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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종말론적 세계경제, 지옥의 입구까지 갔다



어제와 오늘 사이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만든 두 가지 중대한 요인이 발생했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친미 성향으로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리더였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폐렴으로 사망한 것입니다. 미국과 공조해 유가전쟁을 주도한 그의 사망은 OPEC의 유가 정책에 영향을 미쳐 유가상승으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나라를 통치하는 현재의 왕족이 국민에게 지불해야 할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없고, 왕좌를 물려받은 동생이 국민에게 취임 선물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제 살 깎아먹기'인 유가전쟁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OPEC 가입국들의 불만도 새로운 왕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이 전날 대비 2.14% 오른 배럴당 47.3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북해산 브렌트유 3월물 가격도 런던ICE선물시장에서 2.33% 상승한 배럴당 49.65달러를 기록해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여주었습니다.



유가상승의 가능성은 미국의 원유재고가 급등한 것에서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원유재고에 들어가는 비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유가상승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고, 중소 세일가스 업체들의 도산과 이익 급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일가스로 유가전쟁을 벌인 것 자체가 오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미국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가상승에 대대적인 선물투자를 한 금융업체들도 투자자에게 배당을 실시해야  합니다. 상전벽해에 가까운 유가하락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과 일본의 제조업이 단기적 상승 모멘텀을 축적한 것도 석유소비 확대를 예상할 수 있어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두 번째 요인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입니다. 금융권과 전문가의 예상(5,000억유로)을 훌쩍 뛰어넘는 ECB의 양적완화 규모ㅡ월 600억유로(약 76조원), 2014년 3월에서 2016년 9월까지 총 1조1400억유로(약 1444조원)ㅡ는 붕괴 직전의 유로존 실물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투자등급 회사채와 유로존 국채를 매입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홀로 독야청청하던 독일경제과 하향세로 접어들고 그리스의 불안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고, 스위스가 고정환율제를 폐지하자 유로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유럽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해지자 방어적인 유럽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돌아선 것이 무제한 양적완화의 실시입니다.



이는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로 촉발시킨 환율전쟁이 영국과 일본을 거쳐 유로존까지 파급된 것이라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환율전쟁이 본격화된 것을 말합니다. 모 아니면 도의 환율전쟁이 막을 올린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인도 및 신흥국들도 양적완화를 실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 세계가 환율전쟁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유로존의 양적완화가 실물경제의 숨통을 튀어줄 수 있다면,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이것이 신흥국의 제조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이들과 경쟁관계인 일본과 영국, 남미 등의 실물경제가 무너질 수 있고,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면 미증유의 경제대공황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검은 가면의 백인 정치인 오바마가 실현될 수도 없는 신부자증세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의 부자증세 실패에서 보듯 오바마의 신부자증세(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질 때 경제는 살아난다ㅡ피케티와 스티글리츠의 공통된 견해)는 조기레임덕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선언에 불과해서 현실적 결과는 내지 못할 것입니다.



약탈적 자본주의의 최고 버전인 신자유주의가 한계에 이른 지금, 신부자증세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경제가 한 단계 다운그레이드되는 것을 감수할 각오로 선진국들이 법인세를 올리지 않는 이상 신부자증세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유로존의 양적완화 발표로 한국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그것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는 유로존과 중국의 실물경제가 살아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유럽이 중국 다음의 시장인 대한민국 제조업체들은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하락 때문에 물건을 팔수록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방정부와 공조, 성장에 방점)와 정반대의 성향을 보여준 유럽중앙은행(독립성 강조, 물가안정에 방점)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유가하락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미국의 경기상황 호전과 일본의 양적완화를 방관만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모를까, 모든 선진국들이 본격적인 환율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파국을 막으려면 유가가 적정 수준까지 상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 여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저유가와 무제한 양적완화가 겹치면 디스플레이션(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저물가임에도 경제활동이 침체되고 소비가 줄어듬)의 위험이 너무 높아집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에 맞서 기습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단기적으로 유일제국 미국의 화려한 부활은 가능하겠지만,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은 금리인하가 아닌 금리인상에 나서야 하고, 가계부채는 폭발을 피할 수 없으며, 최경환 경제팀의 양적완화도 처참한 실패로 끝납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기준금리를 0.05%로 유지한 유럽중앙은행의 절박함이 세계 경제의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세계경제를 이 상태로 만든 주범인 미국이 세계경제 부활의 키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엿 같고, 현실이란 늘 이랬다는 점이 환장할 노릇입니다.



부정적 세계화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에서 유가전쟁과 환율전쟁으로 돈을 버는 부류는 전 세계인구의 0.1%에 해당하는 슈퍼리치와, 부동의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한 초국적기업과 거대금융업체 및 군산복합체의 오너와 대주주, 최고경영자, 헤지펀드의 운영자, 각 분야의 슈퍼스타 등으로 이루어진 1%에 불과할 뿐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런 말들은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입니다. 정책 대안도 없는 비이성적 경제상황인 디스플레이션(디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이 일본과 유로존, 대한민국까지 덮친 이상 지금은 서민이 취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고통스럽게 죽느냐 또는 더 고통스럽게 죽느냐의 둘 중 하나!! 



정말 한 치 앞도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경제에 관해서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될 대로 되라’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세계 1%의 재산이 하위 90%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커진 상황에서 탈출구란 없습니다.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본격화되는 시점도 점점 빨라지고 있어 파국의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경제 관련 글은 쓰지 않으려 했지만, 오만원권의 70%가 행방불명된 상태에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말씀을 드리고자 이 글을 썼습니다. 생존하려면, 지금은 보수적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스티글리츠가 《불평등의 대가》에서 말했던 것처럼, 경제가 먼저 무너지던, 정치가 먼저 무너지던 간에 신경쓰지 말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