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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대 금리에 숨어 있는 악마의 실체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그것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한국경제가 저성장‧저물가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천명하는 것이어서 그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실패를 거듭해온 최경환 경제팀의 압박이 결정적이어서 자칫 잘못하단 한국경제를 회생불능으로 몰고 갈 위험성이 높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세계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로 먹고 살던 한국경제는 하향곡선을 그리며 조금씩 추락해 잠재성장률도 달성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기업의 영업이익 추락은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재벌들을 제외하면 위험수위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내수경제를 떠받쳤던 고평가된 집값도 계속해서 떨어져 소비가 줄어드는 한계점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자산과 소득이 많거나 늘어나는 상류층은 베블런 효과(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를 만끽할 수 있는 반면, 자산과 소득이 적거나 줄어드는 중하위층은 가격파괴의 할인경제에 매몰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처럼 국가경제가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접어들면 실질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저성장으로 인해 개인 및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이 때문에 저물가를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저금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됩니다.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접어든 선진국 중 저부담·저복지를 선택한 국가일수록 노인 빈곤층이 급증하고, 출산율이 저하되고, 고용없는 저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청년실업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주소비층인 50대가 지갑을 닫고, 비정규직을 넘어 하루살이 벌이가 늘어나고, 복지요구가 분출하고, 세월호 참사처럼 후진국형 대형사고가 급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특히 국가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내몬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이를 바로잡지 않고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겹친 대한민국의 경우, 저성장‧저물가 시대로 접어드는 속도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유럽의 경제침체보다 빨라 국가경제가 회복불능 상태로 빠져드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실질적 제로 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로 가는 길은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의 상황을 봐가며 신중한 판단 하에 천천히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너무 빠르게 이루어졌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그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이런 사실을 무시한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를 실현하는데 급급한 최경환 경제팀의 좌충우돌 경제활성화 대책들과 지하경제양성화가 참담한 실패로 끝난 지금, 정부가 가계부채의 폭발을 뒤로 미루면서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경제활성화 대책들을 추가로 펼치려면 1%대의 금리밖에 남은 것이 없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가 한국판 뉴딜정책 운운하며 들고 나온 민자사업활성화가 성공하려면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재벌이나 외국의 투기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정부 차원의 고수익 보장과 투자금 30% 보장만으로는 부족해서 한은의 금리인하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더 이상 유리지갑 털기와 담뱃값 인상처럼 추가적인 서민증세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과 누진적 부자증세 없는 기준금리 1%대 진입은 저성장‧저물가 시대의 고착화를 넘어 부의 불평등이 세습자본주의로 넘어가게 만드는 경제활성화 대책들만 남발하게 만들 것입니다.





기준금리 1%대의 도래가 말해주는 것은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ㅡ예를 들면 부동산활성화를 통해 집값상승을 부추기는 것ㅡ가 더 있지만, 최경환 부총리가 디플레이션과 기업의 임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운운한 것은 대국민 립서비스에 불과할 뿐, 실제 목적은 한은을 압박해 기준금리를 내리기 위한 것이었음이 분명해졌습니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만 혈안이 된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팀으로서는 민자사업활성화와 부동산경기활성화를 위해 저금리가 필요했겠지만, 쥐꼬리 만한 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민이 입을 피해를 상쇄시켜줄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박근혜 정부는 기업 중심의 성장과 작동하지 않는 낙수효과를 선택했습니다.  



서민(미래세대 포함)의 입장에서 환장할 노릇은 민자사업활성화의 성공과 실패와 상관없이 투입되는 자금의 전체 규모가 커질수록 국민의 혈세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고, 국민(미래세대 포함)의 입장에서 환장할 노릇은 미 대사 피습사건을 악용한 정부여당의 이념분쟁 유도에 가려져, 한은의 금리인하에 숨어 있는 위험성이 공론의 영역에도 들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한 것을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국내외 자본의 미국 유출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를 막으려면 한은도 금리를 올려 자본 유출을 막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가계부채가 폭발하고 맙니다. 이럴 경우 최경환표 뉴딜정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납니다. 결국 내외의 변수가 발생했을 때 한은이 취할 수단이 사라졌음을 말합니다.  



이제 서민과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선거의 승리를 넘어 4.19혁명이나 6.10항쟁 이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언론생태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반쪽이 된 김영란법마저 무력화되면 반칙과 특권을 일삼는 기득권의 부패와 비리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1%대 금리에 숨어 있는 악마의 실체는 이 땅의 특권층이 아니라 (이들이 마음대로 활게칠 수 있도록 방관하는) 무기력해질 대로 무기력해진 우리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