을 살펴봤다.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 열한 명이었다. 그 맨 앞에서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며 날아오고 있는 자의 기도란 천상천주인 그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자는, 너무나 새파랗게 젊은 그자는 죽은 검강천을 빼놓은 듯이 닮았다.



‘저자는, 저, 저 놈은.. 무영, 무영이야!’



검강인은 그 나이 때의 검강천과 너무나 닮은 무영을 놀란 눈으로 봤다. 그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렸으나, 자신에게 다가올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검강천의 아들, 검무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천의 날에 놓쳤던 어린 조카가 전대의 천주를 능가하는 기도를 풍기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 기도란 뭐야? 검강천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저 기도란 뭐란 말이야? 겨우 10여 년이 흘렀을 뿐인데, 저 말도 안 되는 기도란 뭐야?’



검강인은 무영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어마어마한 기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상지무를 대성한 뒤로는 고금제일인에 올랐다고 확신했지만, 무공의 신이라 불렸던 검강천의 젊은 아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도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올 정도였다.



‘저 3인은.. 삼혼일 텐데, 천상천 비록에 나온 것과 너무 차이 나. 한 명 한 명이 검강천의 경지에 뒤지지 않아.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 있어? 천상지무를 능가하는 무공이 존재하지 않거늘, 도대체 이건 뭐야? 어.. 저자들은 도망간 네 명의 호법이잖아! 저놈들이 왜 저기에 있어? 나머지 두 놈과 저 여자애는 또.. 누구란 말이냐?’



검강인이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 때 집성전 안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럴 수가! 검신과 도천이야!”

“두 분이 돌아왔어! 무림을 구하려고 돌아왔어!”

“두 분이 칩거를 깬 모양이야. 허허허. 무림의 홍복이야. 검신과 도천이 이곳으로 오고 있어.”



여기저기서 검신과 도천을 알아본 각 문파의 수장과 장로들이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역천마곡이 출현한 지금 그들 모두는 삼성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그 중에서 두 분이 나타나 주었으니 각 문파를 대표하는 무인들은 수만 수십만의 원군을 얻는 기분이었다. 두 사람의 귀환이 그저 고맙고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그들은 검신과 도천보다 앞에 있는 젊은 청년과 3명의 고수들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검신과 도천과 함께 오는 것으로 볼 때 상상 이상의 원군이라는 사실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성불이 함께 하지 않은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의 제자인 소천불이 있기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삼가 길상이 문주님을 뵙습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삼가 백강이 문주님을 맞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도문의 외문주 길상과 창룡문의 삼 장로인 백강이 앞으로 나서며 포권의 예를 취했다. 뒤를 이어 각 문파의 무인들이 검신과 도천 일행을 향해 반가움의 예를 취했다.



‘뭐라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무영과 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검강인은 각 문파의 대표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영 일행을 향해 예를 취할 때,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영을 비롯한 11인인 등장이 미리 예정돼 있었다면, 그리고 자신과 천상천의 정보망이 이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면, 오늘의 목적은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검강인 주변으로 천상천 장로들과 호법 등이 모여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천상천의 주력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는 것이었지만, 집성전 안으로 들어선 11인의 무공의 깊이가 추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는 사실은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반갑습니다. 무림 동도 여러분. 저는 선친이신 검강천 천상천주의 아들 검무영이라 합니다.”



집성전에 내려선 무영은 검강인을 무시한 채 각 문파의 대표들을 향해 자신을 소개했다. 각 문파의 대표들은 검신과 도천보다 젊은이가 먼저 말을 꺼낸 것에 불만이 있었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무영의 음성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헌데, 검신과 도천보다 먼저 입을 연 청년이 자신을 천상천주의 아들이라고 하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게다가 천상천주의 이름이 검강인이 아니라 검강천이라고 말했다. 천상천주가 두 명이 아닌 이상, 둘 중의 한 명은 거짓말을 한 것이 되고, 그것도 아니라면 천상천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현 무림의 최고 어른인 검신과 도천이 이곳에 들어온 이후에도 자신을 검무영이라고 밝힌 청년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서있니, 각 문파의 대표들은 청년의 다음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검무영이라고 밝힌 청년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검강인을 향했고, 그들은 숨죽인 채 그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사숙, 오랜만입니다. 천상천주 검강천의 아들, 검무영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숙께 인사를 올립니다. 사숙께서, 아니 도둑 천주께서 이렇게 강해져 있어서 고마움이 너무나 큽니다.”

“…”



검강인은 무영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로서는 달리 할 말도 없었다. 무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아무 말도 없으신지요? 천주 자리를 훔칠 땐 자신 있었을 거 아닙니까? 아 참, 오랜만에 만났으니 먼저 인사부터 나눠야지. 호법님들, 한 말씀들 하시죠. 도둑 천주와 외궁주를 이런 데서 만났으니, 한 말씀들 하시죠. 지난 10년 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바로 그 말씀을.”



무영이 자신의 양 옆에 서있던 호법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었다. 그들만큼 이런 순간을 애타게 기다려왔던 사람들도 없을 터, 고금 최고의 죄인이 돼 10년을 어둠 속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던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소천주님. 천주를 지키지 못한 죄인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험, 허엄! 검 외궁주, 십년 만인가? 그 동안 역천을 감행한 저 도둑놈 밑에서 잘 지냈나?”

“…놈!”

“갈! 당장 처 죽여도 모자랄 판인데, 놈이라니!! 어떤 말이라도 네놈이 하면 그건 짐승의 말일 뿐이야. 소천주님이 계시고, 나 천상천 일 호법 구정회가 살아있는 한 네놈의 말은 짐승의 말일 뿐이야.”

“이, 이놈이..”

“놈, 놈이라고? 크하하하하! 짐승이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더 이상 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이거로 충분해. 넌 그냥 죽기만 하면 돼. 여기서, 내 손에.”

“감히, 호법 따위가 나를.”

“닥쳐! 역도 주제에 감히 어디라도 함부로 입을 놀려! 심 대 장로의 손녀인 나 혜준이 외궁주, 네 놈에게 한 마디 하겠다. 너, 너무 오래 살았어. 살아있는 것을 창피하게 여겨라!”

“이년이 감히! 컬컬컬컬! 크하하하하! 좋아, 좋아. 그래, 10년 전에 죽이지 못한 내 잘못이지. 무지렁이 같은 놈들 같으니라고, 오늘 다 죽여주마. 크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외궁주의 웃음과 함께 그의 뒤로 여러 명의 무인들이 내려섰다. 똑 같은 무복에 가슴에 수놓아진 천이란 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근처에 잠복하고 있었던 천상천 무리였다. 일이 검강인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이곳에 온 모든 무인들을 몰살할 계획이었지만, 그것이 틀어진 이상 잠복해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때 묵묵히 있던 검강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하! 좋아 좋아, 외궁주 말대로 하지 뭐. 천년을 기다려온 일인데 십년 쯤 늦춰졌다고 별반 다를 것도 없어. 크하하. 그렇게 하지. 여기서 끝내주지. 허나 시작부터 끝에 이를 때까지 너희들 기억 속에 생생히 각인시켜주마. 나 검무영, 34대 천상천주의 자격으로 천상천 33대 천주인 검강천의 떨거지들을 모조리 죽여주마. 크하하하하하하!!”



무영은 미친 듯이 광소를 토하는 검강인을 보면서 한 가닥 특유의 미소를 떠올렸다. 그가 말한 호랑이 눈이 이것이었으며, 무영이 처음으로 류심환의 안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인 첫 번째 결정이었다.



순서를 바꾼 정면 돌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한 결정. 철천지원수인 검강인과 그의 일당들을 먼저 침으로써, 자신과 전대의 천상천 문도들의 마음의 부담부터 덜어야 그 다음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진정한 적들과의 일전을 부담없이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영이 말한 호랑이 눈이란 최상의 승률을 위한 숙고의 결과였으며,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자신을 키워준 류심환의 안배를 단 하나라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면, 패배의 가능성을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호랑이 눈의 핵심이었다. 



게다가 검강인과 역천의 무리들을 제압한다면 진정한 적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들 정도의 고수들이라면 검강인과 역천의 무리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삼혼, 삼영, 검신과 도천 등의 무공도 한 단계 이상 뛰어오를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실전 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훈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절대 명제 중 하나였고, 호랑이 눈은 이것을 고려한 치밀한 계산의 산물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일환이 이번에도 그의 몸을 삼영의 펼친 검의 진로에 맞춰 맡겨놓았다. 그것은 본능적인 반응이었으면서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대응이었다. 그의 몸은 마치 연기와 같아서 바람이 불면 그에 따라 흩어지듯, 삼영의 검기가 다가오면 그 부분이 마치 연기처럼 흩어짐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삼영은 일환의 놀라운 신형술에 벌써 삼 초나 날려버렸다. 삼영은 이런 무공이 있을 것이란 짐작조차 못했기에 그들의 놀람은 상대에 대한 감탄이기도 했다. 물아일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는.. 처음 보는 형태의 신형술. 마치 몸을 허공 속으로 분해시키는 것 같아. 이 자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야. 시(視)의 후반부 투원(透原), 그걸 극대로 펼치는 것뿐이야.’



준영은 3초의 합공을 피해내는 상대의 신형술이 중원무공의 원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근본에 이르면 모든 무공은 다를 수 없다. 이는 류심환의 일극무원결이 말해주는 것이며, 여기에 예외란 존재할 수 없었다. 한성과 철용도 준영과 동일한 판단에 이르렀고, 그들은 다섯 개 감각 중 하나인 시의 투원를 극한까지 펼쳤다.



삼영은 무영의 도움으로 파천태극무검을 대성한 뒤, 1년 동안 일극무원결 중에서 오직 시와 상에만 전력투구를 했다. 그 결과 삼영은 시에 관해서는 거의 대성의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근원에 투사하는 것, 투영이면 일환이 펼치고 있는 신형술의 근본원리를 들여다 볼 수 있을 터였다.



“이만큼 피했으면 나도 슬슬 공격해 볼까. 제천문이 왜 무림을 천 년 간이나 마음대로 주물렀는지 이제부터 보여주마. 헐헐.”



일환은 삼영의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합공을 제천환보(制天幻步)로 피해내며 양 손을 동시에 흔들었다. 순간 허공중에 그의 손이 수없이 생기더니, 합공에 거듭 실패한 삼영의 삼십육 방위를 순식간에 차단해버렸다.



만일 일환이 펼친 장법이 삽시간에 허공을 가득 채운 속도만큼 위력이 있다면 삼영은 그것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만큼 일환이 펼친 장공(掌功)의 위력은 가히 천하 일절이고, 그 안에는 삼영이 파악하기 힘든 비밀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삼영이 펼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합공은 투원을 통해 일환의 신형술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실패로 끝난 앞의 합공 3초와 결과와 합치면 신형술의 근본원리에 다가갈 수 있을 터였다. 그것으로 완벽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상대의 초식과 맞서는 가운데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일환이 신이 아닌 이상 이것을 눈치 챌 리 없었다. 이렇게 삼영과 일환의 서로 다른 목적의 생각들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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