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은 곳을 향해 쏘지 마라. 목표를 더 낮춰 잡아라. 그러면 보통 사람들도 당신의 말을 이해할 것이다.


                ㅡ 애이브러햄 링컨, 리처드 셍크먼의 《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에서 재인용





문재인의 리더십은 구축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안착되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그런 리더십이다. 문제는 그의 리더십이 극단의 위기에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제대로 안착하기에는 너무 촉박하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보기에 문재인의 혁신작업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문재인은 당을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혁신위를 구성했고, 우여곡절 끝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위원장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김상곤의 이미지는 개혁적이지만, 그의 정치적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된 바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의 선택이 원하는 혁신을 이룰지 알 수 없다.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김상곤이 혁신위원으로 각 계파와 주류 및 비주류 인사들을 포진시키겠다고 한다. 이것이 문과 김이 합의한 것인지, 김상곤의 생각인지, 아니면 최고위의 결정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구성으로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문과 김의 합의한 것이라면 타 계파와 비주류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고, 김상곤의 생각이라면 문재인이 이를 뒷받침해줘야 진행이 가능하다. 문재인에게 그럴 능력이 있을까? 지금까지 어떤 계파도 설득하지 못한 그가 김상곤의 개혁안을 실현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아니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혁신위 구성이 최고위의 결정이라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일은 각 계파의 불만을 잠재울 정도의 적당한 배분과 지지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세대교체에 머물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문재인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에서 백 퍼센트 완패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위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하지만, 대체 문재인이 내려놓을 수 있는 기득권은 무엇이고, 줄 수 있는 전권이란 무엇일까? 자신이 당을 장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위원장을 영입해 혁신의 칼날을 넘겨준 것인데, 공천혁명에 성공할 전권이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것만이 아니다, 정체불명의 ‘희망스크럼’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야당 대선주자들의 모임인가, 기득권의 간담회인가, 최고위와 혁신위와 별개로 움직이는 공식적인 협의체인가? 야당의 대선주자에 속하는 정치인은 누가 정하며, 몇 명까지 포함시킬 것인가? 야당의 잠룡들이 모두 모이면 새정연의 분열이 끝나고 ‘이기는 정당’으로 탈바꿈한단 말인가?





대체 문재인은 자신이 당대표로 있는 동안 당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 것도 없고, 타임스케줄을 담은 로드맵이 들어있는 청사진을 내놓은 적도 없다. 그저 모호하기 그지없는 구호만 남발했고, 외연을 넓힌다고 상대의 진영이나 텃밭에서 홀로 뛰어다녔다.



필자는 최근에 들어 문재인이 절대 믿을 수 없는 지지율을 먹고사는 여론정치를 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의 여론조사는 믿을 수도 없고, 여론에 기대 정치하는 것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명박이 보여준 최악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를 선택한 것이 한국의 유권자요, 정치적 판단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내년 총선까지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건호의 추도사가 세상을 들끓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SNS로 ‘노무현을 이제 놔주자’고 할 것이 아니라, 보수의 언어와 가치가 아닌 진보의 언어와 가치, 용기와 신념으로 말한 노건호의 추도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친노라는 계파의 수장이면 어떤가? 그것이 진보좌파의 가치와 신념, 도덕과 정의에 맞으면 충분한 것 아닌가? 반칙과 특권을 거부하는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에 기반했고, 그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뼈저리게 배웠고, 그래서 현 시대의 불의함과 부조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새로운 투쟁의 불씨이면 충분한 파급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문재인은 '노무현의 운명'을 자처했기에, 노무현이 추구했던 진보적 자유주의가 성과를 거두려면 자유주의에 앞서 ‘진보’가 먼저 구현돼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합리적 자유주의는 진보 중에서 가장 우축에 있는 것이기에, 보다 좌측에 있는 진보적 가치가 구현되지 않은 채 진행되면 무조건 중도우파(그 다음은 당연히 우경화)로 빠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이루려는 ‘통합’이라는 것도 이익은 최상위로 가고 위험과 빈곤은 나머지 전부에게 돌려지는 기독교 근본주의와 자유시장 자본주의, 신보수주의(셋을 합치면 신자유주의적 통치술의 근간이 되고, 편향된 언론과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확대재생산된다)의 연합체가 추구하는 ‘통합’이 아니라, 진보적 가치와 신념, 정의와 인권, 자유와 공정이 구현된 ‘통합’이다.





문재인이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는 것은 ‘이기는 정당’으로 가는 내부의 분열과 기득권의 탐욕이 컸지만, 동시에 '이기는 정당'으로 가는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언제나 ‘이기는 정당’으로 가기 위한 철학과 비전 제시에 소홀해본 적이 없다. 그는 노건호의 추도사에서 볼 수 있듯, 진보의 언어로 말했고, 진보의 프레임에서 전쟁을 벌였다.



인품과 인성으로 볼 때, 문재인 만한 정치인은 단연코 없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이기는 정당’도, 진보적 가치와 비전이 녹아있는 통합도 이루지 못한다. 보수의 패러다임을 전복하려면 진보의 언어와 프레임으로 다듬어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의 대부분은 리더의 몫이기도 하다.



필자는 여전히 문재인을 대체할 만한 야당 인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이 부패와 부정, 비리로 얽룩진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조금이라도 깨끗하고 투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보수화된 기득권 정당으로 전락한 제1야당을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려면 지난 대선의 득표율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 그 이후의 문재인은 국민에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믿음을 주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이기는 정당'의 의미가 연일 종편에 나와 '중도론'을 떠들어대는 박지원의 정치철학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면, 제1야당의 혁신은 정치공학적 변화 이외에는 아무것도 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부와 위험의 불평등이 민주주의마저 불가능하게 만드는 시점에서 정치공학적 변화만 꽤한다면 더 이상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2015.05.26 17:27

    비밀댓글입니다

  2. 耽讀 2015.05.26 20:28 신고

    '착한 사람' 문재인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선거는 누가뭐래도,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우는 권력투쟁입니다.
    권모술수을 부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기기 위해 상대를 짓밟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선한 마음으로 권력을 잡는 세력은 없습니다.
    권력을 잡고 나서 선한 정치를 하는 것이지, 권력을 잡기까지는 악한 정치를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5.05.26 20:33 신고

      저는 그것보다는 문재인의 언어에 주목합니다.
      정치가 말이기에 언어 사용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문재인은 외연 확장과 통합이라는 목표에 너무 집착해 자신도 모르게 보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보수의 프레임 속에서 싸움을 벌이려 합니다.
      이는 정치의 신이 와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답답합니다.

    • 耽讀 2015.05.28 08:07 신고

      <바보, 산을 옮기다>을 읽었습니다. 노짱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의다. 그다음에는 대세를 만들어야 한다. 대세를 잃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배를 모는 선장은 폭풍우가 몰아치면 돌아거나 배를 잠시 피신시켜야 한다. 배가 침몰하게 둘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과연 문재인은 대의가 무엇인지 알고, 대세를 만들어 갈 능력과 자질이 있을까요?

  3. 에쏘 2015.05.26 21:05

    사람 좋음으로 끝날 게 아니라 언어부터 바로 써서 무게추를 옮겼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한다지만
    보수들은 그렇게 쉽게 그들 뜻대로 언어,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 답답합니다. 그 언어를 그대로 사용해서 끌려가는 진보 쪽이 더 답답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그 답답함이 도령님에 비하겠냐마는...
    그 중요성을 모르는 걸까요, 한다고 하는 데도 뜻대로 되지 않는 걸까요..?
    뒤늦게 노건호 씨 추도문을 접하고 뭔가.. 속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정면에서 받아치는 것 같아서..
    노건호 박근혜 김무성 ... 피는 못 속이는 듯도 하구요

    친노 패권주의라는 것도 진보를 더 분열시키고 보수에 유리한 언어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노무현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친노 패권주의를 없애겠다는 둥 어설프게 이어붙이기보다는 그들이 내세우는 가치를 제대로 내세우고 사람이 아닌 그 가치들을 간판 삼아 밀어붙이면 소위 새누리2중대라는 사람들, 자신들이 불리해질 것 같으면 알아서 나가든지, 길 것 같은데 ... 단점을 자꾸 수습하려는 것보다 그들의 장점을 정면에 내세웠으면 좋겠는데.. 제 생각이 짧은 걸까요?
    도령님 말씀대로 문재인이 내려놓아야 하는 기득권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득권이라는 것도 새누리2중대들이 더 유지하려는 것 같은데.. 그들이 내려놔야 제대로 된 야당이 될 것 같은데..

    • 에쏘 2015.05.26 21:11

      참,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날씨가 많이 더워졌습니다 넘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관리 잘 하셨으면 해요.. 많이 지치는 요즘 틈틈이 도령님 글로 세상을 보고 있어요^^

    • 늙은도령 2015.05.26 22:18 신고

      7월에 가질 첫 번째 모임 때문에 아프면 안 되지요.
      더 이상 글로는 답이 없다는 생각에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을 강행할 생각입니다.
      글로 다 담아내기에는 할 얘기가 너무나 많고, 넘겨드려야 할 지식이 공허하기만 합니다.
      문재인을 너무나 좋아하고 믿지만, 그는 지금 방향을 잃은 것 같고, 길에서도 벗어난 것 같습니다.
      리더의 자질은 위기 때 가장 잘 드러납니다.
      헌데 문재인이 위기를 넘기는 방식이 너무 유약합니다.
      대체 무엇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데, 누가 그를 따르겠습니까?
      문재인이 직접 정리해줘야 할 것은 분명히 해야 합니다.

  4. 뉴론♥ 2015.05.27 05:46 신고

    요즘 날씨가 생각보단 많이 더워지네여 건강관리 유의 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늙은도령 2015.05.27 15:53 신고

      네, 정말 덥네요.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더워서 매우 힘들었습니다.

  5. 참교육 2015.05.27 07:50 신고

    이 사람들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지 의문입니다.
    자기자시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정당이 없는 민초들만 불쌍합니다.

    • 늙은도령 2015.05.27 15:57 신고

      그러게요, 문재인은 왜 노동단체와 전교조 등과 만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문재인에게 가장 문제삼는 것입니다.
      문재인은 자주 중산층이나 비정규직에 관심을 표명하지만 노조와 대화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그는 너무 자유주의에 치우쳐 있습니다.

  6. 덕산 2015.05.27 08:16

    문재인에 대한 신뢰감이 계속 떨어져 갑니다. 희망 스크럼같은 지역주의적 발상과 성완종 리스트 인물들에 대한 함구... 국민적 열망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이 자꾸 멀어져 가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 늙은도령 2015.05.27 15:58 신고

      네, 갈수록 강단이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진보적이지 못하고 자유주의적입니다.
      이런 식이면 답이 없습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7. 공수래공수거 2015.05.27 08:36 신고

    공격을 하지 않는 축구는 이길수가 없습니다
    설령 이기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선제 공격을 해야 합니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입니다
    우선 황교안의 총리 임명을 막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 공안,부정부패가 이슈화될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5.05.27 15:59 신고

      네, 답답합니다.
      문재인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투쟁적인 면을 죽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연확장 행보도 수없이 변호해주었지만 이제는 지칩니다.
      정신차려야 합니다.

  8. 바람 언덕 2015.05.27 11:30 신고

    그동안 쭈욱 문재인을 봐왔습니다만,
    적어도 지금까지 제간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는 믿음직한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좋은 신념과 철학을 가진 정치인입니다.
    그러나 그가 가진 모든 것의 진가가 드러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전제조건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정의로운 나라라면...."

    이 문장 안에 문재인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말이죠...

    • 늙은도령 2015.05.27 16:02 신고

      국민신화를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버려야 하는데......

      그는 자신의 인품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답이 없는 상황인데도.....

  9. 행반 2015.05.27 12:43

    지금은 정의롭지 못하니까 이재명같은 배짱과 행정 정치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 늙은도령 2015.05.27 16:03 신고

      네, 그런 분이 필요합니다.
      문재인이 못하면 그런 분들이 다수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 그때는 문재인도 노무현처럼 튀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문재인을 압박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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