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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은 왜 정면돌파를 선택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에 도전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은 수없이 부관참시된 노통의 정신과 정책을 살려내고, 그것을 뛰어넘으려면 보수정당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깨뜨려야 그 다음이 가능하다는 성찰에 이른 것 같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면 경사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그 다음이 가능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국가권력기관을 총동원한 부정선거에 패한 후에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또한 사초실종으로 또다시 노무현을 부관참시하는 것을 정면돌파로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에 담겨있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둠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그럼에도 야당이 공천파동을 거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는 과정에서 문재인은 또 다른 차원의 성찰과 결단에 이른 것 같습니다.



천정배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거둬들이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던 정동영의 탈당도 막지 못했음에도 문재인이 광폭행보를 멈추지 않는 것이 이를 입증합니다. 지지율에서 보듯이 문재인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데 성공했지만, 4.29보궐선거라는 첫 번째 장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진보정부가 들어섰을 때 경제가 좋았다는 것은 숱한 연구로 밝혀졌기에, 보수정부가 경제에 유능하다는 통념을 정면돌파하고 있는 문재인의 시도는 대단히 용감하고 지혜로운 선택이지만, 내부의 비판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 편향된 보도를 줄여주거나 최소한의 중립만 지켜줘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사실 보수정부와 정당이 안보에 유능하다는 통념도 요지부동의 성벽을 쌓고 있지만, 이것도 잘못된 통념임을 입증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남북한이 분단된 상황이라는 것과 진보세력은 북한을 비판하는데 인색하고 반미 성향을 띤다는 통념을 뛰어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종북프레임이 만든 ‘보수세력=안보’라는 공식도 흔들 수 있습니다.



필자는 문재인이 제1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려면 4월 보궐선거에서의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천정배와 정동영이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제1야당이 야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정의당이나 노동당, 녹색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똑같을 수 없고,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정부 10년을 빼면 보수(독재)정부가 60년을 집권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요지부동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형성한 것이 박근혜의 집권으로 이어졌고, 지난 대선에서 국가권력기관의 선거개입이 밝혀졌지만 김용판은 무죄방면됐고, 원세훈도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재인이 넘어야 할 것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만이 아닙니다. 언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주역이고, 대법원과 헌재의 보수화는 완성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정치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고, 교육부는 미래세대에게 기득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신자유주의를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대형교회의 신도수는 모든 선거의 당락을 결정할 만큼 절대적입니다.



게다가 통진당이 헌재에 의해 해체됐고, 정의당과 노동당 등 진보정당은 오합지졸로 전락했습니다. 정체불명의 국민모임은 자신의 능력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씨알도 먹히지 않을 진보진영 통합을 주도하겠다고 합니다. 참여정부 출신은 두 명만 모여도 계파정치를 한다고 집중포화를 당하니 지도력의 핵심인 인사마저 마음대로 못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물론 수많은 국민들이 죽어나가는 대형 사고들이 연이어 일어나도 대한민국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 만큼 보수화됐고, 언론은 편향됐으며, 이에 대항하는 시민단체의 역량도 최악인 상태입니다. 자발적 복종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청춘들은 스펙 쌓기 외는 다른 탈출구가 없고, 노조의 무력함은 그 이상일 수 없을 만큼 최악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러나 새누리당이 제기한 '노무현의 NLL 포기발언'과 사초실종 논란에 대처할 때 보여준 것처럼) 정면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아니, 검찰마저 정치적 결론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것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문재인은 지난 70년 동안 기울어진 운동장과 일그러진 기득권의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뿐이며(직접민주주의의 확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보수가 장악하고 있는 통념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노무현이 반칙과 특권을 타파하기 위해 지역주의의 장벽을 정면돌파하려 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에는 잘못된 통념에 사로잡힌 유권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들에게 무엇이 진실인지 아무리 설명해도 투표장에게 들어서면 이성이 마비되고 통념에 지배된 투표를 하기 때문에, 문재인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중도 성향, 즉 이중이념자들의 냉정한 판단에 호소하기로 한 것입니다. 보수정당에 대한 통념을 거둬들이면 진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 같습니다. 





한국전쟁의 처참한 기억과 경험 때문에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안보와 경제에 누가 유능한지 진실을 가리는 노력을 통해 정권 탈환의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 문재인의 선택으로 보입니다. 문재인이 조선일보 사장까지 만난 것도 이런 선택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레드 콤플렉스를 이용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이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이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때, 오만하기 짝이없는 조선일보 회장이 "낮은 대통령이 다스리지만, 밤은 내가 다스린다"는 말을 했을 정도이니, 밤의 대통령(낮에 참여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밤에 이를 뒤집어버리는 뉴스와 칼럼, 사설을 작성하는 것)을 자처하는 조선일보 오너를 영원히 피해갈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