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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끝내 국민을 이기려는 대통령, 탈출구란 없다



빗발치는 인적쇄신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이 특유의 방식으로 응답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흡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 핵심은 김기춘과 최경환의 유임과 문고리 3인방의 생존입니다. 대통령 ‘각하를 연발한 이완구의 총리 지명을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칭찬일색(야당 맞아? 정치인 출신이니 좋은 인사라고? 그럼 청문회하지 말아, 새누리당 2중대야!)으로 반겼다는 점이 특이한 정도입니다.


          



이번 인적쇄신에 대해 조웅천 전 비서관은 “내가 대통령의 옷이었다면, 문고리 3인방은 피부”라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은 외과수술을 하기 전에는 떼어낼 수 없는 한 몸이라는 뜻입니다. 이번 인사에서 이들이 살아남고(수평 이동은 의미 없다), 정호승 비서관의 권한은 오히려 늘어난 것도 이런 특수성 때문입니다.



국민과 야당 및 언론이 아무리 문고리 3인방을 공격해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아니 임기가 끝난 후에도 같이 갈 것이라는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부동합니다. 박 대통령이 중도 퇴진한다고 해도 문고리 3인방이 대통령의 곁을 떠나는 날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들의 권력은 무한대고 불사조입니다.



언론사 간부(SBS 기획본부장)가 포함된 특보단은 다양한 여론 수렴보다는 문고리 3인방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에 청와대의 혼선을 높이거나, 그저 명함만 받은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스타일 상 특보단과 수석비서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릴 때 적극적으로 나서 조정하지 않기 때문에 혼선만 높아질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김기춘은 박근혜의 멘토인 ‘7인회’의 수장이자 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한 인물이고, ‘정윤회 문건 파동’을 나이스하게 처리한 공헌까지 있으니, 국민의 비판에 밀려 그를 내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없다는 의지이자 아버지 시대의 사람에 대한 예우의 차원으로 보입니다. 



김기춘 실장은 그의 직계 후배(공안검사)인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후임 비서실장으로 내정된다면(아직 후임을 찾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때까지는 자리를 보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정수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주임검사였던 우병우(황교안과 김진태 검찰총장보다 4~5회 아래 기수다)가 임명된 것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이동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제멋대로의) 추측을 해봅니다.



물론 김기춘 비서실장이 생각보다 일찍 사퇴할 수도 있습니다. 비서실장의 공백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때를 대비해 특보단을 늘린 것이고, 표면적으로는 수평이동한 문고리 3인방의 권한이 더욱 커진 것에서 보듯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승부수를 던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특보단이 참여한 수석비서관회의를 본 후에 별도의 글로 다루겠습니다).   



이 경우 김기춘이 물러났기 때문에 공안통인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임기는 박근혜 정부 말기까지 계속될 수 있습니다. 김기춘과 환상의 콤비를 보인 황교안은 박근혜 정부의 최후의 보루인 정치‧공안검찰을 관리하고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카드입니다.





대통령이 이완구를 총리로 지명한 것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고 충청권 민심을 되돌리기 위함도 있지만, 미래권력인 김무성에 맞서는 정치적 보험으로 키울 생각으로 보입니다. 이명박이 국정원과 사이버사, 경찰청, 보훈처 등을 총동원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줌으로써 확실한 보험을 들어둔 것처럼 말입니다.



이완구를 친박의 지원을 받는 여권의 차기주자로 키우면, 여권 미래권력의 선두주자인 김무성을 견제하는 부수적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것에 더해 세월호 유족과 신뢰관계를 형성해 높은 점수를 받은 이주영 전 해수부장관이 여당의 원내대표가 된다면 청와대의 여당 내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완구를 서둘러 불러들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주영 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0%(갤럽)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비박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유승민이 만만치 않은 적수이기 때문입니다. 콘크리트 지지층도 등을 돌리는 마당에 친박계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민증세와 연말정산 대란의 최고책임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유임된 것도 이번 인사의 핵심입니다. 박 대통령은 줄푸세의 화신인양 정책을 펼치는 최경환을 유임시킴으로써 자신을 향한 온갖 비판을 재벌 위주의 경제활성화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아직도 낙수효과를 믿는 박근혜ㅡ최경환 조합이 계속된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가장 끔찍합니다.



친박의 대명사인 최경환과 이명박에 반발해 친박에 합류한 이완구의 조합은 지지율의 자유낙화 때문에 국정동력이 상실되는 것을 막는데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완구도 뚝심이 있는 정치인이어서 강만수의 복사품인 최경환에게 지금보다 더 힘을 실어줄 수도 있습니다. 경제만 살아나면 만사 OK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쇄신은 차후로 벌어질 일련의 과정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면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방통위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임시허가제’의 고시 진행이 강행되면, 방송 통제도 더욱 강화될 것이기에 여론 조작도 가능한 단계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오늘 KBS 9시뉴스는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래는 도저히 예측할 방법이 없어서 미래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공간도 왜곡될 수 있고, 그런 시공간을 근원까지 파고들어가면 양자역학의 핵심인 불확정성이 존재하고 있어서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미래가 현재의 염원을 투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면, 권력의지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인적쇄신을 통해 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겠지만, 그것이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입니다. 오리지 앞만 보고 달려오며, 너무나 많은 것들을 뒤로 미루기만 했던 압축성장의 폐해가 속출하는 현실에서 일주일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끝끝내 국민을 이기려고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김기춘과 문고리 3인방이 건재한 상태에서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입니다. 자신을 보호하는데 급급한 대통령은 절대 권력을 나누지도 않고, 자신을 믿지 않는 국민이란 잘못되고 변덕스러운 존재로 치부될 뿐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