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만 놓고 보면 세월호 인양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얘기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막말의 1인자인 김진태도 대통령이 인양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하자 묵언수행으로 들어갔습니다. 원래 철학이 눈꼽 만치도 없는 자였으니 대통령과 충돌날 수 있는 막장발언은 얼른 거둬들였겠지요.
하지만 필자는 2개의 단서를 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인양발언이 보궐선거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1주기를 맞아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세월호 특위의 무력화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부를 향한 비판이 최고조에 이르기 전에 인양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4월29일에 치러질 보궐선거의 승리가 절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4월 보궐선거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니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초조했을 것입니다. 세월호 특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정부의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만 잘 넘기면 다음 총선까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현 집권세력이 내리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1주기를 맞아 위의 핸드폰 사진을 보면 참사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은 4월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큼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인양이 곧 이루어질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고공비행 중인 문재인의 지지율도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도 나왔을 것입니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지금은 움츠리고 양보하고 물러서는 것처럼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세월호 인양과 관련된 유기준 해수부장관의 발언과 배치되는, 박근혜와 김무성의 일치된 발언에서 이런 심증이 굳어집니다.
"우리 살아서 보자"고 했던 마지막 생존학생들의 미공개 영상들이 봉인을 푼다면 추모분위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휘발성 높은 분노와 울분이 용광로를 형성할 것입니다.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고 했던 아이들이었는데, 그들이 무려 250명이나 속절없이 죽어갔으니 현 집권세력으로서는 무엇이라도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했을 것입니다.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한 뒤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팽목항에서 단 할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추론이 터무니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논리적 비약이 분명하지만, 이번 보궐선거는 홍준표의 의무급식 중단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봅니다(그렇지 않다면 담기도록 만드는 것이 야당이 할 일이다).
살아남았지만, 친구들이 왜 탈출할 수 없었는지 누구보다도 자세히 알고 있는 사진 속의 아이들은 그날의 이별과 슬픔을 단 하루도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이 1주기를 맞아 세월호 특위의 무력화나 시도하고 있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세월호 인양을 요구할 게 뻔한데 선제적으로 인양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임을 밝힘으로써 시간을 벌여야 했습니다.
보궐선거의 투표율이 30~40% 사이라면, 4개 선거구의 유권자들 중 20%가 향후 1년간의 대한민국 정치와 세월호 인양 및 진상규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진보 성향의 청춘들과 세상을 바꾸려는 앵그리맘의 투표율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인간의 생명 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고 배웠으며, 그렇게 생각하며, 모두가 믿는데 저 많은 영정사진들을 보며 세상을 바꾸겠다거나 분노를 통해 정치를 바로잡겠다는 폭발하는 열망이 슬픔의 이름으로 사신의 검이라도 휘두르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것이 보궐선거라면 거기서 휘두르면 됩니다.
아직 아홉 명이 남았습니다. 우리의 아이고 보모고 자식입니다. 단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였던 무한한 가치를 지닌 9명이 여전히 저 차가운 바다 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망가잔 상태로 가족을 애끓게 부르고 있습니다. 꺼내달라고. 이 어둠 속에서 꺼내달라고.
승리의 경험은 쌓일수록 강해집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와서 이상한 데로 흘러갔지만, 헌법상으로는 여전히 민주공화국입니다. 그래서 4월16일은 4월29일과 연결돼 있습니다(사진과 글의 내용이 다른 점은 이해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를 단 하루도 잊을 수 없어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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