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노동유연화를 또다시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발의한 ‘장그래 양산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신임 한국경제학회 회장에 임명된 이지순 서울대 교수는 모든 근로자를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전환해 평생을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웠습니다.





반드시 법정에 세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이명박 정부 때 창조컨설팅 같은 용역업체를 동원해 노조를 파괴한 것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에 박근혜 정부가 목을 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과 비슷한 정도의 기업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은 유일한 방법은 근로‧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직접 나서면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되니까 정부가 대신 나서 기업의 오너가문과 대주주에게 이익을 몰아주려는 것입니다.





헌데 이것을 거꾸로 보면, 기업의 영업이익이 갈수록 줄어들어 정규직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정부가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맞춰주려면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바꿔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또한 상시적으로 해고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놔야 합니다.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사상 최고에 이릅니다. 부와 기회의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막나가는 정부라 해도 기업들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뭔가 대다수 국민을 속일 수 있는 그럴싸한 명분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럴 때 동원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흔히 정규직이란 하는 조금 잘나가는 부류와 흔히 비정규직이란 하는 아주 못나가는 부류(두 부류의 차이는 능력과 상관없다)와 싸움을 붙이는 것입니다. 사람들이란 보통 자신과 차이가 워낙 크게 나는 부류와는 싸우려 하지 않습니다. 애당초 상대가 안 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만만한 족속을 찾기 마련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바로 그러합니다. 정규직이 많던 시절에는 이런 발상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정규직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나서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양자를 이간질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고 나온 것도 이것에 기초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양쪽에 속한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데, 정부는 마치 정규직들이 일치단결해서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것처럼 호도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정책과 제도와 법규, 경영과 사규 등의 다양한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정규직이 의도해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이런 작은 차이를 이용해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것을 분할통치라고 하는데, 성장을 통해 경제규모를 늘릴 수 있을 때는 정규직은 정규직끼리 싸우게 만들고,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끼리 싸우게 만들면 충분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분류를 더욱 세분화해 업종별로, 분야별로, 지역별로 싸우게 만들면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헌데 성장을 통해 경제규모가 늘어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기존의 분류로는 한계가 있어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라는 더 큰 단위의 싸움을 부추겨야 분할통치가 가능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기업가와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시대적 배경이 자리합니다.



이들도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부의 불평등이 돌이키기 힘들만큼 심화됐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기 때문에, 갈등의 단위를 크게 만들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환상을 부추겨야 합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이 되면 차이는 줄어드니 배 아픈 것은 줄어듭니다(당장은 그렇다). 



이렇게 하위 90% 국민이 정규직 대 비정규직으로 싸울 동안, 정부와 국회는 각종 규제완화를 강행해 기업들을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줍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싸워서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면 기업의 오너와 대주주(외국인이 많다)만 이익을 봅니다. 정부가 배당을 늘리도록 했으니 분기마다 이익을 챙길 수도 있습니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극소수의 통치엘리트가 최소의 비용으로 절대다수의 피통치자들을 지배하기 위함입니다. 기업의 생산성이 하루아침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어서 하위 90%의 차이를 줄여주되, 그들을 하향평준화시키는 것이 친기업적 통치엘리트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7년이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부와 기회의 불평등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공고하게 만드는 기간이었습니다. 그 최정점에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해서 정규직과의 차이를 줄여줄 생각은 하지 않고, 상위 1%에게만 유리하도록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약한 나라에서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은 최악의 정책입니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기업의 오너와 대주주들을 위해 자산소득(금융소득 포함)를 늘려주는 규제완화와 인건비를 줄여주고 쉽게 해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노동유연화는 반민주적인 행태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5.03.03 03:57 신고

    이제 더불어 사는 세상은 물건너 갔습니다.
    자본주의 특하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입니다.
    노예제 사회의 다른 이름입니다. 자본가들은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친일 친미세력의 후예들이 나라를 황폐화시키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3.03 04:01 신고

      흡혈귀 영화가 판을 치는 이유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이사를 마친 후에 글로 올릴 생각인데, 신자유주의적 가치가 일반화돼 흡혈귀 영화가 득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 뉴론♥ 2015.03.03 06:58 신고

    비정규직이라도 일하고 시퍼요 일자리가 없네요

    • 늙은도령 2015.03.03 16:19 신고

      아이고... 경제 상황이 너무 나빠서요.
      조세정의를 실현해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3. 耽讀 2015.03.03 08:23 신고

    어제 김재환 감독이 만든 <퀴바디스>를 봤습니다.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그 중에 비정규직 관련 내용도 있었습니다. 한 반에 학생이 30명이면, 나중에 정규직은 1명이고, 29명이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극입니다.

    • 늙은도령 2015.03.03 16:19 신고

      심각합니다.
      이런 세상은 뒤집어버려야 합니다.
      이것은 지옥에 재림입니다.

  4. 바람 언덕 2015.03.03 10:44 신고

    비정규직이 거리로 뛰쳐 나와야 합니다.
    연대만이 이 불평등의 장벽을 깨부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양산하는 국가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저들의 행태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겁니다.

    • 늙은도령 2015.03.03 16:20 신고

      네, 그랬으면 합니다.
      정규직도 힘들어 하기 때문에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혁명전야 같은 느낌이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5. 하얀뱀 2015.03.03 10:45

    우리나라는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레밍같네요... 뭐 몇놈은 살아남겠죠.

    • 늙은도령 2015.03.03 16:21 신고

      그러면 모두 다 망하기 때문에 정치적 조치가 취해질 것입니다.
      헌데 그때 제대로 된 조치가 일어나려면 우리가 연대해서 싸워야 합니다.
      서민에게 정말 유리하도록 만들려면....

  6. 공수래공수거 2015.03.03 10:55 신고

    비정규직이란 단어가 왜 생겼는지.왜 있어야 하는지..
    참 웃기는 세상입니다

    • 늙은도령 2015.03.03 16:22 신고

      비정규직이 생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단기 정규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 단기간 근무하는 사람도 정규직에 근접한 대가를 받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안 되면 복지로 받쳐줘야 합니다.

  7. 나비오 2015.03.03 11:10 신고

    사람을 분할하여 싸우게 만들고 비참하게 만드는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죠

    없었어야할 7년이 지금도 지나고 있네요 ㅜㅜ

    • 늙은도령 2015.03.03 16:23 신고

      악마의 정부입니다.
      비열한 통치를 하는 것이지요.
      통치행위에도 대가를 치르게 해야 이놈의 나라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8. 꼬장닷컴 2015.03.03 13:09 신고

    아직 점심 전인데..
    최경환 사진보니 입맛이 뚝 떨어 집니다.

    • 늙은도령 2015.03.03 16:24 신고

      저도요.
      나라 말아먹는 자...
      박근혜의 무지를 이용하는 자....
      국민을 기업을 위해 희생시키는 자.......

  9. 휴 정말 모든게 잘풀려야 하는데 요즘 너무 어렵네요 ㅠ

    • 늙은도령 2015.03.03 17:10 신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초국적기업들이 힘들 정도면 말 다한 것이지요.
      대형 금영업체와 거대 자본만 먹고 사는 세상이 됐습니다.

  10. 천추 2015.03.03 18:54 신고

    아 정말 시민이 거리로 나와야 하는대가 아닐런지요,,,

    • 늙은도령 2015.03.03 21:41 신고

      네, 그런 때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안 됩니다.

  11. 기저 2015.03.03 23:12 신고

    저와 같은 젋은 세대가 정치권 문제, 제도적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해야하는데, 당장 대기업, 정규직 취업이라는 프레임에 갖혀서 스펙쌓기나 하고 앉아있고, 취업을 하고 나면 비합리적인 노동시간, 업무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갖을 수 없으며, 극히 일부가 선구자로서 행동한다하더라도 적색분자로 낙인을 찍도록 여론을 조성하니 이것이 상위1%의 통치 방식인가봅니다.

    • 늙은도령 2015.03.03 23:44 신고

      인식의 보수화가 꾸준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개별적인 개인이 항거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20% 정도만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도 강했구요.
      헌데 지금은 70~80%가 대학에 갑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책임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없습니다.
      오로지 살기 위한 경쟁만 남게 됩니다.
      대학을 들어가지 않아도 살 수 있어야 하고, 누구나 원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기 전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대학 졸업이 힘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진학을 원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최대한 지원하되 졸업을 힘들게 하고, 복지나 사회안전망 확장을 통해 꼭 대학에 나올 필요가 없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생들도 한계에 이르면 터질 것입니다.
      현재 많은 대학생들이 용기를 내지 못하지만 계기만 주어지면 터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들도 같은 인간이기에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때가 됐을 때 터질 수 있도록 연대의 폭을 조금씩 늘리면서 기다려 주시면 필요한 시기가 올 것입니다.
      힘 내십시오.
      전 대학생들의 내면을 알지 못하지만 그러나 많이 고민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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